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미쳤어! 배현수, 넌 이미 여기에서 밤새 무릎 꿇고 있었잖아. 선유가 이미 엄마를 잃었는데 아빠까지 없었으면 좋겠어!”남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래. 선유가 아직 집에 있지. 아이는 아마도 그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유진이를 데려가야만 해...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산성별장의 유선전화번호였다.말하지 않아도 선유임이 틀림없었다.아주 잠시, 배현수는 도망치고 싶었다.육지율도 그의 낌새를 눈치챘다.“만약 네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내가 대신 받아줄 수도 있어. 이 일에 관해 잠시는 선유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하지만 배현수는 직접 전화를 받았다.전화 저편에서 선유의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 엄마에게 한 프러포즈는 성공했어요? 엄마가 허락했어요? 엄마가 엄청 기뻐하죠? 핑크빛 다이아몬드 반지가 엄청 예쁘기때문에 엄마라면 무조건 좋아했을 거예요!” 그러게... 핑크빛 다이아몬드 반지는 너무 예쁜데, 조유진은 이젠 볼 기회조차 없어졌네. “선유야.”그는 머뭇거렸다.“네? 아빠 왜요? 엄마가 아빠를 거절했어요? 아빠 목소리가 왜 슬퍼 보이죠?”그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을 번쩍 차리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빠가 아직 엄마에게 프러포즈를 못 했어, 선유가 너무 빨리 전화 걸었네.”“네? 아빠, 왜 아직도 프러포즈를 안 했어요? 엄마가 거절할까 봐 두려워서 아직도 말 못 한거죠?”배현수는 아무 감정 없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맞아, 엄마가 거절할까 봐 걱정돼서.”“하하... 아빠, 아빠도 겁쟁이네요! 아빠는 세상에 무서운 게 없는 줄 알았어요!”그랬다. 그도 겁쟁이였다.그는 조유진의 죽음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조유진이 정말로 죽으면 선유는 어떡하라고, 그더러 어떡하라고? 앞으로의 긴 여생이, 안 봐도 뻔했다.그는 갑자기 동력이 사라졌다. 그러고는 아래로 걸어 내려갔다.“아빠, 언제쯤 집에 돌아와요? 내가 어제저녁 뚱이를 안고 자면서 뚱이에게 부탁했어요. 엄마
배현수는 작은 약병을 손에 들고 소파에 앉았다. 이 약은 그가 출소한 후 한동안 계속해서 복용했던 약이었다.하지만 그는 조울증인데 뒤에 적힌 이름은 탄산리 약이었다. 그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을 무렵, 휴대폰이 울렸다.전화를 건 사람은 남초윤이었다.그는 전화를 받았다. “내가 말하지 않은 게 있어요, 전에는 유진이가 나더러 얘기하지 말라고 해서 안 했는데 나중에 내가 볼 때 유진이도 괜찮은 것으로 보여 나도 이 일을 깜빡 잊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유진이가 바다에 뛰어든 건 아마도 우울증이 재발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대표님은 유진이와 신 선생님이 어떻게 알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대표님이 교도소에 들어간 후, 유진이는 계속 불행했어요. 너무 착해 빠져서 항상 자책하고 미안해했어요. 유진이가 비록 말은 하지 않지만 저는 느낄 수 있었어요. 6년 동안 그녀는 항상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왔어요. 3년 전, 유진이가 잠에 들지 못해 수면제를 과다 섭취했는데 다행히 제때 구조되어 병원에서 위를 세척한 적이 있어요. 그때 마침 신 선생님이 응급실에서 당직을 서고 있었고 그렇게 한번 두번 검사받으면서 알게 된 거예요. 그들은 정말 아무 사이가 아니에요. 더해봤자 친구 사이일 뿐이에요. 만약 유진이와 신 선생님 사이에 정말 뭔가 있다면 3년이 지났을 때는 벌써 아이까지 생겼을 수도 있다고요.”“유진이는 행복을 추구할 엄두도 내지 않았어요. 자기는 죄가 있다고 새로운 삶을 추구할 자격이 없다고요. 그때 아마도 유진이가 우울증이 있다고 진단받은 시기였던 것 같아요. 유진이는 계속 3년 전, 그녀가 대량으로 수면제를 복용한 것은 의도한 게 아니라고... 고의가 아니라고 했어요. 그때 당시에는 나도 곧이곧대로 믿었죠. 내가 생각해 봐도 유진이는 아직 선유가 어리기 때문에 죽으면 안 된다고 죽을 엄두도 못 낼 거라고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아마 3년 전부터, 그녀는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을지도 몰라요.”“유진이는 18세 이전에는 비록 조씨
「2017년10월3일, 날씨 맑음. 곧 4개월에 접어들고 있다. 입덧이 너무 심한 탓에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다. 초윤이가 성남의 먹자골목에 가서 물만두를 사 왔는데 너무 맛있어 보였다. 요즘에는 계속 초윤이에게 부탁해 함께 산부인과에 다녀오곤 했다. 너무도 고마운 그녀에게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보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2017년12월31일, 큰 눈이 내림. 오늘은 해를 넘기는 마지막 밤이다. 원래는 그를 보러 가려 했지만 배가 너무 커져 버리는 바람에 들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도 더는 나를 만나고 싶지 않을 거야.」「2018년1월1일, 배현수, 새해 복 많이 받아. 새해 떡국을 만들어 교도관에게 들여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오랜 설득 끝에야 비로소 허락해 주었다. 그런데 만약 내가 만든 떡국이라고 하면 당신은 아마도 버리고 말 거야.」「2018년2월12일, 비가 내림. 너무 귀여운 딸이다. 초윤이가 아이의 양엄마가 되어주기로 했다. 그녀는 아이에게 어떤 이름을 지어줄 거냐고 물었다.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선한 마음을 유지하며 살라고 조선유라 이름 지었다. 내가 나빴지. 우리 선유는 태어나서 아빠가 없으니.」「2018년6월6일, 날씨 맑음. 또 그날이 왔다. 미안하다는 말 빼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2018년 12월31일, 또 눈이 내린다. 선유가 10달이 되었다. 아이는 지금 옹알이를 시작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아마 말도 할 수 있을 것 같다.」「2019년2월4일, 날씨 흐림. 설 전날이다. 선유가 엄마라고 불렀다. 그런데 내가 아빠라는 호칭은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 아이가 아빠를 불러댔다. 만약 배현수가 들었다면 좋으련만. 그는 아직 모른다. 내가 딸이 있는지.」「2019년7월13일, 날씨 맑음. 나는 방송국에서 실습을 시작했다. 선유에게 분유를 사주려면 내가 노력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니니까.」「2019년8월6일, 비가 내림. 방송국에는 어떻게 꼰대 상사가 그리도 많을까? 뺨을 한 대 갈
폐암...배현수는 손끝이 하얗게 될 정도로 일기장을 꽉 쥐었다. 조유진의 매 한 글자, 매 한 마디가 마치 그의 심장을 격하게 때려 박는 것 같아 숨 쉬는것 조차 어려웠다.그가 곁에 없었던 6년 동안 그녀는 싱글맘이기도 했고 상사에게 해코지도 당하고 우울증을 견디기까지... 무엇보다 배현수가 더욱 안타까웠던 건 그녀가 단지 일기장에만 적을 수 있다는 사실.어쩌면 그녀가 기록하지 않은 마음 쓰라린 일들이 훨씬 많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그녀가 얼마나 힘들고 어렵게 살아왔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일기장을 만지작거리기만 할 뿐 더 읽을 용기가 없었다. 그녀의 한자 한자가 칼날이 되어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끊임없이 그에게 사과하고 있었고 끊임없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으며 끊임없이... 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런 미안함이 한 점 한 점 그의 살을 도려내는 것 같았고 그의 마음속 가장 연약한 곳을 마구 쑤셔대는 것만 같았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인천시의 유선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배현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기에 한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았다.이 유선전화번호는 분명 인천시의 병원에서 온 전화다. 한달 전, 그에게 연락한 적이 있었다.그러나 전화건너편에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전화를 끊었었다.그때 당시 조유진은 그녀에 관한 그 어떤 일도 그가 관심갖는걸 원하지 않았기에 그는 그녀를 미워하고 있었다. 그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조유진 씨 가족 되시나요? 지난번에도 전화드렸었는데 끊으셔서요, 조유진 씨의 폐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저희는 큰 병원에 가서 재검사를 받고 치료받기를 권유하는 바입니다. 조유진 씨가 폐암인 건 가족분들도 다 알고 계시죠?”배현수는 입이 바싹 마르고, 목에는 솜덩이가 막혀있는 것처럼 그 어떤 소리도 내지 못했다.“여보세요? 듣고 계신가요?”“...”전화에는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후, 전화 반대편에서는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그러나
선유가 그의 커다란 손을 잡을 때까지 배현수는 너무나 평온한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아빠, 아빠 손은 왜 이렇게 차가워요?”그는 몸을 숙여 아이와 시선을 맞췄다. 남자의 목젖이 침을 삼키며 몇 번이고 움직이더니 겨우 허스키한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엄마가 아직은 나를 받아 줄 준비가 안 됐대.”선유는 작은 손을 들어 현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빠,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요. 다음에 내가 엄마를 만나게 되면 내가 아빠 편에서 좋은 말 많이 할게요. 그렇다면 엄마도 마음이 약해져서 허락할 수도 있잖아요. 엄마는 아빠를 아직 좋아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아빠, 절대 포기하면 안 돼요.”배현수는 조유진의 미니 버전인 아이 얼굴을 그저 따뜻하게 바라볼 뿐이었다.그는 결국 눈시울이 붉어졌다. 참는 것도 잠시, 그는 그제야 겨우 한마디 내뱉었다.“그래.”“아빠. 왜 울어요?”“아무것도 아니야,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그래.”“아, 그래요. 아빠, 저 졸려요, 내가 예삐를 안고 와 함께 자도 돼요?”“그럼.”선유는 통통한 예삐를 품에 끌어안고는 배현수에게 말했다. “아빠, 잘 자요.”“잘 자.”배현수는 거실에 서서 선유가 예삐를 안고 방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깊은 밤, 별장에는 작은 등불만이 켜져있다. 거실에는 어둠이 내려앉았다.그는 까만색 실크 소재의 작고 네모난 상자를 열었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핑크색 다이아몬드가 그의 눈을 아프게 했다. 이 반지는 유명한 설계사인 오란드의 작품으로 이름은 ‘영원한 구속’ 이었다.디자인의 의미는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서로가 서로에게 영원히 구속되어 영원히 곁에 머물며 평생을 함께하기를 원한다는 뜻이였다.그러나 조유진은 다시는 이 반지를 낄 수 없게 되었다. 배현수의 손목이 꺾이며 손가락에 힘이 풀리자 반지는 자연스레 청아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굴러떨어졌다.그는 소파에 기대 끝없는 적막에 빠져 의기소침해하며 눈을 감고 그렇게 한참
아빠와 딸은 그렇게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선유는 배현수의 무릎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배현수는 조심스레 일어나 아이를 안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선유는 그의 어깨에 기댄 채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냈다.“엄마...”그는 아이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고는 각양각색의 산호와 조개들로 꽉 채운 유리병을 아이의 머리맡에 놓아두었다. 이것은 조유진이 아이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다.현수는 서재로 향했다. 그러고는 다시 일기장을 펼쳤다.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유언이 쓰여 있었는데 짧고도 간결한 단 한마디만이 적혀 있었다.“선유가 아빠와 함께 기쁘고 즐겁게 성장하기를 바랍니다.”단지 이 말 한마디뿐,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조유진이 사고가 있던 그 한 주 동안, 배현수는 매일 같이 9시에 정상 출근하고 10시까지 야근하며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지냈다.너무나 안정된 정서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만 같았다. 조유진이 바다에 뛰어든 그날 밤, 수색대는 한밤중부터 다음 날 정오까지 열심히 수색했다.그 후, 배현수는 또 다른 수색 구조대를 불러 일주일간 수색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까지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배현수가 지나친 우울감에 휩싸여 있을 걱정에 육지율이 먼저 말을 꺼냈다. “오늘 저녁에 한잔하러 갈래? 이참에 이찬이까지 불러서 우리 셋도 한동안 뭉치지 못했잖아.”그는 머리도 들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 “나 야근해야 돼, 시간 없어.”“조유진의 장례식은, 언제 치르려고?”배현수는 듣는 척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별 다른 일 없지? 없으면 나가, 나 회의 있어.”탁!육지율은 바로 배현수의 노트북을 닫아버리고는 그를 보며 말했다.“배현수. 너 언제까지 자신을 속일 거야? 네가 수색구조대까지 보내서 유진이를 찾아 나선 게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어. 그러나 지금까지도 시체를 찾지 못했잖아. 이래도 포기 못 하겠어?”배현수는 고개를 들고 그를 빤히 쳐다보며 한마디 한
그가 사무실을 나서자 남초윤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대표님께서 유진이 장례식은 언제 치른대요?”“안 한답니다.”“뭐라고요?”전화에서 남초윤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육지율은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현수는 지금 이미 미친놈이나 다름없어요. 유진이의 죽음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거든요. 현수는 유진이가 죽지 않았는데 장례식을 왜 하냐고 하던데요?”“...”남초윤은 말이 없었다. 그래도 화가 났다. “대표님은 유진이 가는 길조차도 편히 못 가게 할 거래요? 장례식을 치르지 않으면, 무덤도 못 만들고 유진이는 평생 외롭게 살아왔는데 갈 때마저도 쓸쓸하게 허공에서 떠다녀야겠어요?”“나도 현수가 나쁜 생각 할까 봐 무서워요. 지금 현수는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사람 같아요. 하지만 현수가 평온해질수록 그만큼 위험성도 높아지겠죠.”요 며칠 남초윤은 계속해서 조유진의 꿈을 꾸었다. 조선유가 진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슬퍼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배현수가 산성 별장에 도착한 건 밤 열 시 반을 훌쩍 넘긴 시각이었다. 아직 잠에 들지 않은 선유는 치마 두 벌을 골라 몸에 갖다 대며 말했다. “아빠, 내가 내일 엄마 만나러 갈 때 어떤 치마를 입으면 좋을까요? ”조선유의 손에는 레몬색 노란 치마와 하얀색 치마가 들려져 있었다. 배현수는 선유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대답했다.“노란색 치마가 좋겠어.”“좋아요. 아마도 내일은 맛있는 것도 엄청 많이 먹을 텐데 하얀색을 입으면 쉽게 더러워지겠죠. 아빠, 아빠도 내일 저희랑 함께 갈 거죠?”배현수는 잠깐 망설이고는 대답했다. “선유야, 엄마가 내일 시간이 안 된대.”“하지만 엄마가 저랑 약속했어요! 저를 데리고 원숭이 보러 동물원에 간댔어요!”“엄마가 새로운 직장에 가서 요즘은 엄청 바쁠 거야. 윗분들께서 엄마더러 야근하래.”배현수의 얼굴에는 특별한 감정선이 나타나지 않았다. 마치 평소에도 있을 법한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조선유는 아직 어려 어른들의 깊은 속을 들여다볼 수
아침을 먹고 난 뒤, 아빠와 딸은 출근길에 올랐다.선유를 데리고 사무실에 온 배현수는 간식과 음료수를 건네주며 말했다. “아빠는 일하러 가야 하니까 심심하면 혼자 게임 하고 있어. 이따가 아빠가 시간 될 때 선유를 데리고 회사 구경 시켜줄게.”“네! 아빠. 가서 일해요. 난 게임 하고 있을게요.”선유가 메고 있던 작은 가방에는 태블릿 PC며 바비인형이며 예삐까지 가득 들어있었다.배현수는 아침 회의가 비교적 많아 사무실에만 있을 수 없었다. 선유는 밖을 내다보았다. 아빠 회사가 엄청 크구나!...이른 아침, 그룹의 채팅창에는 난리가 났다.「제기랄! 배 대표님께서 아이를 데리고 출근하다니?」「배 대표님은 다이아몬드급 솔로가 아니었어? 언제 결혼하셨지? 왜 난 몰랐던 거지?」「내가 이렇게 중대한 소식을 놓치다니! 헐... 배 대표님이 유부남이었던거야?」「보아하니 애가 5, 6살 정도밖에 안 돼 보이던데! 아니겠지, 아마 배 대표님의 조카 정도?」「나도 그렇게 생각해. 친척 집의 아이일 가능성이 높아.」「하지만! 여러분, 그 아이가 배 대표님을 아빠라고 부르는 걸 내가 직접 들었다고요!」「젠장... 미쳤어, 미쳤어! 아이 엄마가 도대체 누구야!」「궁금해 죽겠어요, 실시간으로 정답 기다립니다.」...강이진이 채팅창을 열어 화면 가득 채운 소식들을 보고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조유진이 바다에 뛰어들어 죽은 게 아니었어?이미 다 죽은 마당에 이렇게까지 떠들썩하다니! 다 속셈이 있었네 애를 낳아 현수형 곁에 두고는 현수형이 그 애를 볼 때마다 그녀를 생각하도록 평생 잊지 못하게!여기까지 생각한 강이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그가 몸을 일으켜 휴게실로 가 커피잔을 들고 자리로 돌아가려 할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복도에 둘러싸여 있었다. “와, 귀요미! 너의 이름은 뭐야?”“너의 고양이도 통통하니 잘 컸네? 너처럼 귀엽기도 하고!”“귀요미, 너의 엄마는 누구니?”“내가 듣기로 대표님께서는 꿈에 그리던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너희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