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조금만 살짝 조사해봤을 뿐이야. 그나저나 조유진, 너 진짜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그런데 너 정말 너무 겁 없는 거 아니야? 배 대표님 몰래 이런 큰일을 벌이다니. 대표님께서 아시면 널 정말 죽여버릴지도 몰라. 너 이 비밀은 정말 무덤까지 끌고 가는 게 좋을 거야.”송인아의 말에 남초윤은 버럭 화를 냈다. “송인아, 내 손에 네 약점이 얼마나 많은지는 알아? 만약 네가 감히 조유진과 선유를 건드린다면 나도 절대 가만히 안 있을 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를 끌어내려 패가망신 시켜버릴 줄 알아.”“그럼 어디 두고 보자고.”송인아는 코웃음을 치며 그들을 매섭게 노려보고는 몸을 돌려 매장을 나섰다.사실 조유진은 송인아가 이 일을 폭로해버릴 것에 대한 걱정은 들지 않았다. 송인아가 자신한테도 불똥이 튈만한 일을 저지를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송인아가 배현수의 아내가 되고 싶다면 절대 배현수가 다른 여인과 아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그저 송인아가 이제 선유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선유에게 불리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될 뿐이었다.남초윤은 조유진의 걱정을 눈치를 채기라도 하였는지 조유진을 다독여주었다. “유진아, 걱정하지 마. 송인아에게 그럴 담은 없어. 만약 송인아가 정말 너와 선유에게 무슨 짓을 한다면 내가 걔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조유진이 조금 전의 상황에서 헤어나오기도 전에 서정호의 전화가 걸려왔다.“아가씨, 배 대표님께서 오늘 저녁 산성 별장에 들르시라 하셨습니다.”조유진은 뜻밖의 통보에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네. 알겠습니다.”전화가 끊기고 싱숭생숭한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사실 조유진은 배현수와 만나지 않은 지 가히 일주일은 되었다. 그런데 왜 인제 와서 갑자기 그녀를 산성 별장으로 부르는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조유진은 먼저 선유를 데리러 학교에 갔다.그러고는 선유에 저녁을 차려준 뒤 떠날 생각이었다.떠나기 전, 조유진은 선
검은색의 마이바흐 한 대가 천천히 정원으로 들어섰다.조유진은 다급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공손히 배현수를 맞이했다.이윽고 뒷좌석의 문이 열리고 한 남성이 차에서 내리더니 긴 다리로 성큼성큼 조유진을 향해 걸어왔다.배현수는 질감이 좋아 보이는 검정 셔츠와 정장 팬츠를 차려입고 왼팔에는 벗어둔 양복 슈트가 걸쳐져 있었다. 그리고 넥타이는 느슨히 잡아당겨 흐트러져 있었고 셔츠 단추도 세 개정도 풀어헤쳐 섹시한 쇄골을 훤히 드러냈다.평소에 금욕적이고 싸늘하며 엄숙해 보이던 배현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은 그에게서 조금 더 나른한 야성 감이 느껴졌다.배현수는 이내 조유진의 곁에 다가왔다. 조유진은 그러한 그의 몸에서 풍겨오는 술 냄새를 맡았고 냄새가 깊지도, 하지만 결코 은은하지도 않은 것을 보아 꽤 마신 듯 싶었다.“얼마나 기다렸어?”7시부터 기다렸고 현재는 새벽 1시이니 거의 7시간이 되어갔다.하지만 조유진은 그 어떤 불평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고 그저 담담히 웃으며 말할 뿐이었다. “별로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어요.”배현수는 눈을 가늘게 치켜뜨고 묵묵히 조유진을 바라볼 뿐이었다. 너무나도 깊은 눈빛에 조유진은 몸 둘 바를 몰랐고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되짚어 보게 되었다.‘나 뭐 또 잘못했나?’배현수는 그러한 그녀를 그대로 지나쳐 현관문으로 걸어가 지문으로 잠금을 풀며 입을 열었다. “비밀번호는 20170710이야. 다음부터는 그대로 바로 들어와.”2017년 7월 10일, 조유진이 법정에서 배현수를 증언한 날이었다.조유진은 순간 멈칫하고는 어색하게 웃으며 사과했다. “죄송해요. 대표님께 안 좋은 기억을 심어드렸네요.”조유진의 실책이었다.“내가 이 날짜를 비밀번호로 해둔 건 그저 항상 네가 나의 원수라는 것을 나 자신에게 경고하기 위함이야. 기억이라면, 너와 나 사이의 기억이라면 그날 법정에서의 일 외에는 모두 잊었어.”배현수는 조유진을 등진 채 얼굴을 어둠 속에 묻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조유진은 눈시울을
마치 배현수가 무슨 짓을 해도 화를 내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조유진이 이렇게 고분고분할수록 배현수는 오히려 점점 더 짜증이 났다.그때, 한줄기의 큰 검은 그림자가 조유진의 몸을 완전히 덮어버렸다.방안에는 무드등의 불빛만이 은은히 비추고 있었고 배현수는 조유진의 눈앞에 멈춰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나한테 고마우면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알 텐데.”“그러면 대표님은 제가 무얼 해주길 원하십니까?”배현수는 더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하지만 곧이어 배현수는 조유진을 그대로 소파로 밀어붙였다.그러고는 조유진을 자신의 품 아래에 가둔 채 무릎을 그녀의 몸 양켠에 꿇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키스해줘.”까맣게 그을린 깊은 눈동자가 조유진을 지긋이 바라보았고 그 호수와도 같이 깊은 눈동자 속에는 애정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그저 차디찬 싸늘함만이 냄돌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현수는 여전히 조유진의 얼굴을 붉히고 가슴을 설레게 하는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는 했다.조유진은 화끈 달아오른 얼굴을 뒤로하고 배현수에게 가까이 다가가 고개를 젖히고는 조심스레 자신의 입술을 붙였다. 하지만 그녀의 키스 속에는 예전의 모습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도무지 예전처럼 깊게 그의 입술을 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하지만 그 조심스러운 행동이 오히려 더욱 불을 붙이는 것만 같았다.배현수는 큰 손을 조유진의 머리카락 사이에 넣은 채 그녀의 뒤통수를 잡아당기며 고개를 숙여 더욱 깊게 입술을 포개 숨을 붙였다.그렇게 두 사람의 혀가 섞이고 너 나 할 것 없이 서로의 입술을 탐했다.배현수를 마주할 때마다 조유진은 그를 감당해낼 능력이 없었다.조유진은 계속하여 저도 모르는 사이에 배현수에게 더욱 깊이 빠져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분명 그들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계속하여 숨을 섞으며 조유진의 눈가에서 뜨거운 물기가 볼을 타고 주륵 흘러내렸다.순간 조유진은 자신의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꼈고 아
선유는 말이 어찌도 많은지 배현수는 선유의 수다를 한참이나 가만히 들어주었다.그리고 그 수다는 조유진이 꿀물을 가지고 침실로 들어오기 전까지 계속되었다.배현수는 전화 건너편의 선유에게 다시금 말을 건넸다. “인제 그만 자자. 그래도 무서우면 게임 좀 놀고.”배현수의 목소리는 더없이 부드럽고 인내심이 있었다.조유진은 방문 앞에 멍하니 서서 차마 들어가지 못했다.‘송인아와 통화하는 건가?’한편 조선유는 못내 아쉬운 듯 말꼬리를 늘어뜨리며 말을 건넸다. “알겠어요. 그럼 이만 전화 끊을게요, 아저씨. 잘 자요!”“그래, 잘 자.”조선유와 배현수는 서로 잘 자라는 인사말을 나눈 뒤에야 배현수가 전화를 끊었다.전화가 끊긴 뒤 배현수는 통화기록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이 꼬맹이, 정말 너무 친근한 거 아니야?’‘그래도 귀엽기는 하네.’배현수는 분명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지만, 조선유만큼은 싫지가 않았고 마음이 잘 맞았다. 그 이유는 배현수도 막상 떠오르지 않았다.같은 시각, 조유진은 이 모든 광경을 눈에 담고 있었다. 배현수가 정말로 송인아를 사랑하게 된 것 같았다.그가 핸드폰을 붙잡고 정말 너무 행복한 미소를 띠고 통화를 하는 것은 아마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는 시점일 것이다.조유진은 애써 마음속의 서운한 감정을 지우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꿀물 다 됐어요.”조유진은 꿀물을 배현수에게 건네주며 말을 건넸다.천천히 꿀물을 마시고 나니 통증도 많이 완화되는 느낌이었다.조유진은 갑자기 낮에 매장에서 송인아와 조선유를 마주했던 일을 떠올렸고 배현수가 너무 깊이 빠져들어 송인아가 그를 배신한 것을 알게 되면 더욱 절망하고 모든 것을 엎어버릴까 걱정되었다.조유진은 한참을 머뭇거리다 결국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최근 인아 아가씨와는 잘 지내시나요?”배현수의 꿀물을 들고 있던 긴 손가락이 조유진의 물음에 순간 뜨끔했다.배현수는 조유진의 갈구 욕망이 가득 찬 깊은 눈망울에 조금 의아했다.‘조유진이 이렇게나 나
조유진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이진 아가씨, 만약 아가씨가 대표님 약혼녀였다면 이렇게 저를 몰아붙이셔도 별말 안 할게요. 그런데 아가씨는 약혼녀도 아닌데 제가 대표님한테 달라붙든 말든 아가씨가 흥분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강이진은 단번에 자신의 심보를 들켜버리자 무척 난처한 상황이 되어버렸다.강이진은 괜히 뜨끔해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전 그저 그쪽이 여우 짓 하는 거 꼴 보기 싫어서 그래요!”“아니면 아가씨가 좀 대표님한테 저를 이만 놓아달라고 부탁해주세요.”말을 마치고 조유진은 몸을 돌려 고객을 접대하러 가기 위해 자리를 떴다.조유진의 아무렇지도 않다는 모습이 강이진으로 하여금 더욱 열불이 오르게 하였다.강이진은 그 자리에서 바로 휴대폰을 꺼내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너 귀국했다고 했지?”“당연하지! 돌아와서 놀러 다닌 지 일주일이나 되는데. 그럼 이진 아가씨는 무슨 일로 전화를 하셨을까?”“나 좀 도와줘.”“무슨 일인데?” 전화 건너편의 의문의 남성은 얄미운 목소리로 껄렁댔다.강이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이었다. “너 여자에 미쳐 살잖아. 내가 방금 눈 봐둔 괜찮은 계집이 있거든? 어때?”“갑자기 이런 좋은 일이 있다고?”“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말해. 어떡할래?”“당연히 데리고 놀아야지! 여자가 눈앞에 있는데 그걸 놓치는 건 바보 아냐? 그런데…못생긴 여자는 아니지? 먼저 말해두는데 난 아무리 놀기 좋아해도 못생긴 여자랑은 안 놀아.”“사진 보내줄게. 네 마음에 들 거야.”“이야, 강이진, 꽤 의리 있는데?”“하지만 요구가 있어. 보름 안에 걔와 잠자리를 가지고 사진을 찍어서 나한테 보내. 네가 어떤 방식으로 얻든 상관없어. 강압적으로 하든, 부드럽게 하든 네 마음대로 해.”전화 건너편의 남성은 별일 아니라는 듯 더욱 껄렁대며 입을 열었다. “보름? 날 너무 얕보는 거 아니야? 나 외국에서 일주일에 한 번은 했어. 보름 동안 안 걸려드는 건 성교 불감증이지 않으면 밀당으로 더 큰
그 순간, 육지율은 이상한 낌새를 느꼈고 문득 뭔가가 떠오른 듯 두 손을 마주쳤다. “설마 조유진, 그 여자가 준 건 아니지? 나 방금 생각났어. 어제 남초윤이 조유진을 데리고 우리 아버지께 시가를 사드리려고 쇼핑몰로 갔었어. 이 침향목, 조유진이 사준 거지?”배현수는 잔뜩 굳어버린 얼굴로 결코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아니야.”“그래. 네가 아니라면 아닌 거겠지 뭐. 뭘 또 그렇게 엄숙하게 말해. 너는 다 좋은데 그 입이 문제야. 그런데 그 여자도 어차피 가는 김에 보이니까 너한테 사줬겠지. 이것 때문에 마음 약해지지는 마. 담배 같은 취미는 기껏해야 중독되는 게 다겠지만 사랑은 빠지면 답도 없어. 그 속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고.”조유진은 배현수에게 있어서 맹독과도 같은 존재였다.육지율은 배현수가 또다시 절망하여 무너져버릴 가봐 두려웠다.배현수는 무뚝뚝한 얼굴을 유지한 채 싸늘한 목소리로 답했다. “알아. 난 같은 곳에서 두 번 넘어지지 않아. 난 같은 실수를 반복할 만큼 멍청하지도 않고 조유진이 그럴 만큼의 매력이 있지도 않아.”육지율은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보기엔 조유진이 그럴 만큼의 매력이 있는 건 확실히 아니야. 하지만 네가 정말 교훈을 섭취했는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은데.”한창 대학원을 다닐 때 배현수가 자기보다 5살 어린 후배와 연애하면서 그 여자에게 푹 빠졌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얼마나 사랑했으면 상대가 담배 냄새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친구들이 건넨 담배도 모조리 끊었다.배현수의 주머니 속에는 조유진의 박하 향 사탕이 가득했다.당시 배현수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딸 미래만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창창한 미래가 조유진의 손에서 모두 망가져 버리고 말았다.가끔 육지율은 배현수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조유진의 무엇이 그리도 좋아서 아직도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지 말이다. 그 감정이 원망이라 할지라도 자그마치 6년 동안 배현수를 따라다녔다.“아 맞다. 곧 있으면
두 여직원은 잔뜩 화가 난 강이진을 바라보더니 이내 낮은 목소리로 욕을 읊조리며 자리를 피했다.“뭐 잘못 먹은 거 아니에요? 왜 저런대요? 자기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성질 보니까 갱년기라도 왔나 보죠.”강이진은 손을 깨끗이 씻고는 안승호에게 전화를 걸었다.“너 도착했어?”“도착했어. 안 그래도 지금 낚으려고 준비 중이야. 끊어.”강이진은 거울을 보며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드러냈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눈빛 속에는 사악함이 가득했다.…분양 사무실, 로비조유진은 한창 안승호에게 집을 소개해주고 있었다.안승호는 조유진의 설명을 한참 동안 듣고는 선글라스로 이마를 긁적이며 말을 건넸다. “아가씨, 이렇게 말로만 하면 전 아무것도 알 수가 없는데요. 집을 보려면 역시 실물을 봐야죠.”안승호의 요구는 매우 합리적이었다.“그럼 이렇게 하도록 합시다, 고객님. 제가 고객님을 모델하우스로 안내해 드릴게요.”“그럼 갑시다!”환우 그룹은 선분양 주택이었기에 모델하우스는 이미 다 지어졌고 기타 주택은 아직 공사 단계였다.환우 그룹의 단지에 도착하고 조유진은 계속하여 안승호에게 안내하며 소개해주었다. “비록 아직 완전히 완공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거의 다 팔렸습니다. 안 선생님께서 방금 선택하신 55평짜리도 이제 세 개밖에 남지 않았는지라 만약 안 선생님께서 원하신다면 가능한 한 빨리 사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그러면 올해 연말이면 집을 내놓을 수 있을 거예요.”“그래요. 그렇다면 그쪽한테서 집 한 채를 살게요. 얼마나 공제해줄 거예요?”조유진은 숨기려는 기색 하나 없이 털털하게 털어놓았다. “2퍼센트면 됩니다.”“그래도 몇천만 원이잖아? 집 파는 게 많이 힘드신가?”“괜찮습니다. 제가 고생은 잘 참아요.”모델하우스에 도착하고 조유진이 불을 켜러 가자 그녀의 뒤에 있던 안승호가 갑자기 발목을 삐고 말았다.“아이고!”조유진은 몸을 돌려 다급히 안승호를 부축하며 걱정스레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안 선생님?”안승호는 고
조유진은 원래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안승호의 말은 점점 더 도를 지나쳤다.조유진은 붉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당찬 목소리로 안승호를 거절했다. “안 선생님께서 업소녀를 찾으러 오신 거면 장소를 잘못 찾아오신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파는 건 오직 집뿐입니다.”안승호는 조유진의 대답을 그녀가 일부러 밀당을 하고 있는것이라고 여겨 더욱 교만한 말투로 답했다. “그럼 유진 씨는 새집입니까, 중고집입니까? 물론 전 중고집도 상관없습니다. 가끔 일부 중고집이 오히려 새집보다도 더 재밌거든요.”조유진은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며 분노를 억눌렀다.“안 선생님께서는 중고집과 새집의 차이를 아주 잘 아시나 봅니다. 그럼 안 선생님은 새키인가요, 중고키인 건가요?”안승호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조유진은 벌떡 일어나 다리를 들어 올리고는 그대로 안승호의 아랫도리를 가격했다.“헉…큭! 빌어먹을!”안승호는 자신의 아랫도리를 부여잡고는 몰려오는 고통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안 선생님, 본인 키 좀 잘 간수하시죠. 집은요, 저 안 팝니다. 정말 집을 사고 싶으시다면 다른 직원을 알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말을 마치고 조유진은 한치의 미련도 없이 홱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안승호는 허리를 숙여 자신을 꽉 껴안고는 여전히 고통 속에서 몸부림쳤다. “조유진! 너 딱 기다려. 반드시 네가 오늘 한 행동에 쓰라린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 빌어먹을…세게도 걷어찼다. 젠장!”…같은 시각, 모델하우스 반대편의 건물 안.이 창문을 통해 마침 모델하우스 내부의 상황을 지켜볼 수가 있었다.강이진은 휴대폰을 꺼내 들어 사진을 찍고는 확대하여 조유진과 안승호가 서로 부둥켜안고 핑크빛 기류가 흐르는듯한 사진을 무더기로 촬영하였다.그러고는 이 사진들을 모조리 그룹 내부의 단톡방에 뿌렸다.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단톡방은 순식간에 폭발해버렸다.[와, 집 하나를 팔겠다고 자신의 몸까지 팔다니. 역시 대단하다.][역시 여성 판매원이 남성 판매원보다 꿀 빤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