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91화

배현수는 살짝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물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일, 신경 쓰이지 않아?”

이 세상에서 조유진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배현수일 것이다. 그래서 어떤 방법으로 그녀를 포기하게 할 수 있는지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서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일수록 어떤 말들이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제일 잘 알 것이다.

조유진 또한 어찌 그런 배현수가 밉지 않겠는가? 다만 가끔은 미움보다 사랑이 더 컸다.

배현수의 얇은 입술을 바라보던 조유진은 시선을 천천히 위로 올려 그의 눈을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신경 쓰여요. 그래서 나도 예지은을 용서할 생각이 없고요. 나와 현수 씨는 그냥 지금처럼 이런 상태로 있으면 돼요. 우리 둘 사이의 그런 응어리들이 하루 이틀 사이에 없어질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이렇게 서로에 대한 감정이 없어질 때까지 시간을 끌다가 현수 씨에 대한 내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면 그때 나더러 가지 말라고 해도 내가 알아서 떠날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그냥 이렇게 있어요. 네?”

배현수는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너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어.”

“정말요? 나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는데 공해 바다까지 날 구하러 간 거예요? 나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는 사람이 자기 목숨을 바쳐가며 나를 살리려 한 거예요? 현수 씨, 지금도 나를 속이고 있어요.”

“공해에 간 것은 네가 선유의 친엄마이기 때문이야. 너를 구하지 않으면 앞으로 선유가 이 아빠를 어떻게 생각하겠어?”

배현수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감정 기복도 없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정말로 그 거짓말이 진실이라고 믿겨질 만큼...

가슴이 찡해진 조유진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그럼 왜 또 성남에 와서 나와 창민 오빠의 뒤를 몰래 따라다닌 건데요?”

“남자의 소유욕이 발동한 것뿐이야. 네가 엄창민과 진도가 어느 정도까지 나갔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야.”

“그럼 내가 성남에 가서 창민 오빠와 결혼해도 상관없어요?”

조유진이 한마디 한마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