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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옷을 갈아입은 조유진은 화장대 옆에 있는 약병에 시선을 돌렸다.

오늘은 배현수에게 빚을 갚는 둘째 날이고 그 임무는 바로 채권자의 친구들과 밥을 먹는 것이다.

단순히 밥 한 끼 정도 먹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배현수가 또 다른 수작을 부릴지는 조유진도 확실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유진은 처방받은 파록세틴을 가방에 넣었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지난번처럼 숨쉬기 힘들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적어도 약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날은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조유진은 방문을 열면서 휴대전화 잠금화면을 풀고 연락처에 있는 ‘하이틴 아파트 집주인’을 ‘채권자 어르신’으로 수정했다.

조씨 집 마당에서 배현수를 처음 만났을 때는 열두 살이었다.

그때 조유진은 조범에게 꾸중을 듣고 마당에서 엉엉 울고 있었다.

배현수는 그녀보다 다섯 살 위였지만 사실 그래도 겨우 열일곱 살이다.

굳이 떠올리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텐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때 두 사람 모두 너무 어렸다는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조금씩 놀라곤 한다.

서로 알고 지낸 게 벌써 13년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가장 풋풋하고 어리숙한 모습들을 보며 자랐다.

만난 지 13년이지만 연애한 지 고작 1년이다. 그 후로는 그와의 추억이 너무 괴로워 최선을 다해 잊기 위한 데 썼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여러 해 동안 서로 얽히고설켜 있었지만 조유진은 여전히 그와 끝까지 좋은 감정으로 남고 싶었다.

남은 한 달 동안 그녀는 그와 잘 지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

10분 후, 조유진은 호텔 1층에 도착했고 배현수는 담배를 피우며 차 옆에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담배를 반쯤 피웠을 때 조유진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고 배현수는 손가락으로 담뱃재를 털고는 담배꽁초를 휴지통 위의 재떨이에 눌러 불을 껐다.

물이 고여있는 재떨이는 담뱃불이 닿자마자 찌지직하는 소리를 내며 불이 꺼졌다.

조유진은 폐가 좋지 않아 간접흡연도 그녀에게 좋지 않다.

그녀가 조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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