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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엄준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뭐가 아닌데? 환희가 비록 내 친딸이기는 하지만 회사에서는 명월이 확실히 선배야. 명월이 환희에게 회사 업무를 숙지시키는데 무슨 문제가 있어?”

엄명월은 본질적인 성격이 나쁘지는 않지만 일을 하는 데 급급하고 늘 지름길만 택했다.

엄창민은 이런 엄명월을 잘 알고 있었다. 조유진이 엄명월 곁에 있으면 분명 괴롭힘을 당할 것이다.

엄창민이 돌려 말했다.

“회사 업무는 저도 잘 아니까 환희는 제가 가르칠까요?”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엄명월은 팔짱을 낀 채 피식 웃었다.

“벌써 마음이 아픈 거야? 아버지, 오빠가 이러니 엄환희에게 무엇을 가르치겠어요? 물론 굳이 본인이 가르치고 싶어 하면 저도 얼마든지 양보할 수 있어요.”

어쨌든 엄명월의 눈에 조유진은 온실 속의 화초나 다름없었다.

밖에서 갖은 고생을 겪은 엄명월에게는 이런 조유진이 아니꼬울 뿐이었다.

배현수에게 시집가 사모님 생활을 하는 것이 조유진에게 제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엄준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조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환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해?”

“창민 오빠와는 너무 친해서 내가 정말로 뭘 잘못해도 오빠가 저를 욕하지 못할 거예요. 명월 씨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니까 제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요.”

이렇게 대범한 말에 엄명월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체면 때문에 티를 낼 수 없었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미리 말하는데 나는 둔한 사람을 싫어해요. 성격도 아주 나쁘고요. 욕도 자주 하고...”

조유진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알고 있어요. 저도 공과 사는 구분해요.”

“그래요. 그때 가서 울면서 아버지께 일러바치지 마세요.”

엄명월은 여전히 도도한 태도였지만 일단은 조유진을 데리고 성행 그룹에 들어가 회사 일을 가르쳐주는 것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녀가 조유진을 옆에 둔 것은 엄준의 체면 때문도 아니고 선한 마음 때문도 아니다.

조유진이 비즈니스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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