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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이게 배 시주님의 축원서예요. 조 시주님이 본당에 들어오기 전에 본당 입구에 있는 오래된 고무나무에 빨간색 천 조각이 걸려 있는 걸 보셨나요?”

조유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못 봤어요.”

그러자 현공민은 자상하게 웃으며 권유했다.

“관심이 있으시면 이따가 가서 보세요.”

“그럴게요.”

조유진은 축원서를 받아 한 장 한 장 넘겼다.

모든 페이지에 배현수의 필체가 빼곡히 적혀 있었고 그녀의 이름도 그중에 적혀 있었다.

조유진이 무사하기를 빕니다.

그녀의 손끝이 글씨 하나하나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나갔다. 그녀의 심장이 갑자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고 눈물이 스르르 눈 앞을 가렸다.

현공민은 그런 그녀를 보며 말문을 열었다.

“그날 저는 배 시주님이 폭우 속에서 무릎을 꿇고 무엇을 기도하는지 물었어요. 그러자 그는 한 사람이 무사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저는 그런 그에게 그 소원을 위해서 어떠한 대가도 다 치를 준비가 되었냐고 물었죠. 물론 목숨을 바쳐서라도요. 조 시주님, 그가 어떤 대답을 했는지 궁금하세요?”

조유진은 축원서에 눈물을 똑똑 떨구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간 채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미 그의 목숨으로 제 목숨을 맞바꿨으니 그의 대답은 알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배현수는 자신의 목숨으로 조유진을 위험 속에서 구해냈다.

이것을 소원 성취라고 할 수 있을까?

목숨과 목숨을 맞바꾸는 일은 살아남은 자에게 너무나 잔인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현공민은 두 손을 맞대고 감개무량해했다.

“아미타불. 배 시주님은 귀인의 얼굴을 갖춘 사람이니 위험을 이겨내고 보란 듯이 무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승려님, 지금 저를 위로해 주시는 건가요?”

“그날 저도 이렇게 배 시주님을 위로했어요. 그 결과 지금 조 시주님이 이렇게 버젓이 기도하고 있으니 위로도 일종 신념이라고 볼 수 있죠. 신념만 잃지 않는다면 세상만사가 다 가능할 수 있어요. 배 시주님과 조 시주님의 집착이 너무 깊어서 제 생각엔 이 인연을 끊어내기 어려울 것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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