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유람선 한 척이 끝없이 펼쳐진 짙푸른 바다 위에서 평온하게 운항하고 있었다.유람선의 야외 갑판에는 바람이 사납게 휘몰아치고 있었다.조유진이 흐리멍덩하게 눈꺼풀을 벌렸다. 그의 두 손과 두 발은 굵은 끈으로 꽁꽁 묶여 있었고, 거센 바닷바람에 잠시 정신을 차렸다.머리 위에서 친숙한 중년 남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나의 착한 딸아, 드디어 깼구나!”“교범? 당신은 이미...”“내가 안 죽은 것을 보니 놀랍나 보지? 네가 조금이라도 효심이 있으면 내가 안 죽은 걸 보고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 착한 딸, 어떻게 이렇게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 있어? 내가 죽지 않으니 크게 실망했나 봐?”조유진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아빠가 안 죽었으니 너무 실망스럽네요, 우리 사이의 부녀 관계는 이미 7년 전에 끝났어요, 이제 와서 무슨 아빠인 척해요?”“이런 불효한 년!”팍!교범은 손바닥을 치켜들고 조유진의 뺨을 호되게 때렸다.조유진의 입가에는 피가 흘렀고 얼굴도 비뚤어졌다.그녀는 갑판 난간 옆에 버려져 있었고, 고개를 돌리면 푸른 바닷물이 흰 물보라를 일으키는 것을 볼 수 있었다.깊은 바다는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웠다.하지만 지금의 조유진에게 이것은 끝없는 고통이었다.그녀는 숨을 몰아쉬고 얼굴색이 심하게 창백해져서 서둘러 눈을 감고 시선을 옮기고 고개를 들어 조범을 보며 말했다.“왜 저를 납치했어요?”“내가 설혜보고 너한테 전화해서 충주로 돌아와 내 마지막으로 널 보자고 했는데, 너는! 내 착한 딸! 내가 감옥에서 죽었다는 말을 듣고도 넌 아무렇지 않았지! 조유진, 내가 어떻게 너 같은 불효한 딸을 낳을 수 있어! 네가 날 만나러 오지 않으니, 난 사람을 보내 널 묶어서 나를 만나게 할 수밖에 없었지!”조유진은 눈을 부릅뜨고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그래 지금 절 만났어요, 뭐 하고 싶어요? 이 유람선이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어요!”조범은 쪼그리고 앉아 그녀를 보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곳은 서태평양이야, 조금 있으
조범은 배현수가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공해로 오지 않을까 봐 일부러 심한 말을 했다.“배현수, 네가 감히 오지 않으면, 조유진이 당하는 일은 바다에 버려지는 것만 아닐 거야. 이 유람선에는 젊고 힘센 남자들이 많아, 조유진이 또 이렇게 이쁜데, 그들이 만약에 화가 나면 조유진을 가만 놔두겠어? ”“조, 범!”배현수가 화가 나서 몹시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조범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오기만 한다면, 조유진은 별일 없을 거야.”조유진은 핸드폰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현수 씨, 이 사람 말을 듣지 마세요! 절 잡은 건 당신을 유인하기 위해서예요! 만약 당신이 온다면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죽을 거예요! 이 사람들 손에 총이 있어요! 오지 마세요! 죽어요!”공해라는 국경이 없는 바다에서는 강한 사람의 말이 곧 법이었다.살인과 범죄는 이 바다 위에서 흔한 일이었다.그녀는 배현수가 자신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것도 이렇게 험한 상황에 말이다.배현수의 나지막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전화에서 들려왔다.“내가 올 때까지 그들과 맞서지 말어, 꼭 살아남아야 해.”조유진은 두 눈이 빨개지고 바닷바람에 흐르는 눈물이 말라져 갔다.“현수 씨... 제발 부탁하는데 오지 마세요... 조범이 어쨌든 저의 친아버지인데, 저를 정말로 죽이지 않을 거예요, 그의 말을 믿지 마세요! 현수 씨가 여기로 온다면, 그는 정말 당신을 죽일 거예요!”그녀는 그를 속이려고 했다.만약에 배현수가 정말 온다면, 이 길은 돌아갈 수 없는 길이었다.조유진이 입이 닳도록 말했으나 배현수는 또박또박 꿋꿋이 말했다.“조유진, 잘 들어, 만약 네가 죽으면 나도 혼자 살지 않아, 그러니까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약속해, 유진아.”그녀는 참으려고 애썼지만, 소리내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현수 씨, 저를 위해 위험에 처할 필요 없어요, 당신이 정말 오면 선유는 어떻게 해요? 진짜 오지 마세요...”“초운 씨가 우리 선유를 아주
조유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갑판 위에 총을 들고 검은 옷차림을 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눈동자를 움츠렸다.그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의 왼쪽 팔뚝에는 모두 용처럼 생긴 문신이 있었다.보아하니 무슨 거대한 지하 조직인 것 같았다.그녀는 지금의 자신이 벌레와도 같았다. 저 사람들이 그녀를 향해 아무렇게나 총을 쏘기만 하면 그녀는 바로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더 두려워하는 것은 죽임을 당하는 게 아니라, 배현수가 여기에 오면 그들이 배현수한테 어떻게 할까 봐 걱정했다.그녀는 피곤할 대로 피곤해진 눈을 뜨고 조범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부녀 사이의 체면을 봐서라도 부탁 하나 해도 되겠어요?”“배현수를 놓아주라는 말은 하지 마!, 내가 할 수도 없어. 다른 것을 말해봐 봐, 내가 최선을 다해 만족시켜 줄게.”조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만약에 배현수가 죽으면 나도 안 살래요, 저는 저 검은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얼마나 나쁜지는 몰라요, 제발 부탁하는데 저 사람들이 저를 강간하지 못하게 해요, 그냥 저를 차라리 통쾌하게 죽여주세요.”“알았어.”“그리고, 바다에 시신을 던질 거면, 저와 배현수를 함께 묶어서 던져주세요.”조범은 안타까워하는 모습으로 조유진을 노려보며 호통을 쳤다.“조유진, 지금 어떤 상황인데 넌 아직도 귀신에 홀린 듯 이런 말을 해! 내가 보기에 배현수 그 새끼 도대체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너 만약에 당시 배현수한테 빠지지 않고 내 말을 듣고 유씨 집안의 유승태랑 결혼했더라면, 지금 너와 나, 모두가 이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을 거야!”조유진은 그와 이런 쓸데없는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는 공해였고, 유람선 위에는 총을 든 검은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한 바퀴 서있었다.그녀는 자신이 생존할 확률이 희박하고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난간에 기대 아무런 미련이 없이 마지막으로 부탁했다.“제가 조금 있으면 죽어요, 어쨌든 저는 당신 친딸인데, 저를 한번 도와주세요, 저와 현수 씨가 죽
“네 이놈아! 수작 부리지 마! 그런데 네가 어디에 가서 사람을 구하려고 하는지는 나한테 알려줄 수 있어? 누구를 구하길래 719부대의 힘이 필요해.”“공해, 내 아내를 구해야 해요.”“네놈이 언제 결혼했어?”배현수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살아서 돌아오면 제가 우리의 결혼식에 초대하겠습니다.”“알겠어, 내가 바로 통지할게, 하지만 네가 약속을 어기면 안 돼!”배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말한 것은 반드시 지킵니다.”719부대는 지하의 암흑세력이었고, 이 세력은 정의와 한국을 위해 복무했다.719부대의 역대 최고지도자는 719부대의 맴버들에 대한 절대적인 파견 권리와 임명권이 있었다.그리고 719부대는 더욱 신비한 조직이었고 그 안에 맴버들은 각자 장점을 가지고 있고 모두 사격 솜씨가 좋았지만, 출신은… 엉망진창이었다. 사령관님이 어디서 그들을 데리고 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하지만 이건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배현수를 예로 들어 말하면, 사령관님이 배현수의 배경 조사를 마친 뒤, 감옥에 있는 그를 마음에 들어 했다.7년 전, 그는 핍박받아 감옥에 들어갔다. 당시 그가 감옥에 들어갔다는 뉴스는 사실 몹시 충격적이었다. 그는 대학 입시에서 1등으로 대제주대학에 들어갔고 순조롭게 박사 공부도 했다. 이변이 없다면, 그렇게 많은 주목을 받은 이력과 우수한 성적으로 그는 대제주대학교의 에이스가 될 것이었다.그가 감옥에 들어간 지 얼마 안 지나, 사령관님은 그를 스카우트한다는 마음으로 직접 찾아왔다.719부대의 맴버 중에 그처럼 감옥살이를 한 것은 별일도 아니었다. 나이가 제일 어렸던 해커는 은행시스템을 해킹한 적이 있었고 사령관님이 이 점이 눈에 들어 그를 잘못된 길로부터 올바른 길로 인도했다.배현수는 기억력이 뛰어났고 한 번 보면 잊지 않는 재능이 있었고 그가 금융 주식시장에 대한 날카로운 안목은 사령관님으로 하여금 마음에 들게 했다. 원래 3년 동안의 감옥살이에서 사령관님은 그를 바로 데리고 나갈 수 있었지만, 그의 의지를 키우
밤이 되자 공해에서는 파도가 세차게 일었다.계속하여 맹렬하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는 조유진의 마음을 점점 무겁게 했다.어쩔 수 없이 등 뒤로 묶인 그녀의 손은 난간을 꽉 움켜쥐고 있었고, 심해 공포증으로 인해 그녀의 손바닥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오후부터 저녁까지 불과 몇 시간이 지났지만, 조유진은 매분 매초가 마치 일 년처럼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또 30분이 지났다.9시 반.조범은 급해 나서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배현수가 죽는 게 무서워서 안 오는가 보지?”조유진은 창백한 입술로 웃으며 말했다.“죽는 게 두려운 건 사람 본능이에요. 당신은 죽는 게 무섭지 않아요? 내가 보기에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에요. 혹시 현수 씨가 오지 않으면 드래곤 파에서 당신에게 맡겨 준 임무는 실패하는 거고, 조범, 아니면 우리 함께 짝이 되어 같이 바다에 뛰어들죠.”그녀는 배현수가 자신을 구하러 오지 말았으면 했다.만약에 오늘 밤 죽어야 하는 운명이라면, 그녀는 조범을 끌고 같이 지옥에 가려고 했고 배현수와 함께 죽기는 싫었다.조범은 임무를 완수한 후,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미국에서 별장에 입주해 미국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거로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조범은 어찌 죽음이 두렵지 않겠는가?그는 조유진의 머리카락을 확 잡아당기며 매서운 말투로 말했다.“네가 죽고 싶으면 날 등받이로 끌어당기지 마! 조유진, 넌 내 딸로서 그 뒈질 놈의 네 엄마처럼 재수 없어! 멍청한 년!”조범은 갑판 위에서 망원경을 들고 해면을 바라보았다.갑자기 흰색 요트 한 척이 물보라를 뚫고 유람선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이 부근에는 다른 배가 없었고 지금, 이 해역에서 나타난 것으로 봐서는 거의 틀림없이 배현수였다.조범은 망원경을 내려놓고 기쁨에 차서 소리쳤다.“배현수가 왔어!”그의 눈빛은 마치 금은보석을 본 것처럼 흥분으로 가득 찼다.조유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움직여 고개를 돌려 해면
“이 계집애야! 입 다물어!”조유진의 긴 머리가 바닷바람에 헝클어지고 눈물마저 말라버렸다.그러나 요트는 용감하게 크루즈를 향해 다가갔다...요트는 크루즈 곁에 가서야 겨우 멈추었다.요트에서 누군가가 일어났다. 그의 몸매는 빼어났고 왠지 익숙한 듯한 모습이었다.그 남자는 검은색 바람막이 옷을 입고 있었고 조범의 분부대로 두 손을 들었다.그는 오른손에 검은색 권총을 들고 있었다.조범이 명령했다. “총 내려놔!”그는 권총을 두 번 돌리더니 긴 팔을 요트 밖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손을 놓자 권총이 바다 밑으로 떨어져 삽시에 파도 속에서 사라졌다.“이젠 배에 올라타도 되겠어?”조범이 지시하자 옆에 있던 검은색 옷차림의 남자가 계단을 내려놓았다.조유진은 눈물에 흐릿해진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올라오지 말아요... 현수 씨... 얼른 가란 말이에요!”하지만 배현수는 그녀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그는 은백색의 금고를 들고 아주 꿋꿋한 발걸음으로 크루즈에 올랐다.그가 갑판에 오르자 검은색 옷차림의 남자는 총으로 그의 관자놀이를 겨누었다. “손 들어!”배현수는 금고를 조범의 발 옆에 놓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5백만 달러야! 열어서 확인해 봐!”금고를 열자 달러가 가득했다.조범은 미친 눈빛으로 손을 떨며 달러 지폐를 만지더니 이내 금고를 닫았다.그는 배현수에게로 총을 겨누었다!배현수가 두 손을 들었다. 오랫동안 우세에 처했었던 그는 잠깐 열세에 처했지만 몹시 침착하였고 차가운 얼굴에는 두려움 한 점 없이 차분하였다.무기를 다 내놓았지만 지금의 배현수는 더는 7년 전의 가난뱅이 소년이 아니었다.그의 포스는 조범으로 하여금 압박감을 느끼게 했다.그 포스는 오랜 권력 싸움을 통해 마련한 상위자의 기백이었다.총을 들고 있던 조범은 저도 모르게 손을 꽉 잡았다. “배현수, 넌 드래곤 파를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어! 넌 오늘 죽고 말 거야!”조범을 쳐다보는 배현수의 칼날 같은 눈빛이 어느샌가 약해졌다.배현수는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가면을 쓴 남자가 조범에게 말했다. “조유진을 놔줘.”물론 조범은 응하지 않았고 가면을 쓴 남자에게 귀띔했다. “배현수가 속임수를 쓰는 걸 거야! 조유진을 놓아주면...”“당신이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야!”가면을 쓴 남자의 목소리가 굵어졌고 그 목소리는 분명 변조된 것이었다.하지만 그 목소리는 아주 위엄있는지라 조범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조범은 조유진을 힘껏 떠밀었다.조유진이 배현수 쪽으로 넘어졌고 그 순간 배현수는 조유진을 꼭 껴안았다.배현수는 잃어버렸던 보배를 되찾은 것처럼 조유진을 꽉 안았다.“현수 씨...”조유진이 말하려는 순간, 배현수는 조유진을 끌어안은 채 그녀의 뒤로 가서 그녀의 팔목에 묶여 있는 밧줄을 풀어주었다. 그는 그녀에게 키스할 것처럼 그녀의 귓가에 가까이 다가가 둘만 알아들을 수 있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따가 함께 크루즈에서 뛰어내리고 요트에 앉아 이곳을 떠나자.”하지만 상대편에 사람이 많은데 정말 도망갈 수 있을까?조유진은 조금 의심했지만 결국 배현수를 믿기로 하였다.그녀가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그는 그녀의 발목에 있는 밧줄을 풀어주었다.“유진아, 두려워?”이따가 총격전이 벌어질 수 있다.배현수는 안전하게 도망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조유진을 도와 도망치게 할 것이다.조유진은 손목뼈가 또렷한 배현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현수 씨만 옆에 있으면 두렵지 않아요.”그녀는 배현수를 확신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눈물을 글썽이던 눈빛이 다시 별빛처럼 밝고 투명해졌다.배현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크루즈에 올라선 그 순간부터 조유진을 결심을 내렸다.만약 그들중 누구 하나 살아남게 된다면 조유진은 배현수와 생사를 함께할 것이다.배현수가 허락한다면 말이다...배현수는 따뜻한 눈빛으로 조유진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깊고 복잡하며 많은 감정이 섞여 있었다...당시 조유진은 몰랐지만 다시 떠올려보니 그 눈빛 속에는 이별의 슬픔이 가득했다.배
가면을 쓴 남자가 말했다. “배현수, 좋은 말 할 때 폭탄 조정 장치를 내놔!”배현수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음험한 미소를 지었다. “안 주면 어쩔 건데?”가면을 쓴 남자가 총으로 배현수의 오른팔을 겨누었다. “흥, 내가 총을 못 쏠 것 같아?”“그럼 어디 한 번 쏴봐. 내 폭탄 버튼이 빠른지 총이 빠른지 한번 겨뤄보자고.”가면을 쓴 남자는 총을 여러 번 겨누었지만 끝내 총을 쏘지 못했다.배현수 같은 미치광이는 폭탄 버튼을 정말 누를 수 있었다!“자기 자신을 희생해서 저 여자를 보내는 건 의미 없잖아! 아니면 나랑 거래할래?”남자는 경멸에 찬 말투로 말했다. “너처럼 비열한 녀석과는 거래 안 해!”“거참 뻔뻔스럽게 구는군!”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망했어! 군함에 포위됐어!”“뭐라고? 군함?”“719국의 군함 같아!”“쿵!”“쿵!”“쿵!”총소리가 끊이지 않았다!크루즈에 있던 검은색 옷차림의 남자가 총소리와 함께 넘어졌다!엉망이 되었다!가면을 쓴 남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폭탄 던져!!”배현수가 민첩하게 돌아서더니 총 하나를 들고 검은색 옷차림의 남자들을 명중하였다!가면을 쓴 남자가 배현수의 왼쪽 어깨를 향해 갑자기 총을 쏘았다!“배, 현, 수! 719국의 사람이었군!”배현수는 이를 꽉 깨물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지금 알아도 늦은 건 아니야!”가면을 쓴 남자도 허벅지에 총을 맞았다!배현수가 틈을 타 아래로 뛰어내리려 하자 가면을 쓴 남자가 배현수의 종아리를 잡고 다시 배 위로 데려갔다!크루즈 갑판에 ‘쾅’ 하고 넘어진 두 사람은 맨주먹으로 싸우기 시작했다!그 누구도 이길 수 없었다.이내 몸은 피투성이가 되었다.크루즈는 군함의 적수가 못 되었다. 그러나 크루즈에 배현수가 있었기 때문에 크루즈를 함부로 폭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한참 싸우더니 가면을 쓴 남자가 한 바퀴 돌아서 갑판에 떨어진 폭탄 조정 장치를 주웠다.“군함을 철수해! 그러지 않으면 이 버튼을 누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