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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배현수는 조유진이 보낸 메시지를 하나하나 전부 빠짐없이 다 읽었다.

음성 메시지는 몇 번을 들었는지도 모른다.

배현수가 사라졌던 18일 동안 조유진은 매일 밤 그에게 잘 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배현수는 아픈 가슴을 억누르며 선유에게 말했다.

“아빠는 엄마에게 프러포즈할 수 없어.”

“왜요? 아빠, 이제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 이제 다른 아줌마를 좋아하게 된 거예요? 집에 오지 않은 동안 그 아줌마와 같이 있었던 거예요?”

선유는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안 그래도 선유는 학교에서 아빠가 다른 이쁜 아줌마와 만났고 그래서 자기와 엄마를 버렸다는 반 친구들의 말을 들었다.

서재 문밖에서 듣고 있는 조유진은 두 손을 꼭 잡은 채 가슴을 졸였다.

“다른 아줌마? 그런 거 없어. 나와 너의 엄마 일이야. 다른 사람과 상관없어. 단지... 아빠가 어쩌면 더 이상 엄마를 사랑할 수 없을지도 몰라.”

“왜 그럴지도 모르는데요? 아빠, 어른들의 세계는 너무 복잡한 것 같아요.”

작은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쥔 녀석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배현수는 선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크면 다 알게 될 거야. 누군가를 그저 사랑하는 거라면 그 사람을 소유하고 싶겠지만 그 사랑이 너무 커 상대방이 힘들어하면 그 사람을 위해서 놓아줄 줄도 알아야 해.”

“아빠가 놓아주어서 엄마가 편해진 다음에 아빠는요? 아빠 마음은 안 아파요?”

배현수는 피식 웃었다.

“괜찮아. 아빠는 아픈 게 이미 습관 돼서.”

다만... 이번에는 좀 더 아파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곧 죽는다. 그 아픔 또한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송하진이 해독제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배현수는 기껏해야 20일 정도 더 살 수 있을 것이다.

선유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참을 고민했지만 아빠의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빠의 눈을 본 녀석은 아빠가 많이 힘들고 괴로워한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아직은 너무 어린 녀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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