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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한 시간 남짓이 지났을 때, 이상언은 드디어 하지환의 입에서 윤이서와 지금 냉전 중임을 알게 되였다.

이상언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 반지는 줬어?”

하지환은 그를 냉담하게 흘겨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줘?”

이상언은 소파에 앉았다.

“확실히 좀 이상한데? 그날 저녁, 이서 씨가 너를 찾아갔을 때…… 너 혹시 기분 나쁘게 했니?”

하지환은 잠깐 회상했다.

“아니.”

그날 이서는 자발적으로 그에게 도시락을 배달 왔었다.

“그럼, 뭐지? 여자 마음은 갈대 같아서 알다 가도 모르겠어.”

이상언은 우거지상을 했다. 비록 앞 전에 여자 친구를 몇 명 사귀었지만 모두 가볍게 만나는 정도였다.

연애에 있어서 젬병이긴 하지환이나 마찬가지다.

하지환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한 달 내에 해결된다며?”

“이봐, 조급해하지 마. 내가 너를 도와 방법을 생각하고 있잖아.”

하지환은 얇은 입술을 한 줄로 오므리고, 조급한 게 아니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겨우 참았다.

“참, 이서 씨가 최근에 특별히 이루고 싶은 소원이나 갖고 싶은 물건이 있는지 알아보고, 완성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어때? 호감도를 상승시킬지도 모르잖아.”

하지환은 며칠 전 이서 컴퓨터에서 본 디자인 시안이 문득 생각났다.

그는 한껏 뒤틀린 미간을 풀고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어디 가?”

이상언이 하지환의 뒷모습을 쫓으며 물었다.

하지환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냥 떠나버렸다.

이상언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리로 돌아와 못다 한 아침 식사를 계속 했다.

세상은 넓고, 먹을 건 많다.

……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이서는 자기 집 대문이 크게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놀란 가슴을 안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집 쪽으로 걸어갔다.

집안이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이 사태의 장본인인 윤수정은 휠체어에 앉아 이서를 보고도 뻔뻔하게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턱을 치켜 들고 있었다.

“네가 그랬어?”

윤이서는 주먹을 불끈 쥐고 노려보았다.

윤수정은 휠체어를 밀고 윤이서 앞에 도착했다. 험상궂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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