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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심미경은 기억을 되찾고 싶었다.

하지만 조유진은 심미경의 기억 상실이 부럽기만 했다.

“사실 과거를 잊는 것이 전적으로 나쁜 일은 아니에요. 원하지 않는 일을 가슴에 깊이 새기는 게 오히려 벌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일을 완전히 잊어버린다면 딱히 나쁜 일이라고 말하긴 어렵죠.”

심미경은 SY 그룹 사무실에 오기 전에 이미 강이찬으로부터 조유진과 배현수 사이의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일들을 들었었다. 그리고 덤으로 배현수의 사망 소식도 전해 들었다.

조유진이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원하는 일을 잊어버리게 되면 상처로 멍든 가슴이 치유되고 헤여나올 수 없는 과거의 늪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둘러싸인 성과 같았다.

기억을 잃은 사람은 기억을 되찾고 싶어 하고 기억을 지우고 싶은 사람은 결코 쉽게 잊을 수 없었다.

심미경은 머리가 살짝 아파져 관자놀이를 누르며 조유진을 바라보았다.

조유진은 그런 그녀를 부축하며 다급하게 물었다.

“왜 그래요? 머리가 많이 아파요?”

“왠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조유진 씨에게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느낌이 자꾸 들어요. 근데 진짜 생각나지 않아요...오늘 조유진 씨를 보고 나서 이런 느낌이 더 강렬해졌어요.”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조유진은 심미경이 뭘 말하려고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어떤 부분에 관련된 일이죠?”

“저도 잘 모르겠지만 아주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면 저도 이 정도로 강한 느낌이 들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심미경이 도무지 생각해 내지 못하자 조유진도 계속 캐묻기에 난처했다.

“일단 좀 쉬세요. 머리가 아프면 애써 뭔가를 생각해 내려고 하지 마세요.”

...

오후에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조유진은 테이블 위에 밀크티 한 잔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재스민 그린 밀크티, 당도 30%, 검정 타피오카와 분홍색 타피오카 그리고 커피 젤리 추가.

가을의 첫 밀크티 한 잔.

“...”

조유진은 제자리에 얼어붙은 채 얼굴색이 확 달라졌다.

“육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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