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목소리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등골이 오싹해났다.이미 무왕 후기에 오른 최고의 킬러인 자신도 남자가 등 뒤까지 오는 동안에 아무런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기에 더욱 두려워졌다.“10초 줄게. 누가 보냈는지 대답해.”섬뜩한 임유환의 목소리는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처럼 킬러의 귓가에 맴돌았다.그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은 남자는 갑자기 표정을 싹 바꾸더니 혀들 들어 올려 이빨 사이에 있는 독약을 먹고 자결하려 했다.하지만 그걸 이미 예상하고 있던 임유환은 손을 들어 남자의 턱을 세게 잡아당겼다.임유환은 턱이 빠져버린 남자를 향해 섬뜩하게 웃으며 말했다.“왜, 죽으려고?”이렇게 허무하게 자살의 기회까지 빼앗겨버린 킬러의 눈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두려움이 차올랐다.“얌전히 내 말에 협조하는 게 좋을 거야. 널 괴롭힐 방법은 많고 많으니까. 내 말을 따르지 않는다면 넌 사는 게 죽는 것보다도 더 괴로워질 거야.”사신마냥 제 귓가에 대고 죽음을 예고하는 임유환에 킬러는 온몸을 세차게 떨어댔다.임유환의 표정을 보니 그냥 겁주려고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그리고 남자의 몸이 떨리는 걸 느낀 임유환은 다시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앞으로 내가 묻는 말에 너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젓는 걸로 대답해.”“원하는 대답을 들으면 넌 살려줄게.”“그렇지 않으면 널 데려가서 직접 심문할 거야. 네가 바른대로 말할 때까지.”“정씨 집안에서 너희를 보낸 거지?”임유환의 첫 번째 질문에 킬러는 고개를 움직이는 대신 웅얼거리며 울부짖었다.“대답해!”그에 임유환은 호통을 치며 은침을 들어 킬러의 척추를 찔렀다.킬러는 온몸을 관통하는 듯한 그 통증에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식은땀이 흘려댔다.“이건 애피타이저일 뿐이야. 더한 걸 경험하고 싶지 않다면 빨리 말하는 게 좋을 텐데.”다시 입을 연 임유환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지만 킬러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끝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말, 안 할 거야?”그에 인내심을 잃은 임유환이 두 번째 침을 놓으려고
“미안해요, 내가 늦었죠.”조명주와 최서우를 등진 채 우뚝 서 있는 임유환의 뒷모습에 그들은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임유환은 이내 사지에 힘을 주며 진기를 뿜어내더니 날아오는 총알들을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어버렸다.그걸 본 검은 옷차림의 킬러들이 놀란 틈을 타 임유환은 그들을 향해 돌진하려 했는데 그 순간 등 뒤에서도 또 다른 살기가 느껴졌다.아무래도 이번에 상대가 이를 갈고 대량의 인원을 보낸 것 같았다.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 상황에서 임유환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가워졌다.조명주까지 부상을 입었으니 임유환이 그들을 두고 싸우는 건 말이 안 됐고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시간을 끌며 적들에게 노출될 수도 없음이었다.이 위험천만한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임유환은 반드시 방도를 생각해내야만 했다.임유환이 그렇게 미친 듯이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호텔 쪽에서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들려왔다.서인아가 하얀색 포르쉐를 이끌고 큰 호선을 그리며 그들 앞으로 오더니 다급하게 외쳤다.“얼른 타요!”임유환은 적재 적시에 등장한 서인아를 보고 눈을 크게 뜨다가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다급히 차 문을 열고 최서우, 조명주와 함께 차에 올라탔다.그들이 올라탄 포르쉐의 타이어는 급발진한 탓에 바닥에 검은 흔적을 남기며 빠르게 호텔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X발!”그들이 떠나니 킬러들도 어쩔 수 없이 씩씩대며 자리를 떴다.“후...”지하주차장으로 대피한 그들은 차에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었다.임유환은 아까의 그 습격이 저를 노리고 일어난 것 같아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골똘히 생각만 하고 있었다.“괜찮아요?”서인아는 제가 차를 가지러 간 사이 킬러들의 습격을 받은 세 사람을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괜, 괜찮아요. 고마워요 인아 씨.”최서우는 정말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처럼 창백해진 얼굴에 아직도 흔들리는 눈빛을 한 채 대답했다.“저도 괜찮아요. 인아 씨 덕분에 살았어요.”아까 서인아가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들어 자신들을 구해냈을
임유환은 아무리 봐도 이상한 그의 행동에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왜 그러는 거야?”서인아는 그런 임유환을 의아한 듯 쳐다보며 물었다.“저 경찰 좀 수상해 보이지 않아?”임유환의 의심 가득한 말을 들은 서인아는 그가 가리킨 경찰을 눈여겨보았다.마침 팀장쯤 돼 보이는 다른 경찰이 그 경찰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있었다.“이 형사, 현장은 처음일 텐데 이것도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너무 긴장은 하지 마. 그럼 잘해봐.”“네, 팀장님.”모자를 푹 눌러쓴 경찰은 고개를 끄덕이며 팀장을 따라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아니야, 내가 너무 예민했던 것 같아.”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상황에 임유환도 한시름 놓으며 말했다.“가서 물어보자, 뭐 나온 거 있나.”임유환이 이번 습격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서인아도 알고 있었기에 그 궁금증을 풀어주고자 넌지시 제안했다.그에 임유환도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네 사람은 현장 쪽으로 다가갔다.“죄송하지만 여긴 사전 현장입니다. 민간인은 출입 못 하세요.”하지만 그들을 잔뜩 경계하며 언성을 높이는 경찰에 서인아는 차갑게 말했다.“아까 제가 신고했어요.”“아, 서인아 아가씨시네요. 죄송합니다,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경찰은 서인아를 보자 바로 공손해지며 고개를 숙였다.“다친 덴 없고요, CCTV는 돌려봤어요? 용의자는 특정됐나요?”“아직은 아무런 결과도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도 곧 나올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가씨. 결과 나오면 저희 쪽에서 연락 드릴게요.”“네.”고개를 끄덕인 서인아는 임유환을 바라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우린 그냥 기다려야겠네.”“그럼 난 잠깐 어디 갔다 올게, 금방 올 테니까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줘.”“응.”서인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임유환은 아까 그 수림 속으로 들어갔다.호텔에서 300미터쯤 떨어진 그곳에는 총알과 핏자국이 가득했다.다만 아까 임유환이 심문하던 남자와 다른 킬러들의 시신은 이미 그의 예상대로 말끔히 사라져
“인아야, 나 왔어.”기자들이 인터뷰하는 사이에 임유환은 서인아 뒤로 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아, 깜짝이야! 놀랬잖아, 왜 인기척도 없이 와!”그에 서인아는 정말 놀라긴 했는지 몸을 떠는 것도 모자라 가슴까지 쓸어내리며 말했다.“어... 나 말했는데...”생각보다 많이 놀라는 서인아에 임유환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여기가 너무 시끄러워서 안 들렸나 봐.”“우리 조용한 데로 갈까요?”임유환이 조명주와 최서우를 보며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요.”그 시각, 사람들 틈에 섞여 있던 그 남자가 임유환을 발견하고는 갑자기 눈빛이 서늘해지며 안주머니에서 소음기를 장착한 검은 총을 꺼내 들었다.워낙에 조심스러웠던 행동이라 사람들은 그가 총을 들어 임유환을 겨냥할 때까지 그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유환아, 너 아까 어디 갔었어? 뭐 알아낸 건 있어?”서인아 역시 아무것도 모른 채 얘기하며 걸어가고 있었다.“아, 그게...”임유환도 자연스레 질문에 대답하려던 그 순간, 그는 갑작스레 느껴진 살기에 온몸이 굳어버렸다.그렇게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본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저를 향해 겨눠진 총구였다.“다들 엎드려!”임유환의 외침과 거의 동시로 남자가 방아쇠를 당겼고 총알은 인파를 뚫고 수많은 기자들의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기자들이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그 잠깐 사이에 임유환은 다행히 총알을 피해냈다.그렇게 첫발이 허탕을 치자 남자는 다시 한번 방아쇠를 당기려 했는데 임유환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힘껏 땅을 굴러 호랑이마냥 남자의 앞으로 뛰어가서 그의 손목을 꺾어버렸다.그렇게 이번에는 총성 대신 남자의 손목이 부러지는 소리와 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임유환은 무표정으로 남자의 팔을 등 뒤로 꺾고는 그를 바닥에 눕혔다.임유환에게 제압당한 킬러는 자연스레 총까지 떨구어버렸다.“총이야!”총이 떨어지는 걸 보고서야 기자들도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다들 뒤로 물러났다.그 광경을 보고 있던 경찰들도
갑작스러운 사고는 모든 이의 예상을 빗나가는 일이었다.그 갑작스러움에 임유환조차 반응을 못 하고 뒤로 넘어가는 최서우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최서우의 뜨거운 피가 임유환의 얼굴에 닿았을 때 마침내 정신을 차린 임유환은 최서우를 받쳐 안으며 다급히 외쳤다.“최서우 씨!”관자놀이에서 흘러나온 새빨간 피가 임유환의 손까지 빨갛게 물들여가고 있었다.하지만 이미 의식을 잃어버린 최서우는 두 눈을 꼭 감고 있어 임유환의 소리를 들을 수조차 없었다.“안돼요! 죽으면 안 돼요!”임유환은 떨리는 목소리로 최서우를 부르며 다급히 8개의 침을 관자놀이 꽂아 상처부터 틀어막았다.하지만 그래봤자 지혈만 했을 뿐 총알은 여전히 최서우의 머릿속에 박혀있었다.“젠장, 아직도 안 죽었어?!”그때 총을 쏜 남자는 아직도 살아있는 임유환을 보고 이를 갈더니 다시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X발, 내가 오늘 너 죽일 거야.”그걸 본 임유환은 우레와 같은 소리를 지르며 순식간에 진기를 뿜어냈다.그 무시무시한 기운에 다들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때 임유환은 빠르게 경찰 앞으로 다가가 손으로 총구를 감싸 쥐고는 눈을 번뜩이며 남자를 노려보았다.악마를 연상케 하는 임유환의 표정에 깜짝 놀란 남자는 방아쇠부터 당겼지만 임유환이 그보다 먼저 총구를 휘게 만든 탓에 총알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총과 함께 터져버렸다.터져나간 총의 뜨거운 파편은 남자의 얼굴과 눈을 파고들어 눈까지 멀게 만들었다.그에 반해 임유환 얼굴에 튄 파편은 그저 자그마한 흔적만 남긴 정도였다.“아!”임유환은 피부가 타들어 가는 듯한 느낌에 울부짖으며 비명을 지르는 남자의 무릎을 걷어차 버렸다.그렇게 뼈가 부서져 버린 남자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임유환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 주먹을 들어 남자의 척추뼈에 내리꽂았다.그 충격에 피를 토해내며 힘없이 바닥에 내리꽂힌 남자는 경련이라도 인 듯 몸을 떨어댔다.하지만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임유환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남자를 내려다보
“누가 이렇게 시끄러워! 여기 병원입니다!”그때 한 중년 간호사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걸어 나왔다.“간호사님, 빨리 의사 선생님 좀 불러주세요!”간호사를 본 임유환은 다른 걸 신경 쓸 새도 없이 다급히 외쳤지만 돌아오는 건 간호사의 불친절이었다.“여기가 당신 집이에요? 진료예약부터 해요!”힘든 야근에 어렵게 눈을 붙였는데 하필 임유환이 그럴 때 소란을 피운 탓에 지금 간호사는 기분이 아주 나쁜 상태였다.“뭐라고요?!”임유환은 사람 목숨이 달린 이 상황에 여유롭게 예약이나 하라는 간호사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다.“뭘 쳐다봐요? 귀먹었어요? 가서 예약하라고요!”노려보는 임유환의 시선에 기분이 나빠진 간호사는 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여기 사람 다친 거 안 보여?! 너도 죽고 싶어?!”간호사의 태도에 다시 화가 난 임유환은 진기를 뿜어내며 순식간에 간호사 앞으로 다가가 그의 목을 잡고 들어 올렸다.목이 잡힌 간호사는 두 발이 공중에 떠버린 채 말 못하는 아기처럼 웅얼대며 빨개진 얼굴로 발버둥을 쳤다.그 소리를 듣고 달려온 의사가 흰자가 보이도록 눈이 뒤집힌 간호사를 보고는 다급히 임유환을 말리며 말했다.“그만 하세요! 이러다가 사람 죽습니다!”“그럼 당장 수술 준비해.”임유환은 정말 악마라도 된 양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했다.“일단 진정하고, 병원 절차대로...”“지금 당장 수술 준비하세요.”그때 서인아가 의사의 말을 끊으며 차갑게 말했다.“오늘 이 사람 못 살리면 다들 그만둘 각오해요.”단번에 서인아를 알아본 의사는 당황하며 바로 고개부터 숙였다.“네, 지금 바로 수술 들어가겠습니다!”“얼른 수술 준비해!”임유환이 서인아의 친구라는 것을 알아챈 의사는 바로 응급실 직원들에게 수술을 준비하라 일렀다.임유환은 그제야 간호사를 놓아주었다.목을 옥죄이던 손이 풀리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은 간호사는 몸을 떨어대며 임유환의 눈도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들이 침대를 끌고 나와서는 거기에 최서우를 눕히고
임유환은 지금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포와 무력감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의술에 능한 임유환은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위급한지 잘 알고 있었다.시신경들이 가득한 뇌에 박힌 총알을 빼내다가 다른 걸 잘못 건드리기만 하면...“걱정 마 유환아, 서우 씨 괜찮을 거야.”임유환은 잔뜩 충혈된 눈에 눈물을 매단 채 자신을 위로하는 서인아를 바라보며 자책 어린 말을 했다.“다 내 잘못이야... 내가 잘못한 거야. 나 때문에, 내가 너무 경솔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임유환은 아까 자신이 좀 더 조심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아 죄책감에 사로잡혀 버렸다.“네 탓이 아니야 유환아, 그 일은 누구라도 예상 못 했을 거야.”서인아도 위로를 하고는 있었지만 상상조차 못 했던 일에 심장이 떨리긴 마찬가지였다.“그래요 유환 씨. 얼른 힘내야죠. 서우도 유환 씨가 이러고 있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을 거예요.”눈시울이 빨개진 조명주도 임유환을 다독였다.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생사불명의 상황에 놓여있으니 그도 마음이 아팠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수술이 잘 되길 기도하며 기다리는 것뿐이었기에 일단은 힘을 내서 버텨야만 했다.“조 중령님 말이 맞아. 일단 좀 앉아봐. 서우 씨 강하고 운도 좋은 사람이니까 꼭 살 수 있을 거야.”“그래요, 전에 무당이 서우는 아흔아홉 살 까지 살 거라 그랬어요!”조명주도 애써 밝은 척하며 서인아와 함께 임유환을 위로했다.자신을 위해 애써주는 조명주와 서인아를 향해 임유환도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며 차디찬 병원 의자에 앉았다.수술실 등이 켜진 뒤로 이미 두 시간이나 지났지만 임유환은 여전히 긴장에 떨고 있었다.아직도 끝나지 않은 수술에 불안감까지 몰려온 임유환은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몸을 떨고 있었다.그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던 서인아는 차디찬 임유환의 두 손을 다정히 잡아주며 말했다.“걱정 마 유환아, 서우 씨 괜찮을 거야.”“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걸까 인아야...”좀 전까지만 해도 헤어지기 아쉬
분노를 꾹꾹 눌러 담은 듯한 목소리가 병실에 울려 퍼지며 흑제의 심장까지 철렁이게 했다.임유환이 이토록 화난 모습은 난생처음 보는 흑제였기에 다급히 그의 말에 대답했다.“예, 임 선생님. 지금 바로 알아보겠습니다.”임유환의 말 한마디에 흑제가 서둘러 사람을 풀며 달려나가는 모습을 본 서인아와 조명주는 그들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지만 수술실의 등이 계속해서 켜져 있는 지금 그런 거에 정신을 팔 여유가 없었다.세 시간, 네 시간, 다섯 시간...시간은 지체없이 흘러 어느새 다섯 시간이나 훌쩍 지나 있었다.“왜 아직도 안 끝난 거야.”임유환은 조급함을 이기지 못하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수술실 주변을 맴돌았다.그의 눈은 더욱더 빨갛게 충혈됐고 눈 속에는 불안과 공포가 가득 차 있었다.임유환의 이성은 수술이 길어질수록 최서우가 살아날 확률이 희박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필 총이 뇌에 박혀버린 탓에 수술이 까다롭고 또 과다출혈의 위험도 있어 수술시간은 최대 6시간이 한계인데 이미 다섯 시간이나 지나버린 것이다.그러니 지금은 앞으로 한 시간 안에 수술이 끝나지 못한다면 최서우의 목숨이 정말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공포라는 감정이 임유환의 심장을 옥죄어왔고 임유환의 손발은 빠르게 식어가며 그의 몸까지 파르르 떨려왔다.“유환아, 괜찮아. 서우 씨 괜찮을 거야.”그걸 본 서인아는 임유환을 다정히 토닥이며 자신의 외투를 벗어 임유환 어깨에 걸쳐주었다.은은한 나무 향이 코끝으로 전해지자 그제야 조금 안정을 되찾은 임유환이 서인아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고마워...”서인아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임유환의 시린 손을 꼭 잡아주었다.그렇게 긴장감 속에서 시간은 또 30분이나 흘러버렸다.하지만 여전히 닫혀있는 수술실 문에 임유환은 저도 모르게 서인아의 손을 꽉 잡았다.십분, 이십 분...최서우의 생사를 가를 시간이 고작 10분밖에 남지 않았다.임유환은 수술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