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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낱개로 된 그 콘돔들은 확실히 처음 보는 브랜드들이었기에 진짜인지 가짜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조유진의 걱정이 어쩌면 합리적이기도 했다.

배현수도 더 이상 고집하지 않고 그녀를 보며 말했다.

“정상적인 모텔도 아닌데 여기서 묵으려는 거야?”

조유진은 그의 말에 1초도 생각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정상적인 호텔에는 물침대가 없잖아요.”

“물침대가 그렇게 좋아? 그럼 이후에는...”

배현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사람 사이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조유진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그를 보며 물었다.

“이후에 뭐요?”

“아무것도 아니야.”

‘이후에? 나에게 뭔 이후가 있다고...’

배현수는 그 뒷말을 하지 못하고 그냥 삼켜버렸다. 그도 그런 자신이 우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는 혹시라도 그녀가 과민반응을 일으킬까 봐 모든 행동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힘들면 안 해도 돼. 어?”

예전에 조유진은 그의 너무 다정한 스킨십 때문에 그의 품에서 잠깐 기절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조유진이 대제주시로 막 돌아왔을 때라 그에 대한 거부감이 극에 달했을 때였다.

그때 이후로 배현수는 더 이상 그녀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해에 가기 전날 밤, 술에 취한 배현수는 그녀에게 두 번이나 그 짓을 했다. 그날 어쩌면 그녀를 아프게 했을지도...

“현수 씨.”

“어?”

조유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오늘 밥 안 먹었어요? 왜 이렇게 힘이 없어요?”

“안 아파?

조유진은 그를 똑바로 보며 고개를 가로젓더니 그의 귓가에 대고 또박또박 한 글자씩 말했다.

“더.세.게.”

사실 아프다. 하지만 조유진은 그가 좀 더 괴롭혀 주기를 원했다. 더 아프고 싶어서... 아픔이 더 뚜렷할수록 그녀는 이게 꿈이 아니라는 것을 믿을 수 있었다.

...

지리산의 밤은 항상 비가 많이 왔다.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비 때문에 유리창에는 어느새 얇은 안개가 끼었다.

가느다란 하얀 손가락이 유리창을 누르며 손자국을 남겼다.

방안은 온통 두 사람의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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