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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1화

그런데 청부 살인이라니... 이건 오만방자하고 제멋대로인 것과 별개의 문제이다.

전화기 너머의 강이찬은 오랫동안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테라스 난간에 기대어 서 있는 그의 얼굴은 어느새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이때 심미경이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하이힐 두 켤레를 들고 와 그에게 물었다.

“이찬 씨, 결혼식 날 하이힐은 어떤 거 신을까요?”

강이찬은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그는 멍하니 자리에선 채 심미경의 얼굴만 뚫어지게 바라봤다.

심미경은 강이찬의 앞에 다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왜 그래요? 누구와 통화한 건데요? 회사에 급한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

“미경 씨.”

“왜요? 이찬 씨, 안색이 별로 안 좋아 보여요. 어디 불편한 건 아니죠?”

순간, 강이찬은 심미경을 덥석 껴안았다. 그는 심미경을 더 꽉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니요. 아픈 데 없어요. 요 며칠 신혼집 꾸미느라 좀 힘들었나 봐요.”

하이힐을 두 손에 들고 있는 심미경은 강이찬을 안아주지 못하고 그저 웃으며 말했다.

“풍선도 아직 많이 불어야 하는데... 인터넷에 보니까 풍선 불어주는 기계가 있더라고요. 그동안 내가 바보같이 입으로 부니까 속도가 늦었나 봐요. 기계를 생각하지 못하다니... 참, 요즘 이것저것 바쁜 게 너무 많은 데 이진이더러 와서 도와달라고 할까요?”

심미경이 기억을 잃은 후, 강이진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심미경을 계속 새언니라고 부르며 아주 깍듯이 대했다.

그러다 보니 심미경도 점점 강이진에 대해 마음을 열었다. 강이찬의 여동생이고 미래의 시누이가 먼저 호의를 표시하는데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겠는가?

강이찬은 강이진이 독립하면서 성숙해졌기에 예전처럼 심미경을 괴롭히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게 아니었다. 심미경을 대하는 강이진의 태도가 완전히 바뀐 것은 단지 도둑이 제 발 저려서였기 때문이다.

강이진은 심미경이 기억을 되찾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고 그날 교통사고의 범인이 그녀라는 것을 알게 될까 봐 마음을 졸이고 있었던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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