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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작가: 남희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두 여직원은 잔뜩 화가 난 강이진을 바라보더니 이내 낮은 목소리로 욕을 읊조리며 자리를 피했다.

“뭐 잘못 먹은 거 아니에요? 왜 저런대요? 자기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

“성질 보니까 갱년기라도 왔나 보죠.”

강이진은 손을 깨끗이 씻고는 안승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도착했어?”

“도착했어. 안 그래도 지금 낚으려고 준비 중이야. 끊어.”

강이진은 거울을 보며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드러냈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눈빛 속에는 사악함이 가득했다.

분양 사무실, 로비

조유진은 한창 안승호에게 집을 소개해주고 있었다.

안승호는 조유진의 설명을 한참 동안 듣고는 선글라스로 이마를 긁적이며 말을 건넸다. “아가씨, 이렇게 말로만 하면 전 아무것도 알 수가 없는데요. 집을 보려면 역시 실물을 봐야죠.”

안승호의 요구는 매우 합리적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합시다, 고객님. 제가 고객님을 모델하우스로 안내해 드릴게요.”

“그럼 갑시다!”

환우 그룹은 선분양 주택이었기에 모델하우스는 이미 다 지어졌고 기타 주택은 아직 공사 단계였다.

환우 그룹의 단지에 도착하고 조유진은 계속하여 안승호에게 안내하며 소개해주었다.

“비록 아직 완전히 완공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거의 다 팔렸습니다. 안 선생님께서 방금 선택하신 55평짜리도 이제 세 개밖에 남지 않았는지라 만약 안 선생님께서 원하신다면 가능한 한 빨리 사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그러면 올해 연말이면 집을 내놓을 수 있을 거예요.”

“그래요. 그렇다면 그쪽한테서 집 한 채를 살게요. 얼마나 공제해줄 거예요?”

조유진은 숨기려는 기색 하나 없이 털털하게 털어놓았다. “2퍼센트면 됩니다.”

“그래도 몇천만 원이잖아? 집 파는 게 많이 힘드신가?”

“괜찮습니다. 제가 고생은 잘 참아요.”

모델하우스에 도착하고 조유진이 불을 켜러 가자 그녀의 뒤에 있던 안승호가 갑자기 발목을 삐고 말았다.

“아이고!”

조유진은 몸을 돌려 다급히 안승호를 부축하며 걱정스레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안 선생님?”

안승호는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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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유진은 원래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안승호의 말은 점점 더 도를 지나쳤다.조유진은 붉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당찬 목소리로 안승호를 거절했다. “안 선생님께서 업소녀를 찾으러 오신 거면 장소를 잘못 찾아오신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파는 건 오직 집뿐입니다.”안승호는 조유진의 대답을 그녀가 일부러 밀당을 하고 있는것이라고 여겨 더욱 교만한 말투로 답했다. “그럼 유진 씨는 새집입니까, 중고집입니까? 물론 전 중고집도 상관없습니다. 가끔 일부 중고집이 오히려 새집보다도 더 재밌거든요.”조유진은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며 분노를 억눌렀다.“안 선생님께서는 중고집과 새집의 차이를 아주 잘 아시나 봅니다. 그럼 안 선생님은 새키인가요, 중고키인 건가요?”안승호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조유진은 벌떡 일어나 다리를 들어 올리고는 그대로 안승호의 아랫도리를 가격했다.“헉…큭! 빌어먹을!”안승호는 자신의 아랫도리를 부여잡고는 몰려오는 고통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안 선생님, 본인 키 좀 잘 간수하시죠. 집은요, 저 안 팝니다. 정말 집을 사고 싶으시다면 다른 직원을 알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말을 마치고 조유진은 한치의 미련도 없이 홱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안승호는 허리를 숙여 자신을 꽉 껴안고는 여전히 고통 속에서 몸부림쳤다. “조유진! 너 딱 기다려. 반드시 네가 오늘 한 행동에 쓰라린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 빌어먹을…세게도 걷어찼다. 젠장!”…같은 시각, 모델하우스 반대편의 건물 안.이 창문을 통해 마침 모델하우스 내부의 상황을 지켜볼 수가 있었다.강이진은 휴대폰을 꺼내 들어 사진을 찍고는 확대하여 조유진과 안승호가 서로 부둥켜안고 핑크빛 기류가 흐르는듯한 사진을 무더기로 촬영하였다.그러고는 이 사진들을 모조리 그룹 내부의 단톡방에 뿌렸다.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단톡방은 순식간에 폭발해버렸다.[와, 집 하나를 팔겠다고 자신의 몸까지 팔다니. 역시 대단하다.][역시 여성 판매원이 남성 판매원보다 꿀 빤다니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69화

    “하긴, 나도 월급쟁이로 사는 한이 있어도 이런 추잡한 짓은 못 해.”조유진은 한결같은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앞담화를 하는 사람들 곁을 지나쳤다.자신이 한 적이 없는 것은 확실히 한 적이 없는 행동이었기에 굳이 소문을 해명할 마음도 없었다.하지만 조유진은 뒤늦게야 이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가 마케팅 부서에서 왕따를 당하기 시작한 것이었다.조유진의 작업 자리에는 항상 영문 모를 풀칠이 되어있었고 컴퓨터 화면에는 누군가에 의하여 립스틱으로 영어단어 Bitch가 적혀있기도 했다.또한 조유진이 고객을 맞이하기 위해 책상 밑에 준비해뒀던 하이힐 속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다.심지어 업무상의 일에서도 일부러 아무도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아 회의를 열 때마다 항상 지각하게 만들었다.그들의 수법은 너무나도 유치했지만, 또한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들의 수법은 정말로 조유진을 단체로부터 철저히 고립시켰고 조유진을 무기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1호동 대표 사무실.서정호가 배현수에게 보고를 시작하였다. “대표님, 제가 알아봤는데 안승호라는 고객이 먼저 유진 씨를 성희롱했고 후에 마케팅 부서에 유진 씨의 업무태도를 지적했다고 합니다.”“업무태도?”“네, 그게 사실은…안승호가 유진 씨에게 성희롱을 하고 나서 유진 씨에게 한 대 걷어차였답니다…큼, 아마도 중요 부위를 차여 꽤 다친 모양인지 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받고 유진 씨를 고소하려고 한답니다.”서정호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눌러 삼켰다.배현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조금 의아한 눈치로 입을 열었다. “몇 년 동안 이미 모든 것에 순순히 따르는 데에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사람을 걷어찰 줄도 알고 있는 것은 몰랐네.”배현수의 말투는 여전히 딱딱했지만, 그의 말속에는 조유진에 대한 흔상이 느껴졌다.서정호는 계속하여 말을 덧붙였다. “유진 씨는 대표님의 말만 순순히 따르시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강이진이 일부러 유진 씨 밥을 엎고는 사과를 하려 하지 않았을 때도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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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호가 곧바로 일을 처리하러 몸을 돌려 문 앞까지 가자 등 뒤에서 배현수의 오만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으로 조유진이 회사에서 괴롭힘 받는 얘기는 나한테 보고 안 해도 돼. 난 관심 없어.”“알겠습니다.”서정호가 정말로 알아듣긴 한 것인지 의문이었다.서정호가 사무실을 떠나자 배현수는 손에 들려져 있던 계약서를 책상 위에 내팽개쳐 버렸다. 계약서가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가슴속이 답답하고 응어리가 맺힌 듯이 꽉 막힌 느낌이 들었다.배현수는 시선을 내려 담배꽁초에 데여 옅은 회색의 흉터가 남은 자신의 손가락을 내려다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요즘 따라 이러한 화상이 한층 한층 쌓여만 갔다.꼭 그의 마음처럼 말이다. 배현수는 자신이 조유진에 한정해 몇 번이나 마음이 약해진 것인지 이제 셀 수도 없었다.…SY 그룹 단지 내 10호동의 옥상은 공용 카페이고 카페의 한쪽 나무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또 다른 작은 옥상이 나온다.그곳은 사람이 많지 않아 매우 아늑하고 조용했다.조유진은 커피를 사 들고 작은 옥상으로 올라가 바람을 쐬고 있었다.요 며칠 조유진은 마케팅 부서 내에서 왕따를 당하다 못해 더 버틸 자신이 없어졌다. 조유진도 그만둘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하지만 SY 그룹을 떠나면 그녀는 한동안 부동산 판매 공제보다 금액이 더 높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다.집을 한 채만 팔아도 선유의 수술비를 마련하기에는 충분했다.그때, 핸드폰이 울렸고 다름 아닌 선유 유치원 선생님께서 걸려온 전화였다.“안녕하세요. 혹시 조선유 부모님이신가요?”“네. 제가 선유 엄마입니다. 선생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아, 다름 아니라 저희가 내일에 가족 활동을 진행할 예정인데 혹시 오후 두 시쯤에 아이 아버지와 함께 참여하실 수 있으세요?”조유진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선생님, 혹시 저 혼자 가는 건 안되나요? 아이 아버지는 아마…못 갈 것 같아요.”“그래요? 알겠어요. 그래도 오실 수 있다면 될수록 오시는 게 좋아요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71화

    “정말 제 명성에 악영향을 끼칠까 봐 두려운 겁니까? 아니면 배현수가 제가 유진 씨를 돕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까 봐 두려운 겁니까?”조유진은 솔직하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둘 다 있습니다. 대표님은 절 원망하시는데 강 사장님은 대표님의 가장 친한 친구분이시잖아요. 사장님께서 계속하여 절 도우신다면 저로 인해서 불똥이 강 사장님께도 튈 수 있습니다. 사장님, 저 같은 직원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시는 건 가치가 없는 일이예요.”강이찬은 조유진의 말에 마음이 아파져 왔다. “여기에는 우리 둘밖에 없으니 그렇게 내외할 필요는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전 유진 씨가 절 계속하여 이찬 선배라고 불러주는 것이 더 좋습니다. 강 사장님은 너무 딱딱한 것 같네요.”조유진은 더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고 그저 허탈한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조유진은 항상 배현수 곁의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것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왔다.“유진아, 이렇게까지 자책할 필요는 없어. 6년 전 네가 배현수를 배신했다고 하지만 우리도 후에 네가 어머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랬다는 걸 알았잖아. 나한테 부모님과 연인, 두 개의 선택지를 주고 고르라고 해도 나도 부모님을 골랐을 거야. 너도 최선을 다한 것뿐이야.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저도 이렇게나마 절 위로하여 죄책감을 덜 수 있겠지만 배현수는 감옥에서 3년 갇혀있으면서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요. 그리고 제가 배현수에게 죄를 지었다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가 절 이렇게 원망한다고 해도 정상이에요. 만약 당시 배현수가 절 그렇게 대했다면 아마 저도 배현수를 죽도록 원망했을 거예요.”당시 배현수는 23살의 나이로 앞날이 창창했고 자신의 선생님과 함께 많은 유명한 소송에서 승리를 취득했었다.게다가 배현수는 복수 박사학위로 법학과 금융을 전공했었다.그는 정말 어느 분야에서든 미래가 기대되는 인물이었다.하지만 현재 그는 과거의 흑역사로 인해 다시는 변호사의 신분으로 법정에 서서 정의를 구현할 수 없게 되었다.배현수는 전에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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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현수는 몸을 돌려 곧장 옥상을 떠났다.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조유진은 바람을 쐰 뒤, 다시 마케팅 부서로 돌아왔다.옆자리에 앉아 있던 여동료가 갑자기 조유진의 팔을 툭툭 찌르며 말을 걸었다. “유진 씨가 너무 날씬해서 몰라봤는데 힘이 그렇게 셀 줄 몰랐네요.”조유진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물었다. “무슨 말이에요?”“어머, 아직 단톡방 못 봤어요? 회사에서 유진 씨를 통보비평했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유진 씨를 위해 해명해주는 것 같단 말이죠.”조유진은 얼떨결에 여동료의 말을 듣고 그제야 핸드폰을 켜고 카톡 단톡방에 뜬 메시지를 확인했다.회사의 크고 작은 단톡방이 모두 난리가 나 있었다.바로 단톡방에 올라온 공지 때문이었다.[마케팅 부서 조유진은 정당방위로 고객 안승호를 가격하여 상처를 입혔습니다. 이 무모한 행위는 회사에서 지지하지 않으나 초범임을 염두에 두어 한번 통보비평을 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합니다. 각 여성 판매원분들은 성희롱하는 고객을 만났을 경우 응당 바로 회사 고위층에게 직접 알려야 합니다. 회사 법무부 팀에서 당신들을 위해 정의를 펼치겠습니다.]이 소식이 전해지자 회사 내부에서는 의론이 분분했다.“그러니까 안승호인가, 그 사람이 먼저 유진 씨를 성희롱했다는 거죠? 그래서 유진 씨가 안승호를 걷어찼고요.”“유진 씨 대단한데요?”“여성의 모범이네요. 유진 씨는 앞으로 제 롤모델입니다.”“그...이건 제 추측인데 혹시 안승호 고객의 아랫도리를 찬 건 아닐까요?”“음...저도 너무 궁금한데요? 혹시 당시 상황을 잘 알고 계시는 분 없나요?”“안승호라는 사람 말인데요, 화가 나다 못해 유진 씨를 고소하기까지 했는데 당연히 대가 끊긴 거 아닐까요?”“헐, 대박! 유진 씨 정말 엄청나네요.”“그러게요. 정말 너무 대단하네요.”...조유진은 단톡방에 쌓인 메시지들을 바라보며 넋을 잃고 말았다.표면상 비평으로 보이는 이 공고는 사실 조유진과 안승호 사이의 관계를 해명하기 위함인 것이었다.‘설마 아까 강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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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유진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학교에서 누가 너 괴롭히진 않았어?” 배선유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응, 나 괴롭히는 사람 없어. 할아버지가 우리 학교에 엄청난 돈을 기부하셔서 선생님들도 항상 나한테 잘해주시고 많이 관심 해주셨어. 그래서 나도 함부로 장난칠 수가 없어. 혹시 선생님이 할아버지한테 이르실까 봐.” 배현수는 이 말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배선유는 작은 악동처럼 말이 많았고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아이였다. 배현수의 말에도 자주 대꾸를 하니, 만약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면 벌써부터 떠벌렸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남을 괴롭히는 쪽에 더 가까웠다. 성남에서 엄준은 배선유를 엄청나게 아끼며 키웠고, 그래서인지 아이는 주눅이 들지 않고 활발하게 자랐다.조유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다행이네. 우리 선유가 공부를 게을리할 걱정은 없겠어.” 배현수는 딸을 겁주듯 말했다. “너 공부 안 하고 일찍 연애라도 시작하면, 널 대제주에 데려와서 24시간 동안 지켜볼 거야.” 배선유는 입술을 내밀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이건 너무 심해요! 나 혹시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거 아니에요?” 배현수는 코웃음을 치며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말했다. “공부 안 하면 좋은 날은 없을 거야.” 잠시 후, 학교 종이 울릴 시간이 가까워졌다. 배선유는 전화를 끊으려다가 친구가 그린 결혼사진 두 장을 영상 속으로 건네받았다. “선유야! 너랑 지우의 결혼사진 내가 그려놨어! 한 번 봐봐!” 배선유가 물었다. “한 장에 얼마야?” “너니까 공짜로 해줄게! 대신 다음번엔 나랑 결혼해 줄 수 있어?” “생각해볼게!” “...” 이 속도로라면 그들 부부는 도대체 몇 명의 사위를 맞이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한편, 스타라이트 매거진에서.남초윤이 사이트 편집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의 책은 예상대로 플랫폼에서 삭제되었고 이달 원고료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5화

    [합법적 부부] 함께 올라온 사진엔 결혼반지를 낀 두 손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이 게시글이 올라가자마자 마치 깊은 바다에 떨어진 폭탄처럼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어 반응했다. 육지율: [8년의 여정 끝에 드디어 자랑할 수 있네!] 송하진: [어! 전 두 사람 목숨 구해준 은인이에요. 제가 아니었으면 두 사람이 어떻게 혼인신고까지 했겠어요? 당장 절 주빈으로 식사 대접해요!] 남초윤: [아아아아! 유진이를 결혼이라는 무덤 속으로 끌어들이다니! 대표님 너무하세요!] 엄창민: [내 여동생한테 잘해요. 혹시라도 괴롭히면 내 주먹이 용서 못 해요!] 엄명월: [형부! 이렇게 좋은 일에 저희한테 뭐라도 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강이찬: [축하해, 결국 원하는 대로 됐네.] 심미경: [백년해로하세요.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서정호: [대표님, 일 다 끝냈으면 빨리 돌아오세요. 의사 선생님이 여기서 엄청 화내고 있어요. 저 더는 못 버틸 것 같아요!] 학교 가기 싫어: [와! 아빠랑 엄마가 드디어 결혼했네요! 헤헷, 아빠, 나도 오늘 결혼했어요!] 배현수는 배선유의 댓글을 보고 순간 검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조유진이 운전하며 그의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고 물었다. “왜 그래요?” “선유가 결혼했다는데.” “뭐라고요?” 조유진은 깜짝 놀라 차를 도로 옆에 세우고 급히 배선유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저쪽에서 배선유는 학교에 있었는데 마침 쉬는 시간이었다. 외국어 학교라 분위기가 자유로워 아이들은 평소에도 부모님과 연락을 하기 위해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다. 배선유는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을 카메라 앞으로 들이밀었다. “엄마, 아빠! 나 사진 보고 싶어!” 조유진은 그녀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나서 물었다. “선유야, 아까 결혼했다고 했잖아. 누구랑 결혼한 거야?” “우리 반 한지우랑! 엄마, 나 오늘 엄청 많은 축의금을 받았어! 내가 다 적어 놨어!”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4화

    조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갈게요.” 그가 환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이번 한 번은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 다음 날 이른 아침. 서정호가 산성 별장에서 두 벌의 정장과 결혼 서류를 준비해왔다. 조유진은 오랜만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도 고데기로 말았다. 그녀는 하얀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사진에 잘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썼다. 그녀는 한동안 이렇게까지 꾸미지 않았는데 하이힐을 신고 배현수 앞에 서니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 어색해졌다. 그래서 물었다. “나 어때요?” “아름다워. 넌 언제나 아름다워.” 배현수는 전혀 망설임 없이 그녀를 칭찬했다. 조유진은 웃음을 참으며 옆에 있던 넥타이를 집어 들고 배현수에게 매어주었다. 배현수는 그녀의 손길에 고개를 숙이며 협조했다. 조유진은 평소와 다르게 더 복잡하고 정중한 ‘엘드리지 매듭’으로 넥타이를 맸는데 배현수는 평소에 간단한 윈저 매듭만 했었다. “이 매듭은 좀 생소하네.” 조유진은 넥타이를 다 매고 나서 그의 셔츠와 정장 재킷의 깃을 정리해 주었다. “이게 엘드리지 매듭이라고 해요. 중요한 자리에서 어울리는 방식이죠. 어때요, 괜찮아요?” “멋져. 하지만 여보, 우리 서둘러야 해. 조금 있으면 의사가 올 거야.” 웃으며 농담하듯 이야기하던 배현수는 조유진의 외투를 챙겨 그녀의 어깨에 걸쳐 주고, 그녀를 한 손으로 감싸 병실을 몰래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마치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나와 차에 올랐다. ... 그들이 빠져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사가 병실에 회진을 왔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그곳에는 ‘무관한 사람’만 남아 있었다. 의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서정호를 보며 물었다. “환자는 어디 갔죠? 튜브까지 다 뽑다니, 누가 뽑았습니까?” 서정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환자 본인이 뽑았습니다.” “도대체 어디 간 겁니까? 팔을 정말 망가지게 할 작정인가요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3화

    배현수의 가슴이 떨렸다. 그는 조유진과 이마를 맞대며 낮게 속삭였다. “그때 난 네 옆에 있진 않았지만 네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 그런데 왜 울었어?” “현수 씨 생각이 났어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펐거든요. 내가 이렇게 좋은 남자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아쉽고 후회스러웠죠. 그래서 울었어요.” 지금 이렇게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잃어버렸다가 다시 되찾은 느낌이었다. 조유진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눈물은 슬픔이나 후회 때문이 아니었다. 감동과 감사함 때문이었다. 운명이 그들을 온갖 고난 속에서도 끝끝내 묶어 놓았고, 그들 사이에선 이제 더 이상 헤어질 수 없는 깊은 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배현수는 긴 손가락을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끼워 넣으며 손을 꼭 맞잡았다. 순간 그들의 손바닥에서 따뜻함이 퍼져나갔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아, 넌 한 번도 날 잃은 적 없어. 우리가 몇 번을 떨어져도, 얼마나 오랫동안 떨어져 있더라도 난 결국 널 찾아내서 꼭 안고 말해줄 거야. 사랑한다고. 오직 너만 사랑한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조유진은 배현수의 유일한 선택이었고 그 선택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조유진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현수 씨, 우리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까요?” “그럼.” 그의 대답은 8년 전과 똑같았다. 짧지만 확고했으며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조유진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손목에 걸린 달콤한 연녹색 비취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상처가 나으면 우리 같이 아주머니를 위한 좋은 묘지를 고르러 가요. 그분을 위한 의관묘라도 만들어 드리는 게 어때요?” “아직도 ‘아주머니’라고 불러?” 조유진은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며 말투를 바꿨다. 배현수는 그녀의 팔찌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풍수 좋은 곳을 따로 고를 필요는 없어. 어머니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2화

    육지율은 그 필명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기억해 냈다. “이 자식! 기억났어! 이 녀석이 책에서 날 모욕하지 않았나? 내 명성을 망가뜨렸잖아?” 남초윤은 급하게 말했다. “잘못 본 거 아니에요? 비엘 작가가 주인공을 모욕할 리가 없어요! 그러면 밥숟가락 들고 욕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어요?” “나를 ‘수’로 묘사한 게 모욕이 아니고 뭐예요? 왜 항상 배현수가 공이냐고?” 남초윤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그 부분을 신경 쓰고 있었던 거였다.남초윤은 그가 진짜 작가를 고소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변명하듯 말했다. “다음번엔 지율 씨가 공이고, 배 대표님이 수가 될 수도 있잖아요. 원래 BL 소설에서는 공수 구분이 모호해요. 겉보기에 수 같아도 사실은 공일 수도 있다고요!” 조유진은 살짝 의문을 제기했다. “난 현수 씨가 수 같지는 않았는데. 만약 현수 씨가 진짜 수라면 캐릭터 붕괴지. 차라리 육 변호사님이 수인 게 더 어울려. 자유롭고, 매력적이고, 다정하잖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육지율은 얼굴이 시커멓게 변하며 조유진에게 따졌다. “아니, 조유진. 내가 약해 보이는 수 같은 느낌을 준다고?” “...” 배현수는 차갑게 말했다. “유진이가 쓴 것도 아닌데 왜 화내? 그럴 시간 있으면 작가나 고소해.” 남초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그냥 재미로 쓴 거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작가를 고소하면 너무 쪼잔해 보일 거예요!” 하지만 육지율은 이성을 잃고 이를 악물었다. “쪼잔해 보이든 말든, 그 책을 하차할 거예요!” 자신이 소설 속에서 수 역할로 묘사되었고, 그것도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다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조유진은 객관적으로 말했다. “사실 책 내용은 나쁘지 않아요. 꽤 재미있고 독자도 많아요.” “독자가 몇 명인데?”“몇만 명 정도?” “뭐?”‘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날 수로 상상했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1화

    병실에서 조유진은 그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앉아 있다가 잠들었다. 잠에 들어서도 손가락이 배현수의 손에 살짝 얽혀 있었는데 다정하고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진은 완전히 남자 친구 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입원 생활이 지루하다고 하다니.육지율이 댓글을 남겼다. “뭐야, 입원했어? 혹시 가정 폭력이라도 당한 거야?” 댓글을 남기고 나서 육지율은 차에 시동을 걸며 남초윤에게 말했다. “과일 바구니 좀 사서 병문안이나 가요. 친구가 입원했어요.” “친구? 설마 배 대표님이세요? 어디 아파요?” 육지율은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진짜 아플 수도 있고 그냥 꾀병일 수도 있고.” 혹시 모른다. 꾀병일지도....병원에서는 조금 전 장은숙이 산성 별장에서 저녁 식사를 가져왔다.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밤은 죽 같은 유동식만 먹어야 했다. 배현수는 오른손을 쓸 수 없었기에 조유진이 죽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그에게 먹여주고 있었다. 첫 숟가락을 그의 입 앞에 가져가자 배현수는 뜨겁다고 투덜댔다. 조유진이 후후 불어 온도를 맞춘 후 말했다. “이제 적당히 식었어요.” 배현수는 그제야 죽을 한 입 삼켰다. 그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장난스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 못 본 사이에 아기로 됐네? 밥도 혼자 못 먹고, 조유진이 널 너무 오냐오냐한 거 아냐?” 조유진이 놀라서 뒤돌아보니, 육지율과 남초윤이 병실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설명했다. “오른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며칠 동안 오른손은 쓰지 말라고 하셨어요. 상처가 더 심해질 수 있거든요.” 그러자 육지율은 다짜고짜 그의 오른쪽 어깨를 툭 쳤다. “진짜야?” 배현수는 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미친놈아!” 조유진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변호사님, 진짜로 다쳤다니까요! 어깨에 구멍이 났다고요,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0화

    그녀를 겨우 한 번 데리러 온 김에 출퇴근길의 불편함을 느끼고는 아예 차를 사서 해결하려고 하다니, 정말 육지율 다운 방식이었다.이 4S 매장에서 파는 차들은 모두 포르쉐였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저렴한 모델도 수천억 원대였다. 남초윤은 이미 남씨 집안이 육지율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었기에, 그가 차를 선물해 주겠다고 해도 받을 수 없었다.남초윤은 차분히 말했다. “앞으로는 출퇴근 길에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 굳이 차를 선물할 필요는 없어요.”육지율은 순간 멈칫했다가 살짝 비웃으며 말했다. “차 한 대 선물한다고 귀찮다는 딱지가 붙어요? 이런 확산적 사고방식은 참 대단하네.”“....”정말 그런 게 아니란 말인가?평소에도 성격이 불 같았던 육지율은 차를 주겠다고 하면서도 그녀를 달래는 상황이 우스웠는지 어이없어 웃었다. 둘 중 누가 더 성격이 나쁜지 모를 일이었다.영업 직원은 남초윤을 육지율이 외부 애인으로 오해했고, 이 큰 거래가 깨질까 봐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변호사님께서 차를 사주시는 건 출퇴근 시간을 줄여서 그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게 해주려는 마음이 아닐까요?”남초윤은 더 이상 그의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이미 갚을 수 없는 빚이 너무 많았고 계속해서 더 쓴다면 두 아이를 낳아야 겨우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육지율은 그 여느 때처럼 행동했다. 그는 VIP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빨리 골라요. 차 안 사면 집에 못 돌아가요.”남초윤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여자 영업 직원이 다가와 다양한 모델을 소개할 때, 그저 듣기만 했다. 그 직원은 미소를 띠며 말도 아주 달콤하게 했다. “변호사님은 저희 매장의 단골이세요. 그런데 여자를 데리고 온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변호사님이 정말로 많이 아끼시는 것 같아요. 비싼 차를 고르시면 아마 더 기뻐하실 거예요.”역시, 판매왕이었다.감정적 가치를 제공하는 법을 너무나 잘 아는 직원이었다. 하지만 남초윤은 그저 외부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59화

    남초윤은 결혼 상태를 한 번도 업데이트한 적이 없었다. 동료들 눈에는 여전히 미혼으로 보였다.처음 그녀와 육지율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 온 세상이 떠들썩했지만 사실 모두 육지율의 매력적인 외모 때문이었다. 아무도 남초윤처럼 작고 평범한 존재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육지율이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들의 침대 사진이 언론이나 남재원에게 유출되지 않은 것도 기적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육지율이라는 유명한 바람둥이가 ‘함정'에 빠져 순진한 여자와 관계를 맺은 후, 마지못해 결혼했다는 소문만 믿고 있었다.육지율이 연예계 인물이 아닌 만큼 동료들 중에서도 아무도 그 사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육지율이 ‘좋은 집안의 아들’ 이라는 사실만 기억하고 그의 결혼 상대가 누군지에는 무관심했다. 그녀는 어디에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고 언론에서도 그의 곁에 서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남초윤은 그렇게 세상 사람들의 눈에 숨겨져 있었다.동료들은 그저 그녀가 조금 집안 배경이 있는 부유한 여자인 줄로만 알았고 육지율의 아내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육지율의 아내라면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그들과 같이 일하며 고생할 일은 없을 테니까. 설령 과거에 파파라치 일을 했더라도 그렇게 높은 곳에 시집갔다면 육씨 집안이 그녀를 계속 그 일을 하도록 놔두지 않았을 거라고 여겼다.비록 세상은 모두 직업의 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상류 사회에는 여전히 그들만의 규칙이 있었다. 체면과 명예가 그들의 신분과 존엄을 상징했다. 파파라치라는 직업은 육씨 집안에게 있어 절대 자랑스러울 수 없는 일이었으니, 육지율과 강란희가 그녀에게 좀 더 체면 있고 유망한 직업들을 제안했지만 남초윤은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을 보낸 끝에 동료들은 하나둘씩 퇴근하고 남초윤만 남았다. 한 시간이 흐른 뒤 남초윤은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저녁 7시가 되었다. 그녀는 통화 기록을 훑어보고 다시 한 번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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