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타이밍에 맞는 사람을 만나면 두 사람 모두 미래가 확실하지 않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도 없다.가장 무력한 나이에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놓치고 후회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아쉬움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서서히 무마되어 한없이 깊은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이게 운명일 것이다.강유진의 말에 심미경이 웃으며 말했다.“그래요?”그녀는 손을 뻗어 강이찬의 팔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이찬 씨, 저도 유진 씨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강이찬은 아랫입술을 꼭 깨물며 그 어떤 대꾸도 하지 않았다.남초윤은 뒷좌석에 앉아 그들이 하는 말을 묵묵히 듣고 있다가 한마디 했다.“미경 씨, 강 사장님과 결혼하게 되면 저와 유진이에게 꼭 알려주세요. 우리가 꼭 축하하러 갈게요.”“알겠어요. 그때 가서 청첩장 꼭 보내드릴게요.”이렇게 대답한 심미경은 자기도 모르게 강이찬의 눈치를 살폈다.강이찬의 얼굴은 이미 싸늘해져 있었고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았다. 조유진과 남초윤을 집까지 데려다준 후, 심미경이 강이찬을 보며 말했다.“이찬 씨, 웨딩숍에 연락해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고 싶은데 이찬 씨는 언제 시간 돼요? 우리 같이 ...”강이찬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결혼식은 일단 미루는 거로 하죠.”기쁨이 가득하던 심미경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따지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조유진이 돌아왔기 때문이에요?”사거리에 멈춰 서 있던 앞차가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었음에도 앞으로 가지 않자 강이찬은 짜증 나는 얼굴로 경적을 울리며 심미경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호텔로 돌아온 조유진은 예전에 살던 전셋집에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1년 전, 조유진은 죽을 결심을 하고 다시는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집에서 아무것도 갖고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꽤 많은 물건을 그때 세 들어 살던 집에 두고 나왔다.전화 연결이 되자 조유진이 물었다. “안녕하세요, 최효진
한참 동안 수화기를 들고 있던 배현수는 끝내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았다.조유진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배현수는 겉으로는 평온한 표정을 지었지만 눈빛은 이미 거센 파도가 휘몰아치는 듯했다.잠시 후 전화가 끊겼다.뚜뚜...전화기 너머로 계속 아무 대답이 없자 조유진이 먼저 전화를 끊은 것이다.조유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의 휴대전화에 문제가 생겼는지 의심하고 있었다.왜 상대방 집주인은 계속 아무 말을 하지 않는 거지? 잠시 후, 카톡 메시지가 왔고 추가한 사람은 하이틴 아파트의 집주인이었다. 조유진이 수락 버튼을 누르자 상대방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방금 대화하기 불편했어요. 할 말이 있으면 카톡으로 남겨주세요.」조유진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전화기에 대고 했던 말을 다시 반복해서 상대방에게 보냈다.상대방의 카톡 닉네임은 알파벳 하나 Y였다.Y로부터 메시지가 왔다.「물건은 버리지 않았고 다 그대로 있어요.」그 말에 조유진이 답장했다.「그럼 언제 시간 될까요? 제가 찾으러 갈겠습니다.」곧바로 Y의 답장이 왔다.「오늘 밤에 시간 돼요.」「구체적으로 몇 시에 가면 될까요?」「아홉 시.」조유진이 휴대전화 시간을 보니 이미 8시 30분이다. 서둘러 출발하면 9시에 도착할 수 있다. 시간이 딱 맞는다.대화를 마친 뒤 조유진은 가방과 휴대전화를 챙겨 외출 준비를 했다.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그녀는 맞은편 스위트룸에 있던 엄창민과 마주쳤다.“밥 먹었어? 같이 식당에 가서 먹지 않을래?”“지금 일이 좀 있어서 나갔다 와야 해요. 먼저 드세요.”그러자 엄창민이 물었다.“어디 가는데?”“그동안 세 들어 살던 곳에 가서 물건 좀 가져올게요.”“그럼 내가 바래다줄게. 물건도 많을 거 아니야? 차가 없으면 불편하잖아...”“그래요. 그럼 부탁할게요.”...하이틴 아파트, 이곳은 고급 주택이 아니라 일반 주택 단지다.단지 내 환경이 좋지 않아 전용 주차 공간이 따로 없고 차량 모두 길가에 질서 없이 주차되어 있었다.엄창민은 주차 문제로
배현수의 커다란 손이 조유진의 가녀린 두 손목을 움켜쥔 후 높이 들어 벽으로 밀쳤다.강압적이면서도 거칠었다. 서로의 숨결은 어지러워지고 뜨거운 온기가 조유진의 귓가에 흘렀다. 상대의 낮은 목소리가 그녀의 고막 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유진아...”필사적으로 몸부림치던 조유진의 동작은 한순간 굳어졌다. 온몸에서 솟구치는 피가 순간 역류하여 얼음으로 응결된 것 같았다. 배현수...조유진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멍하니 그곳에 있었다. 배현수는 품에 안긴 사람이 굳은 게 느껴져 동작을 멈추고 그녀를 살짝 놓아주었다. 조유진은 숨을 크게 쉬며 어지러운 숨을 골랐다. 정말 놀랐는지 그녀는 손을 들어...짝!따귀가 배현수의 얼굴에 날아와 빗맞았다. 방 안에 불을 켜지 않아서 빛이 매우 어두웠다. 그녀는 그의 드리워진 얼굴이 어떤 기분인지 똑똑히 볼 수 없었다. 처음으로 배현수의 뺨을 때린 조유진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듯 손바닥을 쥐어짜고 당황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마른침을 힘껏 삼켰다...조유진이 무의식적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뒤에 있던 배현수가 그녀의 팔을 꽉 잡았다.“당신의 물건은 필요 없어?”“...”조유진은 하마터면 물건을 가지러 온 걸 잊어버릴 뻔했다. 조유진은 힘껏 심호흡을 해서 자신을 최대한 진정시켰다. 몇 초 후, 딸깍 소리와 함께 방 안의 불이 켜졌다. 배현수가 그녀에게 다가가서 눈을 내리깔고 사과했다. “방금 놀라게 해서 미안해.”조유진은 긴장할 때 지금처럼 계속 침을 삼킨다. 조유진은 입을 뻐끔거리다가 겨우 소리를 내어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현수 씨, 전화했을 때 저인 줄 알았어요?”“응.”배현수의 검은 눈동자가 조유진을 똑바로 보며 바로 인정했다.“그래서 일부러 말을 안 하고 찾으러 오라고 한 거예요?”“응.”“...”식은땀에 젖은 손바닥을 움켜쥐고 겉으로 애써 침착한 척했다.“그럼 제 물건은요?”“물건 챙기는 것 말고는 나한테 할 말 없어?”조유진의 눈초리가 미세하게 떨렸다.“무슨 말이요? 우리는 이미
하지만 만약 배현수가 선유로 조유진을 붙잡고 싶다면?“나와 함께 선유를 키울래?”배현수에게 등을 돌리고 있던 조유진이 이 말을 듣고 평온하게 말했다. “좋아요. 선유가 당신 곁에 있는 것이 익숙해졌다면, 당신 곁에 머물러도 괜찮아요. 제가 시간이 나면 선유를 보러 오기도 하고, 데리고 놀기도 할게요...”배현수가 말을 끊었다.“내가 그 뜻이 아닌 걸 알잖아.”배현수의 뜻은 선유를 위해 재결합하자는 뜻인가? 종이 상자를 안고 있던 조유진은 손가락을 점점 움켜쥐고 하얗게 질렸다...안정희가 안 죽었으면... 우리 사이에 그렇게 많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그녀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렸다. “선유의 엄마는 할래요. 그런데 더 이상 조유진이 되고 싶지 않아요. 조유진을 하기엔 너무 힘들어요. 배 대표님이 이해해 주세요. 누구든지 쉽게 살고 싶잖아요. 저도 예외가 아니에요.”조유진은 더 이상 감정에 얽히고 싶지 않았고 더 이상 흔들리고 싶지 않았고, 더더욱...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사랑이란 용기 있는 사람들의 게임이다. 조유진도 예전에는 용감했다. 조범을 거역하며 몸을 아끼지 않고 배현수와 함께했다. 하지만 그녀의 무모한 용기는 틀렸다. 그녀의 무모한 용기 때문에 배현수가 감옥에 가게 되었고 훗날의 갖가지...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조유진은 반드시 다시는 그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아마 안정희도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 사이의 감정은 너무 많은 사람이 대가를 치르게 했다.조유진은 두려워 차라리 겁쟁이가 되려고 한다. 겁쟁이는 사랑을 추구할 자격이 없다. 조유진은 차라리 거북이 껍데기에 숨어 영원히 나오지 않고 싶다. 행복하지 않더라도 상처투성이보다는 나은 것 같다. 조유진은 종이 상자를 안고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배현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문 앞을 가로막았다.“조유진이 아니어도 괜찮아. 나는 당신이 누구든지 상관없어. 나는 당신이 대제주시로 돌아온 것이 나 때문인지 알고 싶어.”조유진이 대제주시로
코끝이 다가와 살며시 닿자 배현수의 숨결이 조유진의 얼굴에 뿜어져 나왔다. 다시 터프하게 키스를 퍼부었다.조유진은 눈시울을 붉혔다.“하지만 저는 원하지 않아요. 배현수 씨, 절 강요하면 안 돼요...”강요? 상관없다. 조유진을 곁에 둘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증오해도 좋고 미워해도 좋다, 조유진을 곁에 단단히 가둬두기만 한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 남자의 큰 손이 조유진의 허리춤으로 파고들어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조유진이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당신을 배신하고 당신이 3년 동안 옥살이를 하도록 했는데 왜 아직도 나와 엮이려고 해요?”배현수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도 왜 그런지 알고 싶었다. 아마... 천한 탓이겠지. 배현수가 여전히 손을 놓지 않자 조유진이 또 말했다. “당신은 육현수에요. 당신 아버지 육성준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잊었어요?”그들 사이는 원래 악연인데, 더 이상 얽히면... 다시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배현수의 손이 멈췄다. 조유진는 기회를 틈타 단번에 그를 밀어냈다.마침 엄창민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후, 열려 있는 현관문으로 바라본 조유진의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엄창민은 조유진이 괴롭힘을 당한 줄 알고 별생각 없이 배현수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인간쓰레기! 여자 하나 괴롭히는 게 무슨 남자야!”엄창민은 유단자여서 주먹이 세다. 배현수는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입가에 핏자국이 생겼지만 손을 대지 않았다.엄창민은 아픔을 느끼지 못한 듯 혀끝으로 볼 안쪽을 핥자 피비린내가 느껴졌다.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엄창민은 두 번째 주먹을 휘두르고 싶었다.“그만 싸워요. 날 괴롭히지 않았어요. 우리 그만 가요.”조유진은 바닥에 있는 물건을 주워서 종이 상자에 넣고 일어서서 가려고 했다. 그러자 배현수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저 사람은 가도 돼. 당신은 안돼.”엄창민은 눈썹을 찡그렸다.“주먹맛을 덜 봤어요?”“반격하지 않을게요. 절 때려죽이면 보내줄게요.”
배현수는 소파에 주저앉아 양어깨를 늘어뜨리고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 모습은 어둠 속에 빠져 퇴폐하기 짝이 없었다.--당신과 함께 할 수 있어요.--만약 엄마가 살아 돌아올 수 있게 해준다면.배현수는 허탈하면서도 절망적인 웃음을 지었다. 차라리 엄창민이 그를 죽이게 하는 게 나았겠다. 적어도 지금보다 행복할 텐데.배현수는 눈을 내리깔고 약지의 은반지를 바라보며 가볍게 쓰다듬었다...알고 보니, 그의 유진이가 정말 그를 버린 것이였다. ...차를 몰고 반얀트리 호텔로 돌아오는 길. 조유진은 조수석에 앉아 줄곧 멍하니 있었다.엄창민이 물었다.“내가 배현수를 때려서 마음이 아팠지?”조유진이 싱긋 웃었다.“나와 그 사람은 헤어진 사이에요. 마음 아플 게 뭐가 있어요.”“너희들이 막 재회하자마자 너를 이렇게 대하는데 앞으로 대제주시에서 또 만날 수밖에 없을 거야. 환희야, 마음의 준비를 해.”“알아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배현수를 보면 온몸에 식은땀이 나요.”이게 혹시... PTSD인가?조유진이 손을 뻗어 목덜미를 더듬자 손에 땀이 흥건했다. 이건 아마 비정상일 거야.엄창민도 당연히 보았다. 조유진의 어깨에 걸친 긴 머리카락 끝이 약간 젖어 있었다.“의사한테 가서 상담해 볼까?”조유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재회 직후라 너무 긴장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너무 한심하죠?”“너와 그 사람이 너무 많은 경험을 했어. 지금 그 사람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해. 하지만 그 사람이 이렇게 예상에 빗나가는데 만약 다시 너를 만나서 너에게 과격한 일을 한다면... 경호원 두 명을 보내줄까?”엄창민은 고민하더니 신중하게 제안했다.조유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 오늘 밤 이미 배현수가 단념하게 했어요. 그리고 선유를 만나러 경호원을 두 명 데리고 갈 수는 없잖아요. 아이가 놀라요.”“그건 그래. 선유랑 월요일에 영화 보러 갈 거야?”“네.”“내가 같이 가줄까?”그러자 조유진이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조유진은 호텔로 돌아와 하이틴 아파트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정리했다. 종이상자 안에는 중요한 것만 들어있었다. 그녀가 사용했던 서류, 일기장... 그리고 안정희의 영정사진.조범은 탐욕에 사로잡히고 남존여비 사상에 찌든 남자였지만 어머니는 줄곧 그 남자에게 잘해 주셨다. 조유진은 손을 뻗어 안정희의 사진을 어루만지고 부드러운 천을 찾아 위의 먼지를 닦았다.조유진은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엄마, 내가 예지은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날 탓할 거야?”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관용이다. 핸드폰이 울려서 확인하니 남초윤이었다. 남초윤이 물었다. “하이틴 아파트에 가서 물건을 받았어?”“받았는데 주인이 배현수였어. 그 사람이 그 집을 샀어.”“뭐라고? 두사람... 만났어?”“응.”남초윤이 걱정했다.“너한테 아무 짓도 안 했지? 너 지금 안전해?”“창민 오빠가 같이 가줬어. 배현수가 날 보내주지 않아 창민 오빠가 때렸어...”조유진이 말을 마친 후.남초윤이 한숨을 쉬며 푸념했다. “배현수 미쳤네! 만약 엄창민이 널 안 찾았다면 무슨 짓을 하려고? 널 감금하려고 그래?”감금?“나도 몰라, 하지만 지금 호텔로 돌아왔어.”남초윤이 말했다. “너희들 사이에 그렇게 많은 일이 있었고 또 금방 만났으니 우선 진정해. 배현수 그 미친놈이 너무 집요해서 너를 무인도로 데려갈까 두려워...”“응. 선유 일 말고는 배현수와는 어떤 왕래도 하지 않을 생각이야.”남초윤도 찬성했다.“너는 이미 그에게 빚진 것이 없어. 인천에서 그 사람 대신 맞은 칼 때문에 네가 폐기종이 생겼잖아. 육지율이 말하기를 배현수가 너와 함께 있으면 좋은 일이 없다고 했어. 그런데 내가 보기에 재수 없는 사람은 너야. 네가 배현수의 억울함을 증명하기 위해 조씨 가문을 풍비박산 냈잖아. 아무리 조범이 나빠도 네 친아버지야. 몇 사람이 전 남자 친구를 위해 친아버지를 감옥에 보낼 수 있겠어. 유진아, 넌 충분히 잘했고 그에게 빚진 것도 없어. 지금은
그리고 관련된 사람과 일을 의식적으로 회피하고 나아가 무감각해진다. 감정 무감각, 주변 환경 자극에 대한 반응 둔감, 사물에 대한 흥미 상실, 이 일과 관련된 사람들을 의식적으로 소외시키고 겉으로는 무감각하고 감정이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속으로는 경계심을 갖는다.안정희가 죽을 때, 모습이 너무 참혹해서 조유진은 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 밤 배현수가 가까이 왔을 때, 조유진은 온몸에 식은땀이 나고 거의 허탈해졌다.남초윤은 또 물었다. “얼마나 지속됐어?”“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 전에는 대제주시에 돌아오지 않아 다만 이 일을 생각하기 싫어서 애써 회피하려고 했지만 대제주시에 돌아와서 배현수를 만났을 때 많은 일들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올랐어.”“언제 시간이 나면 나랑 같이 가보자. 내가 아는 정신과 의사가 꽤 전문적이야.”조유진이 흠칫했다. “어떻게 정신과 의사를 알아?”“아... 그냥 우연히 기회가 생겨서 알게 되었어. 내가 한동안 업무 스트레스가 심해서 상담받으러 갔었어.”남초윤이 화제를 돌렸고 조유진은 별생각을 하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일찍, 조유진은 비지니스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조햇살 씨 맞나요?”“네. 맞아요.”“저는 꿈의 정원 프로젝트 담장자예요. 저번에 연락드렸는데 기억하시나요?”또 SY.“기억해요. 그런데 이미 협력할 의향이 없다고 말씀드렸잖아요.”상대방은 직접적으로 말했다.“20억에 주제곡 한 곡을 부르는 건 업계 전체에서 상당히 파격적인 가격이에요. 조 아가씨, 정말 고민해 보지 않으시겠어요?”20억? 역시 SY는 돈이 부족하지 않아.조유진이 담담하게 웃었다.“귀사가 저에게 돈 많은 것이 무엇인지 보여 주었지만, 죄송한데 저는 관심 없어요.”전화를 끊고 잠시 후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여보세요, 혹시 조유진 씨세요?”“네, 무슨 일이세요?”“안녕하세요, 저는 SY그룹 법무팀입니다. 1년 전에 배현수 씨에게 3천억을 빌린 적이 있습니까?”“... 3천억?”조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