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창민의 입에서 무의식중에 툭 튀어나왔다. 하지만 이미 입 밖에 낸 말은 거두어들일 수 없다.엄준은 굳은 얼굴로 조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환희야, 대체 무슨 일이야? 배현수가 너를 괴롭힌 거야? 만약 그런 거라면 아빠가 퇴원하고 나서...”조유진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그런 거 아니에요. 그 사람과 상관없어요.”“그런데 멀쩡한 사람이 어떻게 유산할 수 있어? 배현수, 그놈도 그래. 아무런 명분도 없이 임신까지 시키고, 이 개자식!”엄준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조유진은 엄준의 유일한 친딸이다. 사랑하기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같은 개자식하고 혼전 임신을 두 번이나 했다. 그리고 유산까지 두 번째이다.부모로서 어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조유진은 손을 꼭 움켜쥐며 말했다.“아빠, 이번엔 저도 예상하지 못했던 거예요. 현수 씨도 아빠에게 해독제를 갖다 드리기 위해서 지금 이 상황을 만든 거고요.”“그게 두 번이나 혼전임신을 시킨 이유가 될 수 없어!”조유진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엄준은 조유진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더 이상 혼내지 못했다.“창민아, 네가 운전해서 환희를 데려다줘. 일단 푹 쉬고 나서 구 한의사를 집으로 오라고 해서 환희의 맥을 짚어달라고 해. 한약을 먹을 필요가 있는지도 물어봐.”조유진은 이런 그의 사람과 관심에 어리둥절했다. 조범은 그녀에게 이렇게 잘해준 적이 없다...엄준의 배려심 있고 마음 아픈 자애로운 눈빛과 마주친 조유진은 상냥하게 한마디 했다.“아빠, 나는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바보야, 이렇게 큰일을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네가 유산한 것을 알았다면 여기에 남아 밤낮없이 나를 지키게 못 했을 거야. 빨리 돌아가서 푹 쉬어.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 다 낫고 병원에 와도 늦지 않아.”조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그럼 아빠도 푹 쉬세요. 내일 다시 올게요.”엄준은 손사래를 쳤다.“내일도 오지 마! 창민아, 집에
도 집사가 입을 열었다.“성남에 젊은 인재들이 많으니까 정말 꼼꼼하게 찾는다면 아가씨에게 배현수보다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은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가씨의 마음에 들지 안 들지는 봐야 알겠죠. 오랫동안 배현수와 얽혀있었고 두 사람 사이에 선유까지 있으니 바로 포기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울 겁니다.”엄준 눈살을 찌푸렸다.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됐어! 그만해! 배현수가 뭐가 좋다고 왜 갑자기 편드는 거야! 도 집사, 배현수는 아직 엄씨 집안 사위가 아니야.”엄씨 집안의 사위가 되려면 적어도 그럴 기회를 줄 의향이 있는지 엄준에게 물어봐야 했다.도 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어르신께서 정말 허락하지 않으시면 아가씨도 분명 잘해보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엄준은 병실 입구를 바라봤다. 그동안 딸이 밖에서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심장이 쥐어뜯기 듯 아팠다.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생각이 많은 아이야. 배현수와 이런저런 일들로 이렇게 많이 얽혔어. 그 망나니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아버지로서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 생각해봐야 해. 우리 딸이 고생하는 것을 지켜만 볼 수는 없어.” 도 집사도 솔직히 말했다.“사실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를 겉으로만 판단한다면 배현수는 분명 아가씨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배현수가 사업에서 어떤 수법을 쓰는지 어르신도 보셨잖아요. 수단이 많은 사람이라 아가씨가 아무리 똑똑해도 그 앞에서 반드시 손해를 볼 거예요.”엄준도 그 말뜻을 잘 알고 있었다.“배현수의 능력과 수단은 인정해. 하지만 사위로서는... 속셈이 너무 많아.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야. 창민이 그 아이는 고지식하고 또 커오는 것을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환희가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어준다면 좋겠는데...”여기까지 말한 엄준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그러자 도 집사가 말을 이었다.“창민 도련님이 용기가 없어요. 아직까지도 아가씨의 마음을 열지 못했으니...”엄준은 그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영상 너머로 작은 얼굴이 갑자기 다가왔다.“아빠! 아직 안 잤어요?선유가 눈을 부릅뜨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얼굴은 당장이라도 카메라가 붙을 것 같았다.웬일인지 두근거리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가슴에는 가볍지만 무시할 수 없는 상실감이 점차 퍼져나갔다.이런 느낌은 너무 모순적이었다.한숨을 푹 내쉰 후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그렇게 가까이서 휴대전화 보지 마, 눈 나빠져. 뒤로 좀 가.”“네.”녀석은 머리를 뒤로 움직였다.영상 속 사람 얼굴이 정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배현수가 물었다.“왜 엄마 핸드폰을 들고 있어?”“엄마는 옆방에서 자요. 그래서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배현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게임 좀 그만하고 영어 단어나 외워.”“네. 내일 외울게요.”녀석의 시큰둥한 모습에 배현수는 한숨을 내쉬더니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왜 갑자기 페이스 톡이야? 아빠에게 무슨 할 말이 있어?”선유는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솔직히 말했다.“잘못 눌렀어요.”사실 게임에서 계속 실패하다 보니 여러 번 하기 위해서는 해당 게임을 공유해야 다시 할 수 있었다.그래서 공유하다가 실수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배현수는 넋을 잃고 웃었다.“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자.”“페이스 톡하는 김에 얘기 좀 더 해요. 아빠, 나에게 할 말 없어요?”“공부 열심히 해.”또 이 말이다.선유는 작은 손으로 이마를 짚더니 머리를 긁적이면서 얼굴을 찡그렸다.“아빠! 아빠 정말 계속 이럴 거예요?”배현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빨리 자, 어린이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키가 커.”하지만 그 말을 들을 선유가 아니었다.“아빠와 엄마가 그렇게 큰데 내가 난쟁이일 리가 없잖아요! 매일 어린이를 속이기만 하고! 나도 바보는 아니라고요!”“휴대전화를 많이 보면 눈이 나빠지는 것은 사실이잖아? 으이고, 꾀돌이 같은 녀석.”“네, 꾀돌이는 이만 잘게요!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그래, 잘 자.”녀석은 영상
유산한 일은 줄곧 선유에게 알리지 않았다.스위스에서 엄마와 떨어져 있었던 이유는 그저 조유진이 불편해 입원한 줄로만 알고 있었다.녀석이 다가와서는 엉겁결에 조유진의 배를 만져보며 말했다.“엄마, 아기가 배 속에 있으면 자주 아파?”조유진은 녀석의 작은 손을 잡고 말했다.“좀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걱정하지 마.”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질 것이다. 한 달, 두 달, 반년... 1년, 2년, 나중에 다시 뒤돌아봤을 때, 지금의 비바람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사람의 인생이 어찌 평탄하기만 하겠는가? 분명 심한 기복도 있는 법이다. 기쁨은 고통으로 갚아야 한다. 별거 아니다....일주일 뒤.엄준은 무사히 퇴원했고 모두들 엄씨 사택에 모였다.엄명월도 왔다.엄준은 조유진의 손을 맞잡고 말했다.“오늘 다 있으니 한 가지 할 말이 있어. 엄환희는 나의 유일한 친딸로 오늘부터 정식으로 성행 그룹에 들어가 나를 대신하여 성행 그룹을 이끌 것이다.”이 말이 나오자마자 엄명월의 안색이 확 변했다.“아버지, 성행 그룹에 들어가는 것은 별 이견이 없어요. 하지만 지금 상태로 성행 그룹을 어떻게 이끌 수 있어요? 아버지도 이제 깨어나셨고 건강도 많이 좋아지셨어요. 그리고 그룹은 한차례의 큰 타격을 입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요. 업무가 혼란스러워 죽을 지경인데 조유진이 그룹에 들어가면 혼란만 가중될 뿐이에요!”이 말은 오롯이 그녀의 사심만 채우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엄명월은 조유진이 성행 그룹을 인수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조유진도 현재로서는 자신이 성행 그룹을 떠맡을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성행 그룹의 사업구조에 대해서도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아빠, 저도 성행 그룹에 들어가서 일하는 것은 문제없어요. 하지만 성행 그룹은 여전히 아빠가 이끄셔야 해요. 제가 아빠 옆에서 많이 도울게요. 많이 가르쳐 주세요. 언젠가 성행 그룹의 업무를 잘 알게 되고 성행 그룹을 도맡아 할 능력이 있으면 그때 다시 이야기해도 늦지 않
엄준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뭐가 아닌데? 환희가 비록 내 친딸이기는 하지만 회사에서는 명월이 확실히 선배야. 명월이 환희에게 회사 업무를 숙지시키는데 무슨 문제가 있어?”엄명월은 본질적인 성격이 나쁘지는 않지만 일을 하는 데 급급하고 늘 지름길만 택했다.엄창민은 이런 엄명월을 잘 알고 있었다. 조유진이 엄명월 곁에 있으면 분명 괴롭힘을 당할 것이다.엄창민이 돌려 말했다.“회사 업무는 저도 잘 아니까 환희는 제가 가르칠까요?”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엄명월은 팔짱을 낀 채 피식 웃었다.“벌써 마음이 아픈 거야? 아버지, 오빠가 이러니 엄환희에게 무엇을 가르치겠어요? 물론 굳이 본인이 가르치고 싶어 하면 저도 얼마든지 양보할 수 있어요.”어쨌든 엄명월의 눈에 조유진은 온실 속의 화초나 다름없었다. 밖에서 갖은 고생을 겪은 엄명월에게는 이런 조유진이 아니꼬울 뿐이었다. 배현수에게 시집가 사모님 생활을 하는 것이 조유진에게 제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엄준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조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환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해?”“창민 오빠와는 너무 친해서 내가 정말로 뭘 잘못해도 오빠가 저를 욕하지 못할 거예요. 명월 씨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니까 제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요.”이렇게 대범한 말에 엄명월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체면 때문에 티를 낼 수 없었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미리 말하는데 나는 둔한 사람을 싫어해요. 성격도 아주 나쁘고요. 욕도 자주 하고...”조유진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알고 있어요. 저도 공과 사는 구분해요.”“그래요. 그때 가서 울면서 아버지께 일러바치지 마세요.”엄명월은 여전히 도도한 태도였지만 일단은 조유진을 데리고 성행 그룹에 들어가 회사 일을 가르쳐주는 것을 받아들였다.하지만 그녀가 조유진을 옆에 둔 것은 엄준의 체면 때문도 아니고 선한 마음 때문도 아니다.조유진이 비즈니스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저녁을 먹은
“일단 몸부터 잘 추슬러. 명월이 옆에 있으면 업무 강도가 너무 높아. 체력이 없으면 따라가다가 지쳐 쓰러질 거야.”조유진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엄준은 진지한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명월이와 창민이는 모두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어. 명월은 예리하고 창민은 도끼 같은 사람이야. 환희야, 그들을 잘 이해해. 성격을 잘 파악하고 그들을 어떻게 이용할지 배워. 특히 명월이에게서 리더가 되는 법을 배우면 앞으로 네가 성행 그룹을 맡게 되면 많이 쉬울 거야.”조유진은 잠시 멍해졌다.이 말은 어디서 들은 것 같다.배현수도 스위스에 있을 때 그녀에게 비슷한 말을 했다.임원이 되려면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고 세력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업무 능력보다 더 중요하다고...엄준은 조유진이 넋을 놓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무슨 생각하는 거야?”조유진은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아빠, 엄명월이라는 사람에 대해 얘기해 주세요. 저와 별로 접촉이 없어서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요. 욕먹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옆에서 일할 때 계속 욕먹으면서 하고 싶지 않아요.”“그래.”...조유진은 몸조리하는 동안 성행 그룹의 기본과 발전사, 사업구조에 대해 파악했다.선유는 성남에 있으면서 공부도 빼놓지 않았다.엄준 엄창민에게 과외 선생님을 찾으라고 시켰다. 그러다 보니 녀석이 받아야 할 수업도 한두 개가 아니었다.조유진은 선유와 함께 공부했다.일이 있어서 그런지 시간이 아주 빨리 지나갔다.또 일주일이 지났다.어느 날 트위터에 이슈가 터졌다.성행 그룹의 공식 계정에서 게재한 기사였다.[SY그룹 배현수와 엄씨 집안 외동딸 엄환희의 약혼은 가짜! 부디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스캔들을 반박하는 소식이 발표되자 트위터는 순식간에 폭발했다.네티즌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뭐라고? 전에 약혼 소식을 그렇게 떠들썩하게 내놓고 계속 그 얘기 하고 있었는데! 다른 기자들도 기사 다 썼다고 그러던데 인제 와서 가짜라고?”“우리에게 장난하는 거야, 뭐야! 두 그룹에
송하진은 휴대전화를 들고 이미 뜨거운 감자가 된 트위터 내용을 보여주며 말했다.“나쁜 소식은 바로...”“성행 그룹 공식 계정에서 뉴스가 가짜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어요. 배현수 씨와 엄씨 집안의 외동딸 약혼 소식이 가짜라고요!”배현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하지만 확실히 나쁜 소식이다.엄환희가 바로 조유진이다.조유진이 가장 결혼하고 싶어 할 때, 그는 여러 번 그녀를 속였고 떳떳한 신분을 주지 않았다.스위스 대성당에서의 프러포즈도 조유진이 먼저 했다.이제 친딸을 찾은 엄준은 당연히 조유진을 위해 나설 수밖에 없다.이번에도 조유진과 결혼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그럼 좋은 소식은요?”송하진은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장난기 섞인 어조로 말했다.“좋은 소식은 조유진이 바로 엄환희라는 거예요. 엄환희가 약혼을 취소했다는 것은 조유진이 배현수 씨와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죠!”배현수의 얼굴이 싸늘해졌다.“웃겨요?”“아니요. 웃기지 않다.사실... 정말 슬픈 일이다.송하진은 웃음을 참았다. 조유진의 일로 그와 장난을 친다는 것이 그의 심기를 건드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배현수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시X, 적당히 좀 해!”송하진은 그제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좋은 소식은 배현수 씨의 몸에 남은 독이 거의 다 제거되어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거예요. 눈은 내일쯤 거즈를 벗길 수 있어요. 하지만... 시력이 한동안 흐려서 정상 시력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물건만 보이면 돼요.”무언가를 깨달은 송하진은 갑자기 경악했다.“이 상태로 아내 찾으러 성남으로 가려고요?”배현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뭐가 문제죠?”“오, 나의 형제님. 지금은 너무 조급해요! 지금 시력은 약시예요! 그런데 배현수 씨는 방금 드래곤 파의 중요한 거점을 파괴했어요. 만약 그들이 계속해서 킬러를 시켜 복수할 기회를 노린다면 어떻게 스스로를 보호할 건데요? 내가 봤을 때, 시력을 회복할 때
“네, 감사합니다.”구 한의사가 돌아간 후, 엄준은 조유진을 보며 말했다. “내일 급하게 그룹에 출근할 필요 없어. 몸조리 좀 더 해. 건강이야말로 근본적인 본전이니까.”하지만 조유진은 거부했다.“엄명월 씨와 이미 약속했어요. 안 가겠다고 하면 저에 대한 인상이 안 좋아질 거예요. 회사에 놀러 온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조유진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엄준도 더 이상 말을 아꼈다.“어떤 일이 있어도 혼자 짊어지려 하지 마. 나는 너의 아버지야. 내가 살아 있는 한평생 너의 편이 되어줄게.”마음이 든든해진 조유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인생의 제일 밑바닥에 있을 때마다 항상 함께 해주셔서 힘이 되는 것 같아요.”바다에 뛰어들었을 때나 지금 유산을 겪은 후나 곁에 늘 엄준이 있었다.엄준은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아빠가 오늘 회사 홍보팀에 배현수와의 약혼 소식은 사실이 아니라고 기사를 내라고 했어. 내 탓 하지 않지?”조유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그 약혼 기사는 처음부터 저와 낸 게 아니잖아요. 정정하는 게 당연한 도리고요. 그건 그렇고 아빠, 당분간 저의 신분을 외부에 비밀로 하면 안 될까요?”엄준은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이 일에 대해 다른 생각이 있는 거야?”사실 엄창민에게 언론과 연락을 취하라고 진작 얘기했다. 다음 주에 기자회견을 열어 그녀의 신원을 밝힐 예정이었다.조유진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말했다.“아시다시피 예전에 위증한 적도 있고 나중에 법원에 가서 진술을 번복했지만 인터넷에서 평판이 매우 좋지 않아요. 만약 아빠의 친딸이라고 공개하면 성행 그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성행 그룹이 저 때문에...”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준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환희야, 어떤 일이 있었든 네가 내 친딸이라는 사실은 바꿀 수 없어. 위증했다고 해서 아빠가 너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고. 네가 인터넷에서 평판이 나쁘다고 해서 너와 관계를 끊을 수도 없어. 그동안 배현수가 SY 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