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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조유진은 떨어지면서 옥상 난간을 덥석 잡았다. 손바닥은 불에 덴 듯 아팠다.

이때 배현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당황한 조유진은 그의 손을 바로 잡지 못했다.

배현수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윽박질렀다.

“빨리 안 잡고 뭐 해!”

조유진은 힘겹게 다른 한 손을 높이 들었다.

배현수는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옥상에 있던 다른 동료들도 급히 달려와 조유진을 끌어올렸다.

한바탕 소동으로 조유진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신선한 공기를 힘껏 들이마셨다.

아까는 긴장되어서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진 과장님은... 그대로 떨어졌나?’

조유진은 동공이 확장되더니 무의식적으로 건물 아래를 내려다보게 되었다.

이때 배현수가 담담하게 말했다.

“경찰이 15층 옥상에 에어백을 설치했어. 병신이 되었어도 죽지는 않았을 거야.”

“…”

조유진은 인명피해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옥상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각자 흩어졌다.

커다란 옥상에는 배현수와 넋이 나간 조유진만이 남겨졌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조유진은 일어나고 싶어도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힘을 쓸 수가 없었다.

배현수는 커다란 손으로 그녀를 부축했다.

그녀가 중심을 잡고 나서 다시 그녀에게서 손을 뗐다.

배현수는 일관되게 차가운 모습이었다.

조금 전 조유진을 살리기 위해 다급한 표정을 짓던 배현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조유진은 가쁜 숨을 안정시켰다.

“대표님,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마워할 필요 없어. 살려준 건 사심이 있어서였어.”

“사심이요?”

배현수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더니 도도하게 말했다.

“죽음은 가장 간단하게 이번 생을 끝낼 수 있는 해탈에 가까운 짓이지. 그래서 쉽게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 네가 죽으면 누가 대신 속죄하겠어?”

배현수는 말을 끝내자마자 옥상을 떠났다.

조유진은 제자리에서 그가 시선에서 천천히 사라지기까지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발신자는 남초윤이었다.

전화 연결이 되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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