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은 원래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안승호의 말은 점점 더 도를 지나쳤다.조유진은 붉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당찬 목소리로 안승호를 거절했다. “안 선생님께서 업소녀를 찾으러 오신 거면 장소를 잘못 찾아오신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파는 건 오직 집뿐입니다.”안승호는 조유진의 대답을 그녀가 일부러 밀당을 하고 있는것이라고 여겨 더욱 교만한 말투로 답했다. “그럼 유진 씨는 새집입니까, 중고집입니까? 물론 전 중고집도 상관없습니다. 가끔 일부 중고집이 오히려 새집보다도 더 재밌거든요.”조유진은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며 분노를 억눌렀다.“안 선생님께서는 중고집과 새집의 차이를 아주 잘 아시나 봅니다. 그럼 안 선생님은 새키인가요, 중고키인 건가요?”안승호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조유진은 벌떡 일어나 다리를 들어 올리고는 그대로 안승호의 아랫도리를 가격했다.“헉…큭! 빌어먹을!”안승호는 자신의 아랫도리를 부여잡고는 몰려오는 고통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안 선생님, 본인 키 좀 잘 간수하시죠. 집은요, 저 안 팝니다. 정말 집을 사고 싶으시다면 다른 직원을 알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말을 마치고 조유진은 한치의 미련도 없이 홱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안승호는 허리를 숙여 자신을 꽉 껴안고는 여전히 고통 속에서 몸부림쳤다. “조유진! 너 딱 기다려. 반드시 네가 오늘 한 행동에 쓰라린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 빌어먹을…세게도 걷어찼다. 젠장!”…같은 시각, 모델하우스 반대편의 건물 안.이 창문을 통해 마침 모델하우스 내부의 상황을 지켜볼 수가 있었다.강이진은 휴대폰을 꺼내 들어 사진을 찍고는 확대하여 조유진과 안승호가 서로 부둥켜안고 핑크빛 기류가 흐르는듯한 사진을 무더기로 촬영하였다.그러고는 이 사진들을 모조리 그룹 내부의 단톡방에 뿌렸다.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단톡방은 순식간에 폭발해버렸다.[와, 집 하나를 팔겠다고 자신의 몸까지 팔다니. 역시 대단하다.][역시 여성 판매원이 남성 판매원보다 꿀 빤다니
“하긴, 나도 월급쟁이로 사는 한이 있어도 이런 추잡한 짓은 못 해.”조유진은 한결같은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앞담화를 하는 사람들 곁을 지나쳤다.자신이 한 적이 없는 것은 확실히 한 적이 없는 행동이었기에 굳이 소문을 해명할 마음도 없었다.하지만 조유진은 뒤늦게야 이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가 마케팅 부서에서 왕따를 당하기 시작한 것이었다.조유진의 작업 자리에는 항상 영문 모를 풀칠이 되어있었고 컴퓨터 화면에는 누군가에 의하여 립스틱으로 영어단어 Bitch가 적혀있기도 했다.또한 조유진이 고객을 맞이하기 위해 책상 밑에 준비해뒀던 하이힐 속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다.심지어 업무상의 일에서도 일부러 아무도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아 회의를 열 때마다 항상 지각하게 만들었다.그들의 수법은 너무나도 유치했지만, 또한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들의 수법은 정말로 조유진을 단체로부터 철저히 고립시켰고 조유진을 무기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1호동 대표 사무실.서정호가 배현수에게 보고를 시작하였다. “대표님, 제가 알아봤는데 안승호라는 고객이 먼저 유진 씨를 성희롱했고 후에 마케팅 부서에 유진 씨의 업무태도를 지적했다고 합니다.”“업무태도?”“네, 그게 사실은…안승호가 유진 씨에게 성희롱을 하고 나서 유진 씨에게 한 대 걷어차였답니다…큼, 아마도 중요 부위를 차여 꽤 다친 모양인지 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받고 유진 씨를 고소하려고 한답니다.”서정호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눌러 삼켰다.배현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조금 의아한 눈치로 입을 열었다. “몇 년 동안 이미 모든 것에 순순히 따르는 데에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사람을 걷어찰 줄도 알고 있는 것은 몰랐네.”배현수의 말투는 여전히 딱딱했지만, 그의 말속에는 조유진에 대한 흔상이 느껴졌다.서정호는 계속하여 말을 덧붙였다. “유진 씨는 대표님의 말만 순순히 따르시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강이진이 일부러 유진 씨 밥을 엎고는 사과를 하려 하지 않았을 때도 유진
서정호가 곧바로 일을 처리하러 몸을 돌려 문 앞까지 가자 등 뒤에서 배현수의 오만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으로 조유진이 회사에서 괴롭힘 받는 얘기는 나한테 보고 안 해도 돼. 난 관심 없어.”“알겠습니다.”서정호가 정말로 알아듣긴 한 것인지 의문이었다.서정호가 사무실을 떠나자 배현수는 손에 들려져 있던 계약서를 책상 위에 내팽개쳐 버렸다. 계약서가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가슴속이 답답하고 응어리가 맺힌 듯이 꽉 막힌 느낌이 들었다.배현수는 시선을 내려 담배꽁초에 데여 옅은 회색의 흉터가 남은 자신의 손가락을 내려다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요즘 따라 이러한 화상이 한층 한층 쌓여만 갔다.꼭 그의 마음처럼 말이다. 배현수는 자신이 조유진에 한정해 몇 번이나 마음이 약해진 것인지 이제 셀 수도 없었다.…SY 그룹 단지 내 10호동의 옥상은 공용 카페이고 카페의 한쪽 나무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또 다른 작은 옥상이 나온다.그곳은 사람이 많지 않아 매우 아늑하고 조용했다.조유진은 커피를 사 들고 작은 옥상으로 올라가 바람을 쐬고 있었다.요 며칠 조유진은 마케팅 부서 내에서 왕따를 당하다 못해 더 버틸 자신이 없어졌다. 조유진도 그만둘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하지만 SY 그룹을 떠나면 그녀는 한동안 부동산 판매 공제보다 금액이 더 높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다.집을 한 채만 팔아도 선유의 수술비를 마련하기에는 충분했다.그때, 핸드폰이 울렸고 다름 아닌 선유 유치원 선생님께서 걸려온 전화였다.“안녕하세요. 혹시 조선유 부모님이신가요?”“네. 제가 선유 엄마입니다. 선생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아, 다름 아니라 저희가 내일에 가족 활동을 진행할 예정인데 혹시 오후 두 시쯤에 아이 아버지와 함께 참여하실 수 있으세요?”조유진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선생님, 혹시 저 혼자 가는 건 안되나요? 아이 아버지는 아마…못 갈 것 같아요.”“그래요? 알겠어요. 그래도 오실 수 있다면 될수록 오시는 게 좋아요
“정말 제 명성에 악영향을 끼칠까 봐 두려운 겁니까? 아니면 배현수가 제가 유진 씨를 돕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까 봐 두려운 겁니까?”조유진은 솔직하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둘 다 있습니다. 대표님은 절 원망하시는데 강 사장님은 대표님의 가장 친한 친구분이시잖아요. 사장님께서 계속하여 절 도우신다면 저로 인해서 불똥이 강 사장님께도 튈 수 있습니다. 사장님, 저 같은 직원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시는 건 가치가 없는 일이예요.”강이찬은 조유진의 말에 마음이 아파져 왔다. “여기에는 우리 둘밖에 없으니 그렇게 내외할 필요는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전 유진 씨가 절 계속하여 이찬 선배라고 불러주는 것이 더 좋습니다. 강 사장님은 너무 딱딱한 것 같네요.”조유진은 더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고 그저 허탈한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조유진은 항상 배현수 곁의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것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왔다.“유진아, 이렇게까지 자책할 필요는 없어. 6년 전 네가 배현수를 배신했다고 하지만 우리도 후에 네가 어머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랬다는 걸 알았잖아. 나한테 부모님과 연인, 두 개의 선택지를 주고 고르라고 해도 나도 부모님을 골랐을 거야. 너도 최선을 다한 것뿐이야.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저도 이렇게나마 절 위로하여 죄책감을 덜 수 있겠지만 배현수는 감옥에서 3년 갇혀있으면서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요. 그리고 제가 배현수에게 죄를 지었다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가 절 이렇게 원망한다고 해도 정상이에요. 만약 당시 배현수가 절 그렇게 대했다면 아마 저도 배현수를 죽도록 원망했을 거예요.”당시 배현수는 23살의 나이로 앞날이 창창했고 자신의 선생님과 함께 많은 유명한 소송에서 승리를 취득했었다.게다가 배현수는 복수 박사학위로 법학과 금융을 전공했었다.그는 정말 어느 분야에서든 미래가 기대되는 인물이었다.하지만 현재 그는 과거의 흑역사로 인해 다시는 변호사의 신분으로 법정에 서서 정의를 구현할 수 없게 되었다.배현수는 전에 자신
배현수는 몸을 돌려 곧장 옥상을 떠났다.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조유진은 바람을 쐰 뒤, 다시 마케팅 부서로 돌아왔다.옆자리에 앉아 있던 여동료가 갑자기 조유진의 팔을 툭툭 찌르며 말을 걸었다. “유진 씨가 너무 날씬해서 몰라봤는데 힘이 그렇게 셀 줄 몰랐네요.”조유진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물었다. “무슨 말이에요?”“어머, 아직 단톡방 못 봤어요? 회사에서 유진 씨를 통보비평했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유진 씨를 위해 해명해주는 것 같단 말이죠.”조유진은 얼떨결에 여동료의 말을 듣고 그제야 핸드폰을 켜고 카톡 단톡방에 뜬 메시지를 확인했다.회사의 크고 작은 단톡방이 모두 난리가 나 있었다.바로 단톡방에 올라온 공지 때문이었다.[마케팅 부서 조유진은 정당방위로 고객 안승호를 가격하여 상처를 입혔습니다. 이 무모한 행위는 회사에서 지지하지 않으나 초범임을 염두에 두어 한번 통보비평을 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합니다. 각 여성 판매원분들은 성희롱하는 고객을 만났을 경우 응당 바로 회사 고위층에게 직접 알려야 합니다. 회사 법무부 팀에서 당신들을 위해 정의를 펼치겠습니다.]이 소식이 전해지자 회사 내부에서는 의론이 분분했다.“그러니까 안승호인가, 그 사람이 먼저 유진 씨를 성희롱했다는 거죠? 그래서 유진 씨가 안승호를 걷어찼고요.”“유진 씨 대단한데요?”“여성의 모범이네요. 유진 씨는 앞으로 제 롤모델입니다.”“그...이건 제 추측인데 혹시 안승호 고객의 아랫도리를 찬 건 아닐까요?”“음...저도 너무 궁금한데요? 혹시 당시 상황을 잘 알고 계시는 분 없나요?”“안승호라는 사람 말인데요, 화가 나다 못해 유진 씨를 고소하기까지 했는데 당연히 대가 끊긴 거 아닐까요?”“헐, 대박! 유진 씨 정말 엄청나네요.”“그러게요. 정말 너무 대단하네요.”...조유진은 단톡방에 쌓인 메시지들을 바라보며 넋을 잃고 말았다.표면상 비평으로 보이는 이 공고는 사실 조유진과 안승호 사이의 관계를 해명하기 위함인 것이었다.‘설마 아까 강 사
“조유진한테 아이가 있다고? 그것도 현수 오빠 아이? 이럴 수가...조유진 이 여우 같은 놈! 분명 조유진이 현수 오빠를 꼬시려고 꾀를 쓴 걸 거야! 분명해.”강이진은 이 소식을 듣자 화가 나다 못해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다.강이진은 술잔을 꽉 쥐고 손가락 마디에 힘을 주어 술잔을 부술 듯이 울분을 토해냈다.조유진은 애를 이용해서 배현수와 재결합하려는 계획임이 틀림없었다. 심지어 아이의 핏줄을 핑계로 하여 배현수와 결혼까지 하려는 속셈일 것이다.강이진은 조유진의 속셈이 이루어지게 가만히 놓아둘 리가 없었다…. 그 아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조유진은 배현수의 아이를 낳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강이진은 조유진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이가 부서질 듯이 꽉 물었다.“와르르!”결국 분노에 이기지 못한 강이진은 탁자 위에 있던 칵테일을 모조리 쓸어 바닥에 떨어뜨렸다. 현재의 강이진은 정말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한편 조유진은 온 하루 바삐 보내고 저녁 7시 반이 되어서야 퇴근하였다.대제주시의 여름밤은 이 시각이 되어서야 어둠이 깃들기 시작했다.버스에 올라타 쇼핑몰의 모니터를 지나치던 찰나 그 위에 나타난 광고가 조유진의 이목을 끌었다.SY 그룹의 6주년 축하 행사 광고였다.6월 6일? 공교롭게도 이날은 조유진의 생일이었다.하지만 조유진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생일을 쇠지 않았다. 6년 전 배현수가 감옥에 들어가면서부터 조유진의 생일은 두 사람의 아름다운 추억이 깃들었을 뿐만 아니라 달콤함을 깃든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가슴을 찌르기도 했다.한창 옛 추억에 사로잡혀 있던 그때, 핸드폰의 벨 소리가 조유진을 다시 현실로 잡아당겼다.전화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선유였다.“엄마, 집에 돌아오셨어요?”“가는 길이야. 곧 있으면 집에 도착할 거야.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엄마가 가는 길에 사 갈게.”“헤헤. 초윤 이모도 집에 계세요. 빨리 오세요. 저희가 엄마한테 서프라이즈를 준비했어요.”전화 속의 선유는 의미심장한
선유는 고개를 갸웃하 골똘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마...토요일쯤이에요. 토요일이면 될 거예요!”‘토요일이면 그 아저씨도 휴일이니까 시간이 되시겠지.’케이크를 다 먹고 남초윤도 집으로 돌아갔다.선유는 먼저 목욕을 한 뒤 자신의 침대에 앉아 패드를 놀기 시작했다.그리고 조유진이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간 뒤를 노려 선유는 잽싸게 자신의 애플워치를 켜고 설명란에 ‘잘생긴 아저씨’로 되어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가 연결되고 조금 뒤 상대편에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선유니?”선유는 얼굴이 활짝 밝아지더니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와! 아저씨, 이번에는 제가 누군지 아직 말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아셨어요?”전화 건너편의 배현수는 피식 웃더니 장난스레 말했다. “이 야밤에 나에게 전화를 걸어 내 휴식을 방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그중에는 너도 포함됐고, 이 꼬맹이야.”선유가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건 건 이제 한두 번의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배현수가 선유의 번호를 저장해두고 있던 것도 참 이상한 일이었다.“말해. 무슨 일이야? 또 악몽 꿨어?”그 시각의 배현수는 한창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유의 전화를 받고 나서는 손에 잡혔던 모든 업무를 내려놓고 선유의 이야기에 집중했다.“아저씨, 이번 주 토요일에 시간 되세요?”“왜?” 배현수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아저씨에게 영화 보여주고 싶어서요!”“...” 배현수는 선유의 당찬 말에 차마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너 이제 몇 살인데 낯선 남자에게 영화도 보여주겠다는 거야. 꼬맹이, 내가 나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은 안 하는 거야?”선유는 전혀 두려울 것이 없다는 당당한 말투로 답했다. “아저씨가 그렇게 잘생겼는데 나쁜 사람일 리가 없어요! 엄마가 그랬는데 사람의 얼굴은 마음과 닮는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아저씨처럼 잘생긴 사람은 반드시 좋은 사람일 거예요. 엄청 좋은 사람이요!”“...”배현수는 미간을 긁적이며 차
SY 그룹은 빠르게 6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금요일 오전, 조유진은 선물 하나를 받게 되었다. 선물을 열어보자 예쁜 드레스 하나와 한 쌍의 하이힐이 고이 놓여 있었다.한편 옆에서 이를 본 동료들은 분분히 몰려와 수군대기 시작했다.“어머, 너무 예쁘다. 게다가 샤넬 제품이네요. 이거 엄청 비싼 건데. 유진 씨를 좋아하는 그분 손이 엄청나게 크시나 보네요.”“설마 저번에 그 안 선생님인가? 아직도 마음 안 접은 거 아녜요?”“이 지미추 구두는 제가 얼마 전에 본적이 있는데 진주가 달린 구두는 거의 400만 원이나 하더라고요. 유진 씨 사랑 운이 너무 좋은 거 아녜요?”선물 상자 안에는 작은 쪽지 하나도 들어있었다--“오늘 예쁘게 입어. 나 쪽팔리게 하지 말고. 널 사랑하는 초윤이가.”쪽지를 꺼내 본 조유진은 웃으며 해명했다. “제 추구자가 아니라 제 친구가 선물해준 거예요.”“정말요? 세상에 이런 친구가 어디 있어.”“유진 씨, 친구분 돈 많으시죠? 샤넬 치마와 지미추 구두를 아무렇지도 않게 선물해주다니. 엄청 대범하시네….”“이렇게 돈 많은 절친이라니. 대체 어디에서 알게 된 거예요? 제 친구는 대체 언제 부자가 되려나 몰라.”“말도 마요. 제 친구는 4000원짜리 밀크티도 한참 고민하고 마신다니까요. 걔가 돈이 생겨 저에게 샤넬 드레스를 사줄 때쯤엔 저도 아마 이제 이 세상에 없지 않을까 싶네요.”몇몇 여동료들은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시끌벅적하게 떠들었다.그 틈을 타 조유진은 남초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드레스와 구두는 잘 받았어. 그런데 난 그저 일개 직원일 뿐인데 행사에 너무 화려하게 입고 가는 거 아니야?][이미 줬는데 그냥 받지? 내가 특별히 신경 써서 고른 것들이란 말이야. 이걸 입은 네 모습은 분명 끝내주게 아름다울 거야.][이렇게도 비싼 드레스를 나한테 주는 건 조금 아까워. 우리 사이즈도 비슷한데 그냥 네가 입어.][그러지 말고 이번 생일에 마침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그냥 생일선물이라고 하고 받아. 게다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