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하늘도 심미경의 마음에 감동한 걸까? 강이찬이 먼저 그녀에게 사귀자고 했다. 이건 심미경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절대 거절할 수도 없었다.물론 처음에는 망설여지기도 했고 왜 자기에게 이런 말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자기 자신이 강이찬과 어울리는 곳이 단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조유진이 돌아온 후에야 그녀는 강이찬이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건 이유를 알았다.하지만 그녀는 결코 조유진이 아니다.그렇지만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것, 처음에는 그저 먼 발치에서 강이찬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지만 강이찬과 가까이하면서 점점 자신을 더 많이 좋아해 주기를 바라게 되었다. 비 오는 날, 강이찬은 자기 쪽으로 우산을 기울여 몸 절반이 비에 흠뻑 젖을 때도 있었다. 이런 사소한 배려에 심미경은 점점 더 강이찬에게 빠져들었고 이제는 그를 소유하고 독점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좋아하는 감정이 이미 너무 깊어져 더 이상 되돌릴 수도 없었다. 마치 언젠간 빛을 볼 거라는 기대 하나로 끝없는 숲길을 걷는 것처럼... 언젠가는 강이찬이 자신을 사랑할 거라는 믿음, 그리고 언젠가는 함께 결혼식을 할 거라는 생각...심미경은 마주 앉아 있는 조유진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유진 씨, 저는 유진 씨가 정말 부러워요.”단 조금의 질투도 없이 오직 부러움만 있을 뿐이다.조유진이 강이찬에게 사랑받는 게 부러운 게 아니라 강이찬과 함께 젊은 청춘을 보낸 게 너무 부럽다.조유진은 당연히 심미경이 뭘 부러워하는지 몰랐고 그저 그녀의 말에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내가 뭐가 부러워요. 내가 살아온 인생을 몰라서 그런 얘길 하는 거예요.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면 마음이 바뀔 거예요.”사실 조유진의 인생에도 편한 날이 며칠 없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그리고 고생하고 힘이 드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세상 인생살이가 아니겠는가? ...SY그룹의 대표실.서정호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현재 일들을 보고했다.
옷을 갈아입은 조유진은 화장대 옆에 있는 약병에 시선을 돌렸다.오늘은 배현수에게 빚을 갚는 둘째 날이고 그 임무는 바로 채권자의 친구들과 밥을 먹는 것이다. 단순히 밥 한 끼 정도 먹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그러나 배현수가 또 다른 수작을 부릴지는 조유진도 확실하지 않았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유진은 처방받은 파록세틴을 가방에 넣었다.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지난번처럼 숨쉬기 힘들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적어도 약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날은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조유진은 방문을 열면서 휴대전화 잠금화면을 풀고 연락처에 있는 ‘하이틴 아파트 집주인’을 ‘채권자 어르신’으로 수정했다.조씨 집 마당에서 배현수를 처음 만났을 때는 열두 살이었다.그때 조유진은 조범에게 꾸중을 듣고 마당에서 엉엉 울고 있었다.배현수는 그녀보다 다섯 살 위였지만 사실 그래도 겨우 열일곱 살이다.굳이 떠올리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텐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때 두 사람 모두 너무 어렸다는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조금씩 놀라곤 한다. 서로 알고 지낸 게 벌써 13년이다.두 사람은 서로의 가장 풋풋하고 어리숙한 모습들을 보며 자랐다. 만난 지 13년이지만 연애한 지 고작 1년이다. 그 후로는 그와의 추억이 너무 괴로워 최선을 다해 잊기 위한 데 썼다.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여러 해 동안 서로 얽히고설켜 있었지만 조유진은 여전히 그와 끝까지 좋은 감정으로 남고 싶었다. 남은 한 달 동안 그녀는 그와 잘 지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10분 후, 조유진은 호텔 1층에 도착했고 배현수는 담배를 피우며 차 옆에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담배를 반쯤 피웠을 때 조유진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고 배현수는 손가락으로 담뱃재를 털고는 담배꽁초를 휴지통 위의 재떨이에 눌러 불을 껐다.물이 고여있는 재떨이는 담뱃불이 닿자마자 찌지직하는 소리를 내며 불이 꺼졌다. 조유진은 폐가 좋지 않아 간접흡연도 그녀에게 좋지 않다.그녀가 조수석
배현수는 그저 한 아이의 아빠로서 잔소리하는 것이다. 배현수의 투정 부리는 모습에 조유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너무 오냐오냐하지 마세요.”배현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사탕을 일주일 동안 먹이지 않았더니 울면서 나보고 자기를 학대한대. 엄마 찾으러 갈 거라면서 너를 데려와서 나를 혼내겠다느니 뭐라느니. 이런 불같은 성격은 누구를 닮은 건지 몰라.”조유진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배현수를 바라봤다.배현수는 설마 지금 조유진더러 불같은 성격이라 욕하는 걸까? 조유진은 파인애플 맛 사탕 하나를 입에 넣었다. 그 파인애플 맛은 강하고 새콤달콤해 입속 약의 쓴맛을 재빨리 가셨다.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딸은 보통 아빠의 성격을 닮지.”조유진의 말에 배현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래. 내가 불같은 성격이야. 됐어?’ ...차가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조유진은 이곳이 그저 평범한 식당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이것은 온천도 같이 하는 식당이다.배현수와 조유진이 룸에 도착하자 마침 음식도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육지율은 애매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조롱하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두 사람 정말 너무 꾸물대는 거 아니야. 느릿느릿 대체 뭐 하다가 온 거야. 둘째까지 만들고 온 거 아니야?”배현수는 차가운 얼굴로 육지율을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저속한 인간.”“이 저속함이 바로 네가 원하는 거잖아. 아니야?” 육지율은 피식 웃으며 메뉴판을 배현수 앞으로 던졌다.“또 뭘 먹을지 봐봐. 빨리. 나 배고파 죽기 직전이니까.”조유진은 룸에 들어오자마자 남초윤 옆에 앉았다.남초윤은 건너편 강이진을 힐끗 쳐다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심미경이 몸이 안 좋아서 못 온다고 했는데 대신 강이진 저 여자가 왔을 줄 누가 알았겠어. 뭐 오늘 저녁 볼거리는 있겠네.”“이찬 씨가 있으니까 허튼짓은 못 할 거야.”배현수는 조유진에게 메뉴판을 건넸다. 하지만 테이블에는 이미 요리들이 너무 많이 차려져 있
조유진은 고개를 돌려 옆의 남자를 멍한 눈빛으로 바라봤다.재결합?강이진의 손은 이미 주먹을 불끈 쥐었다.현수 오빠는 약지에 반지를 꼈는데 조유진은? 조유진의 약지는 텅텅 비었다.강이진은 둘이 재결합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는다...조유진은 설마 그녀의 어머니가 예지은때문에 죽었다는 것을 모를까?“현수 오빠 손에 낀 반지, 두 사람 커플 반지 맞아요? 유진 씨는 왜 안 꼈어요?”선의로 묻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들을 들춰내려는 것이다.조유진은 가볍게 대꾸했다. “까먹었어요.”조유진은 채권자 어르신의 체면을 구길 순 없었다.배현수에게 2800억 원을 빚졌으니 당연히 채권자 어르신의 편이어야 했다.이 일이 그냥 이렇게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배현수가 갑자기 양복바지 주머니에서 검은 벨벳 상자를 꺼냈다.열어보니 안에는 핑크 다이아몬드가 들어있었다.남초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헐!”이게 무슨 수작이야! 여기에서 프러포즈하려는 건가?근데 이렇게... 갑자기?육지율은 젓가락을 내팽개치며 말했다. “밥을 먹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두 사람 애정행각에 밥맛 없어졌어.”강이진의 얼굴이 바로 붉어졌다. 반면 강이찬은 자리에 앉아서 손에 들린 술을 고개를 젖혀 단숨에 마셨다.조유진도 멍해졌다.만약 단지 강이진의 화를 돋우기 위한 것이라면 배현수의 행동을 조유진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배현수는 조유진의 손을 잡고 그 핑크 다이아몬드를 약지에 끼웠다.사이즈는 조이지도 않고 헐렁하지도 않아 딱 맞았다.핑크 다이아몬드는 깊은 광택을 띠며 불빛 아래서 눈부시게 빛났다.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는 강이진의 속이 뒤집히게 했다.조유진이 아직도 놀라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배현수가 꿀 떨어지는 말투로 말했다. “지난번에 잃어버렸다고 했는데 내가 소파 밑에서 찾았어. 아마 예삐가 물어 간 것 같아. 앞으로 손에 끼고 빼지 않으면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을 거야.”조유진:“???”“...”“!!!”배현수의 이 말에 담긴 의미는 거대
조유진과 남초윤은 오늘 낮에 병원에서 심미경을 만났고 심미경이 속이 안 좋은 것이 아니라 임신한 것을 알고 있다.그래서 심미경은 정말 임신 사실을 강이찬에게 알릴 생각이 없는 건가?강이진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 여자가 오버하는 거예요. 몸이 안 좋을 게 뭐 있어요. 그냥 유진 언니를 만나는 게 두려울 뿐이에요.”강이찬이 갑자기 소리쳤다. “강이진!”“왜 소리쳐, 사실이잖아. 그 여자가 평소에 자꾸 유진 언니를 따라 꾸미는 걸 누가 몰라? 그 여자도 진짜 자기 스타일이 없는 거야 뭐야? 사람 흉내만 내고. 게다가 입은 것도 유진 언니만큼 예쁘지 않잖아.”강이진의 말투는 마치 조유진의 편인 것 같았지만 사실 일부러 부추기는 것뿐이었다.만약 현수 오빠가 강이찬도 조유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조유진이 자기 친구도 꼬시려고 하는 헤픈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을까?강이찬은 술잔을 움켜쥐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강이진을 향해 소리쳤다.“입 다물어! 심미경은 네 새언니야! 또 이렇게 건방지게 굴 거면 외국으로 꺼져버려!”강이진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억울한 듯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직 결혼 안 했잖아...”이 화제는 강이찬에 의해 바로 중단되었다. 식탁의 분위기는 매우 어색했지만 조유진은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식사가 끝나갈 무렵, 조유진이 일어서며 말했다. “화장실 좀 다녀올 테니 천천히 드세요.”조유진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강이진도 따라갔다.화장실에서 조유진이 손을 씻고 있는데 강이진이 그녀 옆에 있는 세면대 앞에 서서 조유진의 약지에 있는 핑크 다이아몬드를 힐끗 보고 칭찬했다. “현수 오빠가 선물한 핑크 다이아몬드가 너무 예뻐요.”손을 깨끗이 씻은 조유진이 웃었다. “한번 껴볼래요?”“내가 껴봐도 돼요?”강이진의 눈빛에 갈망이 보였다.“당연히... 안되죠. 좋은 건 누구나 원하지만 본인 것이 아니잖아요.”이 핑크 다이아몬드는 강이진 것도 아니고 조유진 것도 아니다. 그녀
조유진이 침착할수록 강이진은 더욱 미쳐갔다.“왜 웃어?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 난다고, 당신이 여지를 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7년이나 당신을 좋아했을까?”짝!조유진이 강이진의 뺨을 한 대 때렸다. 강이진이 경악했다.그녀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 조유진이 갑자기 뺨을 때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뭐 하는 거야!”그러나 그녀는 반격할 생각이 없었다.현수 오빠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는데 마침 현수 오빠에게 조유진의 숨겨진 모습이 얼마나 악랄한지 보여주고 싶었다.“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했잖아. 네 논리대로라면 네가 나를 건드리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때릴 수 있겠어?”이 말은 빈틈을 파고든 억지 논리다.“너...”강이진은 화가 나서 말을 가리지 않고 내뱉었다.“너와 네 아버지가 현수 오빠를 3년 동안 감옥에 보냈는데 너는 네가 아직도 오빠 아내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아 맞다, 조범 그 망나니가 현수 오빠의 친아버지도 죽였잖아. 네가 현수 오빠와 만나려고 한다면 오빠 어머니는 반대할 거야!”예지은을 언급하자...조유진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예지은이 안정희를 죽였는데 조유진은 미워하지 않는 게 아니라 미워할 자격이 없을 뿐이다.그들 부모님 세대의 은혜와 원한이 너무 깊이 얽혀 있어서 자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점점 복잡하게 얽혔다. 조유진은 그 원한에 계속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조유진은 웃으며 조롱했다.“내가 현수 씨의 아내가 될 자격이 없다고 하더라고 네 차례는 안 오잖아.”정곡을 찔린 강이진은 화를 참고 이를 갈며 말했다.“당신은 현수 오빠와 전혀 어울리지 않아. 조유진, 당신이 왜 하필 현수 오빠에게 매달리는지 이해가 안 돼.”“그러면 너는? 너는 왜 또 현수 씨한테 치근덕거려? 내가 현수 씨한테 매달리지 않으면 네 것이 될 거라고 생각해?”“... 너!”조유진은 숨을 쉴 틈도 주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세상에 흔한 게 남자인데 남의 것을 자꾸 탐내지 마. 아무리 진수성찬이 차려진다 해도 네가 소화할
힘이 약한 조유진을 위해 강이찬이 거들었다. 조유진은 고맙다는 듯이 강이찬을 한 번 쳐다보고는 인사를 했다.“다 드셨어요?”“지율이랑 다들 주차장으로 갔으니 우리도 갑시다.”“좋아요.”강이찬은 참지 못하고 설명했다.“이진이가 헛소리 한 거니 신경 쓰지 말아요.”조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미경 씨랑 곧 결혼하는 데 저한테 마음 있다는 거는 헛소리죠. 미경 씨랑 결혼하면 저한테 연락하세요.”강이찬은 멈칫하더니 억지웃음을 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조유진은 강이찬에게 전혀 여지를 주지 않고 아주 직설적으로 말했다. 조유진이 진짜 모르는지 모르는 척하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조유진은 강이찬이 자기한테 관심 있을 거라고는 아예 생각도 못 했다는 거다.조유진에게 강이찬은 어떤 존재일까?강이찬은 배현수의 형제일 뿐이다.배현수 때문에 가끔 그와 인연이 있었을 뿐이다.강이찬은 갑자기 해명조차 쓸데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왜냐하면 조유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강이찬이 자기에게 어떤 감정인지 궁금해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강이찬과 강이진은 모두 술을 마셔서 운전할 수 없어서 심미경이 왔다.조유진은 배현수를 부축하여 차 쪽으로 걸어갔고 심미경을 지나칠 때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차 옆에 도착한 조유진은 배현수를 부축하느라 손이 없었다. 조유진은 배현수를 팔꿈치로 밀었다. “차 키는요?”“호주머니에.”배현수는 움직이지 않고 말만 했다.“...”조유진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한 손은 배현수를 부축하고 한 손은 그의 양복바지 주머니에 넣어 더듬었다. 왼쪽을 만져봤는데 없었다.얇은 양복바지를 사이에 두고 배현수의 단단한 근육이 느껴져 손끝이 살짝 뜨거워졌다.조유진이 다시 손을 뻗어 오른쪽 주머니를 만지니 차 키가 만져졌다.차 키를 꺼내 문을 열고 배현수를 차에 밀어 넣으려 했다.그런데 배현수가 갑자기 힘껏 밀자 모든 힘이 조유진에게 가해졌다.두 사람은 동시에 차 뒷좌석으로 넘어졌다.배현수는 고개를
가까스로 산성 별장에 도착한 후 조유진은 또 많은 힘을 들여 배현수를 차에서 별장으로 부축하였다.선유는 일찍 잠들었지만 가정부는 안 자고 있었다.하지만 조유진이 전에 집에 온 적이 없어서 가정부는 그녀를 몰랐다.장 씨 아주머니는 깜작 놀랐다.“대표님 아니에요? 취하셨어요?’“네. 소주를 많이 마셨어요. 방이 어디예요? 제가 부축할게요.”장 씨 아주머니는 조유진을 보며 물었다.“당신은?’“저는 선유 엄마, 조유진이에요.”“이쪽이에요. 대표님 방은 위층에 있어요. 귀가를 늦게 하셔서 선유는 이미 잠들었어요.”장 씨 아주머니는 말하면서 조유진을 도와 배현수를 부축해 위층으로 올라갔다.침실에 도착하자 장 씨 아주머니가 말했다. “아가씨가 여기서 돌봐주고 있으니 저는 이만 자러 갈게요. 제가 돌보기에는 조금 불편하잖아요.”나이가 몇인데... 그리고 아주머니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이 집에 왔다.장 씨 아주머니가 잽싸게 떠났다.전에 선유한테서 엄마가 너무 예쁘다고 들었는데 오늘 밤에 만나니 역시 사진보다 실물이 더 예뻤다. 어쩐지 대표님이 계속 잊지 못하더라니.장 씨 아주머니가 떠난 후, 조유진은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를 보고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그녀는 배현수의 신발을 벗기고 옆의 이불을 잡아당겨 그의 허리춤을 덮었다.조유진은 침대에 등을 기대고 마루 위에 앉아 무료하게 잠시 자리를 지켰다.침대 위의 사람이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조유진이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침대 위의 배현수가 갑자기 일어나 앉았다.배현수는 목의 넥타이를 잡아당겨 셔츠 단추를 풀었다.조유진이 고개를 돌렸다.“왜 옷을 벗어요?”“자려고.”조유진은 배현수의 손을 꼭 잡고 달랬다.“잠잘 때 옷을 벗지 않아도 돼요.”“샤워하고 잠옷도 갈아입어야 해. 나 결벽증 있어.”“...”술에 취해도 이렇게 신경 쓴다고?“그럼 잠옷은 어디 있어요? 제가 가져다줄게요.”“옷장.”조유진은 몸을 돌려 옷장으로 가서 잠옷을 찾았다. 그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