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찬은 고개를 위로 젖히고 눈을 꼭 감았다. 그는 주먹을 쥔 손에 힘을 꽉 주고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진아, 꼭 이렇게까지 몰아붙여야 해?”“오빠, 몰아붙이는 건 오빠야. 현수 오빠도 감옥에 갔다 왔잖아. 가서 물어봐. 3년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나 정말 들어가고 싶지 않아. 그런 곳에 일단 들어가면 인생은 끝장이야! 감옥에 가느니 차라리 여기서 그냥 죽을게!”다시 뒤돌아선 강이찬은 눈이 시뻘게져 있었다. “그 칼 내려놔.”강이진은 울면서 미친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소란 피우는 거 싫어한다는 거 알아. 오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도와줘. 오빠와 심미경의 결혼식이 끝나면 바로 외국으로 나갈게.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게. 두 번 다시 소란 피우지 않을게. 오빠... 제발 한 번만 도와줘. 우리가 피를 나눈 친남매인 걸 봐서라도... 부모님의 체면도 있잖아. 예전에 오빠를 구하려고 내가 다리를 다칠 뻔한 것을 봐서라도 제발...”강이찬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런 그의 표정은 애석하면서도 무감각해 보였다.강이찬이 계속 아무 말을 하지 않자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있던 강이진의 손은 점점 더 목 가까이 들이밀었다. 벗겨진 그녀의 피부에서는 피까지 흘러나왔다.애원하는 강이진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다.“오빠, 나 정말 감옥에 가고 싶지 않아. 오빠가 계속 이러면 나는 정말 죽을 수밖에 없어.”“미경 씨가 죽지 않았으니까 죄가 심각하지는 않을 거야. 게다가 자수하면 기껏해야 4, 5년이겠지. 이진아, 4, 5년 뒤라고 해도 너 겨우 서른 살이야. 감옥에서 잘 보이면 가석방될 수도 있고...”강이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참고 있던 강이진이 비명을 질렀다.“4, 5년? 그 후에 나오면 폐인이나 다름없는데 여기서 누가 나를 받아주겠어? 그때는 취직도 안 돼. 오빠, 어떻게 심미경 때문에 내 인생을 망치려 해? 그래, 차라리 내가 죽을게. 죽으면 그만이니까!”칼을 들고 있는 강이진은 당장이라도 목을 찌르려
전화기 너머로 옥상의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가 들렸고 통화하는 사람의 목소리도 매우 급해 보였다.이내 정신을 차린 강이찬은 휴대전화를 꽉 잡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일단 조금만 더 잡고 있어 주세요. 바로 갈게요.”이 전화 소리에 옆에서 자고 있던 심미경까지 깼다.옆에 있던 심미경은 그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무슨 일이에요?”“강이진이 또 미친 짓을 하네요. 잠깐 나갔다 올게요.”심미경은 흠칫 놀랐다.“이진이가 왜요? 나도 같이 갈까요?”“아니요. 괜찮아요. 먼저 쉬어요. 나 기다리지 말고.”심미경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운전 조심하고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요.”“네, 알겠어요.”...쌀쌀한 초겨울 밤, 찬바람이 살을 에는 듯 추웠다.옥상에 서 있는 강이진은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강이찬이 도착했을 때, 옥상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젊은 아가씨가 대체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이러는 거예요?”“빨리 내려오세요. 무슨 일이 있든 일단 내려와서 얘기해요!”중년을 훌쩍 넘긴 아저씨와 아줌마들은 열심히 그녀를 타이르고 있었다.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강이진에게 다가간 강이찬은 차가운 얼굴로 호통쳤다.“너 이제 어린애 아니야. 잘못했으면 벌을 받을 생각 해야지! 어떻게 그 죄가 두렵다고 자살할 생각만 하는 거야? 내려와! 사람들이 비웃어!”하지만 강이진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눈물범벅인 얼굴로 고집을 피우며 말했다.“거기에 들어가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일단 내려와서 얘기해!”강이진은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오빠, 내가 여기서 뛰어내리면 나를 용서해 줄 거야?”“이진아, 그렇게 제멋대로 굴지 마! 더 이상 나에게 강요하지도 말고!”강이진이 정말 뛰어내리면 강이찬은 평생 죄책감 속에서 살 것이다.강이진은 앞으로 한 발 내디뎠다. 감옥에 가는 것보다 차라리 이렇게 죽는시늉으로 강이찬의 마음을 되돌리고 싶었다. 강이찬은 조급한 마음을 가다듬고 외쳤다.“강이진! 내려와! 더 이상 소
“트럭 기사를 사주해 교통사고를 낸 이유가 뭐야? 미경 씨가 미워서? 이진아, 너 이렇게 못된 애였어?”강이진은 계속 억울하다며 호소했다. 강이찬이 생각을 바꿀 기미가 보이자 이제 아예 대놓고 불쌍한 척했다.“아니야, 오빠... 심미경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잖아. 지난번에 우리가 서재에서 다투면서 했던 말을 들었나 봐. 조유진의 어머니를 내가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조유진에게 잘 보이려고 고자질하러 가는 거 있지? 오빠, 그때는 너무 무서워서 그랬어. 오빠도 알잖아. 조유진과 배현수가 어떤 사람인지. 심미경이 진짜로 이간질해서 내가 범인이라고 말한다면 정말 끝장이야. 현수 오빠의 성격에 참을 수 있겠어? 아마 당장 나를 죽이려 했을 거야. 게다가...”여기까지 말한 강이진은 다시 한번 침을 꿀꺽 삼켰다. 배현수가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나올지 생각만 해도 살이 떨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을 이었다.“안 그래도 현수 오빠는 안정희를 죽인 사람이 자기 엄마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이런 상황에 심미경이 가서 그 범인이 나라고 하면 바로 믿겠지. 설령 그게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도 나에게 덮어씌우려 할 거야! 조유진과 함께 있으려면 희생양을 찾아야 하니까! 오빠,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야. 심미경의 소원은 오빠와 결혼하는 거고 그 소원이 곧 이루어질 거야. 오빠가 나를 강제로 감옥에 보내면 일만 더 꼬여. 오빠도 내가 죽는 것을 바라지 않잖아. 내가 잘 뉘우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거잖아. 나 이제 내 잘못을 알아. 깊이 뉘우치고 있고. 그런데 이런 일들을 만약 현수 오빠가 알아봐? 내 설명 따위 들으려고 하지 않을 거야. 내가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겠지.”사람은 모두 득과 실을 따지는 동물이다. 이익을 추구하고 해를 피하는 것 또한 인간의 본성이다.소파에 기댄 강이찬은 눈을 감고 조용히 숨을 돌렸다.강이진의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이었고 그녀는 마치 상갓집 개처럼 강이찬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예쁜 웨딩드레스를 누가 싫어하겠는가?“마음에 들면 사자. 그런데 지금은 문을 닫았으니 내일 같이 사러 올까?”배현수의 가벼운 말투는 장 보는 것처럼 경솔해 보였다. 드레스의 아래에 몇백억이라는 가격표가 놓여 있었다. 조유진은 옆에 있던 배현수를 올려다보며 피식 웃었다.“웨딩드레스는 결혼할 때 입는 거예요. 우리는 지금 결혼도 안 했고요.”게다가 대부분 웨딩드레스는 결혼식에 한 번만 입기에 임대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일부 연예인들마저도 결혼식의 웨딩드레스는 직접 돈 내고 사는 것이 아니라 협찬을 받는다.일 년 내내 연예인들의 기사를 쓰는 남초윤이 말하길 연예인들이 입는 턱시도 또한 대부분 빌린 것이라 했다. 이름이 좀 알려진 연예인들은 협찬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누가 돈이 그렇게 많아서 행사에 갈 때마다 디자인이 다른 고급 드레스를 사 입겠는가?배현수는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좋아하는 거 아니었어?”“너무 비싸요.”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장식용으로만 사기에는 돈이 너무 아까웠다.그녀가 이것저것 너무 많은 것들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제일 부족하지 않은 게 돈이야.”그 말에 조유진은 장난기 섞인 얼굴로 물었다.“전에 나더러 돈 갚으라고 했잖아요?”그 3천억은 조유진이 살면서 진 가장 큰 빚이었다.신용카드로 3천만 원을 빚진 것도 무서워 마음을 졸이던 그녀였다. 그런데 3천억이라니... 아마 수십 번 다시 태어나도 이 돈은 절대 못 갚을 것이다.배현수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헛기침을 한 번 했다.“그때 너보고 돈 갚지 말라고 했으면 도망쳤겠지?”말을 하는 그의 까만 눈동자는 한없이 진지했고 농담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귀가 빨개진 조유진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도망 안 가요. 선유가 옆에 있는데 어떻게 도망가요.”그땐 그저 어떻게 배현수를 대해야 할지 몰랐다. 어떻게 화해해야 할지는 더더욱 감이 잡히지 않았으니까...배현수는 시선을 내려 그
하지만 서로의 뜨거운 숨결은 아직도 두 사람의 주위를 맴돌았다.배현수는 그녀와 이마를 맞댄 채 물었다.“원하는 게 뭔데?”줄 수 있는 것이라면 반드시 전부 다 내줄 것이다.조유진은 진지한 얼굴로 배현수를 보며 말했다.“배현수, 난 오롯이 당신만을 원해요.”목소리는 차가웠지만 부드럽고 단호했다.이 말을 들은 배현수는 순간 멍해졌다.한참이나 그녀를 쳐다본 배현수는 이 한마디가 너무 버겁다고 느껴졌다. 그는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그녀를 이끌고 차로 향했다.“밖이 너무 추워. 내가 필요하면 차 안에서 줄게.”“그런 뜻이 아니에요.”배현수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조롱하는 말투로 물었다.“그럼 네가 말한 게 뭔데?”“싫어요.”“싫다고?”얼굴이 살짝 달아오른 조유진은 진지한 얼굴로 다시 말했다.“그런 건 필요 없어요.”일부러 조롱하는 배현수 때문에 조유진은 점점 더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그녀의 허리를 잡고 차 안으로 들어간 배현수는 큰 그림자로 그녀를 가렸다. 차가운 카리스마와 타고난 강한 풍채는 상위자의 기세를 그대로 내뿜고 있었다.하지만 몸을 숙이고 있는 배현수는 여느 때보다 더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술에 키스했다. 그는 그녀를 유혹하듯 달래는 말투로 물었다.“왜 필요 없는데? 불편해? 아니면 아팠어?”조유진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배현수는 쉰 목소리로 그녀의 귀에 진지하게 말했다.“유진아, 최근 몇 번은 별로 힘을 안 줬어.”조유진은 그의 말이 어이가 없었지만 얼굴은 이미 빨갛게 달아올랐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네요. 내 말은 그 뜻이 아니에요.”배현수는 그녀의 살짝 벌어진 입술을 응시하며 말했다.“방금 그 키스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인 줄 알았어.”타이밍이 어쩌면 이렇게 기가 막힐까...조유진이 반박하려 하자 그의 빨간 입술이 그녀의 입을 막아 버렸다.배현수는 다리 위에 그녀를 앉힌 후, 한 손으로는 그녀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리
당황한 조유진은 배현수를 옆으로 밀치고 안쪽 진열대로 들어갔다.진열대 맨 아래 줄에는 정말 각양각색의 꽃 향 콘돔이 있었다. 장미, 재스민, 오렌지 등...조유진은 진열된 것 중에 한 박스를 들더니 조롱 섞인 말투로 물었다.“이제 이런 물건은 겉 포장이 껌과 거의 비슷해지는 것 같아요. 설마 두리안 향까지 있는 것은 아니겠죠?”상인들은 사람의 눈길을 끌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다.두리안 향 콘돔뿐이겠는가? 두리안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이상, 그에 따른 두리안 맛의 기생 용품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녀를 힐끗 흘겨본 배현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두리안 향 좋아해?”“뭐,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아요. 많이 먹으면 질려요.”조유진은 남초윤이 두리안을 즐겨 먹던 것이 생각났다. 대학교에 다닐 때, 남초윤은 큰 두리안을 통째로 사서 먹곤 했다. 육즙이 그대로 보이는 두리안은 살짝 건조된 상태라 아삭한 맛이 날 때도 있었다. 품질이 좋은 두리안은 정말 맛있었다.“다 한 번 맛보면 되지.”순간 멈칫한 조유진은 그제야 배현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그녀에게 물어본 것은 두리안 맛 과일이 아니라...그녀를 보는 배현수의 눈빛은 조롱이 섞여 있으면서도 의미심장했다.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오른 조유진은 손에 있는 장미 향의 콘돔마저 너무 뜨거워 손이 데일 것 같았다.배현수의 따가운 시선과 마주친 조유진은 저도 모르게 발끈하며 말했다.“두리안, 안 좋아해요!”배현수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한 걸음 다가가 뼈마디가 분명한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손에 쥐어진 콘돔을 가져갔다. 그러고는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장미 향도 괜찮지. 다 한 번 맛보면 되지.”그는 진열대를 훑어보며 진지하게 고르고 있었다.“또 어떤 향을 좋아해? 내 기억에는 네가 오렌지를 좋아했던 것 같은데?”한참 후, 그는 다섯 가지 맛을 골랐다. 장미, 오렌지, 딸기, 재스민, 레몬.결제하러 가는 배현수의 뒷모습을 보던 조유진은 혹시 가게에 키오스크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배현수는 이미 입으로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그러고는 한참이나 조수석에 그녀를 가두고 키스를 퍼부었다.마지막 이 시간을 즐기기로 마음먹은 후부터 배현수는 더 없이 걷잡을 수 없어졌다....다음 날 오전.잠에서 깬 조유진은 아래층에서 울려 퍼지는 선유의 외침 소리를 들었다.“엄마!”그녀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서둘러 가운을 두르고 아래층 거실로 급히 내려갔다. 아래층에 가 보니 오피스룩을 입은 두 명의 여성 가이드가 럭셔리한 웨딩드레스를 안으로 들여놓는 것이 보였다.“조유진 씨, 이것은 우리 가게에서 주문한 웨딩드레스입니다. 사이즈는 조유진 씨의 사이즈에 맞게 수선했어요. 한번 입어보신 다음에 사인하실래요?”순간 얼떨떨해진 조유진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웨딩드레스를 산 적이 없는데 혹시 배송이 잘 못 된 게 아닐까요?”“배현수 씨가 아침 일찍 전화해서 주문한 거예요. 여기 맞습니다, 조유진 씨.”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려던 선유는 깜짝 놀라 눈을 똑바로 뜨고 말했다.“엄마! 아빠가 설마 프러포즈하려고 주문한 거 아니에요? 웨딩드레스가 너무 예쁜 것 같아요. 위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도 아주 많아요.”녀석은 작은 손을 뻗어 웨딩드레스 치맛자락의 다이아몬드를 만졌다.자세히 보니 어젯밤 조유진이 매장 앞에 서서 마음에 들어 했던 웨딩드레스였다.그런데 배현수가 이렇게 바로 사 올 줄은... 이 사람에게 웨딩드레스의 구매는 정말 장 보는 것과 다름없는 것 같았다.조유진이 멍하니 서 있을 때, 깔끔한 정장으로 차려입은 배현수가 위층에서 내려왔다.“드레스를 진짜로 사 오면 어떡해요? 어젯밤에는 그냥 생각 없이 한 말이란 말이에요.”옆에 서 있던 매장 직원은 아부하는 듯한 얼굴로 청산유수처럼 말하기 시작했다.“조유진 씨가 생각 없이 한 말까지도 배현수 씨가 이렇게 기억하고 있는 거 보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증명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 당연히 비싼 드레스를 받을 만하죠.”배현수는 조유진의 어깨를
조유진이 미처 답장하기도 전에 남초윤에게서 음성통화가 걸려왔다.“여보세요? 유진아. 배현수가 너에게 웨딩드레스까지 사줬는데 왜 실검에는 네가 배현수에게 차였다는 기사가 떴어? 어떻게 된 거야? 안 그래도 물어보려고 했어. 어젯밤에 배현수가 괴롭혔어?”순간 조유진은 어리둥절했다. 괴롭혔다고?관계를 갖는 게 괴롭힘이라고 하면... 어젯밤 그는 정말 심각하게 그녀를 괴롭혔다. 장미 향의 콘돔이 아직도 머릿속에 또렷이 남을 정도로...남초윤은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아침 일찍 실검에 들어가 보니 네가 배현수에게 차여서 울면서 붙잡는 사진이 있더라고.”순간 조유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럼... 그 사적인 스킨십 장면도 다 찍혔어?”그 말에 남초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떤 스킨십인데? 수위가...?”“어떻게 배현수와 관계 갖는 사진까지 찍을 수 있어? 그것도 SNS에 올렸다고?”몇 초 동안 멍하니 있던 남초윤은 그제야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다.“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아직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조유진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이런 게 사생활 침해 아니야? 고소할 수 있지?”사무실에 있는 남초윤은 하마터면 배를 끌어안고 폭소를 터뜨릴 뻔했다.“그러니까 실검에서 배현수가 너를 찼다는 게 가짜란 말이지? 어제 꽤 뜨거운 밤을 보냈나 봐?”배현수가 조유진을 울렸다고?조유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누가 누구에게 차였다는 거야? 도대체 무슨 말인데?”남초윤은 계속 웃으며 말했다.“네가 직접 실검에 들어가서 봐봐. 그런데 유진아, 그동안 네가 아주 순수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엉큼하네?”음성통화를 끊은 후, SNS에 들어간 조유진은 배현수와 관련된 연관 검색어를 여러 개 발견했다.[SY그룹 배현수 대표. 글로벌 하버에 깜짝 등장, 사망 소식 허위 확인][SY 주가가 하루아침에 폭등][배현수, 첫사랑과 결별]앞의 두 검색어는 사실이었기에 이상한 점이 없었다. 어젯밤, 두 사람이 데이트를 나가기 전, 배현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