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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우리 방마다 불 다 켜놓고 있자. 그러면 아빠가 불빛을 보고 집으로 돌아올 수도 있어.”

“진짜야?”

“응.”

조유진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사실 그녀 자신이 그렇게 믿고 싶었다. 길을 잃은 배현수가 불빛을 따라 집에 돌아올 수 있기를.

조유진은 딸과 같이 소파에 가만히 기대어 앉아있었다. 시원한 밤바람이 창문으로 들어와 그녀의 머리를 간지럽혔다. 조선유는 졸린 눈을 비비며 물었다.

“엄마, 나 조금 무서워, 아빠가 귀신으로 변하면 어떡해?”

조유진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딸을 달랬다.

“걱정하지 마. 아빠가 귀신이 되어도 우리 선유는 해치지 않을 거야.”

아직 어린 딸은 죽음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정확하게 뭔지 몰랐다. 어른처럼 심장이 찢기는 아픔을 아직 몰라서 다행이었다.

조선유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빠 오늘 밤에 집에 올 수 있어? 나 아빠한테 할 얘기가 있는데. 지난번에 내가 받아쓰기 시험에서 꼴찌를 했는데 100점 맞았다고 거짓말했어. 이따 아빠를 만나면 사실대로 말할 거야. 아빠 하늘나라 가서 걱정하지 않게.”

조유진은 귀여운 딸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내 눈물이 눈앞을 가로막았다.

그녀는 딸을 품에 꽉 끌어안았다.

“선유야, 졸리면 자도 돼. 아빠가 오면 엄마가 꼭 깨워줄게.”

조선유는 그렇게 그녀의 품에서 잠들었다. 조유진은 창밖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 세상에 귀신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배현수가 귀신의 모습을 해서라도 그녀 앞에 나타나 주기를 바랐다. 그렇게 조유진은 소파에 앉아서 날밤을 새웠다.

조유진은 조용히 딸을 안아서 침대에 눕히고 다시 거실로 나왔다.

육지율은 아침 일찍 그녀에게 전화했다.

“오전 열 시에 주주총회가 있어. 준비됐어?”

“네. 사실 준비할 것도 없네요.”

조유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주주들과 임원들, 말이 거칠어질 수도 있어. 마음의 준비는 하고 가는 게 좋을 거야.”

“네.”

전화를 끊고 조유진은 욕실로 향했다. 샤워를 마치고 하얀색 정장으로 갈아입은 후,

연한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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