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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배현수는 담담한 얼굴로 ‘응’이라고 대답했다.

선유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한마디 보탰다.

“아빠. 엄마가 아빠를 거절해도 화내지 말고 다독여야 해요. 여자들은 다독여 주는 사람을 좋아한단 말이에요. 만약 화를 내면 여자들은 더 상대를 안 하려고 할 거예요.”

“알았어. 무슨 꼬마애가 잔소리가 이렇게 많아. 시끄러우니까 빨리 목욕이나 해.”

선유는 눈살을 찌푸리고 꼬마 어른처럼 한마디 보탰다.

“아빠, 그것 봐요. 또 짜증 내잖아요. 여자에게 시끄럽다고 말하면 안 돼요.”

그 말에 배현수는 말문이 막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선유는 노란 오리 슬리퍼를 신고 2층으로 올라갔다.

선유는 아빠가 너무 직설적인 사람이라 엄마가 싫어하는 게 너무 이해됐다. 어린 선유조차 이럴 때면 아빠가 한심한데 어떡하겠는가.

...

아래층에서 배현수는 선유의 휴대전화를 쥐고 소파에 앉았다.

햇살 언니와 나눈 카톡 대화창을 켠 배현수는 선유 대신 그녀에게 답장했다.

「응, 집에 도착했어.」

조유진은 이 답장에 별 의심 없이 물었다.

「온종일 밖에서 노느라 피곤하지? 일찍 자. 며칠 후에 또 엄마와 놀러 가자.」

그러자 선유의 ‘학교에 가기 싫어’아이디가 그녀에게 회신했다.

「안 피곤해.」

「그럼 좀 더 얘기할래? 우리 아기, 지금 10시가 되었는데 아직 안 자면 키가 크지 못하는데.」

이 답장을 본 배현수는 눈을 찡긋하며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학교 가기 싫어’ 아이디로 다시 한번 그녀에게 회신했다.

「나는 키가 이미 충분히 커.」

조유진은 선유가 애교를 부린다고 생각해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응. 우리 아기 최고.」

배현수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순간 망설였다.

그러자 조유진도 더 이상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때 배현수는 긴 손가락으로 재빨리 몇 글자를 쳤다.

「대제주시에 얼마나 있다가 갈 거야?」

하지만 ‘보내기’ 버튼은 계속 누르지 못한 채 삭제했다 다시 쓰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배현수는 처음으로 이렇게 뻔뻔한 일을 했다. 아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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