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에 무슨 일이야.”얼마 지나지 않아 수화기 너머에서 남성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 사실은...”사건의 자초지종을 다 얘기한 조효동의 귓가에 들려오는 건 정우빈의 욕설이었다.“쓰레기 같은 놈! 넌 진짜 쓸모없는 놈이야! 그딴 일 하나도 똑바로 처리 못 해?!”정우빈의 호통이 다시 한번 들려오자 조효동이 억울한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해요... 하지만 임유환 그놈이 이런 방법까지 쓸 줄은 저도 몰랐어요...”“임유환이 사람을 시켜서 M 국에 있는 재산을 동결시키고 S 시 회사까지 부도냈단 말이지?”“네...”“내가 그놈을 너무 만만하게 봤나 보네.”정우빈은 차갑게 물었다.“그놈이 이 일을 누구한테 맡기는지는 들었어?”“흑제 어르신인 것 같았습니다...”“흑제면 말이 되기는 하지.”세계 제일 갑부인 흑제는 재산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기에 국내외로 인맥도 많을 테니 조효동의 재산을 동결시키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그리고 조효동의 새 회사도 어쨌든 연경이 아니라 S에 있는 것이니 먼 곳에 있는 정우빈보다는 S 시내 권력자인 임유환의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리고 부지허가를 받을 때도 정우빈이 직접 간 게 아니라 시 정부 사람에게 가서 말 좀 잘해달라고 부탁한 게 전부였으니 그 뒤에 정우빈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도련님,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모든 걸 잃고 갈 곳도 없어진 조효동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정우빈한테 기대는 것뿐이었다.“내 연락 기다려.”“임유환 그놈은 내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나중에 재밌는 구경거리가 될 거야.”“예, 도련님! 나, 근데 조명주가 지금 임유환과 같이 살고 있는데 혹시 도련님 계획에 방해가 되진 않을까요?”“조명주가?”의외의 소식에 정우빈은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네, 둘이 사이가 아주 좋아 보이던데요.”“하하, 그래?”조효동의 말에 음침하게 웃은 정우빈이 말했다.“알겠어. 이제부턴 내가 알아서
늦은 시각, 별장으로 돌아온 임유환은 슬리퍼로 갈아신고 2층으로 향했다.“조효동 일은 잘 해결됐어요?”임유환이 2층으로 올라오자마자 검은색 브라탑을 입은 조명주가 걸어 나오며 물었다.임유환이 무엇을 하러 갔는지 다 아는 그녀이기에 통 잠이 오지 않아 누워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바로 침대에서 일어난 것이다.“해결했어요.”조명주를 향해 웃으며 말하던 임유환은 바로 최서우의 상태부터 물었다.“서우 씨는 자요?”“네, 자요.”“그럼 나도 이만 방으로 가볼게요.”“잠깐만요, 조효동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알려줘야죠.”조명주는 호기심에 가득 차 물으면서도 혹시나 최서우를 깨울까 봐 임유환을 밀며 그의 방으로 함께 들어갔다.“조 중령님, 이 야밤에 불도 다 꺼져있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지 않아요?”그에 임유환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장난을 쳤지만 조명주는 전혀 두렵지 않다는 듯 맞받아쳤다.“그럴 용기가 있으면 어디 한 번 해봐요.”임유환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조명주도 이토록 자신만만할 수 있었던 것이다.“하하, 그럴 용기 없죠, 저는 좀 더 오래 살고 싶거든요.”역시나 임유환은 환하게 웃으며 그럴 엄두는 없음을 인정했다.“내가 그렇게 무서워요?”입술을 삐죽이며 말하는 조명주에 임유환은 농담을 하며 불을 켰다.“조 중령님이 총으로 저를 쏘기라도 할까 봐 무섭거든요.”어두웠던 방안이 환해짐에 따라 빨갛게 상기되었던 조명주의 얼굴도 순식간에 원래의 낯빛을 회복했다.혹시나 임유환이 보기라도 했을까 봐 두려워진 조명주는 오히려 더 역정을 내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알면 됐어요!”“빨리 얘기해요, 조효동 어떻게 했어요?”“그냥 살짝 경고만 해줬을 뿐이에요.”조효동에게 한 경고를 들려주자 조명주는 임유환의 어깨를 두드리며 감탄했다.“진짜 대단해요 유환 씨!”“근데 아무리 무서워도 그렇지 무슨 오줌을 싸요.”고작 그 정도 배포로 최서우를 붙잡겠다고 질척거리던 조효동에 조명주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래도 임유환이
윤여진 옆에는 두 명의 경호원도 함께 서 있었는데 각자 캐리어를 하나씩 들고 사뭇 진지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여진아, 네가 여긴 무슨 일이야?”캐리어를 두 개씩이나 끌고 들어온 모습이 어째 꼭 여기 살려고 들어온 사람 같아 임유환은 당황해하며 물었다.그리고 윤여진의 입에서는 역시나 임유환이 예상했던 대답이 들렸다.“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같이 살려고 들어왔죠.”윤여진은 생글생글 웃으며 간드러지게 말했지만 임유환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갔다.이 집에는 이미 두 명이나 되는 미모의 여성들이 살고 있었는데 거기에 윤여진까지 더 해지면 다들 불편해질 것 같기도 했고 가뜩이나 윤여진을 경계하는 서인아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질투할 게 뻔했기에 임유환은 선뜻 응할 수가 없었다.“왜요 오빠? 내가 온 게 싫어요?”임유환의 굳어진 표정을 본 윤여진은 입꼬리를 늘어뜨리며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였는데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저를 올려다보는 윤여진에 흔들리지 않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그리고 예전에 그토록 사이가 좋았던 동생의 부탁이니 임유환도 딱 잘라 거절하진 못했다.“아니 여진아... 그건 아닌데...”말을 더듬는 임유환을 본 윤여진이 그 뜻을 제멋대로 해석하고는 기뻐서 방방 뛰었다.“그럼 나도 같이 살게 해주는 거죠? 역시 오빠가 제일 좋다니까요!”임유환과 같이 사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던 윤여진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했다.“어... 여진아, 별장에 같이 사는 사람들이 있어...”“서인아 씨에요?”그때 임유환이 난감한 듯 말하자 윤여진은 토라진 얼굴을 하고 물었다.“아니, 조 중령님이랑 서우 씨... 얼마 전에 사고가 좀 나서...”임유환이 상황을 설명하려 했지만 윤여진은 그새 삐진 게 다 풀렸는지 차가운 눈을 한 채 물었다.“누가 오빠 습격한 거 말하는 거죠?”“너 다 알고 있었어?”“네.”놀란 듯 되묻는 임유환을 향해 윤여진이 담담하게 대꾸했다.“집사가 알려줘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나도 사람 시켜서 조사를 좀 해봤는데..
“역시,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건 오빠밖에 없다니까요!”임유환이 허락했다는 사실에 신이 난 윤여진은 발을 동동 구르더니 그대로 임유환에게 달려가 안겼다.그 순간 E컵은 될 것 같은 윤여진의 가슴이 임유환에게 부딪쳤고 그 말캉한 느낌에 임유환이 숨이 멎어오는 것 같아서 재빨리 윤여진을 떼어놓았다.그들은 더 이상 어린애들이 아니었으니까 이 정도의 스킨십은 자제해야 했다.하지만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런 걸 눈치채지 못한 윤여진은 자신의 두 경호원을 보며 말했다.“너넨 이만 돌아가. 짐은 내가 알아서 들고 들어갈 거니까 여기 두고.”별장에 다른 사람들도 산다는 말을 듣고 괜히 경호원들이 그들을 불편하게 할까 봐 하는 소리였다.“하지만 아가씨, 저희가 돌아가면 누가 아가씨를 지킵니까?”윤여진에게 문제라도 생기는 날엔 저들의 목도 무사하지 못할 걸 아는 경호원들은 사색이 되어 물었다.“유환 오빠가 지켜줄 거야!”“저 사람이요?”겉보기에는 사람을 때려본 적도 없어 보이는 임유환의 외모에 경호원들이 반신반의하며 묻자 윤여진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응, 오빠가 나 지켜줄 거야.”“아가씨, 장난치지 마시고...”“내가 장난치는 것 같아?”“아닙니다...”윤여진을 말리려고 나서던 경호원들은 그녀의 차가워진 눈빛을 보고는 금세 꼬리를 내렸다.“그럼 짐 두고 이만 가봐.”윤여진이 화가 나면 어떤지 알기에 등골이 오싹해진 그들이었지만 윤여진의 안전이 달린 문제라 한 번 더 말을 꺼내려 했다.“하지만...”“왜 또.”성가시게 구는 경호원들에 윤여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저 사람은... 정씨 집안과 척을 진 사이라 아가씨가 저런 사람하고 어울리시면 괜한 구설에 오르내릴까 봐 걱정됩니다.”“당연히 이 말은 제가 한 게 아니라 회장님이...”“회장님께서 저희더러 아가씨 설득해서... 설득해서 데려오라고 하십니다.”두 경호원들은 윤여진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꾸역꾸역 준비한 말을 마쳤다.평소에는 윤여진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고명딸이라
저를 위해 경호원들에게 화까지 내는 윤여진을 보니 임유환은 다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다정한 얼굴로 미안해하는 윤여진은 여전히 15년 전 그때와 똑같아 보여 임유환도 부드럽게 웃으며 윤여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걱정 마, 나는 그런 말에 상처 안 받아. 근데 넌 아버님이 그렇게 걱정하는 데 정말 여기 있어도 괜찮겠어?”“괜찮아요.”윤여진은 고개를 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나는 그냥 오빠 옆에 있고 싶은 것뿐이에요. 그때 그 나쁜 놈들이 다신 오빠 건들지도 못하게 할 거예요.”그때의 윤여진은 어려서 임유환을 지키지 못했지만 지금은 달랐다.지금의 윤여진은 집안에서 발언권도 있는 사람이었기에 강한 정씨 집안을 대적한다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그리고 정 방법이 없다면 쓰일 최후의 수단도 준비되어 있었기에 윤여진은 임유환을 지켜낼 수 있다고 장담했다.그 방법을 쓰게 된다면 다시는 임유환을 못 본다는 게 조금 마음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임유환을 지킬 수만 있다면 괜찮았다.저를 지켜주고 싶어 하는 윤여진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임유환은 온기 가득한 눈으로 윤여진을 보며 말했다.“알겠어 여진아, 네 마음 너무 고마워. 근데 걱정 안 해도 되, 아무도 나 못 괴롭혀.”“네!”임유환의 당찬 말에 윤여진은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오빠, 우리 들어가요!”“응.”임유환은 웃으며 윤여진의 캐리어를 들고 먼저 성큼성큼 걸어갔다.윤여진은 비바람을 막아주려고 앞서 걸어가던 15년 전의 뒷모습과 겹쳐 보이는 지금의 임유환을 보며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15년 전에도 지금에도 임유환은 늘 윤여진보다 앞에 서서 걷고 있었지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윤여진이 더 이상 어리지 않다는 것이었다.이제는 임유환을 지켜줄 힘이 생긴 윤여진이 된 것이다.“오빠 방은 어디에요?”별장 안으로 들어가서 탁 트인 공간을 둘러보던 윤여진은 다시 임유환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계단 입구 맞은편 방이야.”임유환은 방을 눈으로 가리키며 윤여진을
“아...들었어요?”원래는 밥을 먹을 때 소개해주려고 했는데 이미 다 들어버린 것 같은 조명주와 최서우에 임유환은 이참에 윤여진을 소개해주기로 했다.“진짜 여자를 데리고 온 거예요?”“서인아 씨에요?”임유환의 말에 조명주는 놀란 듯이 되물었다.“아니요.”“그럼요?”연경에서 임유환과 한집에 머무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람은 서인아밖에 떠오르지 않았던 조명주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 그게 윤씨 집안 따님이에요.”여진이라는 동생이라고 소개하려던 임유환은 그러면 조명주와 최서우가 잘 알아듣지 못할 것 같기도 했고 자칫 잘 못 하면 연하 좋아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기에 다소 딱딱한 소개를 했다.“윤씨 집안 아가씨요?”윤여진이 이곳에 온 것도 갑작스러웠고 그런 윤여진을 집에 들인 임유환도 이상했기에 조명주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임유환의 말을 들은 조명주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윤여진을 떠올렸다.연경에서는 서인아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미모와 몸매를 지닌 사람으로 이름이 꽤 알려져 있었던 탓에 조명주는 그런 윤여진과 임유환 사이에 친분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그리고 집에까지 들일 정도면 보통 사이는 아니라는 건데, 임유환과 윤여진이 언제 친해진 건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그때 비스듬히 열리는 방문에 조명주는 임유환을 향해 취조하듯 물었다.“유환 씨, 대답 똑바로 해요. 윤여진 씨와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고 언제 친해진 거예요?”전에 임유환이 윤여진을 언급하는 걸 본 적은 없지만 윤여진이 집에까지 짐을 들고 찾아온 걸 보면 여간 가까운 사이는 아닌 것 같아 조명주는 머릿속에 아주 복잡해졌다.흑제님한테 프라이버시 좋은 데로 알아봐 달라 하더니 정말 집에서 여자랑 놀 생각이었는지 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들었다.그리고 그 생각이 눈빛에 다 드러났는지 임유환은 조명주의 시선을 느끼고 다급하게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조 중령님, 저 그런 눈으로 보지 마요. 생각하는 그런 쪽 아니니까.”“그럼 윤여진 씨랑은 무슨
“유환 오빠, 밖에 있어요?”그때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윤여진의 목소리에 임유환이 빠르게 답했다.“응, 있어.”“와서 좀 도와줄 수 있어요?”“응.”애교 섞인 여자의 목소리에 빠르게 응하며 걸음을 옮기려 하는 임유환을 향해 조명주가 딱 걸렸다는 듯 얘기했다.“윤여진이라는 동생분과는 사이가 아주 좋아 보이네요, 동생이라고 거짓말하고 이상한 짓 하고있는 거죠?”“아니에요... 조 중령님이 생각하시는 것과는 다르다니까요.”임유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제 말을 믿어주지 않는 조명주에 억울해하며 말을 이었다.“여진이 일은 좀 있다 자세히 설명할 테니까 일단은 여진이 도와주러 가볼게요.”“아, 그리고 우육면 했는데 금방 다 될 테니까 20분쯤 더 있다가 내려와서 먹어요.”“우육면이요?”임유환이 자신들을 위해 직접 아침까지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던 조명주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네.”“알겠어요, 나랑 서우를 위해서 아침까지 차려줬으니까 지금은 그냥 보내줄게요.”“어...”입술을 삐죽이는 조명주의 말투에는 바람피우다 걸린 남자를 단속하는 듯한 말투가 조금 사라져있었다.하지만 임유환은 점점 자신이 집에서 다른 여자를 키우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상황에 답답한지 뒷머리를 긁적였다.밥 먹을 때 다시 해명해야겠다고 생각한 임유환은 우선 윤여진의 방으로 들어갔다.임유환이 방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윤여진은 허리를 숙인 채 캐리어를 힘겹게 들어 올리며 옷장 안에 넣으려고 하고 있었다.그때마다 몸에 딱 맞는 그 미니스커트가 몸을 더욱 조여오면서 얇은 허리와 풍만한 엉덩이를 부각시켰다.허리부터 엉덩이까지 이어진 완벽한 호선의 끝엔 백옥같이 하얀 다리가 있었는데 짐을 옮기느라 힘이 들어간 다리는 한눈에 봐도 탄탄해 보여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있었다.윤여진을 동생처럼 아끼는 임유환도 그 핫한 몸매 앞에서는 숨을 참으며 침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목이 말라가는 것 같았던 임유환은 얼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윤여진을 불렀다.“여진아, 내가 할게.
아침을 먹을 때가 되니 네 명은 어느새 한 식탁에 둘러앉아 있었다.식탁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우육면 네 그릇이 놓여있었다.“와, 오빠가 만든 우육면이에요? 냄새 너무 좋은데요! 나 먼저 먹어볼래요!”임유환이 직접 만든 음식은 처음인 윤여진이 잔뜩 흥분하며 젓가락으로 우육면을 집어 한입 먹어보았다.그리고 음식이 입에 들어온 순간 윤여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우육면을 씹으면 씹을수록 처음의 그 놀라움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이건 윤여진이 살면서 먹어본 중에 단연 가장 맛있는 우육면임이 분명했다.면발의 탱탱함과 고기의 풍미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너무 맛있어요!”윤여진이 감탄을 연발하며 먹자 임유환은 그런 그녀를 흐뭇하게 쳐다보며 말했다.“좋아하면 더 떠다 줄 테니까 많이 먹어.”임유환과 윤여진이 웃고 떠들 때도, 윤여진이 맛있다고 감탄을 내뱉을 때도 조명주와 최서우는 수저를 들지 않고 새로운 얼굴인 윤씨 집안 아가씨만을 쳐다보고 있었다.얼굴이며 몸매며 모두 조물주가 한 땀 한 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 같았는데 사람을 홀려놓는 얼굴은 물론이고 몸매는 더 말할 것도 없어서 여자인 자신들도 가까이 다가가 도대체 저 정도 사이즈는 어떤 느낌인지 직접 만져보고 싶었다.이런 여자를 임유환이 어떻게 꼬셨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조명주와 최서우의 시선은 일제히 임유환에게로 향했다.“어... 왜 다들 날 그렇게 봐요? 여진이는 제 동생이라고 얘기했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사이에요.”두 여자의 의심 가득한 눈빛을 느낀 임유환의 눈썹이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그러니까 점점 더 여자를 숨겨놓았다가 걸린 남자 같아 보였다.“저랑 유환 오빠는 어렸을 때부터 친한 사이 맞아요. 지금은 잠시 여기 머물게 됐는데 말도 없이 찾아와서 죄송해요. 제가 와서 더 불편하실 것 같네요.”그때 윤여진이 나서며 임유환을 도와 말하기 시작했다.아까 임유환이 조명주와 최서우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해줘서 그들이 이미 막역한 친구 사이라는 것은 윤여진도 알고 있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