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있던 최서우는 조명주의 복잡한 심경을 눈치 채고는 그녀를 향해 물었다.“명주야, 너 어디 아파?”“아니야, 그냥... 그날인 것 같아.”“그럼 먼저 들어가서 쉴래?”아무런 핑계나 대며 둘러두는 조명주를 걱정하는 최서우였다.그날이라는 조명주의 말을 철석같이 믿은 최서우는 같은 여자로서 그날이면 몸이 불편하고 또 첫 며칠은 온몸이 쑤시듯 아파오는 것에 공감하듯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괜찮아, 그냥 몸이 좀 찌뿌둥한 것뿐이야. 좀 있다 밥 먹으면 괜찮아져.”미소를 지어 보인 조명주는 별로인 제 기분을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먼저 말을 걸었다.“인아 씨랑 유환 씨는 언제부터 알고 지낸 거예요? 임유환 씨가 입이 어찌나 무거운지 전에는 한마디도 언급을 안 했거든요.”“조 중령님, 그건 유환이보다 제 탓이 커요.”“음, 저희가 알고 지낸 건 사실 7년 전부터죠.”“7년 전이요?”웃으며 하는 서인아의 말에 조명주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그렇게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고요?”서인아와 임유환이 기껏해야 일이 년 알고 지냈다고 생각했던 최서우도 많이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하하, 그럼 진짜 오래된 사이네요.”7년이란 말을 들은 조명주는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표정은 거짓말을 못 하고 더욱더 어두워졌다.그 모습을 본 최서우도 조명주가 기분이 안 좋았던 건 그날이어서가 아니라 임유환과 서인아 사이 때문이었음을 마침내 알아차렸다.하긴 서인아는 어떤 여자한테도 만만치 않은 상대이긴 했다. 같은 여자인 최서우도 아까부터 서인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으니까.그런데 정말 비기려고 든다면 조명주도 얼굴이며 몸매며 꿇릴 건 하나도 없었다.그저 임유환과 서인아가 알고 지낸 시간이 훨씬 더 길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하지만 임유환에게 윤서린이란 여자친구가 있는 한 조명주에게도 기회는 있었다.그리고 조재용이 주최한 파티에서 서인아도 윤서린을 본 적이 있었기에 여자친구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그럼 조명주와 서인아 모두 같은
“이 미친년이! 너 내 옷이 얼마짜린 줄은 알아?!”정장 차림의 남자가 선두로 여자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붓고 있었고 그 따까리쯤으로 보이는 남자들 역시 좋지 않은 시선으로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죄... 죄송합니다.”겁에 질린 여자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사과를 하고 있었다.“죄송? 그딴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면 끝이야?!”화를 내던 정장 차림의 남자는 갑자기 음흉한 미소를 짓더니 말을 이었다.“고개 들어봐, 얼굴 어떻게 생겼는지나 좀 보게.”“죄송합니다, 제가 정말... 죄송합니다.”남자의 말에도 여전히 고개만 숙인 채 사과를 하는 여자를 보자 남자는 아까보다 더 크게 소리 질렀다.“고개 들라고!”“네...”그 소리에 몸을 파르르 떨던 여자는 남자의 화를 돋우지 않기 위해 천천히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머리카락에 가려졌잖아, 머리카락 치우고 손 내려! 얼굴이 제대로 안 보이잖아!”“사장님, 정말 죄송해요.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이렇게 사과할게요...”목소리를 깔고 말하는 남자에 여자는 울먹이며 애원했다.“뭐?”여자의 반항에 남자가 미간을 찌푸리자 두려워진 직원은 하는 수없이 얼굴을 절반이나 가리고 있던 손을 내리고 머리를 귀 뒤로 넘겨 계란형의 예쁜 얼굴을 드러냈다.두려움이 가득한 얼굴에 손자국까지 붉게 나 있었지만 여자의 얼굴은 그래도 아름다웠다.“허, 이년 봐라? 얼굴은 반반하네.”여자의 얼굴을 본 남자는 눈을 반짝이고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네가 가서 내 옷 깨끗하게 빨아와. 그럼 나도 이 일로 더는 뭐라 하지 않을게.”“감사합니다.”여직원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옷 벗어 주시면 빨아올게요.”“내가 벗어?”남자는 아까보다 더 음흉한 눈으로 여자를 아래 우로 훑으며 말했다.“네가 수프를 쏟아서 내 옷이 더러워졌는데 그걸 내 손으로 벗으면 내 손까지 더러워지잖아.”“그, 그럼 제가 해드릴게요...”여자는 우물쭈물하면서도 결국 남자 앞으로 다가갔다.지금의 그녀는 이
“거기 너, 얘 알아?”정장 차림의 남자는 문어 구에 서 있는 임유환을 향해 기분 나쁜 시선을 보내왔다.“응.”그에 임유환이 고개를 끄덕이자 더 당황한 건 허유나였다.임유환이 자신과의 관계를 인정할 줄 몰랐기에 나온 반응이었다.“무슨 사인데?”“그냥 친구 사이.”하지만 담담히 대답하는 임유환에 허유나의 기대에 찼던 눈빛은 금세 다시 사그라들었다.“그냥 친구?”남자는 임유환의 대답을 듣고는 입꼬리를 올려 냉소를 흘렸다.“그냥 친구면 신경 끄고 가던 길 가. 얘가 지금 내 옷을 더럽혀서 그거 배상하라고 하는 중이니까.”“얼마야? 내가 대신 줄 테니까 그 손부터 좀 놓지.”임유환과 허유나는 이미 아무 관련도 없는 사이였지만 전 부인이 다른 사람한테 모욕을 당하는 걸 본 이상 임유환은 그냥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그리고 임유환의 대답에 많이 놀란 허유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임유환을 바라봤다.임유환을 향한 두 눈에도 어느새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하지만 임유환은 그런 허유나가 아니라 남자만을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었다.“대신 내준다고?”남자는 코웃음을 치고는 말을 이었다.“이게 얼만 줄 알고 대신 내준다는 거야? 이거 특별제작이야.”“2천만 원이면 돼?”한번 훑어본 바로는 그냥 길거리에서 파는 싸구려 옷인 것 같았지만 이런 일에 굳이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던 임유환은 금액부터 제시했다.“2천? 난 1억은 받아야겠는데.”돈 좀 있어 보이는 상대에 남자는 냅다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돈과 여자 중에 선택하라면 여자는 당연히 버리고도 남으니까.“길거리에서 파는 싸구려를 1억이나 쳐달라고? 양심이란 건 없니? 누굴 바보로 아나.”느긋하던 임유환의 말투가 갑자기 차가워졌다.처음에 2천만 원을 주겠다한 건 그냥 시간 낭비하는 게 싫어서였지 그렇다고 남한테 호구 잡히겠다는 뜻은 아니었다.“누가 길거리 싸구려를 입었다고 그래!”“2천만 원, 거절하면 한 푼도 없어.”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거짓말을 들켜버린 남자는 역정부터 냈지만 임
“네가 정우빈 도련님을 알아?”눈썹을 꿈틀거리며 묻는 남자에 임유환은 놀리듯 웃으며 답했다.“알자, 정우빈을 어떻게 몰라.”“그럼 돈이나 빨리 내놔!”“돈 없으면 내 일 방해 말고 빨리 꺼져.”남자는 임유환의 말을 친한 척한다고 여겨 그를 재촉하고 나섰다.이 연경 바닥에서 정우빈 이름 석 자면 모두들 고개를 숙이니 임유환 역시 그러할 거라고 생각했다.“하하, 뭔가 좀 오해를 한 것 같은데.”남자의 말을 들은 임유환은 아까보다 더 익살스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어쩌겠다는 건데?”남자가 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임유환은 고개를 저었다.“정우빈 사람이면 내가 굳이 2천만 원을 낭비할 필요가 없겠다는 뜻이었어.”“네가 감히 날 놀려?!”그제야 임유환의 말뜻을 알아차린 남자는 눈을 번뜩이며 잔뜩 열이 올라서 소리쳤다.“야, 당장 저놈 처리해!”“예, 보스!”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짐에 따라 철주를 포함한 다른 양아치들도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다시 손을 털어댔다.그들은 감히 제 보스를 농락하고 정우빈을 욕 먹이는 임유환을 제대로 교육해주리라 다짐하고 있었다.그 광경을 본 서인아는 당장 핸드폰을 들어 호텔 경호원을 부르려 했지만 임유환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마저도 제지시켰다.“인아야, 걱정 마.”“처리해.”말을 마친 임유환이 무리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자 정장 차림의 남자는 험악한 얼굴을 더 일그러뜨리며 양아치들에게 명령했다.그러자 열몇 명의 따까리들이 임유환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나갔다.그 모습에 가만히 있던 허유나도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임유환을 걱정했다.“임유환, 조심해!”하지만 잔뜩 놀란 그녀와 달리 임유환은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한 채 주먹을 들어 올렸다.그 주먹이 바람을 가르며 양아치들을 향해 돌진하자 곧이어 처절한 비명소리가 연달아 방안에 울려 퍼졌다.“아아아!”아까 임유환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새우마냥 몸을 웅크린 채 누워있는 모습에 허유나는 너무 놀라 입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뭐 더 할 말 있어?”그 부름에 뒤로 돈 임유환이 허유나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물었다.“아까는... 고마웠어.”허유나는 눈을 피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지금의 허유나는 예전처럼 기고만장하지도 않았고 임유환의 얼굴조차 똑바로 보지 못했다.“응.”그에 임유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하다가 허유나의 부어오른 뺨을 보며 한마디 덧붙였다.“반차 내고 병원 가봐, 돈이 부족하면 내가 사람 시켜서 보내줄게.”임유환의 말에 허유나의 눈빛이 세차게 흔들렸다.자신이 전에 임유환에게 그런 몹쓸 짓들을 했는데 아직도 저를 도와주려는 임유환에게서 일말의 희망을 보아낸 허유나는 입술을 짓이기다 한참 만에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고는 임유환과 눈을 맞추며 말했다.“전... 전에는 내가 많이... 미안했어... 이 정도 돈이면 병원이 충분히 갈 것 같아...”허유나가 말한 돈은 남자가 준 천만 원을 일컫고 있었다.임유환 역시 더는 오만방자하지 않은 허유나의 모습에 그래도 한 달 사이에 많이 변한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다.하지만 그 외의 감정은 존재하지 않았다.“응, 그럼 나 먼저 갈게. 몸조심해.”말을 마친 임유환이 돌아서자 허유나는 한 치의 미련도 없어 보이는 그 뒷모습을 서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입술을 짓이겼다.하지만 전에 제가 한 짓이 도를 넘었다는 걸 본인도 알고 있었기에 허유나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서인아는 오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온통 후회로 가득해 보이는 허유나를 가만히 보고 있다가 담담히 한마디 했다.“내일 오전 아홉 시, 장안로 서원 그룹 인사팀으로 가. 비서한테 업무 파일 관련된 자리 하나 빼놓으라고 연락할게.”갑작스러운 서인아의 말에 당황하던 것도 잠시, 허유나는 연신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디.“감사합니다, 아가씨. 정말 감사드려요!”“그래.”담담히 대꾸한 서인아는 임유환과 함께 뒤 돌아 나갔고 허유나의 시선은 서인아 뒷모습에서 조명주와 최서우에게로 옮겨졌다.자신보다 더 예쁘고 더 잘난 사람들이 모두 임
밥을 다 먹고 호텔 입구까지 온 임유환은 좀 있다가 이어질 서인아의 잔소리에 자연스레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리고 그 모습을 보아 낸 서인아는 임유환을 보며 귀엽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서인아 씨, 오늘 정말 너무 잘 먹었어요!”그때 최서우가 잘 먹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오자 서인아도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별말씀을요, 아 그런데 서우 씨랑 조 중령님은 어떻게 여기에 오신 거예요?”“택시 타고 왔어요.”“그럼 제가 차로 모셔다드릴게요.”최서우의 대답에 서인아는 흔쾌히 자신이 데려다주겠다고 말했다.“아니에요, 번거롭게 그러실 필요 없어요.”“괜찮아요. 저 주차장 가서 차 가져올 테니까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고 계세요.”서인아는 최서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는 주차장으로 향했다.가만히 서인아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최서우는 서인아가 좀 멀어지자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울상을 짓고 있는 임유환에게 물었다.“유환 씨, 서인아 씨랑은 진도 어디까지 나간 거예요?”아까 식사 자리에서는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가 좀 있어 흐지부지하게 끝난 화제였지만 궁금한 건 참을 수 없었던 최서우가 서인아가 없는 틈을 타 물은 것이다.“그게...”“그냥 좀 알려줘요!”임유환이 예상대로 망설이자 최서우는 눈을 반짝이며 그를 재촉했다.최서우 본인이 궁금한 것도 있었지만 제 친구인 조명주를 돕고자 묻는 것이기도 했다.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차도녀라고 불리는 서인아는 최서우가 알기로는 연애는 고사하고 이성들과도 철저히 거리를 지키는 사람이었는데 임유환을 대하는 태도는 그런 소문과는 확연히 달랐다.그리고 7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 하니 최서우의 호기심이 제대로 발동해버린 것이다.조명주 역시 그 일이 신경 쓰였는지 임유환을 바라보고 있었다.“그게... 말하자면 좀 길어요. 나중에 자세히 알려줄 테니까 오늘은 우리 먼저 보내줘요...”임유환이 고심 끝에 김빠지는 대답을 하자 최서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어우 진짜 쪼잔해요! 나랑 명주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지만 계속 망설이기만 하고 말을 내뱉지 못하고 있는 조명주를 임유환은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았다.“네? 왜요?”“아, 아니에요. 우리 얼른 내려가자고요.”그에 조명주는 흔들리는 눈빛을 다 잡으며 호텔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사실 어제 결혼식이 끝난 뒤부터 조명주는 마음이 뒤숭숭했다.서인아의 결혼식장에 백마 탄 왕자처럼 나타나는 모습을 보니 만약 제가 서인아와 같은 처지라면 과연 임유환이 달려왔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왜 자신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까 서인아와 임유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그 생각이 점점 더 뚜렷해졌다.“조 중령님, 괜찮아요?”“네...”임유환은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조명주를 쫓아갔지만 조명주는 괜찮다며 애써 둘러댈 뿐이었다.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최서우는 조명주가 너무 답답해 났다.임유환한테 호감이 있고 또 무엇이 궁금한지 뻔히 보이는데도 말을 못 하고 혼자 끙끙대는 게 안쓰러웠던 최서우는 자신이 대신 말해주기로 했다.“유환 씨, 명주는 자신이 어제 서인아 씨 같은 상황에 처했어도 유환 씨가 구하러 와 줄 건지 물어보고 싶대요.”“서우야!”최서우가 필터링도 없이 말을 내뱉자 조명주의 눈빛은 세차게 흔들렸다.“인아를 구하러 간 것처럼요?”임유환이 이해를 못 한 듯 되묻자 최서우는 손까지 동원하여 다시 설명해주었다.“그러니까 명주가 서인아 씨처럼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된다면 유환 씨가 어젯밤처럼 결혼식장에 쳐들어가서 다들 한마디도 못 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묻는 거죠.”말을 하던 최서우는 어젯밤 임유환의 용감한 자태가 떠올라 저도 모르게 눈을 반짝였다.여자라면 누구나 백마 탄 왕자를 좋아하듯 최서우도, 조명주도 마찬가지였다.“어... 명주 씨한테도 혹시 그런 일이 생겼어요?”“아니요, 그냥 물어보는 거죠. 대답이나 해요.”임유환이 놀란 듯 묻자 최서우는 눈을 깜빡이며 대답을 재촉했다.“당연하죠.”임유환은 당연하다는 듯 답하며 조명주에게 그런 일이
공기가 순식간에 차가워졌고 임유환의 경계는 더욱 짙어졌다.그걸 본 조명주도 진지해진 표정으로 임유환을 향해 물었다.“유환 씨, 왜 그래요?”“주변에 살기가 느껴져요, 얼른 서우 씨 데리고 호텔로 먼저 가 있어요!”사뭇 엄숙해 보이는 임유환의 표정과 차가운 눈빛을 본 조명주의 눈빛에도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하지만 조명주가 반응하기도 전에 무언가가 밤바람을 가르며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조심해요!”그걸 본 임유환은 소리를 지르며 조명주와 최서우를 잡고 바닥으로 몸을 숙였다.공중에서 날아온 힘은 그대로 호텔 계단을 부쉈고 거기서 떨어져 나온 파편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굉음과 함께 계단에는 큰 홈이 생겨났다.고개를 들어 그 홈을 유심히 바라보던 조명주는 총알의 모양과 똑같은 걸 보고 두 눈을 크게 떴다.홈의 깊이로 보아 그냥 총알이 아니라 저격 창에서 발사된 총알인 것 같았다.임유환에 의해 몸이 숙여진 최서우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어대고 있었다.최서우는 임유환과 조명주와는 다른 훈련을 거치지 않은 일반인이었기에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런 상황이 무섭기만 해 머릿속까지 하얘졌다.그때 총알이 다시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총알이 날아온 방향은 동, 서, 남 총 세 군데였다. 그 말인즉 킬러가 셋이란 뜻이었다.“얼른 은신처를 찾아야 해요!”임유환이 소리를 치며 진기를 뿜어내자 최서우와 조명주는 순식간에 그 손에 들려 근처에 있는 시멘트로 된 기둥 뒤에 몸을 숨길 수 있었다.그러자 총알들이 빗발치듯 날아오며 정확히 기둥을 맞고 떨어진 돌 조각과 함께 튕겨 나갔다.지금은 기둥이 은신처 역할을 해주고 있었지만 계속 이 상태로 있다가는 기둥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였다.그때가 되면 킬러들의 망원경 앞에 그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버릴 것이기에 임유환은 다른 수를 써야만 했다.“조 중령님은 최서우 씨 지켜요, 저 새끼들은 제가 상대할게요.”“조심해요.”“네.”잔뜩 긴장한 상태에서도 당부를 잊지 않는 조명주에 임유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