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정말 기억이 안 나요...”그때 힘들어하는 임유환을 보아낸 최서우가 미안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괜찮아요, 서우 씨가 눈 뜬 걸로 난 충분해요. 기억은 천천히 회복하면 되죠.”최서우의 사과에 정신을 차린 임유환은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선 최서우를 보며 말했다.“그리고 기억을 못 해낸대도 괜찮아요. 우리 앞으로 천천히 알아가요. 나에 대한 서우 씨 인상이 좋은 쪽으로 바뀔 수 있게 나도 노력할게요.”“일단 내 소개부터 할까요? 난 임유환이라고 해요.”최서우는 내밀어진 임유환의 손을 보며 잠시 머뭇거렸지만 그의 진심 어린 눈을 보고 결심한 듯 손을 내밀었다.“최서우예요.”“그럼 우리 이제 다시 알아가 봐요.”임유환은 제 손을 잡아 온 최서우를 보며 웃었다.“누워있어요. 간호사한테 의사 선생님 모셔오라고 할게요. 검사 다시 해봐요.”“고마워요.”저 낯선 고맙다는 말을 들은 임유환은 순간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고개를 떨구었다.예전 같았으면 잘생긴 환자분이라며 놀리듯 말했을 최서우인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모두 사라져버려 임유환은 또다시 차오르는 눈물을 감추려 서둘러 병실을 빠져나갔다.최서우는 조명 탓에 유난히 길고 처량해 보이는 임유환의 뒷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가슴이 아파왔다.그리고 저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라서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명주야, 나랑 저 사람 도대체 무슨 사이였어?”“친구.”조명주는 최서우의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사이가 아주 좋은 친구였어.”“사이좋은 친구?”혼자 중얼거리는 최서우의 눈동자에 은은한 빛이 감돌았다.5분 뒤, 병실로 들어온 의사는 최서우에게 간단한 검사를 진행했고 기억을 저장하는 부분에 손상이 있는 것 말고는 다른 이상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정말 기억상실이 맞긴 한 것 같았다.“선생님, 그럼 제 친구가 기억을 회복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그건 확실히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임유환의 질문에 의사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최서우 씨
“아니에요... 그냥...”최서우는 고개를 젓는 임유환을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며 물었다.“그냥 뭐요?”“그냥...”임유환은 수술 때문에 머리가 다 밀려버려 원래의 미모를 잃어버린 최서우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또 눈시울을 붉혔다.“그냥... 내가 서우 씨를 지키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해서 그래요.”“남자가 뭐 이렇게 감성적이에요. 나도 같이 슬퍼지잖아요.”자책하는 임유환을 보고 있자니 최서우의 가슴도 같이 저릿해 났다.“그래요 유환 씨, 서우 힘들게 깨어났는데 기뻐해야죠!”그때 덩달아 슬퍼진 조명주가 일부러 임유환을 나무라며 말했다.“하하, 미안해요. 내가 괜한 소리를 해서...”눈에 뻔히 보이는 억지웃음이었지만 다들 그 웃음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최서우의 일을 겪으면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가 한층 더 돈독해진 것 같았다.혼자 연경에 있을 때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는데 서인아는 이런 낯설지마는 따뜻한 느낌이 마음에 든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때 보고를 위해 병원에 온 흑제가 그들에게로 다가갔다.“임 선생님께서 알아보라고 한 일 거의 다 알아내긴 했는데...”“근데 뭐요?”말을 멈추는 흑제에 임유환은 눈을 치켜뜨며 그를 바라보았고 서인아와 조명주 역시 긴장한 듯 흑제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그 경찰이 잡혀가는 도중에 혼자 독을 먹고 자결했답니다.”“독을 먹고 자결해요?”흑제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고 아까의 일을 떠올리는 임유환이었다.임유환을 공격하던 검은 옷의 킬러들과 같은 방법으로 자결한 걸 보니 아마 한패인 듯싶었다.“그 사람 자료는 찾았어요?”“그건 못 찾았습니다.”“사람을 시켜서 시스템을 뒤져봤는데 그런 사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답니다.”“역시 계획 살인이었네요.”고개를 젓는 흑제에 임유환의 눈빛이 다시금 차가워졌다.“그럼 그 가짜 기자는요? 똑같이 독을 먹고 자결했겠네요?”“네...”“하하, 정말 철저히 계획된 움직임이네요.”냉소를 흘리던 임유환은 이내 드는 의문에 다시 흑제를 바라
“있긴 한데 왜 그러세요?”“제가 잠시 머물 수 있을까요?”“당연하죠!”일부러 조심스레 묻는 임유환에 흑제는 심장이 철렁했다.주인님이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물을 때마다 수명이 깎여나가는 듯 불편했다.하지만 아직 임유환의 신분을 노출할 수는 없었기에 흑제는 억지로 임유환에게 맞추며 연기를 이어나갔다.“감사합니다, 흑제님.”임유환의 미소에 흑제도 얼른 두 손을 모으며 인사를 했다.“별말씀을요, 집은 제가 얼른 비워놓겠습니다.”“감사합니다.”그에 임유환도 호탕하게 웃어 보였고 제 주인의 의도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던 흑제는 그냥 그가 시키는 대로 하기 위해 서둘러 병실을 빠져나갔다.흑제가 나가자 임유환이 환경과 프라이버시를 강조할 때부터 의아하게 생각하던 서인아와 조명주의 시선이 임유환에게로 향했다.공교롭게 두 여자 모두 혹시 집에 여자를 두려는 건 아닌지 의심을 한 탓에 심문하듯 임유환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그 따가운 시선을 느낀 임유환은 저도 모르게 눈꼬리를 떨며 물었다.“왜 그렇게 봐요?”“별장은 왜 빌리는 거야?”먼저 질문을 한 서인아는 죄인을 추궁하는 듯 날카롭게 물었다.“왜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는 건데?”“하하.”역시 여자는 감성의 동물이라더니 프라이버시에만 집중하고 환경을 강조한 건 까맣게 잊어버린 서인아에 임유환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왜, 뭐 찔리는 거라도 있어?”하지만 임유환의 웃음에 서인아는 아까보다 더 집요하게 임유환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의심이 더 짙어진 것 같았다.“그럴 리가.”임유환은 멋쩍게 웃으며 해명을 했다.“환경 좋고 프라이버시 확실한 데로 알아봐달라고 한 건 서우 씨의 회복을 위해서야.”“서우 씨 회복?”잠시 당황하던 서인아는 이내 임유환의 뜻을 알아차렸다는 듯 물었다.“너 설마 서우 씨를 별장으로 옮기려는 거야?”“응.”고개를 끄덕인 임유환은 제 계획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앞으로 서우를 별장에 들이고 제가 매일 옆에서 침 치료를 해줄 생각이었다.그러면 기억력을 자극하는 데
“고마워, 인아야.”서인아의 동의까지 받은 임유환은 갑자기 없던 기운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별장엔 언제 들어갈 건데?”“상황 좀 지켜보다가 서우 씨 좀 괜찮아지면 그때 퇴원할 거야.”“그래.”서인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잔뜩 충혈된 눈을 하고 있는 임유환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서우 씨도 이제 깨어났으니까 너도 좀 쉬어. 여긴 나랑 명주 씨가 지킬 테니까 걱정 말고.”“응.”이번에는 임유환도 거절하지 않고 소파에 몸을 기댔다.푹신한 소파에 누우니 온몸의 긴장이 순식간에 풀리면 임유환은 빠르게 잠에 들었다.“인아 씨도 가서 쉬어요. 내가 서우랑 같이 있을게요.”임유환이 눕는 걸 확인한 조명주는 웃으며 서인아를 향해 말했다.“알겠어요. 그럼 난 저기 잠깐 앉아있을게요. 오늘은 우리 둘이 번갈아 가면서 서우 씨 돌봐요.”“좋아요.”조명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서인아도 소파에 가 앉았고 침대 곁에는 최서우와 조명주 두 명만이 남아있었다.“서우야, 너도 좀 쉴래?”조명주는 최서우도 금방 깨어나서 피곤할 것 같아 걱정스레 물었다. “난 괜찮아.”하지만 최서우는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소파에 누워있는 임유환에게로 돌렸다.임유환을 보고 있으니 아까 제 앞에서 배를 까보이던 게 생각나 최서우는 얼굴을 붉히며 조명주를 향해 물었다.“명주야, 내가 진짜 저 사람이랑 친했었어?”“응.”최서우의 질문에 조명주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우린 도대체 어떻게 친해진 거야? 그리고... 어느 정도로 친해진 건지 알려줄 수 있어?”호기심에 가득 차 묻는 최서우를 보며 조명주가 입을 열었다.“당연하지.”“너랑 유환 씨는 한 달 전에 알게 된 거야. 그때 유환 씨가 서인아 씨를 지키다가 크게 다치고 S 시 제일병원에 실려 왔었어.”“그때 수술 집도의가 너였는데 임유환 씨 회복속도가 유독 빨라서 의학에 열정이 넘치던 네가 흥미를 느끼게 된 거지.”“그래서 너는 임유환 씨한테 연구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는데 유환 씨가 거절했었어. 그때
“됐어 서우야, 그만 생각해. 너 진짜 유환 씨 좋아했었어.”“유환 씨 없으면 안 될 정도로 많이 좋아했었지.”조명주는 의아해하는 최서우를 보며 다정하게 말했다.남자 혐오증이 생긴 뒤로 모든 남자를 싫어했던 최서우였지만 유독 임유환에게만은 물러지곤 했었다.그게 바로 그 마음에 대한 가장 확실한 증명이었다.“알겠어...”조명주의 말에 최서우도 그러려니 하며 더는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이어지는 이틀 동안 임유환과 조명주, 서인아는 다 같이 최서우 곁을 지켰다.이틀 동안에도 의사는 여러 번이나 뇌 검사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아무 이상이 없었기에 다들 안심할 수 있었다.임유환이 퇴원절차를 다 마치고 최서우와 함께 밖으로 나가자 진작부터 대기하고 있던 흑제가 그들을 데리고 자운별장으로 향했다.자운 별장은 연경에서 제일 화려한 별장으로서 자운산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공기가 좋기로 유명한 곳이었다.신화 속에 나오는 신선놀음을 하는 낙원이 있다면 바로 자운산 같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그리고 보안 역시 아주 철저했는데 별장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드나들려면 무조건 등기를 해야만 했다.별장은 모두 독립적인 주택으로 되어있었는데 등기를 거치지 않은 사람이 들어가려면 경보가 울리는 프라이버시 보안이 완벽한 곳이었다.이곳에서는 제일 싼 별장도 만 억이었고 산 중턱의 별장은 이만 억이었으며 산 정상의 별장은 40만 억이라는 소문도 돌았다.이곳은 그야말로 억대 자산가만이 머물 수 있는 곳이었다.경호원들의 공손한 시선을 받으며 흑제의 맥라렌이 자운별장으로 들어섰다.산장 내부는 아주 깔끔했는데 도로의 곳곳마다 나무들이 심겨 있었고 산 정상에서부터 시냇물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었다.맥라렌은 산길을 따라 천천히 위로 올라가고 있었는데 올라갈수록 하얀 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이 선경을 연상케 하는 광경이었다.“여기가... 자운 별장이에요?”창문 너머로 선경 같은 광경을 보고 있던 최서우는 넋이 나간 채로 물었다.말로만 듣던 그 호화로운 자운별장을 직접 보니
조명주가 정신을 판 사이에 차는 정원만 해도 70평은 넘어 보이며 가짜 산과 작은 강까지 구비되어 있는 1호 별장 앞에 멈춰 섰다.“명주야, 도착했어. 내려야지 얼른!”“어? 아, 내려야지.”그때 잔뜩 들뜬듯한 최서우의 목소리에 조명주는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차에서 내렸다.그렇게 그들은 함께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별장은 총 5층으로 되어있었는데 매 층마다 층고가 5미터쯤 돼 보였다.별장의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유럽풍으로 되어있었는데 모던하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아 집이 한층 더 넓어 보이면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 들게 했다.있을 건 다 있는 별장을 전체적으로 소개해준 흑제는 이제 그만 갈 때가 된 것 같아 작별인사를 했다.“임 선생님, 저는 그만 방해하고 가보겠습니다. 뭐 필요한 거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네, 감사합니다 흑제님.”“아닙니다, 그럼 가볼게요.”웃으며 말하는 임유환에 흑제도 짤막하게 대꾸를 하며 다른 세 명에게도 인사를 하고 별장을 떠났다.흑제가 떠난 뒤 그들은 2층으로 올라가 방부터 나누기 시작했다.“서우 씨랑 조 중령님이 먼저 골라요.”임유환이 신사답게 말하자 최서우는 대뜸 복도와 제일 가까운 방을 고르고는 조명주를 보며 불쌍한 척했다.“그럼 전 이방이요.”“명주야, 나랑 같이 방 쓰면 안 돼? 나 혼자 자기 무서운데...”“그래.”대학 때처럼 혼자 자는 걸 무서워하는 최서우를 보며 조명주는 다정하게 웃어 보였다.“잘됐다! 사랑해, 명주야!”조명주를 끌어안으며 좋아하는 최서우에 조명주도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 아름다운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임유환은 맞은 편에 있는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그럼 난 이쪽 방 쓸게요. 바로 맞은 편이니까 무슨 일 생기면 나 불러요.”“네.”“그럼 나랑 명주는 먼저 방에 가서 인터넷으로 갈아입을 옷 좀 고르고 있을게요.”“네.”고개를 끄덕이며 조명주와 최서우가 방으로 들어간 걸 확인한 임유환은 서인아를 보며 물었다.“인아야, 너도
서인아의 갑작스러운 포옹에 그녀의 은은한 체향이 임유환의 코끝으로 전해졌다.그에 가슴이 두근거린 임유환은 말랑한 서인아의 몸을 느끼며 같이 팔을 벌려 안아주려는데 그 순간 서인아가 임유환에게서 몸을 떼어냈다.그래서 임유환은 허공에 두 머무른 두 팔을 보며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기사 왔어, 나 갈게.”서인아는 그런 임유환을 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어...”서인아의 웃음을 보니 아까 그건 고의가 분명한 건 같았지만 그렇다고 뭐라 할 수도 없었기에 임유환은 씁쓸히 팔을 거두었다.그때 점점 가까워지는 검은색 세단이 임유환의 생각을 멈추었다.이제 정말 서인아와 떨어질 때가 된 듯싶었다.“유환아, 나 갈게 이제. 며칠 뒤에 봐.”서인아는 부드럽게 말하며 임유환을 향해 웃어 보였다.“응, 도착하면 꼭 문자 해.”“그래.”서인아도 아쉬운 듯 입술을 말아 물며 차 뒷좌석에 올라탔다.그렇게 차 문이 닫히고 세단은 별장을 떠나갔다.“후...”임유환은 멀어져가는 차의 방향등을 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임유환은 아직도 아까 있었던 포옹의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셔츠에 남아있는 서인아의 체향탓인지 좀처럼 미련이 가시지 않았다.“아!”그때 별장 2층에서 들리는 최서우의 외마디 비명에 깜짝 놀란 임유환은 한달음에 최서우와 조명주가 쓰는 방으로 달려갔다.“무슨 일이에요?”“내... 머리 왜 이래요?”잔뜩 긴장한 채 묻는 임유환에 최서우는 화장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물었다.정확히 말하면 거울에 비친 관자놀이 부근만 밀린 제 머리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다행히 무슨 큰일이 난 건 아니었기에 임유환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하지만 저 때문에 최서우의 머리가 밀린 것 같아 임유환은 죄책감 가득한 목소리로 조심스레 말했다.“서우 씨, 그게... 수술할 때 의사 선생님이 밀어서 그렇게 된 거예요.”임유환의 말을 듣자 그제야 자신이 수술을 마친 사람이라는 사실이 생각난 듯 최서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최서우도
“그럼 일단 앉아서 쉬고 있어요. 흑제님한테 모발제 좀 가져다 달라고 할게요.”“아, 그리고 내 방 옷장에 카키색 모자가 있던데 괜찮으면 그거라도 먼저 가져다 써요. 흑제님한테 올 때 여자 모자도 몇 개 더 가져다 달라고 할게요.”“괜찮죠 당연히, 고마워요 유환 씨.”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입을 여는 임유환에 최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임유환의 자상한 모습을 보니 그에 대한 호감이 조금 더 깊어진 것 같았다.“나한테 그렇게까지 인사 꼬박꼬박 안 해도 돼요.”임유환은 최서우를 향해 웃어주고는 흑제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 방을 나섰다.“서우야, 너 잠깐만 여기 있어. 나 유환 씨한테 물어볼 게 있어서 좀만 나갔다 올게.”조명주는 최서우에게 짧게 당부를 하고는 임유환의 방으로 향했다.마침 흑제와의 통화를 마친 임유환은 갑자기 제 방에 나타난 조명주를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았다.“명주 씨가 왜 여기 있어요?”“별로 반갑진 않나 봐요?”“그럴 리가요.”미간을 찌푸리며 말하는 조명주에 임유환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나한테 뭐 할 말 있어요?”조금 놀라던 임유환은 조명주가 따로 저와 할 얘기가 있어 이렇게 방까지 찾아왔다는 걸 금세 눈치채고는 물었다.“있죠, 그것도 아주 많이요.”“말해요.”단도직입적으로 나오는 조명주에 임유환도 웃으며 대꾸했다.그에 조명주는 눈을 치켜뜨며 임유환을 주시한 채 입을 열었다.“일단은, 유환 씨 진짜 신분부터 알려줘요. 이젠 얘기해줄 수 있잖아요.”“진짜 신분이라뇨?”“유환 씨랑 흑제님 사이 그리고 유환 씨 신분 말이에요.”“내가 처음으로 임유환 씨 신분에 대해 물었을 때 유환 씨가 본인은 세계 1위 재벌이면서 또 군정계의 최고 령수라고 했었죠. 그거 다 사실이에요?”“그걸 기억하고 있었어요?”조명주의 말을 듣던 임유환의 눈썹이 저도 모르게 흔들렸다.조명주가 그때 흘리듯 했던 말들을 여태껏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워서였다.“당연하죠, 중령씩이나 되는데 기억력은 좋아야죠.”조명주는 자신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