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 안 죽이면? 네가 성남으로 못 오게 하면 조유진이 성남으로 안 와?”조유진이 김 씨처럼 엄명월의 말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닌데 어찌 쉽게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겠는가.엄명월은 눈을 반짝이더니 입을 열었다.“조유진더러 배현수에게 시집이나 가라고 해. 가서 가정주부나 하면서 잘 지내면 되겠네. 개구리가 따뜻한 물에 오래 있으면 성남으로 안 돌아오려 하지 않을까? 게다가 배현수가 조유진을 그렇게 좋아한다며? 굳이 성남에 와서 나와 상속권 싸움을 할 필요가 없잖아? 조유진은 배현수 사모님으로 살고 나는 성행 그룹 상속인이 되는 거지. 이건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은 거 아니야?”“허허, 너 정말 못됐다.”“뭐가 못돼? 조유진, 그 여자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잖아. 엄창민 그 인간이랑 성행 그룹 일을 같이하는 것도 이미 충분히 억울해. 발목을 잡는 폐물 한 명 더 만들고 싶지 않아. 그럼 내가 매일매일 뒤치다꺼리나 해야 하잖아.”“만약 조유진도 너처럼 일 잘하는 슈퍼우먼이 꿈이라면?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네가 가정주부를 하라고 하는 게 못 된 거 아니야?”“진짜 재수가 없으려니까 별것이 다 꼬이네. 내가 그동안 성행 그룹을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데. 절대 이런 폐물이 내가 잘 차려 놓은 밥상에 재를 뿌리게 내버려둘 수 없어.”“조유진이 폐물일지 어떻게 알아? 꽤 쓸 만한 인재일 수도 있잖아.”김 씨는 정말 자기 월급 주는 주인 앞에서 못 하는 말이 없다. 엄명월의 원한을 사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처럼.엄명월은 화난 얼굴로 김씨를 노려보며 말했다.“이번 달 월급, 다음 달 월급 받을 생각 일도 하지 마!”그제서야 김 씨는 입을 다물었다....월요일, 조유진은 선유를 데리고 영화를 보러 갔다.영화를 다 보고 나서 밖에서 맛있는 음식까지 먹었다.조유진은 선유를 산성별장에 데려다준 후 일 분도 머물지 않고 바로 떠났다.선유는 팝콘 한 통을 안고 현관으로 들어오며 외쳤다. “아빠! 저 다녀왔어요!”“영화 재미있었어?”그러자
한 달 동안 배현수의 곁에 있으면 2천8백억 원의 빚을 한꺼번에 갚을 수 있다. 그러면 조유진도 완전히 자유가 된다.그야말로 떼돈 버는 장사가 아닌가? 조유진이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물론 배현수에게는 수지가 맞는 일이 아니다.“단순히 배 대표님 옆에 한 달만 있으면 되는 건가요?”조유진이 무엇을 묻고 싶은지 배현수는 잘 알고 있다.“한 달 안에 내가 부를 때마다 와야 해.”배현수는 확실하지 않은 단어들로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부를 때마다 와야 한다니? 그게 대체 무슨 뜻인가?조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그것도 해야 해요?”“뭘 하는데?”조유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설마 일부러 알아듣지 못한 척을 하는 걸까?“침대...”조유진은 그가 알아듣기 쉬운 단어로 직접 말했다.그러자 배현수는 아예 대놓고 물었다.“나와 자고 싶어?”전화기 너머의 조유진은 다시 조용해졌다.배현수의 목소리는 너무 당당해 조금의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마치 정말 진지하게 조유진에게 자기와 자고 싶은지 묻는 것 같았다.어떻게 이렇게 당당하고 솔직할 수 있을까?배현수는 협상의 고수이다.선제공격에도 능할 뿐만 아니라 이 문제를 아예 조유진에게 던져버렸다.하지만 지금은 배현수가 다가오기만 해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온몸을 떨었고 식은땀을 흘렸다. 따라서 당연히 원하지 않는다. 만약 진짜로 하게 된다면 정말 숨이 멎어 질식할지도 모른다. 아마 이런 일로 응급실에 실려 간다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이다. 상상만 해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아니요.”만약 배현수가 승낙하지 않는다면 조유진은 성실하게 돈을 벌어서 빚을 갚으려 했다. “응. 그럼 안 해.”목소리가 너무 담담하여 희로애락의 그 어떤 감정조차 알아들을 수 없었다.조유진은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때 전화기 너머 배현수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물론 그건 안 하지만 손을 잡고 포옹하는 건 꼭 있어. 유진아, 나도 남자야.”그 말에 조
...다음 날 아침 일찍 남초윤은 조유진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의사에게 진찰받은 후 파록세틴을 처방받았다.약을 받고 병원을 나서는데 때마침 심미경을 만났다.세 사람은 인사를 했고 조유진은 심미경의 손에 들 초음파 검사 사진을 발견했다. 심미경이 급하게 치우려 했지만 두 사람은 이미 눈치챘다.그러자 심미경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털어놨다. “저 임신했어요. 초음파 검사받으러 온 거예요.”“축하해요. 얼마나 됐어요?”“8주밖에 안 됐어요.”남초윤은 심미경 혼자 병원에 온 게 믿기지 않는 듯 심미경 뒤에 따라오는 사람이 없는지 몇 번 두리번거리더니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이찬 씨는요? 왜 같이 오지 않았어요?”심미경은 고개를 아래로 숙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글... 쎄요. 잘... 모르겠어요.”조유진은 심미경에게 분명 말 못 할 사정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바로 남초윤을 보며 말했다.“사실 저와 초윤이는 이찬 씨와 별로 친하지 않아요. 함부로 말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남초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심미경을 보고 물었다.“그런데 왜 이찬 씨에게 말하지 않았어요? 결혼 준비 중이잖아요? 말해도 되지 않아요?”설마 강이찬이 파혼이라도 한 건가?심미경은 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말하자면 길어요. 유진 씨, 초윤 씨. 시간 괜찮으면 저기 커피숍에 커피 한잔하지 않을래요? 저도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카페에 도착한 세 사람은 자리를 찾아 앉았다.조유진과 남초윤은 콜드브루 커피 두 잔을 주문했고 심미경은 레모네이드를 주문했다.항상 어디서나 분위기를 주도하는 남초윤이 이번에도 먼저 말문을 열었다. “저번에 식사할 때 이찬 씨가 두 분 결혼식을 할 거라고 했는데 날짜는 정하셨어요?”그러자 심미경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직이요. 저도 이찬 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임신한 사실을 말하려고 했는데... 이 일로 그 사람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아요. 저에게는 이찬 씨의 진심이 제일 중
하지만 하늘도 심미경의 마음에 감동한 걸까? 강이찬이 먼저 그녀에게 사귀자고 했다. 이건 심미경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절대 거절할 수도 없었다.물론 처음에는 망설여지기도 했고 왜 자기에게 이런 말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자기 자신이 강이찬과 어울리는 곳이 단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조유진이 돌아온 후에야 그녀는 강이찬이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건 이유를 알았다.하지만 그녀는 결코 조유진이 아니다.그렇지만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것, 처음에는 그저 먼 발치에서 강이찬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지만 강이찬과 가까이하면서 점점 자신을 더 많이 좋아해 주기를 바라게 되었다. 비 오는 날, 강이찬은 자기 쪽으로 우산을 기울여 몸 절반이 비에 흠뻑 젖을 때도 있었다. 이런 사소한 배려에 심미경은 점점 더 강이찬에게 빠져들었고 이제는 그를 소유하고 독점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좋아하는 감정이 이미 너무 깊어져 더 이상 되돌릴 수도 없었다. 마치 언젠간 빛을 볼 거라는 기대 하나로 끝없는 숲길을 걷는 것처럼... 언젠가는 강이찬이 자신을 사랑할 거라는 믿음, 그리고 언젠가는 함께 결혼식을 할 거라는 생각...심미경은 마주 앉아 있는 조유진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유진 씨, 저는 유진 씨가 정말 부러워요.”단 조금의 질투도 없이 오직 부러움만 있을 뿐이다.조유진이 강이찬에게 사랑받는 게 부러운 게 아니라 강이찬과 함께 젊은 청춘을 보낸 게 너무 부럽다.조유진은 당연히 심미경이 뭘 부러워하는지 몰랐고 그저 그녀의 말에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내가 뭐가 부러워요. 내가 살아온 인생을 몰라서 그런 얘길 하는 거예요.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면 마음이 바뀔 거예요.”사실 조유진의 인생에도 편한 날이 며칠 없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그리고 고생하고 힘이 드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세상 인생살이가 아니겠는가? ...SY그룹의 대표실.서정호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현재 일들을 보고했다.
옷을 갈아입은 조유진은 화장대 옆에 있는 약병에 시선을 돌렸다.오늘은 배현수에게 빚을 갚는 둘째 날이고 그 임무는 바로 채권자의 친구들과 밥을 먹는 것이다. 단순히 밥 한 끼 정도 먹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그러나 배현수가 또 다른 수작을 부릴지는 조유진도 확실하지 않았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유진은 처방받은 파록세틴을 가방에 넣었다.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지난번처럼 숨쉬기 힘들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적어도 약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날은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조유진은 방문을 열면서 휴대전화 잠금화면을 풀고 연락처에 있는 ‘하이틴 아파트 집주인’을 ‘채권자 어르신’으로 수정했다.조씨 집 마당에서 배현수를 처음 만났을 때는 열두 살이었다.그때 조유진은 조범에게 꾸중을 듣고 마당에서 엉엉 울고 있었다.배현수는 그녀보다 다섯 살 위였지만 사실 그래도 겨우 열일곱 살이다.굳이 떠올리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텐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때 두 사람 모두 너무 어렸다는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조금씩 놀라곤 한다. 서로 알고 지낸 게 벌써 13년이다.두 사람은 서로의 가장 풋풋하고 어리숙한 모습들을 보며 자랐다. 만난 지 13년이지만 연애한 지 고작 1년이다. 그 후로는 그와의 추억이 너무 괴로워 최선을 다해 잊기 위한 데 썼다.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여러 해 동안 서로 얽히고설켜 있었지만 조유진은 여전히 그와 끝까지 좋은 감정으로 남고 싶었다. 남은 한 달 동안 그녀는 그와 잘 지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10분 후, 조유진은 호텔 1층에 도착했고 배현수는 담배를 피우며 차 옆에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담배를 반쯤 피웠을 때 조유진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고 배현수는 손가락으로 담뱃재를 털고는 담배꽁초를 휴지통 위의 재떨이에 눌러 불을 껐다.물이 고여있는 재떨이는 담뱃불이 닿자마자 찌지직하는 소리를 내며 불이 꺼졌다. 조유진은 폐가 좋지 않아 간접흡연도 그녀에게 좋지 않다.그녀가 조수석
배현수는 그저 한 아이의 아빠로서 잔소리하는 것이다. 배현수의 투정 부리는 모습에 조유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너무 오냐오냐하지 마세요.”배현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사탕을 일주일 동안 먹이지 않았더니 울면서 나보고 자기를 학대한대. 엄마 찾으러 갈 거라면서 너를 데려와서 나를 혼내겠다느니 뭐라느니. 이런 불같은 성격은 누구를 닮은 건지 몰라.”조유진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배현수를 바라봤다.배현수는 설마 지금 조유진더러 불같은 성격이라 욕하는 걸까? 조유진은 파인애플 맛 사탕 하나를 입에 넣었다. 그 파인애플 맛은 강하고 새콤달콤해 입속 약의 쓴맛을 재빨리 가셨다.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딸은 보통 아빠의 성격을 닮지.”조유진의 말에 배현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래. 내가 불같은 성격이야. 됐어?’ ...차가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조유진은 이곳이 그저 평범한 식당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이것은 온천도 같이 하는 식당이다.배현수와 조유진이 룸에 도착하자 마침 음식도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육지율은 애매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조롱하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두 사람 정말 너무 꾸물대는 거 아니야. 느릿느릿 대체 뭐 하다가 온 거야. 둘째까지 만들고 온 거 아니야?”배현수는 차가운 얼굴로 육지율을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저속한 인간.”“이 저속함이 바로 네가 원하는 거잖아. 아니야?” 육지율은 피식 웃으며 메뉴판을 배현수 앞으로 던졌다.“또 뭘 먹을지 봐봐. 빨리. 나 배고파 죽기 직전이니까.”조유진은 룸에 들어오자마자 남초윤 옆에 앉았다.남초윤은 건너편 강이진을 힐끗 쳐다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심미경이 몸이 안 좋아서 못 온다고 했는데 대신 강이진 저 여자가 왔을 줄 누가 알았겠어. 뭐 오늘 저녁 볼거리는 있겠네.”“이찬 씨가 있으니까 허튼짓은 못 할 거야.”배현수는 조유진에게 메뉴판을 건넸다. 하지만 테이블에는 이미 요리들이 너무 많이 차려져 있
조유진은 고개를 돌려 옆의 남자를 멍한 눈빛으로 바라봤다.재결합?강이진의 손은 이미 주먹을 불끈 쥐었다.현수 오빠는 약지에 반지를 꼈는데 조유진은? 조유진의 약지는 텅텅 비었다.강이진은 둘이 재결합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는다...조유진은 설마 그녀의 어머니가 예지은때문에 죽었다는 것을 모를까?“현수 오빠 손에 낀 반지, 두 사람 커플 반지 맞아요? 유진 씨는 왜 안 꼈어요?”선의로 묻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들을 들춰내려는 것이다.조유진은 가볍게 대꾸했다. “까먹었어요.”조유진은 채권자 어르신의 체면을 구길 순 없었다.배현수에게 2800억 원을 빚졌으니 당연히 채권자 어르신의 편이어야 했다.이 일이 그냥 이렇게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배현수가 갑자기 양복바지 주머니에서 검은 벨벳 상자를 꺼냈다.열어보니 안에는 핑크 다이아몬드가 들어있었다.남초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헐!”이게 무슨 수작이야! 여기에서 프러포즈하려는 건가?근데 이렇게... 갑자기?육지율은 젓가락을 내팽개치며 말했다. “밥을 먹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두 사람 애정행각에 밥맛 없어졌어.”강이진의 얼굴이 바로 붉어졌다. 반면 강이찬은 자리에 앉아서 손에 들린 술을 고개를 젖혀 단숨에 마셨다.조유진도 멍해졌다.만약 단지 강이진의 화를 돋우기 위한 것이라면 배현수의 행동을 조유진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배현수는 조유진의 손을 잡고 그 핑크 다이아몬드를 약지에 끼웠다.사이즈는 조이지도 않고 헐렁하지도 않아 딱 맞았다.핑크 다이아몬드는 깊은 광택을 띠며 불빛 아래서 눈부시게 빛났다.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는 강이진의 속이 뒤집히게 했다.조유진이 아직도 놀라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배현수가 꿀 떨어지는 말투로 말했다. “지난번에 잃어버렸다고 했는데 내가 소파 밑에서 찾았어. 아마 예삐가 물어 간 것 같아. 앞으로 손에 끼고 빼지 않으면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을 거야.”조유진:“???”“...”“!!!”배현수의 이 말에 담긴 의미는 거대
조유진과 남초윤은 오늘 낮에 병원에서 심미경을 만났고 심미경이 속이 안 좋은 것이 아니라 임신한 것을 알고 있다.그래서 심미경은 정말 임신 사실을 강이찬에게 알릴 생각이 없는 건가?강이진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 여자가 오버하는 거예요. 몸이 안 좋을 게 뭐 있어요. 그냥 유진 언니를 만나는 게 두려울 뿐이에요.”강이찬이 갑자기 소리쳤다. “강이진!”“왜 소리쳐, 사실이잖아. 그 여자가 평소에 자꾸 유진 언니를 따라 꾸미는 걸 누가 몰라? 그 여자도 진짜 자기 스타일이 없는 거야 뭐야? 사람 흉내만 내고. 게다가 입은 것도 유진 언니만큼 예쁘지 않잖아.”강이진의 말투는 마치 조유진의 편인 것 같았지만 사실 일부러 부추기는 것뿐이었다.만약 현수 오빠가 강이찬도 조유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조유진이 자기 친구도 꼬시려고 하는 헤픈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을까?강이찬은 술잔을 움켜쥐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강이진을 향해 소리쳤다.“입 다물어! 심미경은 네 새언니야! 또 이렇게 건방지게 굴 거면 외국으로 꺼져버려!”강이진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억울한 듯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직 결혼 안 했잖아...”이 화제는 강이찬에 의해 바로 중단되었다. 식탁의 분위기는 매우 어색했지만 조유진은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식사가 끝나갈 무렵, 조유진이 일어서며 말했다. “화장실 좀 다녀올 테니 천천히 드세요.”조유진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강이진도 따라갔다.화장실에서 조유진이 손을 씻고 있는데 강이진이 그녀 옆에 있는 세면대 앞에 서서 조유진의 약지에 있는 핑크 다이아몬드를 힐끗 보고 칭찬했다. “현수 오빠가 선물한 핑크 다이아몬드가 너무 예뻐요.”손을 깨끗이 씻은 조유진이 웃었다. “한번 껴볼래요?”“내가 껴봐도 돼요?”강이진의 눈빛에 갈망이 보였다.“당연히... 안되죠. 좋은 건 누구나 원하지만 본인 것이 아니잖아요.”이 핑크 다이아몬드는 강이진 것도 아니고 조유진 것도 아니다.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