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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통에서 약을 꺼낸 조유진은 입에 넣기 전, 덤덤한 얼굴로 배현수를 보며 물었다.

“나더러 정말 먹으라고 그러는 거예요?”

배현수는 침대 머리맡에서 생수 한 병을 들고는 뚜껑을 따서 조유진에게 건넸다.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뜻은 분명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애매모호한 관계에서 뜻하지 않게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정말 골칫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조유진도 더 이상 감정만 앞섰던 열여덟 살 소녀가 아니다.

그녀는 약을 입에 넣은 후, 배현수가 건넨 물을 받아 약과 함께 삼켰다.

그런 그녀를 보며 배현수는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어젯밤에는 네가 잠깐 오버했다고 생각할게. 앞으로 다시는 그런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배현수의 앞에 서 있는 조유진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어젯밤에는 확실히 현수 씨가 살아있는 것을 보고 너무 흥분해서 오버한 건 맞아요. 그런데 현수 씨는요? 현수 씨가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건요?”

“네가 원한 거야, 유진아.”

“거절할 수도 있었잖아요.”

배현수가 확실하게 조유진에게 거절의 의사를 표했더라면 어젯밤에 그녀가 그렇게 질척거릴 수 있었을까? 관계를 두 번씩이나 가질 수 있었을까?

배현수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자 조유진은 절뚝거리며 욕실로 향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도저히 볼 수 없었던 배현수는 그녀를 번쩍 안아 침대에 앉혔다.

배현수는 그녀의 다친 오른쪽 발목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어젯밤에 빨갛게 부어올랐던 발목은 이미 새파랗게 멍이 들어있었다. 조유진의 피부가 워낙 하얀 탓에 상처가 더 끔찍해 보였다.

미간을 찌푸린 배현수는 조금 전에 사 온 연고를 뜯어 조유진의 발에 발라 주었다.

겉에 셔츠 한 장만 걸치고 있었던 조유진은 안 그래도 속옷을 안 입고 있었는데 발까지 들자... 속살이 그대로 보였다.

진짜로 보여줘야 할 것,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들이 이 순간 전부 낱낱이 드러난 것 같았다.

민망한 조유진이 다리를 움츠리려 하자 배현수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의 발을 더 꽉 부여잡았다.

“움직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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