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13화

‘꼭 돌아올 거야, 반드시. 유진이와 약속했으니까.’

멈칫한 조유진의 눈시울은 이미 붉어졌지만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아까 계속 자고 있지 않았어요?”

“들었어.”

굳이 듣지 않아도 영화 속 남자주인공 로비와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대사가 쉽게 외워졌다.

조유진은 그의 품에 안긴 채 영화의 엔딩 장면을 함께 지켜봤다.

남자주인공 로비는 집사의 아들로 태어나 소꿉친구 세실리아와 사랑을 나눴다. 하지만 사촌 누나의 증언과 모함으로 강간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몇 년 후,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 죄를 뒤집어쓴 남자주인공은 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군대로 들어갔고 무자비한 전쟁은 결국 로비와 세실리아를 완전히 갈라놓았다. 로비가 노르망디에서 죽은 후, 세실리아도 전쟁 속에 살다가 물에 빠져 죽었다.

로비가 죽었을 때, 손에는 여주인공의 편지 뭉치가 꼭 쥐어져 있었다.

영화의 끝은 누군가의 꿈으로 끝났다.

꿈속에서 로비와 세실리아는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했던 바닷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며 부딪히는 파도 옆에서 오랫동안 키스를 나눴다.

영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조유진은 어느새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녀는 휴지를 손에 쥐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하염없이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영화 속 남자주인공은 배현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다만 배현수는 전쟁에 참가하지도 않았고 패혈증으로 죽지 않았다.

하지만 3년 동안의 감옥 생활은 분명 그에게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굴욕을 안겼을 것이다.

3년이라는 시간은 조유진이 그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로비보다 배현수가 더 가슴이 아팠다.

이 영화는 그녀의 마음속에 묵혀 두었던 어느 한 감정을 강하게 건드린 듯 두 볼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그런 그녀를 품에 꼭 껴안은 배현수는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그러니까 왜 갑자기 슬픈 영화를 보자고 그랬어? 이대로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내가 너에게 해코지라도 한 줄 알겠어.”

고개를 든 조유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