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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전화 속이었지만 불쑥 튀어나온 배현수의 목소리가 심장을 조이게 했다.

조유진은 손바닥을 움켜쥐고 입술을 일자로 꾹 닫으며 말했다.

“3천억은 할부로 갚을게요. 하지만 그 금액이 너무 커서 아마 짧은 시간 내에 갚지 못할 것 같아요. 만약 당신이...”

“열 번? 확실해?”

조유진이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뭐라고요?”

“우리 사이의 매 한 번을 당신은 다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

전화기 너머 남자의 목소리는 분명 싸늘했지만, 나지막하고 매력 있었다. 게다가 그가 한 말은... 어렴풋이 애매함이 흘렀다.

그런데 그게 포인트가 아니었다. 조유진은 단지 객관적으로 그녀가 정말 갚아야 할 액수를 이야기했을 뿐이다.

“일억 원을 먼저 갚을 테니 서 비서에게 카드 번호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 배현수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열한 번이야. 잘못 기억했어.”

“...?”

“그래서 너는 아직도 나에게 2999억 7800만 원을 빚졌어.”

“...”

그 큰 숫자들을 듣고 있자니 조유진은 머리가 저렸다.

그러자 배현수는 멈칫하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선유의 체면을 봐서 이제 2900억만 갚으면 돼.”

“고맙습니다.”

...

전화를 끊은 후 조유진의 머릿속에 큰 숫자들이 떠올랐다. 2900억...

휴대전화가 또 울리기 시작했는데, 이 번호는 좀 낯익었다.

“여보세요?”

“조햇살 씨, 저는 꿈의 정원 프로젝트팀에서 기획을 담당하고 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을 다시 쟁취하고 싶습니다. 만약 20억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가격을 제시해주겠어요?”

“...”

그래서 이렇게 크게 에둘러 온 것이 단지 조유진에게 꿈의 정원 주제가를 불러달라고 강요하기 위해서였단 말인가? 에둘러 온 길이 동네 열 바퀴는 되는 것 같다. 잔머리에서 조유진은 SY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제 비지니스 비용은 그렇게 비싸지 않아요. 20억은 너무 많아요.”

“괜찮아요. 20억 원에 당신 같은 훌륭한 인터넷 가수와 함께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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