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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희미한 불빛만 비치는 어두운 공간에는 두 사람의 숨소리만 들렸고 모든 욕망이 이곳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스크린을 등진 채 배현수의 다리 위에 앉은 조유진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여기에 CCTV가 있는 것은 아니겠죠?”

“없어, 있어도 이미 껐어.”

이 프라이빗 영화관은 육지율이 추천해 준 것이다. 육지율은 여기에 투자까지 했다 보니 주주인 셈이었다. 그는 이런 엉망진창인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술집, 연극장, 길모퉁이 카페, 보드게임 놀이방, 방 탈출... 돈을 벌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즐기기만 하면 되니까...

조유진은 반신반의한 얼굴로 물었다.

“정말요?”

그녀와 이마를 맞댄 배현수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 사생활까지 보여줄 생각 없어.”

그의 말에 조유진은 어느 정도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공공장소에서 행동이 너무 과격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영화도 아직 다 안 끝났고... 여기 꽤 더러울 것 같은데요.”

그 말에 배현수는 그녀와 코끝을 맞대며 장난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유진아, 무슨 생각하는 거야?”

조유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봤다.

“그저 뽀뽀만 하려고 한 건데? 더 깊은 것까지 원한 거야?”

배현수의 말에 조유진은 말문이 막혔다.

‘아니! 그게 아니라 싫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그녀는 귀까지 빨개졌다.

사람을 이상한 생각 하게끔 유도한 게 누군데... 그녀는 배현수가 원하는 게 그 짓인 줄 알았다.

배현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늘 차갑고 도도한 그였지만 그녀를 보는 눈빛은 사랑이 가득 담겨있었다.

대형 스크린의 빛이 그의 얼굴에 반사되어 그림자가 가끔 졌지만 조유진을 보는 눈빛은 너무 그윽하고 따뜻해 평소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어두운 빛 때문에 조유진은 그의 얼굴에 스쳐 간 아픔과 아쉬움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저 그런 그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입술을 갖다 댔다.

입술이 닿자마자 팝콘의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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