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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조서 작성을 맡은 여경은 소파에 앉아 묵묵히 노트북을 만지작거리는 이서를 힐끗 보았다.

한바탕 싸운 두 사람의 얼굴과 몸에 모두 정도가 다르게 상처가 나 있었다.

그러나 정말 따지자면, 윤이서의 얼굴에 있는 몇 개의 긁힌 자국과 비교하면 윤수정은 그야말로 재난급이었다.

얼굴에도 상처가 여러 군데 있었고 옷까지 찢어져 낭패해 보였다.

육안으로 봐서는 이서가 수정을 일방적으로 괴롭혔다는 혐의가 성립될 정도였다.

잠시 후 사진을 찍으며 현장 조사를 마친 경찰이 윤이서 앞으로 다가왔다.

“두 분, 경찰서로 가서 조사에 협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서는 안타까운 눈으로 노트북을 바라보았다.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경찰서로 연행되었다.

윤이서는 독방에 배치되었다.

경찰서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좀 진정되고 나니 손이 심하게 떨리는 것을 알아차렸다.

잠시 뒤, 마침내 누군가가 들어왔다. 경찰이 아닌 양복과 구두를 신은 젊은이였다.

그는 서류 가방을 이서 앞에 놓고 사무적으로 입을 열었다.

“윤이서 씨, 나는 윤수정 씨의 변호사입니다. 제 대리인인 윤이서 씨가, 피해보상과 사과를 해주신다면 폭행죄 고소는 취하할 예정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서가 웃었다.

“제가 싫다면요?”

변호사는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윤이서 씨를 폭행죄로 고소할 예정입니다. 기물파손은 피해보상만 하면 해결되는 반면, 폭행죄는 다릅니다. 의사 진단서까지 추가하게 되면 윤이서 씨한테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듯합니다…….”

이서는 입꼬리를 움직였다.

“제가 무슨 법맹인 줄 아나 봐요? 윤수정 몸에 난 상처로는 폭행죄 성립이 안 됩니다.”

변호사는 일어서서 웃었다.

“자기소개가 늦었네요. 고천성이라고 합니다.”

윤이서의 안색이 변했다.

고천성, 하씨 그룹 산하의 가장 유명한 변호사로, 그가 수임한 사건은 100% 승소를 자랑하며 변호사계 불패의 신화를 이어오고 있는 전설의 인물이었다.

‘나를 감방 보내기 위해 윤수정은 참말로 애쓰구나.’

“윤이서 씨, 잘 생각해 보세요. 저는 먼저 잠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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