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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가벼운 웃음소리가 방울 소리마냥 갑자기 대문 쪽에서 들려오자 다들 행동을 멈춘 채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쭉 빠진 몸매에 백옥같이 하얀 다리를 가진 여자가 검은색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안쪽으로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카키색 미니스커트가 엉덩이에 딱 달라붙어 S라인의 몸매를 완벽히 드러낸 섹시한 여자가 예쁜 얼굴로 꽃 같은 눈웃음을 흘리며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여자의 등장은 자리하고 있던 많은 젊은이들을 홀렸는데 장로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놀란 듯했다.

윤씨 집안의 딸이 어쩌다 서씨 집안에 온 건지 영문을 몰라서였다.

“윤여진?”

서인아 역시 그녀가 여기에 온 이유를 몰랐기에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윤여진은 그들의 시선은 다 무시한 채 반짝이는 눈망울에 임유환만 가득 감고 있었다.

15년 만에 본 임유환은 그때보다 키도 더 크고 더 잘생겨진 것 같았다.

그리고 윤여진은 오늘 임유환을 보러 온다고 특별히 어제 새로 산 미니스커트를 입고 온 것이다. 이렇게 오면 임유환이 좋아할 것 같아서.

“오빠, 오랜만이에요!”

먼저 인사를 건넨 윤여진 내뱉은 오빠라는 소리에 임유환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만 같았다.

온몸의 뼈마저 녹이는 듯한 목소리에 임유환도 감당하기 힘들었지만 그건 그거고 이 자리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선 안 됐기에 임유환은 이내 정신을 차렸다.

제 기억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여자가 오빠라 부르는 것이 적응되지 않아서 조금 더 빨리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아무튼 임유환은 정신을 차리고 나서 여자를 향해 떠보듯 물었다.

“실례지만... 누구신지?”

“나 좀 속상할라 그래요, 어떻게 오빠가 날 잊어요...”

눈에 순식간에 실망이 가득 차고 입꼬리가 축 처진 그 모습은 주위에 있던 다른 젊은이들의 연민을 불러일으켜 그들은 이미 임유환을 희대의 쓰레기라고 수군거리고 있었다.

눈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면 임유환은 이미 수백 번 죽고도 남았을 것이다.

서인아의 미간은 평소와 다르게 불쌍한 척을 해대는 윤여진에 더욱더 찌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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