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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배현수는 소파에 주저앉아 양어깨를 늘어뜨리고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 모습은 어둠 속에 빠져 퇴폐하기 짝이 없었다.

--당신과 함께 할 수 있어요.

--만약 엄마가 살아 돌아올 수 있게 해준다면.

배현수는 허탈하면서도 절망적인 웃음을 지었다. 차라리 엄창민이 그를 죽이게 하는 게 나았겠다. 적어도 지금보다 행복할 텐데.

배현수는 눈을 내리깔고 약지의 은반지를 바라보며 가볍게 쓰다듬었다...

알고 보니, 그의 유진이가 정말 그를 버린 것이였다.

...

차를 몰고 반얀트리 호텔로 돌아오는 길. 조유진은 조수석에 앉아 줄곧 멍하니 있었다.

엄창민이 물었다.

“내가 배현수를 때려서 마음이 아팠지?”

조유진이 싱긋 웃었다.

“나와 그 사람은 헤어진 사이에요. 마음 아플 게 뭐가 있어요.”

“너희들이 막 재회하자마자 너를 이렇게 대하는데 앞으로 대제주시에서 또 만날 수밖에 없을 거야. 환희야, 마음의 준비를 해.”

“알아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배현수를 보면 온몸에 식은땀이 나요.”

이게 혹시... PTSD인가?

조유진이 손을 뻗어 목덜미를 더듬자 손에 땀이 흥건했다. 이건 아마 비정상일 거야.

엄창민도 당연히 보았다. 조유진의 어깨에 걸친 긴 머리카락 끝이 약간 젖어 있었다.

“의사한테 가서 상담해 볼까?”

조유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재회 직후라 너무 긴장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너무 한심하죠?”

“너와 그 사람이 너무 많은 경험을 했어. 지금 그 사람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해. 하지만 그 사람이 이렇게 예상에 빗나가는데 만약 다시 너를 만나서 너에게 과격한 일을 한다면... 경호원 두 명을 보내줄까?”

엄창민은 고민하더니 신중하게 제안했다.

조유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 오늘 밤 이미 배현수가 단념하게 했어요. 그리고 선유를 만나러 경호원을 두 명 데리고 갈 수는 없잖아요. 아이가 놀라요.”

“그건 그래. 선유랑 월요일에 영화 보러 갈 거야?”

“네.”

“내가 같이 가줄까?”

그러자 조유진이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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