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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엄창민은 조유진이 원하는 그 어떤 것도 다 들어줄 것이다.

조유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배현수를 보며 물었다.

“선유는 현수 씨의 딸이에요. 개인 과외할 선생님을 구하는 일을 왜 창민 오빠에게 부탁해요?”

그동안 배현수는 엄창민과 엮이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그런데 지금은 먼저 엄창민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도 선유에게 할 개인 과외 같은 ‘집안일’을 말이다.

조유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지만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생각을 바로 눈치챈 배현수는 이내 고개를 옆으로 돌려 말했다.

“어차피 엄창민에게 관심이 없잖아? 그저 오빠라고 생각한 거 아니었어?”

조유진은 입술을 달싹이더니 일부러 뾰로통한 얼굴로 말했다.

“그건 모르죠? 언제 마음이 변할지. 어쨌든 미혼인 남자와 여자잖아요. 안 그래요? 배 대표님?”

마지막 한 마디는 일부러 배현수의 귀에 대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 말에 그녀를 받쳐주던 큰 손은 일부러 복수라도 하려는 듯 힘을 살짝 풀었다. 깜짝 놀란 조유진은 얼른 그의 목을 껴안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 하는 거예요?”

“방금 뭐라고 불렀어?”

조유진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배 대표라고?”

조유진이 일부러 이렇게 말한다는 것을 배현수도 알고 있었기에 담담한 목소리로 협박했다.

“손 놓을까?”

조유진은 그의 목을 힘껏 끌어안으며 말했다.

“안 돼요.”

가을비가 내리는 밖은 습하고 추웠다. 비도 생각보다 많이 오고 있었다.

물이 흥건히 고여 있는 길가에 발이 닿기만 하면 하이힐은 바로 망가질 것이다.

눈썹을 치켜세운 배현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녀를 보며 말했다.

“그럼 예쁘게 불러봐.”

“배현수.”

퉁명스럽고 어린아이 같은 말투는 마치 협박을 받는 사람 같았다.

배현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너를 납치라도 했어?”

뭐랄까... 협박한 것은 맞으니까...

목소리를 가다듬은 조유진은 조금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배현수?”

‘이 정도면 되겠지?’

입꼬리를 살짝 올린 배현수는 야유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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