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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일요일, 부경 산장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갰다.

결혼식은 야외 잔디밭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부경 산장의 잔디밭은 전문 인력이 관리하고 있어 겨울에 접어드는 11월에도 색이 바래지 않아 사진이 잘 찍혔다.

한 무리의 사람이 결혼식장에 도착했다.

남초윤은 조유진과 선유와 같이 산장 주변을 돌아보며 사진을 여러 장 찍은 후 결혼식장의 디저트 테이블 근처로 돌아와 술잔을 기울였다.

야외 결혼식장에 은은한 바이올린 소리가 울려 퍼졌고 장미 꽃잎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

남초윤은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상하네? 강이찬의 결혼식인데 왜 소란 피우기 좋아하는 여동생이 안 보이지? 이렇게 큰 행사에 얼굴 드러내는 거 좋아하지 않았어?”

“분장실에서 도와주고 있겠지.”

그 말에 남초윤이 코웃음을 쳤다.

“걔가 돕긴 뭘 도와. 말썽만 안 부리면 다행이지. 결혼식에 오지 않은 것 같은데?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어!”

조유진은 별생각 없이 샴페인 잔을 들고 마시려던 참이었다.

이때 남초윤이 그녀의 잔을 확 낚아채며 말했다.

“유진아, 무슨 생각하는 거야? 이건 술이야! 넌 마시면 안 돼.”

결혼식이었지만 조유진은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다.

멀찍이 서서 술잔을 든 채 육지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배현수를 본 남초윤은 조유진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내일 정말 성남에 가는 거야? 다시 얘기해 볼 생각 없어? 그동안의 감정이 아깝지도 않아?”

조유진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깨진 거울은 절대 다시 붙일 수 없나 봐. 다시 붙인다고 해도 그 흔적이 남으니까. 서로 너무 오랫동안 시간만 지체한 것 같아. 이제 정말 인연이 끝난 것 같아. 우스운 얘기기는 한데 사실 7년 동안 우리는 한 번도 같이 있은 적이 없어. 그래서 그런지 지금 헤어져야 정상이라는 생각까지 들어.”

너무 많은 것들을 오랫동안 잃어버리면 없는 것에 습관이 되고 그런 상태가 일상이 되어버린다. 그러면 저도 모르게 이 감정을 가질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결혼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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