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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차에 오른 서정호는 백미러로 뒷좌석에 앉아 있는 배현수를 조심스럽게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배현수는 시선을 아래로 내린 채 작은 진주 귀걸이를 손에 쥐고 만지작거렸다.

그의 모습은 마치 혼이 반쯤 나간 사람 같았다.

그때 서정호가 물었다.

“배 대표님, 조유진 씨를 따라갈까요? 방금 떠났으니 우리가 빨리 운전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겁니다.”

배현수는 잠시 아무 말을 하지 않더니 갑자기 실소를 터뜨렸다.

“한쪽만 아니라고 하면 결국에는 아닌 게 되는 거였어.”

그는 목을 한 번 가다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유진이가 나를 피해.”

배현수는 조유진에게 좀 더 다가가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배현수가 한 걸음만 다가가도 그녀는 열 걸음 뒤로 물러선다.

그녀와 더 멀어지지 않기 위해 배현수는 멈출 수밖에 없다.

서정호는 배현수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살짝 당황했다. 어찌 되었든 회사 대표인지라... 아무 말이나 할 수 없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배 대표님, 대표님과 조유진 씨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면서 좋아하게 되었다는 거 잘 알아요. 그래서 서로 같이 많은 경험을 했죠. 그 추억들이 아름다운 것이든 아니면 심장을 찌르도록 아픈 것이든 두 사람에게만 있는 추억입니다. 그 추억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고 나중에 그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절대 서로를 대체하지 못할 거예요. 그 누구도 서로의 마음속 위치를 대체할 수 없죠.

마음 깊이 새길 수 있는 이런 감정들은 많은 사람은 경험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요.

대표님보다 좀 더 오래 산 사람으로서 말씀드리자면 저와 저의 아내는 대표님과 조유진 씨처럼 감정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지 않았지만 저의 아내도 저와의 결혼생활을 포기하려고 했어요.

다른 사람들의 눈에 저희의 결혼이 원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런 말이 있죠. 죽고 못 살 정도의 사랑으로 한 결혼이라고 해도 상대방을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울 때가 있다고. 사람이 동물도 아니고 이런 감정들이 어찌 없겠습니까. 대표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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