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환 오빠, 나도 이젠 어른이에요.”나지막이 말하는 윤여진의 예쁜 얼굴에 매혹적인 웃음이 피어올랐다.“그러네.”임유환도 아주 예쁘게 자라나 그때와 달리 자신만만해 보이는 윤여진이 놀라웠다.임유환은 더는 제 보호가 필요 없어진 윤여진을 그때처럼 다정하게 바라보았다.“오빠, 지금의 저는 어때요? 오빠가 좋아할 만한 스타일에요?”윤여진은 눈을 반짝이며 임유환을 다정히 바라보았다.옆에 서 있는 많은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윤여진은 E컵이나 되는 가슴이 눌리울 정도로 임유환의 팔을 꼭 끌어안으며 그의 대답을 재촉했다.“어...”그 오랜 시간 동안 보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다정하게 스킨십을 하는 윤여진에 임유환은 적잖이 당황했다.자꾸만 제 팔을 타고 전해지는 말랑한 촉감에 정신까지 아득해져 왔던 임유환은 윤여진을 보며 난감한 듯 말했다.“저, 여진아...”“왜요, 오빠?”윤여진은 남자라면 누구든 빠져들 것 같은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정말 모르겠다는 듯 임유환을 바라보았다.“그게... 거기가...”어렵사리 돌려 말하는 임유환에도 윤여진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그게 뭐요, 어차피 그때는 우리 둘이...”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던 윤여진도 그날 일을 떠올리자 눈빛이 흔들렸다.역시 윤여진은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던 거지 정말로 그런 일을 떠올려도 감정에 아무런 파동도 일지 않는 사람은 아니었다.윤여진 입에서 나온 그날 일에 임유환은 멋쩍은 듯 마른기침을 해댔다.그때 아무것도 모르던 둘이 하마터면 서로에게 큰 실수를 할 뻔했었다.때는 2학년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발육이 다 끝난 윤여진이 하필 성교육이 원만히 진행될 수 없었던 시기에 또 친구들의 이상한 눈길과 조롱을 받고 있던 15년 전이었다.그렇게 매일 기죽어 있던 윤여진이 어느 날 하교를 하다가 임유환에게 또 가슴 때문에 놀림받았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던 것이다.그때의 윤여진은 임유환과 제일 친했으니 그에게 객관적인 평가를 해달라고 가슴을 보여주겠다고 했었고 임유환
서인아의 외침에 로비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서인아는 차가운 눈에 적의를 가득 담아 윤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뭐하긴요, 당연히 오랜만에 만난 유환 오빠를 반가워하는 중이죠.”윤여진 역시 입꼬리를 올리며 서인아를 바라봤다.그렇게 둘이 기 싸움을 하며 눈을 맞추니 거기서 스파크가 튀기는 것 같았다.연경의 2대 미인으로 불리는 서인아와 윤여진은 원래도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그런 둘이 서로를 쳐다보고 있으니 분위기가 좋을 리가 없었다.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서인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반가워해요? 그게 그렇게 꼭 안고 있어야 할 일인가요?”그 말투가 아까보다 더 차가웠지만 윤여진도 물러서지 않으며 말했다.“어릴 때부터 이렇게 친했거든요.”윤여진은 겉으로 보기에는 애교 있고 사람 좋아 보이지만 그런 열정적이고 다정한 모습은 오로지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한테만 보여주는 모습이지 다른 이들을 대할 때는 서인아 못지않게 차가웠다.아니, 오히려 서인아보다 남자를 더 싫어하는 건 윤여진이었다.“그래도 장소는 가려야죠, 윤여진 씨.”그럼에도 윤여진을 보는 차가운 시선은 거두지 않는 서인아였다.“아, 그러네요. 여기가 서씨 집안이었죠.”그제야 임유환에게서 떨어지는 윤여진에 사람들은 둘의 언쟁이 싸움으로 번지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하지만 이어지는 윤여진의 말은 서씨 집안 모두의 안색을 어두워지게 했다.“아까 저 밖에서 다 들었어요. 누가 감히 우리 유환 오빠를 괴롭히더라고요.”“근데 저희 윤씨 집안에서는 이런 일에 면죄패 같은 건 통하지도 않아요. 면사패도 물론 소용없고요. 감히 가주와 내 앞에서 그런 말을 뱉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죽어야죠.”말을 하면서도 냉기를 뿜어내는 윤여진의 눈을 본 서씨 집안 장로들의 입가가 떨려왔다.역시 윤씨 집안 아가씨의 성격이 만만치 않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던 것 같다.“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서인아 씨가 오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거예요.”단호한 윤여진의 말투는 마치 서인아와 한
“서인아 씨, 왜 저를 그런 눈으로 보시죠? 저는 서인아 씨한테 악감정 없는데요.”서인아의 차가운 시선을 느낀 윤여진이 웃으며 물었다.“오늘은 그냥 유환 오빠가 걱정돼서 온 거예요.”말을 마친 윤여진은 예쁜 눈으로 임유환을 보며 손을 들어 아까의 결투 때문에 주름져있는 카라를 펴주고는 다정히 물었다.“오빠, 아까 안 다쳤죠?”“응, 안 다쳤지...”두 여자 사이에 낀 것 같은 느낌에 임유환은 나지막이 대답했다.“그럼 됐어요.”영락없는 얌전한 새색시처럼 말하는 윤여진에 서씨 집안 남자들이 또다시 임유환을 질투하며 노려봤다.여신 같은 얼굴로 다정히 건네는 말에 서강인을 포함한 서씨 집안 장로들의 눈꼬리가 저도 모르게 움찔거렸다.윤씨 집안 아가씨는 도도하기만 한 게 아니라 성격이 서인아와 견주어도 될 만큼 안 좋다는 소문이 돌았었는데 지금 이 모습은 그 소문과는 너무나도 상반된 모습이었다.하지만 서인아는 윤여진이 제게 보여주려고 일부러 더 과하게 행동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짜증이 나기 시작해 목소리를 차갑게 깔며 말했다.“윤여진 씨, 저는 오늘 윤여진 씨를 서씨 집안에 초대한 기억이 없는데요. 제멋대로 남의 집에 들어온 것도 모자라서 저희 집안일에 상관까지 하시고, 좀 무례하시네요.”“제가 안 오면 유환 오빠가 괴롭힘당했을 거잖아요.”윤여진은 자신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그런 건 윤여진 씨가 신경 쓸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제가 있는 한 임유환을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아까 그 상황은 그렇게 안 보였는데요.”누구 하나 물러서지 않고 팽팽히 맞서는 둘에 잠시 꺼졌던 불꽃이 다시 튀기고 있었다.그에 서인아가 미간을 찌푸리자 임유환이 상황을 중재하고자 나서며 윤여진에게 부탁하듯 말했다.“여진아, 그만해. 네가 인아를 오해한 거야.”“알겠어요, 오빠가 그렇다면 그런 거죠.”다시 고분고분하게 대답하며 웃는 윤여진에 임유환은 그제야 한시름 놓고 서인아를 향해 말했다.“인아야, 아까 여진이가 한 말은 마음에 담아 두지 마
해가 지는 노을이 그림처럼 펼쳐진 서씨 집안의 뒷산 언덕에는 서인아가 홀로 차가운 벤치에 앉아 있었다.이곳은 서인아가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오는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오늘도 어김없이 이곳에 반나절 동안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들려온 누군가의 다급한 발소리가 서인아의 고요한 적막을 깨버렸다.때마침 서인아의 뒤에 나타난 한 인영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후, 드디어 찾았네.”목소리를 듣고 임유환인걸 알아차린 서인아는 아직 삐진 척 차갑게 물었다.“네가 여긴 왜 왔어?”“너랑 같이 있으려고 왔지.”“누가 같이 있어 달랬어? 가서 여진이랑 더 놀아주지 왜?”서인아의 화를 풀어주고자 더 능청스럽게 말하는 임유환에 서인아는 새침하게 대꾸했다.“그건 네가 오해한 거야, 나 걔랑 정말 아무 사이 아니야.”아까 일로 화가 난 것 같은 서인아에 임유환은 진심을 다해 사과했지만 서인아는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를 홱 하고 돌려버렸다.“아직도 화났어?”서인아의 옆에 붙어서 낮게 달래는 임유환에 서인아는 엉덩이를 들어 자리까지 옆으로 옮겨 버렸다.두 주먹 정도의 거리를 옮겨버리는 서인아에 임유환은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 한편으론 웃기기까지 했다.평소에는 도도한 냉미녀라 불리는 서인아가 삐졌을 때는 이토록 귀여울 수 있다는 걸 누가 알기나 할까.“뭘 웃어?”하지만 서인아는 이 와중에도 웃는 임유환을 보니 더 화가 났는지 미간을 찌푸렸다.“그냥, 너 화내는 게 너무 귀여워 보여서.”“허, 누가 화내? 난 화 안 냈거든.”말은 차갑게 했지만 화가 나 붉게 상기된 얼굴은 거짓말을 못 하고 있었다.“그럼 질투하는 거야?”“꺼져!”집요하게 물어오는 임유환에 서인아는 눈을 흘기며 소리쳤다.“하하.”임유환은 사람 좋게 웃어 보이며 뻔뻔하게 또 서인아의 옆으로 가 붙었다.“인아야, 나랑 여진이는 정말 아무 사이 아니야. 그냥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서 진짜 남매처럼 친한 것뿐이야. 걔는 진짜 내 여동생이나 다름없는 애라니까.”“걔는 그렇게 생각
“너, 너 뭐 하는 거야 지금!”얼굴이 빨개진 서인아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손이 차니까 내가 따뜻하게 해주려고.”“누가 그래 달랬어?”말로는 필요 없다는 하고 있지만 서인아의 떨리는 눈동자는 임유환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아직도 화났어?”임유환은 고개를 기울이며 아직도 화난 듯 보이는 서인아와 눈을 맞추려 애썼다.“누가 화났다고 그래, 이거 놔...”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던 서인아가 손을 빼내려 하자 그걸 더욱 꽉 잡은 임유환이 말했다.“안 놔.”“이젠 누가 뭐래도 안 놔.”임유환의 말에 순간 심장이 반응해버린 서인아는 손을 빼내려 주던 힘을 풀어버렸다.그리고 꼼지락대던 힘이 약해진 걸 느낀 임유환은 서인아를 더욱더 다정히 바라보았다.그리고는 단호하게 선전포고 같은 말을 내뱉었다.“이젠 너 혼자 서럽게 안 한다고 했잖아.”임유환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 서인아는 그 말에 심장이 떨려와 이를 악물었다.7년 동안 쌓이고 쌓인 오해들이 빚어낸 둘의 불행이었다.“그날일 내가 너 계속 속였는데, 내 탓 안 해?”고개를 들어 임유환을 바라보는 서인아의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물론 임유환을 위해 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때 서인아가 했던 말들에 임유환 역시 많은 상처를 받았었기에, 서인아도 그걸 알고 있기에 항상 미안했었다.“네 탓 안 해.”하지만 임유환은 서인아의 질문에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그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너는 얼마나 힘들었겠어.”평범한 출신이 아니니, 집안의 운명을 등에 지고 살아온 인생이니 서인아는 단 한 번도 저만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남들과 다르게 태어났다는 죄로 감정조차 집안의 반대와 간섭을 받아야 하는 서인아를 알기에 임유환은 그날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자신을 떠나보낼 때의 서인아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 단호한 표정 뒤에 가려진 진짜 얼굴은 얼마나 슬프게 울고 있었을지 짐작을 할 수 있었다.그냥 본인이 못나서 그렇게 저를 위해주는 서
“유환아.”“응?”갑자기 임유환을 불러오는 서인아에 임유환은 그녀를 바라보았다.“난 내가 너무 운이 좋았던 것 같아. 운 좋게 너를 만났잖아.”나지막이 말하는 서인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다정했다.임유환을 만난 건 정말 하느님이 베풀어준 은덕 같았다.임유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잘 짜인 각본처럼 아무런 파동도 없이 기계적으로 살아갔을 텐데 임유환이라는 사람을 만나 평온하던 인생에도 파동이 일기 시작했다.서인아에게도 신경 쓰이는 존재가 생겨버린 것이다.“나도.”대답하며 고개를 들던 임유환은 익숙한 그 얼굴에 심장이 떨려왔다.서인아는 임유환 기억 속의 7년 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저 어린 날의 청초함이 이젠 여자의 성숙함으로 바뀐 것뿐이었다.“유환아, 유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해?”서인아는 여전히 임유환 어깨에 기댄 채 다정히 물었다.“기억하지.”둘의 첫 만남 장소는 연경 공항이었다.“그때 나 첫인상 어땠어?”“도도했어.”“도도한 거 말고는?”“음... 이쁘고 몸매 좋다?”“남자들은 다 짐승이라니까.”“어...”서인아가 토라진 척 말하자 임유환이 입꼬리를 애써 올리다가 물었다.“그럼 너는? 내 첫인상 어땠는데?”“몰라, 그런 거 없어.”“어...”첫 만남에 그냥 지나가는 행인 정도로 서인아에게 존재감이 없었나 하는 생각에 임유환은 마음이 조금 복잡해졌다.“거짓말이고... 나 사실 너 엄청 기억에 남았었어.”“어떤 인상이었는데?”웃음을 흘리며 말하는 서인아에 임유환도 흥미가 생겨 물었다.“입은 옷은 그저 그렇고 사람은 별로 믿음직해 보이지도 않고.”“하하, 별로 좋은 인상은 아니었네.”입술을 삐죽이며 말하는 임유환에 서인아가 옅은 웃음을 흘렸다.“기억에 남았다고만 했기 좋은 인상이라곤 안 했어.”“그때는 아버지가 왜 이런 경호원을 보내줬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뭐 좀 보다 보니까 꽤 실력 있더라 너.”옛날 일들을 떠올리니 서인아의 얼굴이 다시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적들을 하나하
저도 모르게 삼켜지는 침 때문에 울대가 움직였고 호흡도 점점 가빠지기 시작했다.임유환에게 머리를 기대고 있던 서인아도 임유환의 그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려 의아하다는 듯 임유환을 바라보았다.그러더니 바로 동공이 흔들리며 서인아의 얼굴도 빛을 속도로 빨간 물감이 들어갔다.“유환아, 왜 그래...”흔들리는 속눈썹이 떨리는 서인아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었다.아무리 도도하고 차가운 서인아라 할지라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는 건 무리였다.임유환은 말없이 서인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누구 앞에서 이리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서인아를, 경국지색의 얼굴로 제 앞에서만 쑥스러워하는 서인아를 고스란히 눈에 담고 있었다.서인아의 손을 잡으려던 임유환의 손은 저도 모르게 서인아의 허리로 향했다.“안돼, 유환아!”그에 온몸이 굳어버린 서인아가 소리 질렀지만 이미 본능에 이성이 집어 삼켜진 뒤라 임유환의 귀에 그런 말이 들어갈 리 만무했다.서인아의 얇은 허리 위에 올려진 임유환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서인아는 맥없이 임유환의 품 안으로 들어갔고 그렇게 둘은 아까보다 더 가까이에서 서로를 느끼고 있었다.임유환의 박력 넘치는 모습과 행동에 얼굴이 빨개진 서인아는 심장까지 터질 듯 빨리 뛰고 있었다.이성과 처음으로 하는 이런 진한 스킨십에 서인아의 볼은 갈수록 뜨거워져 가고 있었고 아까까지만 해도 희미하게 남아있던 눈 속의 도도함은 이미 몽롱함으로 대체된 지 오래였다.그럴수록 임유환의 목은 점점 타들어 갔다.임유환은 서서히 시선을 옮겨 긴장한 탓에 살짝 벌어져 있는 서인아의 입술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에 임유환의 의도를 알아차린 서인아의 눈이 반짝였다.“유환아...”부끄러운 듯 빨개진 얼굴로 나지막이 부르는 목소리에 임유환은 무언가에 이끌리기라도 하듯 천천히 서인아의 입술에 가까워져 갔다.“안돼...”서인아는 발버둥을 치며 임유환을 밀어내보려고 했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그래서 밀어내는 게 아니라 밀어내는
노을이 지는 언덕 위에서 그렇게 임유환은 마침내 서인아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췄다.벌어진 입술 틈 사이로 오가는 뜨거운 숨결에 굳게 감은 서인아의 눈초리가 파들파들 떨려왔다.그때 산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부터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뜨거운 사랑을 나누던 둘은 그 소리에 순간 몸이 굳어져 버렸다.서인아도 깜짝 놀라 눈을 떴지만 눈을 뜨니 바로 보이는 건 임유환의 얼굴이었다.둘 사이의 거리는 십 센티미터도 채 안돼 보였다. 금방이라도 입술이 닿을 것만 같은 거리였다.그 모습에 더욱 부끄러워진 서인아는 다급히 임유환 품에서 나와 전혀 구김이 가지 않은 치마를 정리하기 시작했다.“미안해, 내가 방해했네.”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멋쩍은 기침 소리에 임유환과 서인아가 고개를 돌려보니 서강인이 멀찍이 떨어져 서 있었다.“아, 아저씨 오셨어요.”어색하게 인사를 건네는 임유환도 지금 쪽팔려서 죽을 것 같았고 서인아는 귀 끝까지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아빠가 어떻게 여길...”“나는 그냥 둘이 화해했나 궁금하기도 하고, 유환이한테 물어볼 것도 있고 해서 왔는데... 이건 전혀...”둘이 키스하는 걸 목격한 서강인도 나름대로 이 상황이 불편했다.딸의 성격을 아는 서강인은 사실 아까 윤여진의 일로 서인아가 임유환과 크게 싸울 줄 알아서 걱정되었었는데 이런 모습을 보니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그럼 둘이 얘기해요, 난 저기 가서 좀 걷고 있을게요...”서인아는 붉어진 얼굴로 쑥스러운 듯 말하더니 서둘러 자리를 비켜주었다.그렇게 그 벤치에는 서강인과 임유환 둘이 나란히 앉게 되었다.“그, 아저씨, 아까 일은...”서인아와 임유환의 뜨거운 장면을 목격한 게 하필 서강인이어서 임유환은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뒷머리만 긁적였다.“하하, 괜찮아. 나도 그런 시절이 있어서 다 알아.”서강인은 호탕하게 웃으며 임유환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임유환을 바라보는 서강인의 눈에는 감탄과 동경의 눈빛이 섞여 있었다.서강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