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아...”조유진은 손에 쥐어진 친자확인서를 움켜쥐었다. 얇은 종이였지만 너무 묵직하게 느껴졌다.눈은 시뻘겠지만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선물 고마워요. 해독제도 감사하고요. 사실 깜짝 놀라게 해줄 일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요.”그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아이가 없어졌는데 이제 알려줘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괴로워할 사람이 한 명 더 느는 것뿐이다. 배현수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송하진이었다.대충 짐작한 듯 전화를 끊고 외투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드래곤 파가 SY 빌딩의 일부 인프라 시설을 폭파하려고 해. 당장 대제주시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룹 일이 중요하죠. 그리고 최근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어요... 우리 두 사람의 관계도 확실히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예전에는 내가 억지를 부렸어요. 공해에서 돌아온 후 줄곧 현수 씨에게만 매달렸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유진아, 나에게 매달리는 것을 한 번도 귀찮다고 생각한 적 없어.”조유진은 입술을 달싹였다.“하지만 지금은 한 사람에게만 나를 맡기는 게 너무 무서워요. 현수 씨를 믿지 않지만 또 너무 많이 믿어서... 너무 믿어서 항상 현수 씨의 말을 듣고 선유를 데리고 스위스로 갔어요. 그런데 현수 씨는... 그 믿음을 이용해서 나를 완전히 속였어요. 나를 위해서 한 번 또 한 번 나를 밀어냈죠...”배현수 앞에 서 있는 조유진은 그렇게 차가울 수 없었다. 몸과 마음이 산산조각이 난 것처럼 보였다.배현수는 심장이 아팠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말했다.“내가 잘못했어...”“그래도 고마워요. 해독제와 친자확인서를 줘서... 해독제를 얻기 위해 SY 빌딩의 인프라가 폭파되었어요. 이제 엄 어르신이 깨어나셨으니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상응하는 금액을 지불할 거예요.”“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의사 팀이 그들 옆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조유진은 차분한 얼굴로 말했다.“대제주시로 돌아가 볼일
조유진은 뒤돌아보지 않고 말했다.“잘 지내요.”배현수는 긴 복도에 서서 한발 한발 멀어져가는 가녀리고 차가운 그녀의 모습을 지켜봤다.줄곧 자기가 한 일이 옳다고 생각했다.스위스에 가라고 강요한 것도 그녀에게 모든 것을 숨긴 것도...하지만 조유진의 말을 통해 알았다. 그녀를 위한다는 명분이 사실은 그녀를 많이 무너뜨리게 했음을...전화가 또 울렸다.외투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무표정한 얼굴로 받았다.송하진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조유진 쪽은 다 해결했나요? 끝나면 빨리 기지로 돌아와요! 죽고 싶어요?”“그만 짖어요. 금방 갈 테니.”“빨리요! 당장!”...조유진은 마음을 추스르고 병실로 들어갔다.지금 이 순간 엄 어르신을 다시 만난 것은 평소의 감정과 매우 달랐다.병실 입구에 서서 침대 끝에 기대앉은 엄준을 바라봤다. 그는 한창 선유와 게임을 하며 장난치고 있었다. 순간 자리에 얼어붙었다.일찍 여러 번 욕심 날 정도로 바란 적이 있다. 엄준이 친아버지였으면 좋겠다고...그런데 실제로 이루어지다니...엄준과 처음 만났던 때를 기억했다. SY 산하의 환우 부동산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그녀의 첫 번째 큰 고객이었다.처음 만났을 때부터 유난히 친근하게 느껴졌다.나중에 엄준이 그녀를 구해줬다. 그녀에게는 더없는 큰 은혜였다.조유진은 마음속에서 이미 그를 친아버지 같은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다.엄준과 선유가 그녀를 바라봤다. “엄마, 아빠는?”조유진이 대답했다.“아빠는 일해야 해서 대제주시로 돌아갔어. 당분간은 우리 성남에 머물며 할아버지와 곁에 있자.”‘할아버지’라는 호칭에 엄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그녀의 손에 봉투가 들려 있는 것을 본 엄준은 입술을 벌렸지만 감격하여 말을 하지 못했다.눈에는 기쁨과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환희야, 너... 설마 배현수가 다 알려줬어?”서프라이즈는 너무 빨리 찾아왔다.조유진은 이 모든 것이 꿈처럼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앞으로 걸어가서 엄준의 병상 옆에 섰다. 침을
719 의료 기지 내.배현수의 상체에는 각종 신체 기능을 점검하는 정밀 기기의 침이 빼곡히 붙어 있다.송하진은 컴퓨터 앞에 앉아 데이터를 보며 열심히 분석했다.한참 후, 송하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해독제를 그래도 제때 구해서 전체 약재 성분과 비율을 찾는데 시간을 벌었어요. 이틀만 더 버텨봐요. 조금만 더 기다려요!”검사를 마친 배현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팔을 쭉 뻗어 셔츠를 걸쳐 입었다.단추를 다 채운 후, 병상 옆에 앉아 있다가 문득 무엇이 생각났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백소미에게 준 그 해독제는 성분을 검사해 보았어요?”스페인에서 총 두 개의 해독제를 가지고 왔다.그중 한 알은 약속대로 백소미에게 주었다.다른 한 알은 엄 어르신께 드렸다.송하진은 어리둥절해 했다.“엄준에게 준 그 해독제만 분석해 봤어요. 그때 시간이 그렇게 촉박한데 해독제 두 개나 분석할 시간이 어디 있어요? 엄준에게 준 해독제는 성분에 문제가 없었어요. 왜요, 다른 한 알이 가짜일까 봐 그래요?”배현수는 안색이 어두워졌다.“가짜라면 상관없는데 혹시라도 독약일까 봐 그래요.”“이씨! 만약 정말 그렇다면 드래곤 파 그 무리들은 정말 악랄하네요. 그중 한 알이 정말 독약이었다면 배현수 씨거나 엄준, 두 사람 중 한 명이 먹었겠네요...”송하진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백소미는 해독제를 받은 뒤 성남 엄씨 사택에서 자취를 감췄다.시간을 계산해 봤을 때 그녀가 손에 넣은 약이 독약이라면... 지금 약을 먹은 사람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스페인에서 헬리콥터 한 대가 천 평이 넘는 부지의 기지 위를 맴돌고 있다.기내에 있던 사람들은 전쟁이 끝난 참혹한 현장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조수 전갈이 분개하며 말했다.“보스, 그 사람들은 우리의 인프라 시설들을 많이 파괴했어요. 이곳에는 값비싼 장비와 희귀 장비들이 아주 많아요. 배현수의 인프라 시설보다 훨씬 더!”재력과 물질적 손실을 놓고 보면 드래곤 파가 더 큰 손해를 입었다.재웅은 코웃
혁진은 마지막 숨을 겨우 고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소미야, 그 사람들에게 속았어. 이것은 해독제가 아니라 독약이야.”“뭐라고?백소미는 자리에 얼어붙었다. 얼굴빛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혁진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더 이상 나 상관하지 마. 너도 이미 드래곤 파에서 빠져나왔잖아. 항상 평범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 했잖아. 내가 죽으면 복수하지 마, 너 혼자서는 그들을 상대할 수 없어... 바보같이 죽으러 가지 마. 한국의 아무 작은 도시나 찾아서 숨고 살아. 약속해줘, 이름과 신분을 다 바꾸겠다고... 다시는 이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겠다고...”그를 꼭 껴안은 백소미의 두 눈은 이미 새빨개졌다. “혁진아, 조금만 더 버텨. 이 약은 배현수가 내게 준 거야. 해독제를 얼마나 가지고 왔는지 모르니까 가서 한 번 물어볼게. 기다려! 만약 안 주면 조유진을 죽여버릴 거야! 기다려, 혁진아...”자리에서 막 일어나 전화를 걸려고 할 때 혁진이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소미야, 헛수고하지 마... 이것은 드래곤 파에서 비밀리에 만든 독약이야. 만약 내가 전에 중독되지 않았다면 버틸 수 있었을지 몰라도 독약을 연속 두 번 복용했으니 지금 해독제를 가지고 와도 소용없어...”백소미는 억척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혁진을 꽉 껴안고 말했다.“약속했잖아... 해독제를 먹고 건강해지면 드래곤 파가 모르는 곳으로 가서 은둔하고 결혼하고 아이도 낳으며 백년해로하자고... 혁진아, 가지 마.”혁진은 그녀의 품에 기대어 담담한 웃음을 보였다.“소미야, 미안해, 약속 못 지킬 것 같아.”백소미는 울먹이며 눈을 꼭 감았다. 그녀의 눈물이 혁진의 얼굴에 떨어졌다.그녀는 하염없이 흐느껴 울었다.혁진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또박또박 말했다. “소미야, 복수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줘.”혼자 드래곤 파와 대결을 벌이게 되면 끝은 의심할 여지 없이 죽음이다.백소미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찌나 세게 깨물었
엄창민의 입에서 무의식중에 툭 튀어나왔다. 하지만 이미 입 밖에 낸 말은 거두어들일 수 없다.엄준은 굳은 얼굴로 조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환희야, 대체 무슨 일이야? 배현수가 너를 괴롭힌 거야? 만약 그런 거라면 아빠가 퇴원하고 나서...”조유진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그런 거 아니에요. 그 사람과 상관없어요.”“그런데 멀쩡한 사람이 어떻게 유산할 수 있어? 배현수, 그놈도 그래. 아무런 명분도 없이 임신까지 시키고, 이 개자식!”엄준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조유진은 엄준의 유일한 친딸이다. 사랑하기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같은 개자식하고 혼전 임신을 두 번이나 했다. 그리고 유산까지 두 번째이다.부모로서 어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조유진은 손을 꼭 움켜쥐며 말했다.“아빠, 이번엔 저도 예상하지 못했던 거예요. 현수 씨도 아빠에게 해독제를 갖다 드리기 위해서 지금 이 상황을 만든 거고요.”“그게 두 번이나 혼전임신을 시킨 이유가 될 수 없어!”조유진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엄준은 조유진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더 이상 혼내지 못했다.“창민아, 네가 운전해서 환희를 데려다줘. 일단 푹 쉬고 나서 구 한의사를 집으로 오라고 해서 환희의 맥을 짚어달라고 해. 한약을 먹을 필요가 있는지도 물어봐.”조유진은 이런 그의 사람과 관심에 어리둥절했다. 조범은 그녀에게 이렇게 잘해준 적이 없다...엄준의 배려심 있고 마음 아픈 자애로운 눈빛과 마주친 조유진은 상냥하게 한마디 했다.“아빠, 나는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바보야, 이렇게 큰일을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네가 유산한 것을 알았다면 여기에 남아 밤낮없이 나를 지키게 못 했을 거야. 빨리 돌아가서 푹 쉬어.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 다 낫고 병원에 와도 늦지 않아.”조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그럼 아빠도 푹 쉬세요. 내일 다시 올게요.”엄준은 손사래를 쳤다.“내일도 오지 마! 창민아, 집에
도 집사가 입을 열었다.“성남에 젊은 인재들이 많으니까 정말 꼼꼼하게 찾는다면 아가씨에게 배현수보다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은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가씨의 마음에 들지 안 들지는 봐야 알겠죠. 오랫동안 배현수와 얽혀있었고 두 사람 사이에 선유까지 있으니 바로 포기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울 겁니다.”엄준 눈살을 찌푸렸다.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됐어! 그만해! 배현수가 뭐가 좋다고 왜 갑자기 편드는 거야! 도 집사, 배현수는 아직 엄씨 집안 사위가 아니야.”엄씨 집안의 사위가 되려면 적어도 그럴 기회를 줄 의향이 있는지 엄준에게 물어봐야 했다.도 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어르신께서 정말 허락하지 않으시면 아가씨도 분명 잘해보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엄준은 병실 입구를 바라봤다. 그동안 딸이 밖에서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심장이 쥐어뜯기 듯 아팠다.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생각이 많은 아이야. 배현수와 이런저런 일들로 이렇게 많이 얽혔어. 그 망나니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아버지로서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 생각해봐야 해. 우리 딸이 고생하는 것을 지켜만 볼 수는 없어.” 도 집사도 솔직히 말했다.“사실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를 겉으로만 판단한다면 배현수는 분명 아가씨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배현수가 사업에서 어떤 수법을 쓰는지 어르신도 보셨잖아요. 수단이 많은 사람이라 아가씨가 아무리 똑똑해도 그 앞에서 반드시 손해를 볼 거예요.”엄준도 그 말뜻을 잘 알고 있었다.“배현수의 능력과 수단은 인정해. 하지만 사위로서는... 속셈이 너무 많아.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야. 창민이 그 아이는 고지식하고 또 커오는 것을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환희가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어준다면 좋겠는데...”여기까지 말한 엄준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그러자 도 집사가 말을 이었다.“창민 도련님이 용기가 없어요. 아직까지도 아가씨의 마음을 열지 못했으니...”엄준은 그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영상 너머로 작은 얼굴이 갑자기 다가왔다.“아빠! 아직 안 잤어요?선유가 눈을 부릅뜨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얼굴은 당장이라도 카메라가 붙을 것 같았다.웬일인지 두근거리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가슴에는 가볍지만 무시할 수 없는 상실감이 점차 퍼져나갔다.이런 느낌은 너무 모순적이었다.한숨을 푹 내쉰 후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그렇게 가까이서 휴대전화 보지 마, 눈 나빠져. 뒤로 좀 가.”“네.”녀석은 머리를 뒤로 움직였다.영상 속 사람 얼굴이 정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배현수가 물었다.“왜 엄마 핸드폰을 들고 있어?”“엄마는 옆방에서 자요. 그래서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배현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게임 좀 그만하고 영어 단어나 외워.”“네. 내일 외울게요.”녀석의 시큰둥한 모습에 배현수는 한숨을 내쉬더니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왜 갑자기 페이스 톡이야? 아빠에게 무슨 할 말이 있어?”선유는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솔직히 말했다.“잘못 눌렀어요.”사실 게임에서 계속 실패하다 보니 여러 번 하기 위해서는 해당 게임을 공유해야 다시 할 수 있었다.그래서 공유하다가 실수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배현수는 넋을 잃고 웃었다.“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자.”“페이스 톡하는 김에 얘기 좀 더 해요. 아빠, 나에게 할 말 없어요?”“공부 열심히 해.”또 이 말이다.선유는 작은 손으로 이마를 짚더니 머리를 긁적이면서 얼굴을 찡그렸다.“아빠! 아빠 정말 계속 이럴 거예요?”배현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빨리 자, 어린이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키가 커.”하지만 그 말을 들을 선유가 아니었다.“아빠와 엄마가 그렇게 큰데 내가 난쟁이일 리가 없잖아요! 매일 어린이를 속이기만 하고! 나도 바보는 아니라고요!”“휴대전화를 많이 보면 눈이 나빠지는 것은 사실이잖아? 으이고, 꾀돌이 같은 녀석.”“네, 꾀돌이는 이만 잘게요!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그래, 잘 자.”녀석은 영상
유산한 일은 줄곧 선유에게 알리지 않았다.스위스에서 엄마와 떨어져 있었던 이유는 그저 조유진이 불편해 입원한 줄로만 알고 있었다.녀석이 다가와서는 엉겁결에 조유진의 배를 만져보며 말했다.“엄마, 아기가 배 속에 있으면 자주 아파?”조유진은 녀석의 작은 손을 잡고 말했다.“좀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걱정하지 마.”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질 것이다. 한 달, 두 달, 반년... 1년, 2년, 나중에 다시 뒤돌아봤을 때, 지금의 비바람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사람의 인생이 어찌 평탄하기만 하겠는가? 분명 심한 기복도 있는 법이다. 기쁨은 고통으로 갚아야 한다. 별거 아니다....일주일 뒤.엄준은 무사히 퇴원했고 모두들 엄씨 사택에 모였다.엄명월도 왔다.엄준은 조유진의 손을 맞잡고 말했다.“오늘 다 있으니 한 가지 할 말이 있어. 엄환희는 나의 유일한 친딸로 오늘부터 정식으로 성행 그룹에 들어가 나를 대신하여 성행 그룹을 이끌 것이다.”이 말이 나오자마자 엄명월의 안색이 확 변했다.“아버지, 성행 그룹에 들어가는 것은 별 이견이 없어요. 하지만 지금 상태로 성행 그룹을 어떻게 이끌 수 있어요? 아버지도 이제 깨어나셨고 건강도 많이 좋아지셨어요. 그리고 그룹은 한차례의 큰 타격을 입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요. 업무가 혼란스러워 죽을 지경인데 조유진이 그룹에 들어가면 혼란만 가중될 뿐이에요!”이 말은 오롯이 그녀의 사심만 채우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엄명월은 조유진이 성행 그룹을 인수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조유진도 현재로서는 자신이 성행 그룹을 떠맡을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성행 그룹의 사업구조에 대해서도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아빠, 저도 성행 그룹에 들어가서 일하는 것은 문제없어요. 하지만 성행 그룹은 여전히 아빠가 이끄셔야 해요. 제가 아빠 옆에서 많이 도울게요. 많이 가르쳐 주세요. 언젠가 성행 그룹의 업무를 잘 알게 되고 성행 그룹을 도맡아 할 능력이 있으면 그때 다시 이야기해도 늦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