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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작가: 남희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5-31 19:00:00
조유진의 프로필을 누르니 스토리에 올린 사진 한 장이 보였다.

사진에는 골프장에서 쿨하게 스윙하는 낯선 남자의 뒷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 밑에는 한 마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대박! 홀인원!]

조유진이 배현수의 전화를 끊었던 그 시간에 바로 이 남자와 함께 공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전화를 받기 불편했을까?

대박?

그녀의 말투는 마치 어린 팬 같았다.

배현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눈빛은 조금씩 차가워졌다.

서정호가 백미러로 힐끗 쳐다봤다. 배 대표 얼굴이 얼어붙을 듯했다.

“배 대표님, 조유진 씨에게 한 번 더 전화해볼까요? 아마 손이 미끄러 실수로 끊었을 겁니다.”

서정호는 핑곗거리를 찾았다.

울분을 가라앉힌 배현수는 다시 조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 조유진은 전화를 끊지 않았다.

차가운 기계적인 통화연결음이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지금 거신 전화기는 꺼져있으므로 잠시 후에 다시 걸어 주십시오...”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배현수는 잠시 멍해졌다.

서정호는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더니 머뭇거리며 말했다.

“아직도 안 받나요?”

“전화기가 꺼졌어.”

서정호는 어떻게든 핑곗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혹시 드래곤 파 사람들에게 잡혀간 거 아닐까요? 세상에! 조유진 씨가 지금 위험에 처한 것은 아니겠죠?”

어설프고 황당하기 그지없는 이유였다.

배현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드래곤 파에 잡혔는데 골프를 치고 있겠어?”

서정호는 헛웃음을 지었다.

“하긴, 그렇기는 하네요... 아마 휴대폰 배터리가 다 되었나 봐요! 오죽하면 전화기가 꺼졌을까 하하하...”

차 안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검은 벤틀리 한 대가 그들 차 옆을 지나갔다.

서정호는 눈빛을 반짝였다.

“배 대표님, 엄씨 집안 차 같은데 조유진 씨가 돌아왔나 봐요.”

...

조유진과 엄명월은 저녁에 술을 마셨다.

엄창민이 두 사람을 마중하러 갔다.

엄씨 사택에 도착한 후, 엄창민은 차에서 내려 뒷좌석 문을 열고 조유진을 부축해 들어왔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엄명월에게 말했다.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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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명월은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는 자세로 팔짱을 낀 채 서서 말했다.“어머, 이 시간에 배 대표님이 웬일로 성남에 오셨습니까?”배현수가 조유진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다 토한 조유진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엄명월의 어깨에 기댔다.엄명월은 그녀의 팔을 툭툭 치며 말했다.“이봐요, 일어나요! 엄환희 씨, 죽었어요?”아무리 흔들어도 조유진은 깨어나지 않았다.엄명월은 고개를 들어 배현수를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배 대표님, 타이밍을 잘 못 맞춰 왔네요. 내 비서가 이미 술에 많이 취한 것 같네요. 저기, 빨리 와서 내 비서 좀 부축...”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현수는 엄명월의 어깨에 기대고 있던 조유진을 잡아당겨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엄명월은 엄창민을 향해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꼭 마치 속으로 ‘기회를 줘도 소용없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엄씨 사택 내부에서 인기척을 들은 선유는 슬리퍼를 질질 끌며 방에서 뛰쳐나왔다. “아빠! 어떻게 왔어요? 엄마, 왜 그래요?”“엄마가 술에 취했어. 어느 방이 엄마 방이야?”“이쪽이요!”선유가 배현수를 데리고 조유진의 방에 들어갔다.아래층, 엄명월은 소파에 기댄 채 갈 생각이 없었다.엄창민이 눈살 찌푸리며 물었다.“왜 아직도 안 가? 여기서 하룻밤을 묵을 계획인 거야?”엄명월 눈꼬리를 치켜올리며 말했다.“이렇게 재미있는 구경을 놔두고 가긴 어디를 가? 그리고 여기도 내 집이야. 내 방도 있고. 오빠도 여기서 사는데 나라고 못 살 거 없지 않아?”엄창민은 한마디 경고했다.“환희 괴롭힐 생각하지 마.”엄명월은 마치 농담을 들은 듯 말했다.“내 비서에게 왜 심술을 부리겠어? 나도 같은 여자인데 설마 성희롱이라도 할까 봐 그래? 그런데 오빠는 왜 남자로 태어났으면서 계속 뒤에서만 이러는데? 오빠야말로 제일 무서워!”“엄명월!”엄명월은 위층을 힐끗 올려다봤다.“웃기지 않아? 맞춰봐. 배현수 씨가 지금 위층에서 뭐 할까? 설마 술 취한 사람에게 이상한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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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엄씨 가족은 당연히 조유진의 편이었다.내부 싸움은 괜찮지만 외부인이 있을 때는 반드시 한목소리로 맞서야 했다.배현수의 옆에 서 있는 서정호는 이런 상황에 심상치 않은 예감을 받았다.“배 대표님, 오늘은 조유진 씨를 못 데려갈 것 같으니 먼저 철수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조유진 씨가 깨어나면 승산이 있을지도 모릅니다...”배현수는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어들이고 말했다.“안 데려갈게요. 대신 술 취했으니까 돌봐드리는 것은 괜찮죠?”이 방에 있는 사람에게서 한 명도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배현수가 조유진을 강제로 끌고 갈 실력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이 방에... 장인어른, 오빠, 여동생이 한 줄로 서 있다. 혹시라도 미움을 받으면... 이 결혼은 쉽지 않다.엄준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했다.“엄씨 사택은 외부인이 묵을 수 없어요. 하지만 배 대표님은 은혜를 베풀어 준 분이니까 명월이가 신라호텔에 스위트룸을 마련해 드릴 수 있어요.”“괜찮습니다.”배현수는 좀처럼 짜증을 내지 않는다.하지만 오늘 밤 형세는 그에게 매우 불리했다.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가 조유진을 보려고 했다.그러자 엄창민이 계단에서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배 대표님, 오늘은 이만 돌아가세요.”배현수는 손가락뼈를 주무르며 칼같이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엄창민은 조금도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내일 아침에 환희가 깨서 배현수 씨를 보고 싶어 하면 자연스럽게 연락할 겁니다! 배 대표님, 이만 돌아가세요.”배현수, 이 불청객은 집안에서 나왔다.차에 올랐지만 엄씨 사택 부근을 떠나지 않았다.엄창민이 말했다.“아버지, 배현수가 아직 안 갔는데 사람 몇 명 불러서 내쫓을까요?”엄준은 담담한 웃음을 지었다.“있고 싶어 하면 있게 해. 얼마나 성의가 있는지 지켜보자고.”엄창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이번에는 절대 환희를 그렇게 쉽게 대제주시로 돌아가게 놔둘 수 없어요.”...위층.조유진은 두 팔을 짚고 일어섰다.선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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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로 돌아가는 길.뒷좌석에 기대앉은 배현수는 안경을 벗고 두 눈을 감았다. 미간에는 깊은 고민의 흔적이 보였다.손을 뻗어 코트 주머니에 있는 담뱃갑을 꺼내려 했지만 주머니는 텅 비어 있었다.성남에 급하게 오느라 담배와 라이터를 안 가져왔던 것이다.남자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자 서정호가 말했다.“앞에 가게가 있는 것 같은데 이따가 차 세워서 담배 한 갑 사 올까요?”배현수는 ‘응’이라고 대꾸했다.잠시 후 차는 길옆에 멈춰 섰다.서정호는 담배를 사러 가게에 갔다.배현수는 뒷좌석에 몸을 기대고 안경을 쓴 채 눈을 천천히 떴다.성남의 겨울밤은 대제주시보다 습하고 춥다.창문을 열자 한 줄기 눅눅한 찬 바람이 불어와 안 좋은 기분을 약간 날려 버렸다.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가로등 밑에서 한 커플이 싸우고 있다.목청이 터져라 심하게 다투고 있었다.그와 조유진은 평생 이렇게 뜨겁게 싸우지 않을 것이다.무슨 영문에서일까? 왠지 모를 호기심에 차창을 반쯤 내렸다.여자가 말했다.“아빠가 오늘 너를 아주 못마땅해해! 너는 우리 집에 처음 오는데 어떻게 빈손으로 올 수 있어? 우리 아빠가 매우 기분 나빠하셔! 나와 우리 집을 무시한다고 생각한다고!”그러자 남자가 말했다.“너를 무시한다고? 성남에 이런 예절이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결혼도 안 했는데 무슨 규칙이 그렇게 많아?”여자가 대꾸했다.“물어볼 줄도 몰라? 아무리 예절을 몰라도 적어도 술 두 병과 담배 두 개 정도는 갖고 올 수 있잖아. 지금 이렇게 되었어. 아빠가 우리 결혼 허락하지 않는다고!”남자도 화가 머리끝까지 난 듯했다.“그래? 그럼 헤어지자는 거야?”여자아이는 눈이 빨개진 채 입술을 깨물고 숨을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슨 뜻이야? 진짜 헤어지자는 거야?”“네가 헤어지자며? 그래, 헤어져! 그런 핑계 같은 거 대지 말고! 내가 처음 너희 집에 갔는데 빈손으로 와서 버릇이 없다고? 너의 아빠는 처음부터 내가 이 지방 사람이 아닌 것이 못마땅하겠지! 그래서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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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호는 뒷좌석 남자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발견했다.배현수는 계속 물었다.“처음 방문했을 때도 이렇게 쫓겨났어?”“그건 아닙니다. 저는 이 정도는 아닙니다....”서정호는 혀를 깨물며 말을 삼켰다.“말해. 연말 보너스 차감하지 않을 테니까.”서정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그럼 사실대로 말할게요?”“문제점을 지적한다면 연말 보너스를 두 배로 늘려줄게.”희미하게 들리는 뒷좌석 남자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희로애락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서정호는 이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배 대표님, 대표님은 저의 대표이고 직속 상관입니다. 저에게 명령조로 지시하는 것은 아주 정상적이고요. 하지만 엄 어르신은 누구입니까? 저분은 조유진 씨의 아버지이고 앞으로 장인이십니다.”배현수는 눈살을 찌푸렸다.“오늘 밤, 내 태도가 문제인가?”이 사람이 그래도 말이 통한다는 느낌을 받은 서정호는 몇 마디 덧붙였다.“대표님은 오늘 밤 엄 어르신을 향해 조유진 씨의 남편이라고 했어요. 이 말을 듣고 어느 아버지가 화를 내지 않을까요? 대표님과 아가씨는 아직 혼인신고도 안 했습니다. 그런데 벌써 다른 사람의 귀염둥이 딸을 납치하려는 겁니까?”“나는... 유진이를 납치할 생각은 없었어.”이번에 성남에 온 것은 당당하고 떳떳하게 조유진과 함께 있기 위해서이다.그동안 관계를 공개하지 않고 조유진을‘제삼자’라는 스캔들에 휘말리게 한 것은 모두 그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서정호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어이가 없는 듯 말했다.“하지만 대표님 말투는 꼭 마치 조유진 씨가 자기 것인 마냥 자기 사람을 데려가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눈치가 있으면 사람을 내놓으라고 말하는 것 같았죠.”배현수는 어리둥절했다.“내 말투가 그렇게 안 좋았어?”말이 나온 김에 서정호는 계속 말했다.“저는 장인어른께 감히 그렇게 말 못 합니다. 처음 뵈러 갔는데 빈손으로 간 것도 모자라 앞에서 이렇게 날뛰면... 아이고, 아마 장인어른께서 빗자루로 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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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현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다가 갑자기 물었다.“어떤 선물을 가지고 가야 할 것 같아?”“대표님의 신분과 집안으로 좋은 술과 담배 몇 갑을 들고 가는 것은 엄씨 집안을 얕잡아 보는 것과 같아요. 게다가 그렇게 큰 성행 그룹에게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귀한 물건은 아무것이나 상관없어요. 중요한 것은 배 대표님이 자세를 낮출 의향이 있는지 없는지에 달려 있어요.”배현수가 손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상 절대 평범한 물건은 아닐 것이다.하지만... 뭘 선물하면 좋을까?시중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이런 작은 선물들은 엄준의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감동은 더더욱 없다.서정호는 헛기침한 뒤 한마디 덧붙였다.“배 대표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결혼할 사람은 조유진 씨가 아니라 성행 그룹의 유일한 상속녀 엄환희 씨예요. 현실적으로 친딸을 데려오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아요. 엄 어르신의 딸과 결혼한다는 소문이 퍼지면 이 업계가 깜짝 놀랄 겁니다. 성행 그룹 임직원들도 걱정할 게 한두 개가 아닐 거예요. 비즈니스 결혼은 회사 발전에 유리하지만 이 비즈니스 결혼은... 너무 많은 사업이 연루되어 있어요. 어느 한쪽의 이익을 침해한다면 부부관계를 떠나서 각자 왕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서정호가 말한 이것들을 성남에 오기 전에 배현수도 당연히 고민했다.그가 고려했던 일은 엄준도 분명 생각했을 것이다.엄준이 조유진을 주려 하지 않는 것은 분명 회사의 권력을 물려주려는 것이 분명했다.조유진이 성행 그룹을 물려받아 진정한 권력자로 되게 하려는 것이다.하지만 그에게 시집가서 대제주시로 돌아간다면 성행 그룹 입장에서는 진정한 후계자를 잃은 것이니 그리 좋은 일이 아니다.배현수는 시선을 아래로 내려 흰 손의 네 번째 손가락에 있는 백금 반지를 바라봤다.그에게 조유진은 그저 유진이일 뿐이다.그는 7년 전처럼 조유진을 곁에 두고 싶어 했다. 정말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다.조유진에게 엄준의 딸인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엄준은 하나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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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65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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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성일의 압도적인 기운은 전화 너머에서도 남초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묵직한 압박감은 느껴졌다. 그때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는지, 어떻게 육씨 집안에 시집갔는지 스스로도 의아했다. 만약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차라리 구걸을 하더라도 절대 육씨 집안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남초윤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할아버지, 부탁드려요. 저희가 약속했던 건 두 달 전이었잖아요. 아직 두 달이 채 안 지났고, 제가 지금 아기를 가졌다고 해도 확인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기에 육성일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아버지의 전화를 겨우 넘겼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이번엔 ‘개자식’ 육지율이었다. “...” 할아버지와 손자는 통화 시간까지 맞춘 것처럼 기가 막히게 연달아 전화를 걸어온다. 그녀는 냉랭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왜요?” 육지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폭탄이라도 먹었어요?” 육지율이 자신의 책을 내리게 만들고, 지난달과 이번 달 원고료도 다 날려버린 상황에서 그녀가 전화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아직 유지 중이었고 필요한 것도 있으니 남초윤은 결국 목소리를 가다듬고 좀 더 부드럽게 말했다. “지율 오빠, 무슨 일이에요?” “... 뭐라고 불렀어요?” “지~율~오~빠~” 그녀는 유설영의 말투를 흉내 내며, 아니, 오히려 더 능숙하게 말했다. 육지율은 순간 닭살이 돋았다. “제발 평소처럼 말해요. 저녁에 내 친구가 귀국하는데 같이 식사해요. 6시에 잡지사로 데리러 갈게요.” 남초윤은 단번에 거절했다. “난 안 갈래요.” “저녁에 뭐 다른 약속 있어요?” 남초윤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결혼한 지 3년 됐지만 당신은 나한테 친구 한 명도 소개해 준 적 없잖아요.” 그리고 이제 곧 이혼할 텐데 친구를 만날 필요는 더 없었다.이혼하고 나서 친구들이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6화

    조유진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학교에서 누가 너 괴롭히진 않았어?” 배선유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응, 나 괴롭히는 사람 없어. 할아버지가 우리 학교에 엄청난 돈을 기부하셔서 선생님들도 항상 나한테 잘해주시고 많이 관심 해주셨어. 그래서 나도 함부로 장난칠 수가 없어. 혹시 선생님이 할아버지한테 이르실까 봐.” 배현수는 이 말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배선유는 작은 악동처럼 말이 많았고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아이였다. 배현수의 말에도 자주 대꾸를 하니, 만약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면 벌써부터 떠벌렸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남을 괴롭히는 쪽에 더 가까웠다. 성남에서 엄준은 배선유를 엄청나게 아끼며 키웠고, 그래서인지 아이는 주눅이 들지 않고 활발하게 자랐다.조유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다행이네. 우리 선유가 공부를 게을리할 걱정은 없겠어.” 배현수는 딸을 겁주듯 말했다. “너 공부 안 하고 일찍 연애라도 시작하면, 널 대제주에 데려와서 24시간 동안 지켜볼 거야.” 배선유는 입술을 내밀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이건 너무 심해요! 나 혹시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거 아니에요?” 배현수는 코웃음을 치며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말했다. “공부 안 하면 좋은 날은 없을 거야.” 잠시 후, 학교 종이 울릴 시간이 가까워졌다. 배선유는 전화를 끊으려다가 친구가 그린 결혼사진 두 장을 영상 속으로 건네받았다. “선유야! 너랑 지우의 결혼사진 내가 그려놨어! 한 번 봐봐!” 배선유가 물었다. “한 장에 얼마야?” “너니까 공짜로 해줄게! 대신 다음번엔 나랑 결혼해 줄 수 있어?” “생각해볼게!” “...” 이 속도로라면 그들 부부는 도대체 몇 명의 사위를 맞이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한편, 스타라이트 매거진에서.남초윤이 사이트 편집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의 책은 예상대로 플랫폼에서 삭제되었고 이달 원고료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5화

    [합법적 부부] 함께 올라온 사진엔 결혼반지를 낀 두 손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이 게시글이 올라가자마자 마치 깊은 바다에 떨어진 폭탄처럼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어 반응했다. 육지율: [8년의 여정 끝에 드디어 자랑할 수 있네!] 송하진: [어! 전 두 사람 목숨 구해준 은인이에요. 제가 아니었으면 두 사람이 어떻게 혼인신고까지 했겠어요? 당장 절 주빈으로 식사 대접해요!] 남초윤: [아아아아! 유진이를 결혼이라는 무덤 속으로 끌어들이다니! 대표님 너무하세요!] 엄창민: [내 여동생한테 잘해요. 혹시라도 괴롭히면 내 주먹이 용서 못 해요!] 엄명월: [형부! 이렇게 좋은 일에 저희한테 뭐라도 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강이찬: [축하해, 결국 원하는 대로 됐네.] 심미경: [백년해로하세요.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서정호: [대표님, 일 다 끝냈으면 빨리 돌아오세요. 의사 선생님이 여기서 엄청 화내고 있어요. 저 더는 못 버틸 것 같아요!] 학교 가기 싫어: [와! 아빠랑 엄마가 드디어 결혼했네요! 헤헷, 아빠, 나도 오늘 결혼했어요!] 배현수는 배선유의 댓글을 보고 순간 검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조유진이 운전하며 그의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고 물었다. “왜 그래요?” “선유가 결혼했다는데.” “뭐라고요?” 조유진은 깜짝 놀라 차를 도로 옆에 세우고 급히 배선유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저쪽에서 배선유는 학교에 있었는데 마침 쉬는 시간이었다. 외국어 학교라 분위기가 자유로워 아이들은 평소에도 부모님과 연락을 하기 위해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다. 배선유는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을 카메라 앞으로 들이밀었다. “엄마, 아빠! 나 사진 보고 싶어!” 조유진은 그녀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나서 물었다. “선유야, 아까 결혼했다고 했잖아. 누구랑 결혼한 거야?” “우리 반 한지우랑! 엄마, 나 오늘 엄청 많은 축의금을 받았어! 내가 다 적어 놨어!”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4화

    조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갈게요.” 그가 환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이번 한 번은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 다음 날 이른 아침. 서정호가 산성 별장에서 두 벌의 정장과 결혼 서류를 준비해왔다. 조유진은 오랜만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도 고데기로 말았다. 그녀는 하얀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사진에 잘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썼다. 그녀는 한동안 이렇게까지 꾸미지 않았는데 하이힐을 신고 배현수 앞에 서니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 어색해졌다. 그래서 물었다. “나 어때요?” “아름다워. 넌 언제나 아름다워.” 배현수는 전혀 망설임 없이 그녀를 칭찬했다. 조유진은 웃음을 참으며 옆에 있던 넥타이를 집어 들고 배현수에게 매어주었다. 배현수는 그녀의 손길에 고개를 숙이며 협조했다. 조유진은 평소와 다르게 더 복잡하고 정중한 ‘엘드리지 매듭’으로 넥타이를 맸는데 배현수는 평소에 간단한 윈저 매듭만 했었다. “이 매듭은 좀 생소하네.” 조유진은 넥타이를 다 매고 나서 그의 셔츠와 정장 재킷의 깃을 정리해 주었다. “이게 엘드리지 매듭이라고 해요. 중요한 자리에서 어울리는 방식이죠. 어때요, 괜찮아요?” “멋져. 하지만 여보, 우리 서둘러야 해. 조금 있으면 의사가 올 거야.” 웃으며 농담하듯 이야기하던 배현수는 조유진의 외투를 챙겨 그녀의 어깨에 걸쳐 주고, 그녀를 한 손으로 감싸 병실을 몰래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마치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나와 차에 올랐다. ... 그들이 빠져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사가 병실에 회진을 왔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그곳에는 ‘무관한 사람’만 남아 있었다. 의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서정호를 보며 물었다. “환자는 어디 갔죠? 튜브까지 다 뽑다니, 누가 뽑았습니까?” 서정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환자 본인이 뽑았습니다.” “도대체 어디 간 겁니까? 팔을 정말 망가지게 할 작정인가요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3화

    배현수의 가슴이 떨렸다. 그는 조유진과 이마를 맞대며 낮게 속삭였다. “그때 난 네 옆에 있진 않았지만 네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 그런데 왜 울었어?” “현수 씨 생각이 났어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펐거든요. 내가 이렇게 좋은 남자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아쉽고 후회스러웠죠. 그래서 울었어요.” 지금 이렇게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잃어버렸다가 다시 되찾은 느낌이었다. 조유진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눈물은 슬픔이나 후회 때문이 아니었다. 감동과 감사함 때문이었다. 운명이 그들을 온갖 고난 속에서도 끝끝내 묶어 놓았고, 그들 사이에선 이제 더 이상 헤어질 수 없는 깊은 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배현수는 긴 손가락을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끼워 넣으며 손을 꼭 맞잡았다. 순간 그들의 손바닥에서 따뜻함이 퍼져나갔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아, 넌 한 번도 날 잃은 적 없어. 우리가 몇 번을 떨어져도, 얼마나 오랫동안 떨어져 있더라도 난 결국 널 찾아내서 꼭 안고 말해줄 거야. 사랑한다고. 오직 너만 사랑한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조유진은 배현수의 유일한 선택이었고 그 선택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조유진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현수 씨, 우리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까요?” “그럼.” 그의 대답은 8년 전과 똑같았다. 짧지만 확고했으며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조유진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손목에 걸린 달콤한 연녹색 비취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상처가 나으면 우리 같이 아주머니를 위한 좋은 묘지를 고르러 가요. 그분을 위한 의관묘라도 만들어 드리는 게 어때요?” “아직도 ‘아주머니’라고 불러?” 조유진은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며 말투를 바꿨다. 배현수는 그녀의 팔찌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풍수 좋은 곳을 따로 고를 필요는 없어. 어머니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2화

    육지율은 그 필명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기억해 냈다. “이 자식! 기억났어! 이 녀석이 책에서 날 모욕하지 않았나? 내 명성을 망가뜨렸잖아?” 남초윤은 급하게 말했다. “잘못 본 거 아니에요? 비엘 작가가 주인공을 모욕할 리가 없어요! 그러면 밥숟가락 들고 욕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어요?” “나를 ‘수’로 묘사한 게 모욕이 아니고 뭐예요? 왜 항상 배현수가 공이냐고?” 남초윤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그 부분을 신경 쓰고 있었던 거였다.남초윤은 그가 진짜 작가를 고소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변명하듯 말했다. “다음번엔 지율 씨가 공이고, 배 대표님이 수가 될 수도 있잖아요. 원래 BL 소설에서는 공수 구분이 모호해요. 겉보기에 수 같아도 사실은 공일 수도 있다고요!” 조유진은 살짝 의문을 제기했다. “난 현수 씨가 수 같지는 않았는데. 만약 현수 씨가 진짜 수라면 캐릭터 붕괴지. 차라리 육 변호사님이 수인 게 더 어울려. 자유롭고, 매력적이고, 다정하잖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육지율은 얼굴이 시커멓게 변하며 조유진에게 따졌다. “아니, 조유진. 내가 약해 보이는 수 같은 느낌을 준다고?” “...” 배현수는 차갑게 말했다. “유진이가 쓴 것도 아닌데 왜 화내? 그럴 시간 있으면 작가나 고소해.” 남초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그냥 재미로 쓴 거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작가를 고소하면 너무 쪼잔해 보일 거예요!” 하지만 육지율은 이성을 잃고 이를 악물었다. “쪼잔해 보이든 말든, 그 책을 하차할 거예요!” 자신이 소설 속에서 수 역할로 묘사되었고, 그것도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다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조유진은 객관적으로 말했다. “사실 책 내용은 나쁘지 않아요. 꽤 재미있고 독자도 많아요.” “독자가 몇 명인데?”“몇만 명 정도?” “뭐?”‘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날 수로 상상했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1화

    병실에서 조유진은 그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앉아 있다가 잠들었다. 잠에 들어서도 손가락이 배현수의 손에 살짝 얽혀 있었는데 다정하고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진은 완전히 남자 친구 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입원 생활이 지루하다고 하다니.육지율이 댓글을 남겼다. “뭐야, 입원했어? 혹시 가정 폭력이라도 당한 거야?” 댓글을 남기고 나서 육지율은 차에 시동을 걸며 남초윤에게 말했다. “과일 바구니 좀 사서 병문안이나 가요. 친구가 입원했어요.” “친구? 설마 배 대표님이세요? 어디 아파요?” 육지율은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진짜 아플 수도 있고 그냥 꾀병일 수도 있고.” 혹시 모른다. 꾀병일지도....병원에서는 조금 전 장은숙이 산성 별장에서 저녁 식사를 가져왔다.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밤은 죽 같은 유동식만 먹어야 했다. 배현수는 오른손을 쓸 수 없었기에 조유진이 죽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그에게 먹여주고 있었다. 첫 숟가락을 그의 입 앞에 가져가자 배현수는 뜨겁다고 투덜댔다. 조유진이 후후 불어 온도를 맞춘 후 말했다. “이제 적당히 식었어요.” 배현수는 그제야 죽을 한 입 삼켰다. 그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장난스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 못 본 사이에 아기로 됐네? 밥도 혼자 못 먹고, 조유진이 널 너무 오냐오냐한 거 아냐?” 조유진이 놀라서 뒤돌아보니, 육지율과 남초윤이 병실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설명했다. “오른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며칠 동안 오른손은 쓰지 말라고 하셨어요. 상처가 더 심해질 수 있거든요.” 그러자 육지율은 다짜고짜 그의 오른쪽 어깨를 툭 쳤다. “진짜야?” 배현수는 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미친놈아!” 조유진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변호사님, 진짜로 다쳤다니까요! 어깨에 구멍이 났다고요,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0화

    그녀를 겨우 한 번 데리러 온 김에 출퇴근길의 불편함을 느끼고는 아예 차를 사서 해결하려고 하다니, 정말 육지율 다운 방식이었다.이 4S 매장에서 파는 차들은 모두 포르쉐였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저렴한 모델도 수천억 원대였다. 남초윤은 이미 남씨 집안이 육지율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었기에, 그가 차를 선물해 주겠다고 해도 받을 수 없었다.남초윤은 차분히 말했다. “앞으로는 출퇴근 길에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 굳이 차를 선물할 필요는 없어요.”육지율은 순간 멈칫했다가 살짝 비웃으며 말했다. “차 한 대 선물한다고 귀찮다는 딱지가 붙어요? 이런 확산적 사고방식은 참 대단하네.”“....”정말 그런 게 아니란 말인가?평소에도 성격이 불 같았던 육지율은 차를 주겠다고 하면서도 그녀를 달래는 상황이 우스웠는지 어이없어 웃었다. 둘 중 누가 더 성격이 나쁜지 모를 일이었다.영업 직원은 남초윤을 육지율이 외부 애인으로 오해했고, 이 큰 거래가 깨질까 봐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변호사님께서 차를 사주시는 건 출퇴근 시간을 줄여서 그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게 해주려는 마음이 아닐까요?”남초윤은 더 이상 그의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이미 갚을 수 없는 빚이 너무 많았고 계속해서 더 쓴다면 두 아이를 낳아야 겨우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육지율은 그 여느 때처럼 행동했다. 그는 VIP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빨리 골라요. 차 안 사면 집에 못 돌아가요.”남초윤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여자 영업 직원이 다가와 다양한 모델을 소개할 때, 그저 듣기만 했다. 그 직원은 미소를 띠며 말도 아주 달콤하게 했다. “변호사님은 저희 매장의 단골이세요. 그런데 여자를 데리고 온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변호사님이 정말로 많이 아끼시는 것 같아요. 비싼 차를 고르시면 아마 더 기뻐하실 거예요.”역시, 판매왕이었다.감정적 가치를 제공하는 법을 너무나 잘 아는 직원이었다. 하지만 남초윤은 그저 외부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59화

    남초윤은 결혼 상태를 한 번도 업데이트한 적이 없었다. 동료들 눈에는 여전히 미혼으로 보였다.처음 그녀와 육지율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 온 세상이 떠들썩했지만 사실 모두 육지율의 매력적인 외모 때문이었다. 아무도 남초윤처럼 작고 평범한 존재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육지율이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들의 침대 사진이 언론이나 남재원에게 유출되지 않은 것도 기적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육지율이라는 유명한 바람둥이가 ‘함정'에 빠져 순진한 여자와 관계를 맺은 후, 마지못해 결혼했다는 소문만 믿고 있었다.육지율이 연예계 인물이 아닌 만큼 동료들 중에서도 아무도 그 사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육지율이 ‘좋은 집안의 아들’ 이라는 사실만 기억하고 그의 결혼 상대가 누군지에는 무관심했다. 그녀는 어디에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고 언론에서도 그의 곁에 서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남초윤은 그렇게 세상 사람들의 눈에 숨겨져 있었다.동료들은 그저 그녀가 조금 집안 배경이 있는 부유한 여자인 줄로만 알았고 육지율의 아내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육지율의 아내라면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그들과 같이 일하며 고생할 일은 없을 테니까. 설령 과거에 파파라치 일을 했더라도 그렇게 높은 곳에 시집갔다면 육씨 집안이 그녀를 계속 그 일을 하도록 놔두지 않았을 거라고 여겼다.비록 세상은 모두 직업의 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상류 사회에는 여전히 그들만의 규칙이 있었다. 체면과 명예가 그들의 신분과 존엄을 상징했다. 파파라치라는 직업은 육씨 집안에게 있어 절대 자랑스러울 수 없는 일이었으니, 육지율과 강란희가 그녀에게 좀 더 체면 있고 유망한 직업들을 제안했지만 남초윤은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을 보낸 끝에 동료들은 하나둘씩 퇴근하고 남초윤만 남았다. 한 시간이 흐른 뒤 남초윤은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저녁 7시가 되었다. 그녀는 통화 기록을 훑어보고 다시 한 번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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