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한 조유진은 배현수를 옆으로 밀치고 안쪽 진열대로 들어갔다.진열대 맨 아래 줄에는 정말 각양각색의 꽃 향 콘돔이 있었다. 장미, 재스민, 오렌지 등...조유진은 진열된 것 중에 한 박스를 들더니 조롱 섞인 말투로 물었다.“이제 이런 물건은 겉 포장이 껌과 거의 비슷해지는 것 같아요. 설마 두리안 향까지 있는 것은 아니겠죠?”상인들은 사람의 눈길을 끌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다.두리안 향 콘돔뿐이겠는가? 두리안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이상, 그에 따른 두리안 맛의 기생 용품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녀를 힐끗 흘겨본 배현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두리안 향 좋아해?”“뭐,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아요. 많이 먹으면 질려요.”조유진은 남초윤이 두리안을 즐겨 먹던 것이 생각났다. 대학교에 다닐 때, 남초윤은 큰 두리안을 통째로 사서 먹곤 했다. 육즙이 그대로 보이는 두리안은 살짝 건조된 상태라 아삭한 맛이 날 때도 있었다. 품질이 좋은 두리안은 정말 맛있었다.“다 한 번 맛보면 되지.”순간 멈칫한 조유진은 그제야 배현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그녀에게 물어본 것은 두리안 맛 과일이 아니라...그녀를 보는 배현수의 눈빛은 조롱이 섞여 있으면서도 의미심장했다.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오른 조유진은 손에 있는 장미 향의 콘돔마저 너무 뜨거워 손이 데일 것 같았다.배현수의 따가운 시선과 마주친 조유진은 저도 모르게 발끈하며 말했다.“두리안, 안 좋아해요!”배현수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한 걸음 다가가 뼈마디가 분명한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손에 쥐어진 콘돔을 가져갔다. 그러고는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장미 향도 괜찮지. 다 한 번 맛보면 되지.”그는 진열대를 훑어보며 진지하게 고르고 있었다.“또 어떤 향을 좋아해? 내 기억에는 네가 오렌지를 좋아했던 것 같은데?”한참 후, 그는 다섯 가지 맛을 골랐다. 장미, 오렌지, 딸기, 재스민, 레몬.결제하러 가는 배현수의 뒷모습을 보던 조유진은 혹시 가게에 키오스크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배현수는 이미 입으로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그러고는 한참이나 조수석에 그녀를 가두고 키스를 퍼부었다.마지막 이 시간을 즐기기로 마음먹은 후부터 배현수는 더 없이 걷잡을 수 없어졌다....다음 날 오전.잠에서 깬 조유진은 아래층에서 울려 퍼지는 선유의 외침 소리를 들었다.“엄마!”그녀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서둘러 가운을 두르고 아래층 거실로 급히 내려갔다. 아래층에 가 보니 오피스룩을 입은 두 명의 여성 가이드가 럭셔리한 웨딩드레스를 안으로 들여놓는 것이 보였다.“조유진 씨, 이것은 우리 가게에서 주문한 웨딩드레스입니다. 사이즈는 조유진 씨의 사이즈에 맞게 수선했어요. 한번 입어보신 다음에 사인하실래요?”순간 얼떨떨해진 조유진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웨딩드레스를 산 적이 없는데 혹시 배송이 잘 못 된 게 아닐까요?”“배현수 씨가 아침 일찍 전화해서 주문한 거예요. 여기 맞습니다, 조유진 씨.”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려던 선유는 깜짝 놀라 눈을 똑바로 뜨고 말했다.“엄마! 아빠가 설마 프러포즈하려고 주문한 거 아니에요? 웨딩드레스가 너무 예쁜 것 같아요. 위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도 아주 많아요.”녀석은 작은 손을 뻗어 웨딩드레스 치맛자락의 다이아몬드를 만졌다.자세히 보니 어젯밤 조유진이 매장 앞에 서서 마음에 들어 했던 웨딩드레스였다.그런데 배현수가 이렇게 바로 사 올 줄은... 이 사람에게 웨딩드레스의 구매는 정말 장 보는 것과 다름없는 것 같았다.조유진이 멍하니 서 있을 때, 깔끔한 정장으로 차려입은 배현수가 위층에서 내려왔다.“드레스를 진짜로 사 오면 어떡해요? 어젯밤에는 그냥 생각 없이 한 말이란 말이에요.”옆에 서 있던 매장 직원은 아부하는 듯한 얼굴로 청산유수처럼 말하기 시작했다.“조유진 씨가 생각 없이 한 말까지도 배현수 씨가 이렇게 기억하고 있는 거 보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증명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 당연히 비싼 드레스를 받을 만하죠.”배현수는 조유진의 어깨를
조유진이 미처 답장하기도 전에 남초윤에게서 음성통화가 걸려왔다.“여보세요? 유진아. 배현수가 너에게 웨딩드레스까지 사줬는데 왜 실검에는 네가 배현수에게 차였다는 기사가 떴어? 어떻게 된 거야? 안 그래도 물어보려고 했어. 어젯밤에 배현수가 괴롭혔어?”순간 조유진은 어리둥절했다. 괴롭혔다고?관계를 갖는 게 괴롭힘이라고 하면... 어젯밤 그는 정말 심각하게 그녀를 괴롭혔다. 장미 향의 콘돔이 아직도 머릿속에 또렷이 남을 정도로...남초윤은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아침 일찍 실검에 들어가 보니 네가 배현수에게 차여서 울면서 붙잡는 사진이 있더라고.”순간 조유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럼... 그 사적인 스킨십 장면도 다 찍혔어?”그 말에 남초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떤 스킨십인데? 수위가...?”“어떻게 배현수와 관계 갖는 사진까지 찍을 수 있어? 그것도 SNS에 올렸다고?”몇 초 동안 멍하니 있던 남초윤은 그제야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다.“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아직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조유진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이런 게 사생활 침해 아니야? 고소할 수 있지?”사무실에 있는 남초윤은 하마터면 배를 끌어안고 폭소를 터뜨릴 뻔했다.“그러니까 실검에서 배현수가 너를 찼다는 게 가짜란 말이지? 어제 꽤 뜨거운 밤을 보냈나 봐?”배현수가 조유진을 울렸다고?조유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누가 누구에게 차였다는 거야? 도대체 무슨 말인데?”남초윤은 계속 웃으며 말했다.“네가 직접 실검에 들어가서 봐봐. 그런데 유진아, 그동안 네가 아주 순수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엉큼하네?”음성통화를 끊은 후, SNS에 들어간 조유진은 배현수와 관련된 연관 검색어를 여러 개 발견했다.[SY그룹 배현수 대표. 글로벌 하버에 깜짝 등장, 사망 소식 허위 확인][SY 주가가 하루아침에 폭등][배현수, 첫사랑과 결별]앞의 두 검색어는 사실이었기에 이상한 점이 없었다. 어젯밤, 두 사람이 데이트를 나가기 전, 배현수가
[두 사람은 헤어져라! 배 대표님은 송인아 씨와 다시 만납시다! 우리 송인아 씨는 절대 남자 친구를 감옥에 보내지 않을 거예요! 비즈니스 거물 vs 여자 톱스타! 세기의 결혼! 추진! 추진!]...넋을 잃은 채 악플을 보고 있던 조유진은 남초윤이 보낸 메시지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지금 누리꾼들 정말 오지랖이 넓어. 남의 일까지 다 참견하고! 배현수가 누구와 있든 본인들과 무슨 상관인데? 송인아 씨 팬들도 웃기네? 이참에 배현수와 다시 어떻게 해보려는 심산인데? 유진아. 너의 SNS 계정에 웨딩드레스 사진을 올려버려! 팬들이 열 받아 죽게!]조유진은 한숨을 푹 내쉰 후, 전화기를 들어 답장했다.[안 그래도 인터넷에 평판이 안 좋은 마당에 웨딩드레스 사진까지 올려봐? 내가 배현수와 재결합했다고 하면 송인아의 팬들이 가만히 있겠어? 분명 배현수에게 화풀이하면서 SY그룹에까지 피해를 주겠지.][그럼 송인아의 팬들이 너를 욕하는 거 보고만 있을 거야? 보니까 이런 악플들 대다수가 송인아의 뇌절 팬들이 쓴 것 같던데. 송인아가 뭔데? 본인이 진짜로 배현수의 약혼녀인 줄 아는 거야? 깨진 거울을 다시 붙인다고? 깨질 거울이라도 있긴 있어? 시작도 끝도 없었는데 다시 만난다는 얘기는 또 뭐야? 열 받아 죽겠네!]조유진은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잠시 침묵에 빠졌다.이런 악플에 조금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솔직히 말해서 배현수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웨딩드레스를 선물했지만 프러포즈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적어도 당분간, 배현수는 그녀와 결혼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조유진도 이 부분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사실 이 점이 제일 의아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남초윤에게 물었다.[내 친구가 있는데... 전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대. 두 사람 다 결혼할 나이가 됐는데 남자가 결혼할 생각이 없는 것 같대. 여자를 떠보려는 걸까?][??? 배현수가 너를 울렸는데도 너와 결혼하지 않겠대? 완전히 쓰레기네?!][..
SY그룹, 회의실 안.팽팽한 분위기 속에서 임원 회의가 방금 끝났다.어떤 사람은 배현수의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배현수가 실종 당시, 사람들은 생사조차 알 수 없었다. 홍보팀에서는 최대한 외부에 소식이 퍼지지 않도록 막으려 했다. 하지만 배후에서 움직이는 그 상대를 통해 밝혀지는 바람에 얼마 전 SY의 주가는 한동안 바닥을 쳤다.조유진이 회사 일에 개입하자 불만을 품고 있던 대주주들은 주식이 바닥을 치기 전, 아예 팔아치워 버렸다.그러다 보니 그 지분은 예외 없이 배현수에게 돌아갔다.이런 수법은 월가에서 자주 사용하는 수법이었다.마지막까지 주식을 꼭 쥐고 있다가 팔지 않은 대주주들은 손에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다. 배현수가 사고 나기 전, 그의 명의로 되어 있는 주식은 45% 정도였다. 하지만 한차례의 큰 풍파가 지나가자 그의 주식은 55%로 늘었다. 그중 10%가 넘는 주식은 사람들이 헐값에 매각하면서 사들인 것이었다. 어젯밤, 조유진과 글로벌 하버에서의 데이트 사진이 공개된 후, 회사 홍보팀에서는 각 매체를 통해 배현수가 죽지 않았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그러다 보니 오늘 아침 SY그룹의 주가는 무려 9포인트나 반등했다.어떤 임원들은 배현수가 의도적으로 그런 것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했다. 홍보팀 팀장 박상민은 어젯밤 각 언론 매체들과 한바탕 여론 전쟁을 치른 자신에게 만족하고 있었다.“배 대표님, 이런 기사가 한 번 더 나와주면 주가가 10%는 더 뛸 수 있을 것 같아요.”고개를 들어 배현수의 안색을 살피던 서정호는 박상민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박 팀장님, 어제 홍보팀에서 언론 기자들과 여론전을 펼치느라 너무 수고했어요.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왔네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얼른 점심 드시고 좀 쉬세요. 그래야 다시 정신을 바짝 차려 일하죠.”하지만 한창 신이 난 박상민은 서정호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했다.“안 그래도 지금 여론이 한창 좋을 때인데 생각이 없는 송인아는 트위터에 다이아몬드 반지 사진까지 올렸더라고요
만약 사실이라면 박상민은 정말 이 기회를 잘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옆에 있던 서정호는 배현수를 힐끗 바라봤다.남자의 눈빛은 음험하기 짝이 없었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기운마저 잔뜩 감돌았다.서정호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박상민 이 인간은 기사화될 좋은 건수들도 많은데 하필이면 배 대표의 사생활 감정을 이용하려 하고 있으니... 그러다 보니 조유진까지 여론에 오르내리게 되었고 사람들의 표적이 되었다.배현수의 눈에 차갑고 경멸스러운 감정이 가득 감돌았다. 그런 도도한 눈빛은 저도 모르게 주위 사람을 압박했다.“조햇살을 이용해 사이버폭력을 가하는 것도 박 팀장이 계획한 여론 홍보인가요? 한번 말해봐요. 또 어떤 방법을 더 생각하고 있는지. 내가 어느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추면 될까요?”배현수가 내뱉는 한 글자 한마디는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온몸이 으스스 떨리게 했다. 박상민은 그제야 말을 잘못했음을 깨달았다.“배 대표님, 조햇살과 글로벌 하버에서 헤어지는 사진은 공개되자마자 누리꾼들의 동시다발적인 호응을 받았습니다. 송인아는 계획에 없었던 겁니다. 갑자기 이렇게 나타날 줄 몰랐어요. 물론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네티즌들이 조햇살에게 한 말들이 사이버폭력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물론 한동안 인터넷에 떠도는 욕설은 감수해야겠죠. 하지만 인터넷은 기억이 없어요. 이 열기가 식으면 조햇살은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차마 들을 수 없었던 서정호는 눈을 꼭 감으며 말했다.“박 팀장님, 그만 좀 닥치세요.”‘닥치지 않으면 내일 이 회사에 출근 못 할 수도 있어요!’ 입꼬리만 올리며 웃는 배현수의 얼굴은 차갑기 그지없었다.“누가 조햇살과 헤어졌다고 했어요? 그리고 내가 송인아와 사귀었다고요? 증거는요?”그럼 아니란 말인가?박상민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조용히 배현수를 바라봤다. 이마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배, 배 대표님... 조햇살과의 결별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가 바로 올라가서
만약 이번 여론전에서 조유진을 단순히 숨기려만 한다면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누리꾼들이 잠잠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만약 조유진과의 관계를 정식으로 공개하면 적들의 함정에 빠져 또다시 SY를 부정적인 여론에 몰아넣을 수 있었다.거짓 증언을 한 사람이 설사 강요로 한 행동이라고 해도 기정사실로 된 사건의 전말은 어떻게든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배현수와의 의지와 별개로 바깥사람들에게 조유진은 그렇게 긍정적인 존재가 아니었다.미간을 잔뜩 찌푸린 배현수는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서정호는 배현수의 생각을 대충 짐작했다.“배 대표님, 지금쯤 아마 드래곤 파에서도 저희 행동을 눈여겨보고 있을 겁니다. 만약 한 발이라도 잘못 내디디면 오히려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조유진 씨도 사리에 밝은 사람이니 분명 대표님을 이해할 거예요.”홍보팀의 박상민이 꼼수를 부리긴 했지만 이번 수법으로 부정적인 여론에 휩싸였던 SY그룹의 상황을 단숨에 반전시켰다.단 한방으로 승리한 셈이다.서정호의 말을 들은 배현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조롱 섞인 어조로 말했다.“오늘 아침에 웨딩드레스를 선물했어. 그런데 반나절도 안 돼서 외부에 아무 사이가 아니라고 반박기사를 낼까? 유진이가 너그러운 사람이니까 이런 것도 다 감수해야 하는 거야?”침을 꿀꺽 삼킨 서정호는 잠자코 가만히 있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을 꼭 감은 배현수의 눈시울은 어느새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피식 웃으며 한마디 했다.“내가 얼마나 원망스러울까?”“아니... 아니에요. 조유진 씨가 그렇게 억지 부릴 사람은 아니에요.”‘하지만 완전히 실망하겠죠.’물론 이번 기회를 빌려 그녀가 자발적으로 대제주시를 떠날 수 있게 한다면 이것도 어쩌면 그의 계획에 있던 것이 아닌가?배현수는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것들을 머릿속에 계산하고 있었다.SY의 주가 하락은 계획의 일환이었다.글로벌 하버 데이트 사진도 그중 하나였다. 몰래 결별설이 불거지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런 포즈를 일부적으로 취하지 않으면 누가
립스틱을 바르자 조유진의 얼굴은 순식간에 화사해 보였다.선유 역시 초롱초롱한 눈을 똑바로 뜨고 작은 팔로 조유진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엄마, 너무 예뻐. 나와 결혼해 줄래?”그러자 옆에 있던 장은숙이 웃으며 말했다.“엄마는 아빠에게 시집가야 하는데 어떻게 너와 결혼해? 네가 화동하면 되겠네.”그 말에 선유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화동이 뭐예요?”“화동은 말이지... 너의 엄마와 아빠 결혼식 때 앞에서 꽃을 뿌려주는 아이들이야.”전신거울 속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던 조유진은 곧 배현수를 만나러 나갈 생각에 왠지 모르게 긴장되었다.럭셔리한 웨딩드레스에 잠깐이나마 배현수와 결혼한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장은숙과 선유가 조유진의 뒤에서 드레스 자락을 들어줬다.조유진은 계단 손잡이를 잡고 한 계단씩 아래로 내려갔다.소파에 앉아 있던 배현수는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그쪽으로 돌렸다.선유는 어디에서 갖고 왔는지 장미 꽃잎 한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녀석은 작은 손으로 꽃잎을 움켜쥐고 허공에 뿌리며 외쳤다.“신부 입장!”분홍색 장미 꽃잎이 바닥에 가득 떨어졌다.눈이 마주친 배현수는 마치 진짜로 신부를 맞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조유진은 웨딩드레스 치맛자락 한끝을 들고 빙그레 웃으며 천천히 그에게 걸어갔다.분명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이 몇십 초라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머리 위에 신부 왕관을 썼더라면 완벽에 완벽을 가했을 것이다. 조유진이 가까이 다가오자 배현수는 순간순간을 놓칠세라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의 눈에서 그윽하고 은은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뜨거운 시선에 조유진은 저도 모르게 쑥스러워 웨딩드레스를 위로 올리며 물었다.“예뻐요?”“응. 예뻐.”조유진은 살면서 처음으로 웨딩드레스를 입었다.배현수 또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조유진을 처음 봤다.어디 예쁘기만 하겠는가?배현수의 눈빛에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선유가 뛰어오더니 조유진과 배현수의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