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선배...”최서우는 난감해하는 조효동을 보며 미안한 듯 말했다.분명히 조효동과 다시 잘해볼 마음이 있긴 한데 왜 몸이 이렇게 거부하는지 최서우 본인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그걸 본 임유환과 조명주는 깜짝 놀라더니 서로 같은 걸 생각했는지 허공에서 시선이 맞물렸다.아무래도 남자 혐오증이 이렇게 도움을 주는 것 같았다.기억은 잃었어도 무의식 속에 남아있던 이성에 대한 혐오와 배척이 최서우를 움직인 것이다.“괜... 괜찮아.”그에 조효동은 멋쩍게 웃으며 다급히 말을 돌렸다.“나는 네가 모자 쓰고 있는 게 너무 더워 보여서... 그러면 상처도 빨리 안 나을 것 같고 해서 모자 벗겨주려던 거야.”“걱정해줘서 고마워요.”조효동의 말에 짧게 대답하고 입술을 말아 물던 최서우는 제 관자놀이 쪽에만 비어있는 머리 때문에 못생겨진 얼굴이 생각나 축 처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근데 내가 수술한 지 얼마 안 돼서 머리카락이 좀 밀렸거든요. 그게 보기 흉해서 모자로 가리고 있었던 거에요.”“뭐가 보기 흉해, 머리가 다 밀려버렸어도 네가 제일 예뻐.”“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일부러 큰 소리로 예쁘다고 해주는 조효동에 최서우는 마음은 그새 간질간질해졌다.그에 조효동은 또 위선적인 웃음을 지으며 다정하게 말했다.“뭐 이런 걸로 고맙다고 해, 나는 사실을 말한 것뿐인데.”“그래도 모자는 벗는 게 어때? 그러면 상처도 빨리 나을 것 같고 또 나도 네 얼굴 제대로 볼 수 있잖아.”“나도 너 오래 못 봐서 보고 싶어...”말하면서도 탄식을 뱉는 조효동에 그가 저를 정말 그리워했다고 생각한 최서우의 시선이 흔들렸다.하지만 지금 제 모습을 보여주기엔 아직 용기가 부족했던 최서우는 부드럽게 거절했다.“근데 지금 제 모습이... 정말 별로라서... 선배가 보면 실망할 것 같아요...”“그럴 리가 없잖아. 내 마음속에서는 네가 제일 예쁜 사람이야. 언제나 그건 변하지 않아.”최서우의 이쁘장한 얼굴이 미치도록 보고 싶었던 조효동은 다급히 그녀를 달
조효동은 최서우의 모습을 보고 잠시 벙쪄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아냐... 하나도 안 못생겼어.”말은 저렇게 했지만 조효동의 표정은 제 본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조효동이 좋아하는 건 관자놀이가 텅 비어버린 최서우가 아닌 완벽히 아름다운 본래의 최서우였다.하지만 머리카락은 언제고 다시 자라날 것이니 조효동은 다행이라 생각하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조효동이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은 건 아주 잠시였지만 그걸 또 보아 낸 최서우는 실망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아까 방에서 임유환에게 얼굴을 보였을 때 임유환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오히려 저를 위로해줬기에 자연스레 조효동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선배, 나 피곤해서 좀 쉬어야겠어요. 이만 가봐요, 병문안 와줘서 고마워요.”그래서 한껏 설레던 마음도 가라앉아버린 최서우는 다시 모자를 눌러쓰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서우야, 나 아직 말 다 못했는데...”조효동은 최서우가 정말 피곤해서 들어가겠다는 줄로 알고 서둘러 그 뒤를 쫓아가며 말했지만 그 상황을 눈여겨 보고 있던 임유환에 의해 제지당했다.“꺼져.”그에 화가 난 조효동이 임유환을 노려보았지만 임유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이글거리는 그의 눈빛은 여기서 더 다가오면 죽여버리겠다는 경고를 날리고 있었기에 조효동은 순간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났다.이미 임유환의 실력을 몸소 경험한 적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의 땅에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는 자운별장의 규칙도 있었기에 일부러 당당한 척 소리치고는 별장을 떠났다.“넌 나중에 두고 봐.”그런 조효동에 임유환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간신히 억누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여기서 조효동에게 주먹을 휘두르기라도 한다면 최서우가 화를 낼 게 분명했기에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미친놈, 다신 오지 마!”조명주 역시 임유환과 같은 생각이었기에 화만 낼뿐 손을 대진 않았다.기억을 잃은 최서우가 충격을 받아서 회복에 불리할까 봐 최선을 다해 참고 있는 중이었다. 최서우만 아니었으면 조
임유환은 자신을 속이고 바람까지 피운 사람인데 그런 사람을 위해서 총알을 막아주는 게 옳은 일이었던 걸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하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었지만 최서우는 도무지 임유환을 원망할 수가 없었다.모든 게 의문이었고 어떠한 해답도 떠오르지 않았다.지난날의 일들을 떠올려 보려고 아무리 머리를 써봐도 생각나는 게 없자 최서우는 고통스러운 듯 머리를 부여잡았다.그때 핸드폰이 울리더니 처음 보는 번호로 문자가 와 있었다.자세히 보니 조효동에게서 온 문자였다.[서우야, 나 효동 선배야.][아까 네가 너무 급하게 가버려서 못한 말이 많아.][그래도 너 금방 퇴원했으니까 많이 쉬어야 하는 건 알아.][저녁에 시간 괜찮으면 같이 밥이라도 먹는 건 어때? 연경에 아주 잘하는 중식집 하나 알아놨거든. 가서 보양식도 좀 먹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자.][아까보니까 안색도 안 좋아서 마음 아프더라.][일단은 좀 쉬어, 답장 기다릴게.]조효동의 문자를 본 최서우는 기뻐하는 게 당연했지만 자꾸만 아까의 그 실망스러운 표정이 떠올라 좀처럼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오히려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 갇힌 듯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후.”깊은 한숨을 쉬며 미간을 찌푸렸다가 편 최서우는 바로 조효동의 문자에 답장하지 않고 피드부터 훑어봤다.병원에 있던 며칠 동안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았기에 이제라도 좀 봐보려고 카카오톡을 확인했는데 그때 임유환과 주고받았던 문자가 눈에 띄었다.핸드폰에는 전에 그들이 나눴던 채팅이 전부 남아있었다.그에 호기심이 동한 최서우는 스크롤을 내려 제일 위에서부터 읽기 시작했다.2023년 7월 23일 처음으로 친구추가를 했다는 안내문자가 떡하니 쓰여있었다.7월 23일이면 한 달 전쯤인데 둘이 알게 된 지 한 달 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최서우는 살짝 당황한 채로 첫 문자부터 읽었다.첫 문자는 최서우 본인이 보낸 것이었는데 그 내용이 조금 낯부끄러웠다.[잘생긴 환자분, 아까 왜 친구추가 거절했어요, 누나 속상해요 이
때마침 방으로 들어온 조명주와 임유환은 혼자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최서우를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서우야, 너 괜찮아?”“응.”최서우는 고개를 저어 보이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서우야, 조효동 그놈 말은 절대 믿으면 안 돼.”돌려 말하는 데에는 원체 소질이 없던 조명주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속사포로 내뱉었다.“그놈은 진짜 사기꾼이야. 네가 기억을 잃은 틈을 타서 또 네 감정을 이용하려 드는 거라고.”“그리고 유환 씨는 진짜 남자친구가 아니라 네가 부탁해서 남자친구인 척해줬던 것뿐이야.”“진짜 좋은 사람이니까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근데 그 이유를 설명하려면 좀 복잡해.”말하자면 긴 얘기였기에 조명주는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몰라했다.그때 뒤로 돈 최서우가 초조해 보이는 조명주를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명주야, 유환 씨 그런 사람 아닌 거 나도 알아.”“어?”느닷없는 최서우의 말에 그녀가 화나서 아무 말이나 하는 줄 알고 조명주는 다급히 해명하기 시작했다.“서우야, 진짜 내 말 한 번만 믿어줘. 유환 씨는...”“알아, 나 화난 거 아니야.”“진짜?”“응, 진짜?”아직 의심이 가시지 않은 듯 되묻는 조명주를 향해 최서우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뭐라고?”최서우의 거듭되는 말에도 조명주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남자의 배신을 제일 싫어하는 최서우가 왜 임유환만은 이렇게 빨리 용서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았다.그래서 조명주는 최서우가 화가 났는데도 그냥 표현하지 않는 것뿐이라는 판단에 이르게 되었고 폭풍전야 같은 이 상황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한번 더 해명하려고 입을 벌렸는데 그때 최서우가 먼저 웃으며 말했다.“명주야, 진짜 나 걱정 안 해도 돼. 나 너 믿어. 그리고 유환 씨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믿어.”“진짜야?”“그렇다니까.”“그리고 나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또다시 되묻는 조명주에 최서우는 여전히 같은 대답을 했다.“알겠어.”그에 일단은 최서우의
“유환 씨, 명주야, 왜 날 그렇게 보고 있어?”임유환과 조명주의 의아한 눈빛을 동시에 받은 최서우는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서우야, 너 설마 기억 난 거야?”그때 조명주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지만 최서우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표정이었다.“뭘 기억했다는 거야?”“전에 있었던 일들 말이야!”“아니야.”아니라며 고개를 젓는 최서우에 조명주는 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었다.“그럼 왜 갑자기 달라진 거야? 조효동이 만나자는 것도 거절하고.”“서우야, 너 설마 충격받은 건 아니지?”“아니야, 내가 그 정도로 나약하진 않아.”자신을 걱정하는 조명주를 보며 최서우가 부드럽게 말했다.“그냥 조효동보다는 너랑 유환 씨한테 더 믿음이 가서 그런 것뿐이야.”임유환과의 채팅 기록을 다 보고 난 최서우는 기억을 잃긴 했지만 문자만으로도 자신이 그때 임유환에게 품었던 호감이 어느 정도인지, 또 임유환이 얼마나 따뜻하고 정의로운 사람인지 느낄 수 있었다.그리고 곤경에 처한 자신을 몇 번이나 도와준 사람이었기에 최서우는 임유환은 저를 속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말과 행동이 언제나 일치했던 임유환에 비해 조효동은 말의 앞뒤가 안 맞는 경우가 많았기에 임유환과의 채팅 기록을 보지 않았다 해도 최서우는 오늘 저녁 조효동의 데이트 신청에는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정말 잘됐다!”그리고 최서우의 진심 어린 말을 들은 조명주는 그렇게 기쁜지 펄쩍 뛰기까지 했다.이제는 최서우가 조효동한테 속아 넘어갈까 봐 노심초사하진 않아도 될 것 같았다.“나 믿어줘서 고마워요.”기억을 잃은 뒤로 자신에게 계속 경계심을 품고 있던 최서우가 그런 경계를 조금이나마 내려놓고 자신을 믿어줬다는 생각에 임유환도 조금 울컥해 하며 말했다.“내가 오히려 두 사람한테 고마워해야죠.”최서우도 기뻐하는 그들을 보며 진심 어린 말을 전했다.“나 계속 잘 보살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항상 내 걱정해줘서 그것도 너무 고마웠어요.”“아니에요, 어차피 다 나 때문에...”말
주방에서는 임유환이 여러 가지의 약재들을 뚝배기에 넣고 강한 불에 끓인 다음 약한 불로 바꿔서 뜸을 들이고 있었다.한쪽에 서서 그걸 지켜보던 조명주는 못 하는 게 없어 보이는 임유환을 대단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유환 씨, 한의학도 그 비밀스러운 스승님 따라서 배운 거예요?”“네.”호기심에 가득 차 묻는 조명주를 향해 임유환이 고개를 끄덕였다.“어르신이 대단하시네요!”무술뿐만 아니라 의술에까지 능한 어르신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진 조명주가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다.“그렇죠.”스승님의 얘기를 꺼내자 임유환은 또 그리움에 잠긴 듯했다.스승님을 못 본지도 오래됐는데 계속 돌파하시겠다던 경지는 뛰어넘으신 건지 문득 궁금해졌다.“아 맞다, 유환 씨 어머니 얘기 아직 다 안 해줬어요.”그때 조명주는 임유환 어머니 얘기를 하다가 조효동이 찾아오는 탓에 얘기가 끊겨버린 걸 생각해내고는 다시 물었다.어머니를 언급하자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진 임유환이 입을 열었다.“어머니는... 15년 전에 저를 떠나셨어요.”“아주머니가 유환 씨를 떠나셨다고요?”임유환의 어머니가 임유환을 떠났다는 줄로만 알고 의아해하던 조명주는 슬퍼 보이는 임유환의 표정을 보고 이내 세상을 떠났다는 뜻임을 알아차렸다.“아, 미안해요...”그리고 그 말을 좀 더 빨리 눈치채지 못한 제가 한심스러워지며 임유환에게 미안해지는 조명주였다.“괜찮아요.”하지만 임유환은 그런 조명주를 달래듯 웃으며 말했다.“나한테 친구가 이렇게 많이 생긴 걸 엄마가 봤으면 아주 좋아했을 거예요.”“그러게요, 보셨으면 정말 좋아하셨을 텐데...”임유환에게 이런 슬픈 과거가 있을 줄은 몰랐던 조명주가 안쓰러운 듯 말했다.조명주는 어머니를 잃고 다른 사람에게 모함을 당하고 아버지한테 쫓겨나는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으면서도 나쁜 길로 빠지며 삶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하게 성장한 임유환의 마음은 얼마나 단단할까 싶어 감탄을 금치 못했다.“유환 씨가 그동안 겪었던 일 말해줄 수 있어요?”눈앞에
“유환 씨, 무슨 일 있어요?”갑자기 한기를 뿜어내는 임유환을 향해 조명주가 물었다.“흑제님 전황에요.”“아까 흑제님한테 조효동 조사를 부탁했는데 역시나 문제가 있더라고요.”“그럴 줄 알았어요!”그렇게 딱딱 맞아떨어질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조명주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조사결과 어떻게 나왔대요?”임유환은 궁금해하는 조명주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었고 거기 적힌 내용들을 훑어보던 조명주는 차오르는 분노에 이를 갈았다.이제 보니 제가 조효동이 놓은 덫에 빠짐없이 다 걸려든 것 같았다.조효동은 준비해온 거짓말을 늘어놓기 위해 조명주가 그런 질문을 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근데 회사를 이전하면서 어떻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을 수 있죠?”조명주는 아까 부관을 시켜 알아본 결과가 조효동이 말한 것과 일치했던 걸 떠올리며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뒤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을 거예요.”조효동이 어찌나 잘 꾸며놨는지 임유환도 미국에 있는 인맥과 자신의 신분이 아니었으면 알아내지 못 할 뻔한 사실들이었다.“누가 도와줬을까요?”“그건 아직 몰라요. 내가 직접 조효동 찾아가서 물어볼 거에요.”“같이 가요.”조효동을 찾아가겠다는 임유환에 누구보다 조효동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던 조명주도 거들며 나섰다.“조 중령님은 남아서 서우 씨 지켜주세요. 조효동은 제가 알아서 처리 할 테니 저한테 맡겨 주시고요.”임유환도 그런 조명주의 심정은 알지만 그래도 집에 최서우 혼자 두는 건 마음에 걸렸기에 조명주를 말리며 그녀에게 최서우를 부탁했다.“알겠어요.”임유환의 뜻을 알아듣고 조금 진정한 듯 대답하던 조명주는 이내 눈을 반짝이며 한마디 더 보탰다.“조효동 그놈 절대 놓아주면 안 돼요!”“걱정 마요.”오늘 밤만 지나면 다시는 조효동이 최서우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유환의 눈빛이 더 차가워졌다.“알겠어요!”그런 임유환의 모습에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던 조명주가 멈칫하며 물었다.“이거 서우한텐 얘기해야 할까요?”
“진짜라니까요!”그런 조명주의 우려를 보아낸 임유환이 호언장담을 하며 말했다.“만약에라도... 털이 자라면 어떡해요?”“어... 그럼 제모하는 약 만들어 줄게요.”“나한테 거짓말 한 거죠!”아직도 못 믿겠다는 듯이 눈을 번뜩이며 말하는 조명주에 임유환이 억울해하며 말했다.“거짓말 아니에요, 내 인격을 걸고 장담할 수 있어요.”“알겠어요, 그럼 믿어볼게요.”몇 번이나 진짜라고 하는 임유환에 조명주도 마침내 입술을 말아 물며 부끄러운 듯 말했다.“그럼... 뒤 돌아 있어요. 나 이거 한 번 써볼래요.”“지금요?”“네.”지금 바로 쓰겠다는 조명주에 임유환이 깜짝 놀라며 되물었지만 조명주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임유환을 향해 눈을 치켜떴다.“만약 거짓말이면 나 진짜 가만 안 있어요!”“아...”본인이 만든 약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었던 임유환은 입술을 삐죽이며 뒤로 돌았다.임유환이 돌아선 걸 확인한 조명주는 옷을 들어 올리고 평평한 제 아랫배를 들어냈다.오랜 시간 훈련을 해온 탓에 조명주의 아랫배는 군살 하나 없이 매끈했고 모든 여자의 워너비인 복근이 떡하니 새겨져 있었다.그리고 왼쪽 복근의 아래쪽에는 2년 전 적들에게 포위되어 싸우다가 생긴 칼자국이 있었다.그때 제대로 상처를 치료하지 않아 지금까지도 흉터를 달고 있었는데 눈앞에 좋은 기회가 보이니 조명주도 속는 셈 치고 시도해보기로 했다.예쁜 걸 좋아하는 건 모든 여자의 공통점이듯 조명주 역시 그러했다.제 아랫배를 한번 본 조명주가 손에 약을 묻혀 상처에 살살 펴 바르자 처음에는 타오르듯 따가워 나던 것이 천천히 시원해지더니 마지막에는 미지근한 느낌이 들었다.짧은 시간에 몇 번이나 바뀌는 느낌에 조명주는 원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떴다.그리고 곧바로 믿기지 않는 일까지 일어났다.오돌토돌하게 올라왔던 흉터가 옅어진 건 물론이고 손으로 만져보니 말랑말랑해져 있었다.그 놀라운 현상에 감탄을 금치 못하던 조명주는 순간 남녀 사이의 어색함을 잊어버린 채 들뜬 마음으로 임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