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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조유진의 다소 엉뚱한 질문에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잠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체면을 중요시하게 여기는 조유진은 2초간 기다려도 대답이 없자 헛기침을 하고 바로 말했다.

“선유가 계속 전화하라고 재촉해서요. 보고 싶대요. 선유와 얘기 좀 할래요?”

배현수는 그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밝히지 않았다.

“응. 그래.”

조유진은 선유를 불러내 녀석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전화에서 녀석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아빠?”

배현수는 신신당부했다.

“엄마가 요즘 많이 피곤하다고 하니까 밤에 푹 주무시라고 하고 게임을 하자고 조르지 마. 알겠지?”

“네. 아빠, 며칠 있으면 스위스 가는데 우리 배웅하러 올 거예요?”

배현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직 잘 모르겠어.”

선유는 작은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아빠가 배웅하러 오지 않으면 엄마가 슬퍼할 거예요. 아빠가 가자마자 엄마가 하루종일 멍만 때리고 있어요. 무슨 일이 있는 사람처럼요!”

“응, 그래. 엄마에게 전화 좀 바꿔줘.”

“네.”

선유는 핸드폰을 다시 조유진에게 건넸다.

조유진은 전화를 받자마자 설명했다.

“선유가 헛소리하는 거예요.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난 잘 지내고 있어요. 정말 시간 내기 어려우면 배웅은 안 해줘도 돼요. 어차피 안 돌아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저 스위스에 가서 좀 살다 올 뿐인데요.”

배현수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도 않고 강요하고 싶지도 않았다.

서로의 감정 중 한쪽이 상대방을 압박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면 조유진은 이 감정을 유지하는 게 따분해지고 감정 자체의 의미도 없어질 거라 생각했다. 어차피 안 돌아올 것도 아니고 단지 스위스에 가서 잠시 머무는 것뿐이다.

전화를 끊기 전 배현수가 조유진을 불렀다.

“유진아.”

“네?”

배현수는 몇 초 동안 침묵한 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보고 싶어. 네가 나를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보고 싶어.”

전화기 너머의 조유진은 전화기를 손에 꼭 쥔 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입꼬리는 저도 모르게 귀에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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