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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이서는 영문을 모른 채 송서묵의 뒤를 따랐다.

송서묵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를 꽂고 한가로이 발걸음을 내디디며 이서에게 물었다.

“윤이서 씨는 어떤 결과를 원하세요?”

윤이서는 몇 분 동안 진지하게 생각했다.

“이 사건인 경우, 최악의 상황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송서묵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윤이서를 보는 눈빛에 약간의 의아함이 더해졌다.

‘하은철 뒤꽁무니만 따라다닌다는 소문과 달리 꽤 독한 사람이었네.’

“기물파손에 쌍방 폭행, 먼저 시비 걸고 도발했으니 판결이 확정되면, 아마도 열흘에서 보름가량 감금될 수 있습니다.”

이서는 웃으며 얘기했다.

“송 변호사님이라면 이에 그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송서묵은 웃으며 대답은 피했다.

윤이서는 몸을 곧게 폈다.

“궁금한 게 있어요.”

“네. 말씀하세요.”

“누가 의뢰했나요?”

송서묵은 윤이서의 눈을 바라보며 답했다.

“음…… 이건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경찰서 오기 전, 상대방은 그에게 자기의 신분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단단히 일러 두었다. 그는 굳이 그 사람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

이서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경찰서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입구에 도착하자 윤수정과 딱 부딪혔다.

윤수정은 차에 오르다 말고 이서를 표독스럽게 쳐다보았다.

“윤이서.”

윤이서는 천천히 그녀를 돌아보았다.

윤수정은 이미 휠체어를 타고 윤이서 앞에 다가왔다.

여기는 경찰서이니, 굳이 이서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변호사가 이미 내 뜻을 잘 전달했지?”

말하는 사이에 고천성도 나왔다.

그는 윤이서 뒤에 서 있는 사람을 확인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윤수정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턱을 젖히며 말했다.

“네가 아무리 은철오빠의 비위와 입맛을 맞추려고 노력해도, 결론적으로 오빠라는 사람은 얻지 못할 거야!”

윤이서는 차갑게 웃었다.

“깜냥도 안 되는 남자를 보물로 생각하는 건 너밖에 없을 걸? 송 변호사님, 고맙습니다. 먼저 갈게요.”

“모셔다 드릴 게요.”

“어떻게 귀찮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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