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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네가 정우빈 도련님을 알아?”

눈썹을 꿈틀거리며 묻는 남자에 임유환은 놀리듯 웃으며 답했다.

“알자, 정우빈을 어떻게 몰라.”

“그럼 돈이나 빨리 내놔!”

“돈 없으면 내 일 방해 말고 빨리 꺼져.”

남자는 임유환의 말을 친한 척한다고 여겨 그를 재촉하고 나섰다.

이 연경 바닥에서 정우빈 이름 석 자면 모두들 고개를 숙이니 임유환 역시 그러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하, 뭔가 좀 오해를 한 것 같은데.”

남자의 말을 들은 임유환은 아까보다 더 익살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어쩌겠다는 건데?”

남자가 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임유환은 고개를 저었다.

“정우빈 사람이면 내가 굳이 2천만 원을 낭비할 필요가 없겠다는 뜻이었어.”

“네가 감히 날 놀려?!”

그제야 임유환의 말뜻을 알아차린 남자는 눈을 번뜩이며 잔뜩 열이 올라서 소리쳤다.

“야, 당장 저놈 처리해!”

“예, 보스!”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짐에 따라 철주를 포함한 다른 양아치들도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다시 손을 털어댔다.

그들은 감히 제 보스를 농락하고 정우빈을 욕 먹이는 임유환을 제대로 교육해주리라 다짐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서인아는 당장 핸드폰을 들어 호텔 경호원을 부르려 했지만 임유환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마저도 제지시켰다.

“인아야, 걱정 마.”

“처리해.”

말을 마친 임유환이 무리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자 정장 차림의 남자는 험악한 얼굴을 더 일그러뜨리며 양아치들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열몇 명의 따까리들이 임유환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나갔다.

그 모습에 가만히 있던 허유나도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임유환을 걱정했다.

“임유환, 조심해!”

하지만 잔뜩 놀란 그녀와 달리 임유환은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한 채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 주먹이 바람을 가르며 양아치들을 향해 돌진하자 곧이어 처절한 비명소리가 연달아 방안에 울려 퍼졌다.

“아아아!”

아까 임유환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새우마냥 몸을 웅크린 채 누워있는 모습에 허유나는 너무 놀라 입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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