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알고 있었어요? 우리 오빠가 미경 씨와 있을 때 조유진 씨 이름을 많이 불렀나 봐요!”심미경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조유진이 죽었다고요?”“몰랐어요? 조유진 그 여자가 1년 전에 바다에 뛰어들어 죽었어요. 아, 그리고 시신은 아직 못 찾았어요.”시신을 못 찾았다고 말을 하는 강이진은 뭔가 통쾌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강이진은 조유진을 미워했다.조유진 같은 여자를 배현수가 계속 잊지 못한다는 사실이 항상 강이진을 질투하게 했다. 심미경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데... 우리 지난주에 조유진 씨와 샤브샤브를 먹었어요. 조유진 씨 안 죽었어요.”“뭐라고요?”강이진은 깜짝 놀라 손에 쥐었던 포크를 땅에 떨어뜨렸다.땡그랑.그때 마침 강이찬도 집에 도착해 현관에서 거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진아 너 또 사고 쳤니?”그녀는 강이찬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재빨리 그의 옆으로 다가가 물었다.“오빠, 조유진 아직 살아있어? 직접 오빠 두 눈으로 살아있는 거 확인했어?”강이찬은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왜? 또 조유진 귀찮게 하려고? 겨우 살아서 돌아온 사람 귀찮게 할 생각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네가 또 괴롭히면 너의 그 현수 오빠가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강이진은 마치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조유진이 살아있다니... 아직 살아있었어...”강이진의 멍한 모습에 강이찬은 더욱 눈살을 찌푸렸다. “이진아, 너도 이제 어린애가 아니니 더 이상 배현수 따라다니지 마. 내가 말했잖아. 현수는 평생 결혼을 안 하면 안 했지, 너를 여자로 볼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게다가 지금은 유진 씨까지 돌아왔으니 인제 그만 꿈 좀 깨는 게 어때?”“아니야...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일 없을 거야. 현수 오빠 어머니가 조유진 엄마를 죽였어. 두 사람 사이 때문에 죽은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다시 만나! 두 사람은 만나서는 안 되는 사이라고!”이 말을 하는 강이진의 두 눈은 순간 반짝였
하지만 강이찬은 바보가 아니다.강이진이 한 말에는 허점이 너무 많다.“네가 어떻게 봤는데? 네가 그 요양원에 가서 뭐 해? 나도 조유진 씨 어머니가 누군지 모르는데 네가 어떻게 알아?”강이진은 그의 눈을 피하고자 고개를 살짝 숙이고 몸을 부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내가... 요양원에 간 이유는 현수 오빠의 어머니를 보러 간 거야. 현수 오빠가 나에게 호감을 느끼려면 어머니에게 점수 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 오빠, 내가 요양원에 간 건 진짜 현수 오빠 어머니 예지은을 보러 간 거라고! 허튼짓 안 했어. 제발 믿어 줘.”“진짜로?”강이진은 강이찬의 팔을 붙잡으며 애원했다.“오빠, 내가 조유진을 싫어하는 거 다 아는데 내가 만약 그때 거기에 있었다고 하면 나를 범인이라 생각할 거 아니야? 하지만 나 진짜 아니야. 예지은이 밀었다고. 나와는 전혀 상관없어! 제발 부탁인데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아줘. 나 감옥 가기 싫단 말이야...”강이찬은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녀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계속 애원했다.“오빠, 제발 비밀 지켜줘야 해? 엄마, 아빠에게 나 잘 돌봐줄 거라 약속했잖아. 현수 오빠가 대제주시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만약 나를 살인자라고 생각하면 분명 나를 고소할 거야. 그러면 나는 무조건 감옥에 가게 될 텐데...오빠, 설마 벌써 잊은 건 아니지? 1년 전, 현수 오빠가 그 아이 때문에 우리 둘을 회사에서 쫓아냈잖아. 현수 오빠 눈에는 조유진밖에 없어. 그러니까 분명 그 일을 나에게 뒤집어씌울 거란 말이야. 그러면 본인이 조유진과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그녀의 말을 듣고 있는 강이찬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자 강이진은 계속 애원하며 말했다.“오빠, 오빠가 조유진 좋아하는 거 알아. 심미경이랑 같이 있는 것도 저 여자가 조유진을 닮아서 그러는 거잖아. 나 다 알아. 다 이해해. 그래서 조유진이 다시 살아 돌아왔으니까 이제 다시 현수 오빠랑 만난대?”강이찬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순간, 세 사람은 모두 멍해졌다.강이진은 깜짝 놀라 대뜸 큰소리로 외쳤다. “당신!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내가 우리 오빠와 얘기하는거 엿듣기라도 하고 있었던 거예요?”그러자 심미경은 다급히 입을 열었다.“아니요. 저녁에 뭐 먹고 싶은지 여쭤보려고 왔어요.”하지만 강이진은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고 그녀가 심미경에게 한마디 더 하려할 때 강이찬이 그녀를 막았다.“아무거나. 해주는 거로 먹을게. 가자, 내가 같이 요리하는 거 도게.”강이찬은 심미경과 함께 부엌으로 가 같이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심미경은 채소를 썰고 강이찬은 옆에서 채소를 씻었다.이때 갑자기 강이찬이 물었다.“방금 문 앞에서 무슨 말 들었어?”“아니...”도마에서 채소를 썰고 있던 그녀는 순간 멈칫했다.그러자 강이찬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진이가 성격이 불같아서 말을 이쁘게 하지 못해. 이해해줘. 몸만 성인이지 아직 어린애나 다름없어. 나중에 우리가 블루레일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 그때는 부딪치는 일 별로 없을 거야. 조금만 참아.”그녀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강이찬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이찬 씨, 방금 그 말은... 우리 결혼, 다시 원래대로 하자는 얘기예요?”“응.”강이찬의 ‘응’이라는 한 마디에 심미경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녀는 조유진이 돌아왔기에 강이찬이 자기와 헤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성남, 엄 씨 사택.엄창민은 대제주시에서 성남으로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엄준을 만나러 왔다.그곳에는 엄명월도 있었다.엄명월은 엄창민을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여자 하나 때문에 협력사와 싸우고 돌아왔는데 아버지는 오빠가 일하는 게 침착하다고 나보고 따라 배우라 하시네... 하... 그런데 훌륭한 후계자는 절대 이런 억지스러운 남녀의 감정 때문에 집단의 이익을 해치지 않아. 하지만 오빠는 어떻게 여자 때문에 협력사 대표에게 주먹을 휘두를 수 있어? 정말 그동안 내가 알던 오빠 맞아?그래도 오빠 덕분에 대제주시 일이 나에게 넘어왔지만.
엄창민은 그 봉투를 집어 들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아버지, 근래 엄환희를 사칭한 사람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혹시... 이번에도 검사결과가 불일치라고 나와도...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엄준은 나이가 꽤 든 어르신이고 그의 아내는 일찍 세상을 떠났다.엄창민의 한 마디에 엄준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너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나에게 환희를 꼭 찾아달라고 했어. 어머니가 폐 때문에 항상 몸이 좋지 않아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죽을 때까지도 환희를 본 적이 없어. 이것 때문에 나는 늘 죄책감을 느껴. 어찌 되었든 계속 찾아야 희망이라도 있지 않겠니?”환희가 태어났을 때 등 뒤에는 옅은 청색 태반이 있었다.이것은 유전이다. 엄준의 등에도 있기 때문이다.엄창민은 한참 고민하다가 머뭇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이 사람이 정말 아버지의 친딸이라면... 유진이는 더 이상... ‘엄환희'로 살 수 없겠네요?”그 말에 엄준은 소리 내 웃었다. “이놈아, 너 정말 조유진 그 계집애에게 정신이 완전히 팔렸구나!”진심이 들통난 엄창민은 다소 불편한 듯 얼굴을 숙였다.그러자 엄준이 대답했다.“엄환희라는 이름은 이미 유진 씨에게 줬어. 그걸 다시 빼앗아서 뭐해? 그저 하나의 이름일 뿐이야. 조유진 씨가 그 이름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굳이 뺏을 필요 있을까? 만약 진짜 환희가 다시 돌아오면 그녀에게도 쓰고 있는 이름이 있을 거야. 전혀 문제 될 게 없어.”엄창민은 그제야 한시름 놓은 듯 엄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공항으로 향하는 엄명월은 차 뒷좌석에 앉아 자료를 보고 있었다.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그녀의 조수 겸 경호원인 김씨이다.김씨가 그녀에게 충고 한마디 했다.“대제주시는 배현수가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 지역이니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그러자 엄명월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가볍게 웃었다. “내가 이번에 가는 목적은 단지 대제주시에서 우리 성행 그룹의 사업을 키우기 위한 게 아니야. 배현수의 약점이 조유진이라면서? 약점이 있는 사
“허허, 안 죽이면? 네가 성남으로 못 오게 하면 조유진이 성남으로 안 와?”조유진이 김 씨처럼 엄명월의 말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닌데 어찌 쉽게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겠는가.엄명월은 눈을 반짝이더니 입을 열었다.“조유진더러 배현수에게 시집이나 가라고 해. 가서 가정주부나 하면서 잘 지내면 되겠네. 개구리가 따뜻한 물에 오래 있으면 성남으로 안 돌아오려 하지 않을까? 게다가 배현수가 조유진을 그렇게 좋아한다며? 굳이 성남에 와서 나와 상속권 싸움을 할 필요가 없잖아? 조유진은 배현수 사모님으로 살고 나는 성행 그룹 상속인이 되는 거지. 이건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은 거 아니야?”“허허, 너 정말 못됐다.”“뭐가 못돼? 조유진, 그 여자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잖아. 엄창민 그 인간이랑 성행 그룹 일을 같이하는 것도 이미 충분히 억울해. 발목을 잡는 폐물 한 명 더 만들고 싶지 않아. 그럼 내가 매일매일 뒤치다꺼리나 해야 하잖아.”“만약 조유진도 너처럼 일 잘하는 슈퍼우먼이 꿈이라면?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네가 가정주부를 하라고 하는 게 못 된 거 아니야?”“진짜 재수가 없으려니까 별것이 다 꼬이네. 내가 그동안 성행 그룹을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데. 절대 이런 폐물이 내가 잘 차려 놓은 밥상에 재를 뿌리게 내버려둘 수 없어.”“조유진이 폐물일지 어떻게 알아? 꽤 쓸 만한 인재일 수도 있잖아.”김 씨는 정말 자기 월급 주는 주인 앞에서 못 하는 말이 없다. 엄명월의 원한을 사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처럼.엄명월은 화난 얼굴로 김씨를 노려보며 말했다.“이번 달 월급, 다음 달 월급 받을 생각 일도 하지 마!”그제서야 김 씨는 입을 다물었다....월요일, 조유진은 선유를 데리고 영화를 보러 갔다.영화를 다 보고 나서 밖에서 맛있는 음식까지 먹었다.조유진은 선유를 산성별장에 데려다준 후 일 분도 머물지 않고 바로 떠났다.선유는 팝콘 한 통을 안고 현관으로 들어오며 외쳤다. “아빠! 저 다녀왔어요!”“영화 재미있었어?”그러자
한 달 동안 배현수의 곁에 있으면 2천8백억 원의 빚을 한꺼번에 갚을 수 있다. 그러면 조유진도 완전히 자유가 된다.그야말로 떼돈 버는 장사가 아닌가? 조유진이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물론 배현수에게는 수지가 맞는 일이 아니다.“단순히 배 대표님 옆에 한 달만 있으면 되는 건가요?”조유진이 무엇을 묻고 싶은지 배현수는 잘 알고 있다.“한 달 안에 내가 부를 때마다 와야 해.”배현수는 확실하지 않은 단어들로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부를 때마다 와야 한다니? 그게 대체 무슨 뜻인가?조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그것도 해야 해요?”“뭘 하는데?”조유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설마 일부러 알아듣지 못한 척을 하는 걸까?“침대...”조유진은 그가 알아듣기 쉬운 단어로 직접 말했다.그러자 배현수는 아예 대놓고 물었다.“나와 자고 싶어?”전화기 너머의 조유진은 다시 조용해졌다.배현수의 목소리는 너무 당당해 조금의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마치 정말 진지하게 조유진에게 자기와 자고 싶은지 묻는 것 같았다.어떻게 이렇게 당당하고 솔직할 수 있을까?배현수는 협상의 고수이다.선제공격에도 능할 뿐만 아니라 이 문제를 아예 조유진에게 던져버렸다.하지만 지금은 배현수가 다가오기만 해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온몸을 떨었고 식은땀을 흘렸다. 따라서 당연히 원하지 않는다. 만약 진짜로 하게 된다면 정말 숨이 멎어 질식할지도 모른다. 아마 이런 일로 응급실에 실려 간다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이다. 상상만 해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아니요.”만약 배현수가 승낙하지 않는다면 조유진은 성실하게 돈을 벌어서 빚을 갚으려 했다. “응. 그럼 안 해.”목소리가 너무 담담하여 희로애락의 그 어떤 감정조차 알아들을 수 없었다.조유진은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때 전화기 너머 배현수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물론 그건 안 하지만 손을 잡고 포옹하는 건 꼭 있어. 유진아, 나도 남자야.”그 말에 조
...다음 날 아침 일찍 남초윤은 조유진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의사에게 진찰받은 후 파록세틴을 처방받았다.약을 받고 병원을 나서는데 때마침 심미경을 만났다.세 사람은 인사를 했고 조유진은 심미경의 손에 들 초음파 검사 사진을 발견했다. 심미경이 급하게 치우려 했지만 두 사람은 이미 눈치챘다.그러자 심미경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털어놨다. “저 임신했어요. 초음파 검사받으러 온 거예요.”“축하해요. 얼마나 됐어요?”“8주밖에 안 됐어요.”남초윤은 심미경 혼자 병원에 온 게 믿기지 않는 듯 심미경 뒤에 따라오는 사람이 없는지 몇 번 두리번거리더니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이찬 씨는요? 왜 같이 오지 않았어요?”심미경은 고개를 아래로 숙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글... 쎄요. 잘... 모르겠어요.”조유진은 심미경에게 분명 말 못 할 사정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바로 남초윤을 보며 말했다.“사실 저와 초윤이는 이찬 씨와 별로 친하지 않아요. 함부로 말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남초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심미경을 보고 물었다.“그런데 왜 이찬 씨에게 말하지 않았어요? 결혼 준비 중이잖아요? 말해도 되지 않아요?”설마 강이찬이 파혼이라도 한 건가?심미경은 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말하자면 길어요. 유진 씨, 초윤 씨. 시간 괜찮으면 저기 커피숍에 커피 한잔하지 않을래요? 저도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카페에 도착한 세 사람은 자리를 찾아 앉았다.조유진과 남초윤은 콜드브루 커피 두 잔을 주문했고 심미경은 레모네이드를 주문했다.항상 어디서나 분위기를 주도하는 남초윤이 이번에도 먼저 말문을 열었다. “저번에 식사할 때 이찬 씨가 두 분 결혼식을 할 거라고 했는데 날짜는 정하셨어요?”그러자 심미경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직이요. 저도 이찬 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임신한 사실을 말하려고 했는데... 이 일로 그 사람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아요. 저에게는 이찬 씨의 진심이 제일 중
하지만 하늘도 심미경의 마음에 감동한 걸까? 강이찬이 먼저 그녀에게 사귀자고 했다. 이건 심미경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절대 거절할 수도 없었다.물론 처음에는 망설여지기도 했고 왜 자기에게 이런 말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자기 자신이 강이찬과 어울리는 곳이 단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조유진이 돌아온 후에야 그녀는 강이찬이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건 이유를 알았다.하지만 그녀는 결코 조유진이 아니다.그렇지만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것, 처음에는 그저 먼 발치에서 강이찬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지만 강이찬과 가까이하면서 점점 자신을 더 많이 좋아해 주기를 바라게 되었다. 비 오는 날, 강이찬은 자기 쪽으로 우산을 기울여 몸 절반이 비에 흠뻑 젖을 때도 있었다. 이런 사소한 배려에 심미경은 점점 더 강이찬에게 빠져들었고 이제는 그를 소유하고 독점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좋아하는 감정이 이미 너무 깊어져 더 이상 되돌릴 수도 없었다. 마치 언젠간 빛을 볼 거라는 기대 하나로 끝없는 숲길을 걷는 것처럼... 언젠가는 강이찬이 자신을 사랑할 거라는 믿음, 그리고 언젠가는 함께 결혼식을 할 거라는 생각...심미경은 마주 앉아 있는 조유진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유진 씨, 저는 유진 씨가 정말 부러워요.”단 조금의 질투도 없이 오직 부러움만 있을 뿐이다.조유진이 강이찬에게 사랑받는 게 부러운 게 아니라 강이찬과 함께 젊은 청춘을 보낸 게 너무 부럽다.조유진은 당연히 심미경이 뭘 부러워하는지 몰랐고 그저 그녀의 말에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내가 뭐가 부러워요. 내가 살아온 인생을 몰라서 그런 얘길 하는 거예요.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면 마음이 바뀔 거예요.”사실 조유진의 인생에도 편한 날이 며칠 없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그리고 고생하고 힘이 드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세상 인생살이가 아니겠는가? ...SY그룹의 대표실.서정호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현재 일들을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