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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조유진은 뒤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잘 지내요.”

배현수는 긴 복도에 서서 한발 한발 멀어져가는 가녀리고 차가운 그녀의 모습을 지켜봤다.

줄곧 자기가 한 일이 옳다고 생각했다.

스위스에 가라고 강요한 것도 그녀에게 모든 것을 숨긴 것도...

하지만 조유진의 말을 통해 알았다. 그녀를 위한다는 명분이 사실은 그녀를 많이 무너뜨리게 했음을...

전화가 또 울렸다.

외투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무표정한 얼굴로 받았다.

송하진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유진 쪽은 다 해결했나요? 끝나면 빨리 기지로 돌아와요! 죽고 싶어요?”

“그만 짖어요. 금방 갈 테니.”

“빨리요! 당장!”

...

조유진은 마음을 추스르고 병실로 들어갔다.

지금 이 순간 엄 어르신을 다시 만난 것은 평소의 감정과 매우 달랐다.

병실 입구에 서서 침대 끝에 기대앉은 엄준을 바라봤다. 그는 한창 선유와 게임을 하며 장난치고 있었다. 순간 자리에 얼어붙었다.

일찍 여러 번 욕심 날 정도로 바란 적이 있다. 엄준이 친아버지였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실제로 이루어지다니...

엄준과 처음 만났던 때를 기억했다. SY 산하의 환우 부동산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그녀의 첫 번째 큰 고객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유난히 친근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엄준이 그녀를 구해줬다. 그녀에게는 더없는 큰 은혜였다.

조유진은 마음속에서 이미 그를 친아버지 같은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다.

엄준과 선유가 그녀를 바라봤다.

“엄마, 아빠는?”

조유진이 대답했다.

“아빠는 일해야 해서 대제주시로 돌아갔어. 당분간은 우리 성남에 머물며 할아버지와 곁에 있자.”

‘할아버지’라는 호칭에 엄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녀의 손에 봉투가 들려 있는 것을 본 엄준은 입술을 벌렸지만 감격하여 말을 하지 못했다.

눈에는 기쁨과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환희야, 너... 설마 배현수가 다 알려줬어?”

서프라이즈는 너무 빨리 찾아왔다.

조유진은 이 모든 것이 꿈처럼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앞으로 걸어가서 엄준의 병상 옆에 섰다. 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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