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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검은색의 마이바흐 한 대가 천천히 정원으로 들어섰다.

조유진은 다급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공손히 배현수를 맞이했다.

이윽고 뒷좌석의 문이 열리고 한 남성이 차에서 내리더니 긴 다리로 성큼성큼 조유진을 향해 걸어왔다.

배현수는 질감이 좋아 보이는 검정 셔츠와 정장 팬츠를 차려입고 왼팔에는 벗어둔 양복 슈트가 걸쳐져 있었다. 그리고 넥타이는 느슨히 잡아당겨 흐트러져 있었고 셔츠 단추도 세 개정도 풀어헤쳐 섹시한 쇄골을 훤히 드러냈다.

평소에 금욕적이고 싸늘하며 엄숙해 보이던 배현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은 그에게서 조금 더 나른한 야성 감이 느껴졌다.

배현수는 이내 조유진의 곁에 다가왔다. 조유진은 그러한 그의 몸에서 풍겨오는 술 냄새를 맡았고 냄새가 깊지도, 하지만 결코 은은하지도 않은 것을 보아 꽤 마신 듯 싶었다.

“얼마나 기다렸어?”

7시부터 기다렸고 현재는 새벽 1시이니 거의 7시간이 되어갔다.

하지만 조유진은 그 어떤 불평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고 그저 담담히 웃으며 말할 뿐이었다. “별로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어요.”

배현수는 눈을 가늘게 치켜뜨고 묵묵히 조유진을 바라볼 뿐이었다. 너무나도 깊은 눈빛에 조유진은 몸 둘 바를 몰랐고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되짚어 보게 되었다.

‘나 뭐 또 잘못했나?’

배현수는 그러한 그녀를 그대로 지나쳐 현관문으로 걸어가 지문으로 잠금을 풀며 입을 열었다. “비밀번호는 20170710이야. 다음부터는 그대로 바로 들어와.”

2017년 7월 10일, 조유진이 법정에서 배현수를 증언한 날이었다.

조유진은 순간 멈칫하고는 어색하게 웃으며 사과했다. “죄송해요. 대표님께 안 좋은 기억을 심어드렸네요.”

조유진의 실책이었다.

“내가 이 날짜를 비밀번호로 해둔 건 그저 항상 네가 나의 원수라는 것을 나 자신에게 경고하기 위함이야. 기억이라면, 너와 나 사이의 기억이라면 그날 법정에서의 일 외에는 모두 잊었어.”

배현수는 조유진을 등진 채 얼굴을 어둠 속에 묻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조유진은 눈시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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