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 카톡 메시지가 하나 왔다.Y:「67789**」하나의 카드 번호.조유진은 눈꺼풀을 움찔거리며 대답했다.「받았습니다, 내일 은행에 가서 송금하겠습니다.」이 글을 보낸 후, 조유진은 대우 엔터테인먼트의 권 여사를 찾았다. 권 여사가 전에 여러 번 연락해서 계약하고 싶어 했지만 조유진이 계속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지금 그녀는 엄청난 빚을 지고 있는데, 만약 자기가 인터넷에서의 인기에만 의존한다면 그 많은 돈을 갚지 못할 것이다.조유진은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권 여사가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조햇살 씨? 계약하기로 해서 전화한 거예요?”“권 여사, 전에 말한 그 조건들 아직도 유효해요?”“물론이죠. 제가 업계에서 어떤 입지를 가졌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요. 물론 조햇살 씨가 절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면 업계 사람들에게 물어봐요. 내가 부하 직원에게 사기를 친 적이 있는지.”“권 여사, 그런 뜻이 아니라 계약하고 싶어서 전화했어요.”“나는 당신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지 않을 거예요. 나와 계약하면 내가 지금의 인기를 잡아줄게요. 아무리 못해도 당신의 인기가 떨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참,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어요?”조유진은 실소를 터뜨리며 솔직하게 말했다. “돈이 부족해서요.”“나는 당신처럼 이렇게 직설적인 사람이 좋아요. 돈이 부족하면 벌면 되죠. 마침 내 손에 자원이 있는데 연애 프로그램이에요. 조햇살 씨는 인터넷에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으니 연애 프로그램에 나오면 열기가 엄청날 거예요.”“연애 프로그램? 방송에 나가서 연애하는 거예요?”조유진의 말을 들은 권 여사가 웃었다.“연애라니, 다 대본 있어요. 그저 시청자들이 커플을 파거나 이슈메이킹을 하면 돼요. 생각처럼 복잡하지도 않고 실제로 손을 잡거나 껴안지 않아도 돼요. 소개팅 예능 같은 거예요. 다 가짜예요.”“그럼 출연료는 얼마죠?”“예능에 나오면 현재 몸값으로 1~2억 정도예요. 제가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협상할게요.”이 출연료
다음 날 아침, 조유진은 먼저 은행에 가서 돈을 송금했다. 1억을 배현수 계좌로 넣었다. 비고:「빚갚음.」배현수가 이 돈을 받았을 때 마침 회의를 끝내고 있었다. 메세지를 본 배현수의 눈썹이 움찔했다. 서정호가 옆에서 배현수가 휴대전화를 쳐다보며 멍때리는 것을 보고 물었다. “배 대표님, 무슨 일 있어요?”“조햇살 같은 급은 1년에 얼마를 벌어?”서정호가 말했다. “지금 팔로워가 500만 명인 것 같은데, 20억은 몰라도 일 년에 4-5억은 버는 것 같아요.”남자의 눈빛이 약간 어두웠다.서정호는 고민하더니 말했다.“조유진 씨가 일 년에 4-5억 번다면 아마 평생 2900억을 갚지 못할 거예요. 배 대표님, 조유진 씨가 돈을 갚게 하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아내를 만나고 싶은 거예요? 하지만 뒷말은 서정호가 감히 말하지 못했다. 배현수의 성격으로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고집이 세고 자꾸 거꾸로 말하는 츤데레이다. 이것은 그의 사장님의 특징이어서 서정호는 일찍이 습관 되었다.“SY에 또 어떤 종목이 그녀랑 어울릴까?”“많아요. 하지만 그녀가 계속 SY의 일을 맡는다고 해도 2900억은 못 갚아요...”아, 서정호는 이해했다. 배 대표는 조유진이 갚지 못하도록 하고 싶은 거다. 하지만 아내를 다시 돌아오게 하는 이 방법은 너무 복잡했다. 조유진 씨가 이해할 수 있을까? 서정호는 의문이 들었다.그는 조심스럽게 귀띔했다. “배 대표님. 만약 조유진 씨와 만날 기회를 만들고 싶다면, 사실 그럴 필요 없어요. 직접...”서정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배현수는 차갑게 끊었다. “그저 돈을 갚으라고 하고 싶을 뿐 다른 생각은 없어.”“...”누가 믿겠어요.서정호는 마음속으로 말했다.‘계속 그렇게 고집 피우세요. 나중에 화장터도 못 가겠어요.'이건 정말 조유진 탓이 아니다. 그의 사장님의 이런 아내를 따라다니는 수법은 너무 우회적이어서 누가 눈치챌 수 있겠는가!조유진에게 배현수는 매일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빚쟁이 같다. 누
“배 대표님, 이쪽에 의자가 있어요. 앉으세요.”“아닙니다.”배현수는 구석에 서서 녹음을 하고있는 조유진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그녀는 매우 집중해서 배현수를 보지 못했다.제작진도 사장님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조햇살 씨 노래도 잘 부르고 사람도 예쁘게 생겼어요.”남자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관심 있어요?”싸늘한 목소리에 칼날이 박힌 듯 압박감이 감돌았다.“아니... 아니요!”그는 그냥 아무 말이나 했는데 역시 사장님은 진지하시다. 그는 입을 꼭 다물고 다시는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 한편, 조유진이 두 번째 녹음을 마쳤다. 사운드 디자이너가 말했다.“이번에는 아까보다 좋았어요. 그런데 더 나아질 수 있으니 다시 한번 조율해 보는 건 어떨까요?”“좋아요.”20억을 받았으니 조유진은 프로페셔널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생리통은 정말 사람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조유진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아랫배를 눌렀다. 쪼그려 앉아 좀 쉴지 말지 고민하던 참이었는데...저쪽 사운드팀에서 이미 조율이 끝났다. “시작해도 돼요.”세 번째 녹음...중간에 이르자 조유진은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배가 너무 아파서 목소리가 떨리기까지 했다.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배현수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그는 고개를 숙여 제작진 사장에게 몇 마디 분부했다. 이내 제작진이 멈추라고 손짓했다.“다들 멈춰요!”“배 대표님이 방문하셨어요!”녹음 스튜디오의 소리가 갑자기 멎었다. 조유진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서 있다가 무의식적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배현수의 눈빛은 차분하고 깊었다. 조유진이 멍해 있는 몇 초 사이, 그 꼿꼿한 그림자가 이미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머리 위에 에어컨의 차가운 기운이 가득해 조유진은 팔뚝이 차갑고 소름돋았다. 이때, 건조하고 따뜻한 큰 손이 갑자기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이어 어깨가 무거워지더니 양복 외투가 그녀의 몸에 걸쳐졌다.“저 안추워요..
전화기 너머의 엄창민은 목소리가 좀 진지해졌다.“배 대표님?”“엄 대표님 무슨 일 있으세요?”배현수의 목소리가 조금 차가워졌다.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튀었다.“환희가 전화를 받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환희? 여기는 엄환희라는 사람이 없고 환희도 없다. 다만 조유진만 있을 뿐.“죄송합니다. 그녀는 지금 당신의 전화를 받을 시간이 없어요.”말이 끝나자마자 배현수는 전화를 끊었다. 엄창민이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배현수는 바로 끊어버리고 엄창민의 수신기록을 삭제하였다....조유진이 일을 끝냈을 때 이미 12시, 점심시간이 되었다.그녀는 어깨에 걸친 양복 외투를 벗어 배현수에게 건넸다. “고마워요.”일이 끝나자 그녀는 당연히 떠나고 싶어 했다.조유진이 뒤돌자 뒤에 있던 남자가 조용히 물었다.“정말 이렇게 떠날 거야?”“?”조유진은 그의 말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배 대표님, 무슨 일 있으세요?”어깨가 다시 무거워졌다. 배현수는 양복 외투를 다시 그녀의 어깨에 걸쳤다.“밖이 더워서 안 해도 되는데...”그녀가 막 벗으려고 할 때 남자의 뼈마디가 분명한 큰 손이 이미 그녀를 대신하여 양복을 여몄다.“바지에 피가 묻었는데 정말 안입을래?”“...”그녀의 창백한 얼굴이 순식간에 상기되었다. 조유진은 폐가 좋지 않은 데다 건강까지 나빠져 최근 몇 달 동안 생리가 불규칙했다.이번에도 일주일 늦어져 안 올 줄 알았는데 오늘 갑자기 왔다. 그런데 가방 안에는 작은 사이즈의 생리대 한 장만 들어 있었다.공공장소에서 생리가 옆으로 새서 조유진은 정말 난처했다. 특히 오늘 조유진이 입은 청바지는 워싱된 연청색 색상으로 피로 물들면 선명히 보인다.“많이 티나요?”남자는 눈을 내리깔고 그녀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응”이라고 말했다. 조유진은 그의 표정에서 단 하나의 메시지만을 읽었다.--조유진은 이 외투 없이는 스튜디오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그래서... 도대체 생리가 얼마나 흐른 거야?조유진은 잠시 머뭇거
20억이 그냥 그녀의 계좌에 몇 시간 있을 뿐이다. 이 느낌은 상당히 가슴 아프다.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배현수는 왼쪽, 조유진는 오른쪽에 섰다. 두 사람 사이에 마치 태평양을 두고 있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닫히자 엘리베이터 문에 두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 엘리베이터가 6층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자 마케팅팀 부장이 들어왔다. “배 대표님, 안녕하세요.”배현수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마케팅부장이 들어와서 그들 사이에 섰다.잠시 서 있었는데 마케팅부장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전에는 이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가 꽤 크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왜 갑자기 이렇게 좁은 것 같지?세 사람이 만나면 반드시 한명의 깍두기가 있다. 마케팅부장은 온몸에 개미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괴로웠다. 그는 결코 사회 부적응자가 아닌데 분위기에 대한 예민도가 매우 높아 지금 분위기때문에 온몸이 불편했다. 그는 오른쪽에 서 있는 조유진을 바라보며 이 긴 몇십 초를 빨리 넘기려고 애썼다. “배 대표님, 이 아가씨는?”“내 전 여자 친구.”배현수는 곁눈질도 하지 않고 도도한 얼굴에는 농담하는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이 다섯 글자를 말했다.마케팅부장 : “!!!”조유진: “...???”진심이야? 그는 사실을 말한 것 같다.그런데... 왜 그렇게 이상하지?마케팅부장은 심호흡을 하고 마른침을 여러 번 삼켰다. 그는 이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너무... 충격적이다!배 대표는 뜻밖에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큰 뉴스를 입 밖에 꺼냈다. 마케팅부장은 격앙된 감정을 억눌러야 한다.몇 초 후에 엘리베이터에서 나가면, 그는 이 가십을 그룹 전체 사람들에게 공유할 것이다! 이번에 그는 제일 먼저 가십거리를 접했다. 누가 또 감히 그의 소식이 늦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띵.엘리베이터가 15층에 도착했다.마케팅부장 : “저기 배 대표님, 도착했습니다, 먼저 내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그는 배현수에
어색한 장면에 조유진은 땅속에 숨고 싶었다. 그녀의 불편함에 비해 배현수는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아무렇지 않았다. 그는 손에 들고 있는 생리대를 화장실의 대리석 위에 놓고 돌아서서 나갔다. 화장실 문이 다시 닫혔다.“...”사회적 체면이 없어지는 것이 아마 이런 느낌일 거야! 문밖에 서 있는 배현수는 심각한 눈빛으로 손가락을 꼬집었다. 조유진은 감정을 가라앉히느라 오랫동안 그 안에 있었다. 그리고 깨끗한 바지를 갈아입고 나와 배현수에게 예의상 인사했다. “배 대표님, 다른 일 없으면 먼저 가보겠습니다.”“이렇게 빚을 갚으면 2900억은 평생 갚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 있어?”“사람이 죽으면 빚이 사라지잖아요. 그래도 열심히 돈을 벌어서 갚으려고 노력할 거예요. 앞으로 배 대표님께 매달 돈을 보낼게요. 하지만 지금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아 매달 얼마나 갚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물론 만약 배 대표님이 손해본다고 생각하거나 저에게 복수하고 싶다면 법원에 가서 저를 기소해서 저를 신용불량자로 만들어도 돼요.”이것은 배현수의 권리이다.“당신이 원한다면...”조유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전화가 엄창민이라고 떴다.“죄송합니다.”조유진은 등을 돌려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창민 오빠.”“SY 입구에 있어요? 알겠어요. 이미 끝났어요. 금방...”갑자기 그녀의 휴대전화가 큰 손에 의해 빼앗겼다. 조유진은 어리둥절해서 뒤돌아 그를 보았다. 배현수는 이미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그대로 던졌다.“배현수 씨, 뭐 해요!”배현수가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엄창민이랑 사귀어?”“배 대표님, 우리가 헤어진 지 7년이 지났는데 내가 누구와 사귀든지 배 대표님과 상관없잖아요. 배 대표님은 제 핸드폰을 빼앗고 전화를 끊을 권리가 없어요.”조유진이 핸드폰을 들고 떠나려고 하자 배현수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당신이 누구와 사귀는지 확실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당신이 선유에 한 약속을 잊지 마. 선유가 엄마를 따라가고 싶어 한다면
“만약 배 대표님이 7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다면 똑똑히 알려줄게요. 7년이면 인체의 모든 세포가 한 번 바뀌어요. 7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저는 같은 사람이지만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7년 전 조유진은 배현수를 위해 열여덟 살에 아이를 낳을 정도로 사랑했어요.”“하지만 지금 당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은 25살의 조유진이에요. 그녀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단지 당신과 선을 긋고 싶을 뿐이에요.”조유진은 배현수의 품에 갇혀 얼굴이 창백하고 온몸이 심하게 떨렸다. 이런 스트레스 반응은 그녀를 숨을 쉴 수 없게 했다. 하지만 조유진은 한 마디 한 마디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배현수가 한순간 뻣뻣하게 굳었다. 그를 사랑하지 않아...배현수의 집념적인 관점에서 사랑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에 대한 조유진의 감정이 엄창민에게로 옮겨간 거라고 믿었다. 그의 눈에는 순식간에 차가운 기운이 맴돌았다. 배현수는 조유진의 귀에 대고 말했다. “당신과 엄창민, 어디까지 발전했어?”배현수는 그녀에게 귀부터 뺨, 입술까지 가볍게 뽀뽀를 하고 있지만 소유욕이 넘쳤다.“내가 말했잖아요. 그와는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하지만 배현수는 이미 미쳤고 질투와 분노가 그를 통제 불능으로 만들었다.“엄창민이 당신을 이렇게 만졌어?”“...”“유진아, 내가 너를 가장 미워하는 게 뭔지 알아?”“...”예전에 배현수는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조유진이 자신을 배신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야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그녀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괜찮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질 수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서 다시 그에게로 옮겨질 수도 있다.배현수의 입맞춤은 더욱 깊어졌다. 배현수는 조유진의 입술을 깨물었는데 그녀가 심하게 떠는 것을 느끼고 동작을 멈추었다.“왜? 싫어?”엄창민, 그 사람이 나은가? 그들은 단지 일 년 동안 떨어져 있었을 뿐이다. 전에 그가 그녀를 건드릴 때 그녀는 이렇게
배현수가 멀어져 가는 랜드로버를 보며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엄 대표님.”“배 대표님? 갑자기 저한테 전화한 이유가 뭐예요?”“엄창민이 대표님의 의자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일부 추잡한 말은 먼저 앞에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난처해지면 안 좋을 것 같아요.”“엄창민? 그 애와 배 대표가 무슨 불화가 있었어요?”“엄창민은 대제주시에서 SY와의 합작 프로젝트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는 일을 경솔하게 하고 공사를 구분하지 못해요.”엄 노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엄창민의 성격은 내가 잘 알고 있어요. 그는 일을 매우 진중하게 처리하는데, 공사를 구분하지 못할 리가 없어요. 배 대표님,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말씀하시는 건가요?”“엄창민 씨가 저를 세 대 때려서 턱뼈가 약간 금이 갔어요.”“뭐라고요?”엄 노인은 깜짝 놀랐다.“무슨 일 때문에 싸웠어요?”“한 여자때문에요.”“...”엄 노인은 이것이 너무 황당하다고 느꼈다.“그 여자가...?”“조유진이요. 제 전처이자 아이의 엄마예요.”엄 노인은 심호흡을 했다.“...”이게...하지만 두 그룹이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배현수의 미움을 사면 안 되었다. 만약 이런 개인적인 일로 이렇게 큰 협력을 망친다면, 이것은 분명히 자격을 갖춘 사업가의 행동이 아니다.엄 노인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엄창민을 즉시 성남으로 불러들여 똑똑히 물어볼게요. 엄창민이 배 대표를 때린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합당한 해명을 할게요.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일이 우리의 정상적인 비즈니스 거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배현수에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당연하죠. 엄 대표님이 잘 알겠지만, 전 공사가 분명한 사람입니다. 대제주시의 성행 그룹 책임자는 진중한 사람으로 바꾸길 권합니다. 그래야 성행과 SY의 비즈니스 협력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 같아요.”“...”이것은 압박이다. 엄 노인은 여러 해 동안 업계를 종횡무진한 노련한 사람이니 당연히
육성일의 압도적인 기운은 전화 너머에서도 남초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묵직한 압박감은 느껴졌다. 그때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는지, 어떻게 육씨 집안에 시집갔는지 스스로도 의아했다. 만약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차라리 구걸을 하더라도 절대 육씨 집안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남초윤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할아버지, 부탁드려요. 저희가 약속했던 건 두 달 전이었잖아요. 아직 두 달이 채 안 지났고, 제가 지금 아기를 가졌다고 해도 확인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기에 육성일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아버지의 전화를 겨우 넘겼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이번엔 ‘개자식’ 육지율이었다. “...” 할아버지와 손자는 통화 시간까지 맞춘 것처럼 기가 막히게 연달아 전화를 걸어온다. 그녀는 냉랭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왜요?” 육지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폭탄이라도 먹었어요?” 육지율이 자신의 책을 내리게 만들고, 지난달과 이번 달 원고료도 다 날려버린 상황에서 그녀가 전화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아직 유지 중이었고 필요한 것도 있으니 남초윤은 결국 목소리를 가다듬고 좀 더 부드럽게 말했다. “지율 오빠, 무슨 일이에요?” “... 뭐라고 불렀어요?” “지~율~오~빠~” 그녀는 유설영의 말투를 흉내 내며, 아니, 오히려 더 능숙하게 말했다. 육지율은 순간 닭살이 돋았다. “제발 평소처럼 말해요. 저녁에 내 친구가 귀국하는데 같이 식사해요. 6시에 잡지사로 데리러 갈게요.” 남초윤은 단번에 거절했다. “난 안 갈래요.” “저녁에 뭐 다른 약속 있어요?” 남초윤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결혼한 지 3년 됐지만 당신은 나한테 친구 한 명도 소개해 준 적 없잖아요.” 그리고 이제 곧 이혼할 텐데 친구를 만날 필요는 더 없었다.이혼하고 나서 친구들이
조유진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학교에서 누가 너 괴롭히진 않았어?” 배선유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응, 나 괴롭히는 사람 없어. 할아버지가 우리 학교에 엄청난 돈을 기부하셔서 선생님들도 항상 나한테 잘해주시고 많이 관심 해주셨어. 그래서 나도 함부로 장난칠 수가 없어. 혹시 선생님이 할아버지한테 이르실까 봐.” 배현수는 이 말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배선유는 작은 악동처럼 말이 많았고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아이였다. 배현수의 말에도 자주 대꾸를 하니, 만약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면 벌써부터 떠벌렸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남을 괴롭히는 쪽에 더 가까웠다. 성남에서 엄준은 배선유를 엄청나게 아끼며 키웠고, 그래서인지 아이는 주눅이 들지 않고 활발하게 자랐다.조유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다행이네. 우리 선유가 공부를 게을리할 걱정은 없겠어.” 배현수는 딸을 겁주듯 말했다. “너 공부 안 하고 일찍 연애라도 시작하면, 널 대제주에 데려와서 24시간 동안 지켜볼 거야.” 배선유는 입술을 내밀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이건 너무 심해요! 나 혹시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거 아니에요?” 배현수는 코웃음을 치며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말했다. “공부 안 하면 좋은 날은 없을 거야.” 잠시 후, 학교 종이 울릴 시간이 가까워졌다. 배선유는 전화를 끊으려다가 친구가 그린 결혼사진 두 장을 영상 속으로 건네받았다. “선유야! 너랑 지우의 결혼사진 내가 그려놨어! 한 번 봐봐!” 배선유가 물었다. “한 장에 얼마야?” “너니까 공짜로 해줄게! 대신 다음번엔 나랑 결혼해 줄 수 있어?” “생각해볼게!” “...” 이 속도로라면 그들 부부는 도대체 몇 명의 사위를 맞이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한편, 스타라이트 매거진에서.남초윤이 사이트 편집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의 책은 예상대로 플랫폼에서 삭제되었고 이달 원고료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
[합법적 부부] 함께 올라온 사진엔 결혼반지를 낀 두 손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이 게시글이 올라가자마자 마치 깊은 바다에 떨어진 폭탄처럼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어 반응했다. 육지율: [8년의 여정 끝에 드디어 자랑할 수 있네!] 송하진: [어! 전 두 사람 목숨 구해준 은인이에요. 제가 아니었으면 두 사람이 어떻게 혼인신고까지 했겠어요? 당장 절 주빈으로 식사 대접해요!] 남초윤: [아아아아! 유진이를 결혼이라는 무덤 속으로 끌어들이다니! 대표님 너무하세요!] 엄창민: [내 여동생한테 잘해요. 혹시라도 괴롭히면 내 주먹이 용서 못 해요!] 엄명월: [형부! 이렇게 좋은 일에 저희한테 뭐라도 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강이찬: [축하해, 결국 원하는 대로 됐네.] 심미경: [백년해로하세요.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서정호: [대표님, 일 다 끝냈으면 빨리 돌아오세요. 의사 선생님이 여기서 엄청 화내고 있어요. 저 더는 못 버틸 것 같아요!] 학교 가기 싫어: [와! 아빠랑 엄마가 드디어 결혼했네요! 헤헷, 아빠, 나도 오늘 결혼했어요!] 배현수는 배선유의 댓글을 보고 순간 검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조유진이 운전하며 그의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고 물었다. “왜 그래요?” “선유가 결혼했다는데.” “뭐라고요?” 조유진은 깜짝 놀라 차를 도로 옆에 세우고 급히 배선유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저쪽에서 배선유는 학교에 있었는데 마침 쉬는 시간이었다. 외국어 학교라 분위기가 자유로워 아이들은 평소에도 부모님과 연락을 하기 위해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다. 배선유는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을 카메라 앞으로 들이밀었다. “엄마, 아빠! 나 사진 보고 싶어!” 조유진은 그녀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나서 물었다. “선유야, 아까 결혼했다고 했잖아. 누구랑 결혼한 거야?” “우리 반 한지우랑! 엄마, 나 오늘 엄청 많은 축의금을 받았어! 내가 다 적어 놨어!”
조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갈게요.” 그가 환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이번 한 번은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 다음 날 이른 아침. 서정호가 산성 별장에서 두 벌의 정장과 결혼 서류를 준비해왔다. 조유진은 오랜만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도 고데기로 말았다. 그녀는 하얀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사진에 잘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썼다. 그녀는 한동안 이렇게까지 꾸미지 않았는데 하이힐을 신고 배현수 앞에 서니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 어색해졌다. 그래서 물었다. “나 어때요?” “아름다워. 넌 언제나 아름다워.” 배현수는 전혀 망설임 없이 그녀를 칭찬했다. 조유진은 웃음을 참으며 옆에 있던 넥타이를 집어 들고 배현수에게 매어주었다. 배현수는 그녀의 손길에 고개를 숙이며 협조했다. 조유진은 평소와 다르게 더 복잡하고 정중한 ‘엘드리지 매듭’으로 넥타이를 맸는데 배현수는 평소에 간단한 윈저 매듭만 했었다. “이 매듭은 좀 생소하네.” 조유진은 넥타이를 다 매고 나서 그의 셔츠와 정장 재킷의 깃을 정리해 주었다. “이게 엘드리지 매듭이라고 해요. 중요한 자리에서 어울리는 방식이죠. 어때요, 괜찮아요?” “멋져. 하지만 여보, 우리 서둘러야 해. 조금 있으면 의사가 올 거야.” 웃으며 농담하듯 이야기하던 배현수는 조유진의 외투를 챙겨 그녀의 어깨에 걸쳐 주고, 그녀를 한 손으로 감싸 병실을 몰래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마치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나와 차에 올랐다. ... 그들이 빠져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사가 병실에 회진을 왔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그곳에는 ‘무관한 사람’만 남아 있었다. 의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서정호를 보며 물었다. “환자는 어디 갔죠? 튜브까지 다 뽑다니, 누가 뽑았습니까?” 서정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환자 본인이 뽑았습니다.” “도대체 어디 간 겁니까? 팔을 정말 망가지게 할 작정인가요
배현수의 가슴이 떨렸다. 그는 조유진과 이마를 맞대며 낮게 속삭였다. “그때 난 네 옆에 있진 않았지만 네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 그런데 왜 울었어?” “현수 씨 생각이 났어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펐거든요. 내가 이렇게 좋은 남자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아쉽고 후회스러웠죠. 그래서 울었어요.” 지금 이렇게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잃어버렸다가 다시 되찾은 느낌이었다. 조유진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눈물은 슬픔이나 후회 때문이 아니었다. 감동과 감사함 때문이었다. 운명이 그들을 온갖 고난 속에서도 끝끝내 묶어 놓았고, 그들 사이에선 이제 더 이상 헤어질 수 없는 깊은 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배현수는 긴 손가락을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끼워 넣으며 손을 꼭 맞잡았다. 순간 그들의 손바닥에서 따뜻함이 퍼져나갔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아, 넌 한 번도 날 잃은 적 없어. 우리가 몇 번을 떨어져도, 얼마나 오랫동안 떨어져 있더라도 난 결국 널 찾아내서 꼭 안고 말해줄 거야. 사랑한다고. 오직 너만 사랑한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조유진은 배현수의 유일한 선택이었고 그 선택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조유진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현수 씨, 우리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까요?” “그럼.” 그의 대답은 8년 전과 똑같았다. 짧지만 확고했으며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조유진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손목에 걸린 달콤한 연녹색 비취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상처가 나으면 우리 같이 아주머니를 위한 좋은 묘지를 고르러 가요. 그분을 위한 의관묘라도 만들어 드리는 게 어때요?” “아직도 ‘아주머니’라고 불러?” 조유진은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며 말투를 바꿨다. 배현수는 그녀의 팔찌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풍수 좋은 곳을 따로 고를 필요는 없어. 어머니께
육지율은 그 필명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기억해 냈다. “이 자식! 기억났어! 이 녀석이 책에서 날 모욕하지 않았나? 내 명성을 망가뜨렸잖아?” 남초윤은 급하게 말했다. “잘못 본 거 아니에요? 비엘 작가가 주인공을 모욕할 리가 없어요! 그러면 밥숟가락 들고 욕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어요?” “나를 ‘수’로 묘사한 게 모욕이 아니고 뭐예요? 왜 항상 배현수가 공이냐고?” 남초윤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그 부분을 신경 쓰고 있었던 거였다.남초윤은 그가 진짜 작가를 고소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변명하듯 말했다. “다음번엔 지율 씨가 공이고, 배 대표님이 수가 될 수도 있잖아요. 원래 BL 소설에서는 공수 구분이 모호해요. 겉보기에 수 같아도 사실은 공일 수도 있다고요!” 조유진은 살짝 의문을 제기했다. “난 현수 씨가 수 같지는 않았는데. 만약 현수 씨가 진짜 수라면 캐릭터 붕괴지. 차라리 육 변호사님이 수인 게 더 어울려. 자유롭고, 매력적이고, 다정하잖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육지율은 얼굴이 시커멓게 변하며 조유진에게 따졌다. “아니, 조유진. 내가 약해 보이는 수 같은 느낌을 준다고?” “...” 배현수는 차갑게 말했다. “유진이가 쓴 것도 아닌데 왜 화내? 그럴 시간 있으면 작가나 고소해.” 남초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그냥 재미로 쓴 거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작가를 고소하면 너무 쪼잔해 보일 거예요!” 하지만 육지율은 이성을 잃고 이를 악물었다. “쪼잔해 보이든 말든, 그 책을 하차할 거예요!” 자신이 소설 속에서 수 역할로 묘사되었고, 그것도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다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조유진은 객관적으로 말했다. “사실 책 내용은 나쁘지 않아요. 꽤 재미있고 독자도 많아요.” “독자가 몇 명인데?”“몇만 명 정도?” “뭐?”‘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날 수로 상상했
병실에서 조유진은 그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앉아 있다가 잠들었다. 잠에 들어서도 손가락이 배현수의 손에 살짝 얽혀 있었는데 다정하고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진은 완전히 남자 친구 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입원 생활이 지루하다고 하다니.육지율이 댓글을 남겼다. “뭐야, 입원했어? 혹시 가정 폭력이라도 당한 거야?” 댓글을 남기고 나서 육지율은 차에 시동을 걸며 남초윤에게 말했다. “과일 바구니 좀 사서 병문안이나 가요. 친구가 입원했어요.” “친구? 설마 배 대표님이세요? 어디 아파요?” 육지율은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진짜 아플 수도 있고 그냥 꾀병일 수도 있고.” 혹시 모른다. 꾀병일지도....병원에서는 조금 전 장은숙이 산성 별장에서 저녁 식사를 가져왔다.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밤은 죽 같은 유동식만 먹어야 했다. 배현수는 오른손을 쓸 수 없었기에 조유진이 죽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그에게 먹여주고 있었다. 첫 숟가락을 그의 입 앞에 가져가자 배현수는 뜨겁다고 투덜댔다. 조유진이 후후 불어 온도를 맞춘 후 말했다. “이제 적당히 식었어요.” 배현수는 그제야 죽을 한 입 삼켰다. 그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장난스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 못 본 사이에 아기로 됐네? 밥도 혼자 못 먹고, 조유진이 널 너무 오냐오냐한 거 아냐?” 조유진이 놀라서 뒤돌아보니, 육지율과 남초윤이 병실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설명했다. “오른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며칠 동안 오른손은 쓰지 말라고 하셨어요. 상처가 더 심해질 수 있거든요.” 그러자 육지율은 다짜고짜 그의 오른쪽 어깨를 툭 쳤다. “진짜야?” 배현수는 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미친놈아!” 조유진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변호사님, 진짜로 다쳤다니까요! 어깨에 구멍이 났다고요,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그녀를 겨우 한 번 데리러 온 김에 출퇴근길의 불편함을 느끼고는 아예 차를 사서 해결하려고 하다니, 정말 육지율 다운 방식이었다.이 4S 매장에서 파는 차들은 모두 포르쉐였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저렴한 모델도 수천억 원대였다. 남초윤은 이미 남씨 집안이 육지율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었기에, 그가 차를 선물해 주겠다고 해도 받을 수 없었다.남초윤은 차분히 말했다. “앞으로는 출퇴근 길에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 굳이 차를 선물할 필요는 없어요.”육지율은 순간 멈칫했다가 살짝 비웃으며 말했다. “차 한 대 선물한다고 귀찮다는 딱지가 붙어요? 이런 확산적 사고방식은 참 대단하네.”“....”정말 그런 게 아니란 말인가?평소에도 성격이 불 같았던 육지율은 차를 주겠다고 하면서도 그녀를 달래는 상황이 우스웠는지 어이없어 웃었다. 둘 중 누가 더 성격이 나쁜지 모를 일이었다.영업 직원은 남초윤을 육지율이 외부 애인으로 오해했고, 이 큰 거래가 깨질까 봐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변호사님께서 차를 사주시는 건 출퇴근 시간을 줄여서 그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게 해주려는 마음이 아닐까요?”남초윤은 더 이상 그의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이미 갚을 수 없는 빚이 너무 많았고 계속해서 더 쓴다면 두 아이를 낳아야 겨우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육지율은 그 여느 때처럼 행동했다. 그는 VIP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빨리 골라요. 차 안 사면 집에 못 돌아가요.”남초윤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여자 영업 직원이 다가와 다양한 모델을 소개할 때, 그저 듣기만 했다. 그 직원은 미소를 띠며 말도 아주 달콤하게 했다. “변호사님은 저희 매장의 단골이세요. 그런데 여자를 데리고 온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변호사님이 정말로 많이 아끼시는 것 같아요. 비싼 차를 고르시면 아마 더 기뻐하실 거예요.”역시, 판매왕이었다.감정적 가치를 제공하는 법을 너무나 잘 아는 직원이었다. 하지만 남초윤은 그저 외부의
남초윤은 결혼 상태를 한 번도 업데이트한 적이 없었다. 동료들 눈에는 여전히 미혼으로 보였다.처음 그녀와 육지율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 온 세상이 떠들썩했지만 사실 모두 육지율의 매력적인 외모 때문이었다. 아무도 남초윤처럼 작고 평범한 존재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육지율이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들의 침대 사진이 언론이나 남재원에게 유출되지 않은 것도 기적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육지율이라는 유명한 바람둥이가 ‘함정'에 빠져 순진한 여자와 관계를 맺은 후, 마지못해 결혼했다는 소문만 믿고 있었다.육지율이 연예계 인물이 아닌 만큼 동료들 중에서도 아무도 그 사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육지율이 ‘좋은 집안의 아들’ 이라는 사실만 기억하고 그의 결혼 상대가 누군지에는 무관심했다. 그녀는 어디에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고 언론에서도 그의 곁에 서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남초윤은 그렇게 세상 사람들의 눈에 숨겨져 있었다.동료들은 그저 그녀가 조금 집안 배경이 있는 부유한 여자인 줄로만 알았고 육지율의 아내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육지율의 아내라면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그들과 같이 일하며 고생할 일은 없을 테니까. 설령 과거에 파파라치 일을 했더라도 그렇게 높은 곳에 시집갔다면 육씨 집안이 그녀를 계속 그 일을 하도록 놔두지 않았을 거라고 여겼다.비록 세상은 모두 직업의 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상류 사회에는 여전히 그들만의 규칙이 있었다. 체면과 명예가 그들의 신분과 존엄을 상징했다. 파파라치라는 직업은 육씨 집안에게 있어 절대 자랑스러울 수 없는 일이었으니, 육지율과 강란희가 그녀에게 좀 더 체면 있고 유망한 직업들을 제안했지만 남초윤은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을 보낸 끝에 동료들은 하나둘씩 퇴근하고 남초윤만 남았다. 한 시간이 흐른 뒤 남초윤은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저녁 7시가 되었다. 그녀는 통화 기록을 훑어보고 다시 한 번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