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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배현수가 5초짜리 음성메시지를 누르자 조유진의 맑고 깨끗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울려 퍼졌다.

“엄마가 방금 찾아보니까 다음 주 월요일에 우리 선유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 개봉해. 선유도 때마침 방학이니까 다음 주 월요일에 같이 보러 가자. 잘자. 우리 선윤.”

배현수는 이 5초짜리 음성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들었다.

선유가 샤워를 마치고 캐릭터 잠옷으로 갈아입은 후 그의 옆에 달려와 그에게 말을 걸 때까지 배현수는 그 음성메시지를 계속 듣고 있었다.

“아빠. 나 이만 자러 갈게요. 핸드폰 좀 주실래요?”

배현수는 담담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돌려주며 한 마디 당부했다.

“엄마가 잔다고 했으니 오늘 저녁에는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마.”

선유는 입을 삐쭉 내밀더니 한마디 했다.

“엄마와 아직 할 말이 많이 남았단 말이에요. 엄마와 전화 통화도 하려 했는데... 아빠, 내가 엄마만 챙겨서 질투하는 거예요?”

“아니. 너의 엄마가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잖아. 그래서 저녁에는 되도록 방해하지 말라고.”

“네, 알겠어요.”

선유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일 낮에 다시 엄마에게 메시지 할게요.”

말을 마치자마자 선유는 엄마와 나눴던 얘기들을 다시 보기 위해 조유진의 대화창을 한참 찾았지만 카톡 대화 리스트를 끝까지 내려도 엄마와의 대화 내용이 없었다.

“아빠, 엄마와의 대화 내용은요?”

배현수는 최대한 태연한 척하며 대답했다.

“손이 미끄러워 실수로 삭제했어.”

그러자 선유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예? 아빠!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어요!”

“다음부터 주의할게. 미안해. 시간이 늦었으니까 빨리 가서 자.”

“알았어요.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

선유는 문 앞까지 가더니 다시 뾰로통한 얼굴을 배현수를 보며 물었다.

“참! 아빠 내가 했던 말은 어떻게 생각해요?”

“무슨 말?”

“그러니까 음... 엄마와 3일, 아빠와 3일, 그리고 우리 셋이 함께 하루를 보내는 거요.”

배현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응. 꽤 괜찮은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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