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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배현수가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을 향했다. 조유진을 바라보는 눈빛은 매우 애매했다.

배현수는 어색한 기색 없이 자연스럽고 여유로워 보였다.

조유진은 다소 어색한 모습으로 자리로 돌아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엄명월의 눈에는 은은한 미소가 묻어있었다. 잠시 후, 비로소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협상 과정은 순조로웠다.

성행 그룹 법무팀은 검토를 마친 계약서를 배현수에게 건넸다.

이때 계약서를 받던 서정호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

“엄 팀장님, 배터리 가격을 잘못 표시한 것 아닙니까? 작년에 SY그룹이 성행 그룹에서 배터리를 구매했을 때는 현재 가격보다 20만 원 낮았습니다.”

엄명월의 눈빛이 반짝였다. 하지만 이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상황을 말씀드리죠. 서 비서님, 올해는 돼지고기 가격도 올랐어요. 성행 그룹에서는 올해 배터리에 또 많은 개발비용을 투자했습니다... 리튬배터리 개당 20만 원씩 오른 것은 합리적인 겁니다. 비싸지 않아요.”

합리적이라고?

비싸지 않다고?

서정호는 가볍게 소리 내며 웃었다.

“엄 팀장님, 설마 개그 하세요? 돼지고기 가격이 회사 리튬배터리 가격처럼 이렇게 터무니없이 올랐나요?”

리튬배터리의 개당 단가는 20만 원이나 올랐다.

SY그룹이 성행 그룹에서 리튬배터리 100만 개를 주문하려고 한다. 즉 SY그룹은 2000억 원의 가격 차이를 내면서 작년과 같은 물건을 구매해야 했다.

“엄 팀장님, 아무리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해도 이건 장난이 너무 심하십니다.”

엄명월을 바라보는 서정호의 눈빛은 꼭 마치 ‘지금 우리를 바보로 아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엄명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배현수를 향해 침착하게 웃었다.

“배 대표님,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까?”

계약서를 훑어본 배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책상 아래에서 하이힐이 그의 양복바지를 문질렀다.

하이힐 끝이 그의 종아리를 따라 점점 위로 올라갔다. 분명 그를 꼬드기는 것이었다.

배현수는 양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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