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는 긴장한 듯 물었다.“회장님, 윤이서 씨, 이게 무슨 뜻일까요?”조용환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그는 이전에 이서와 접촉한 적이 없었다. 이서에 대해서는, 남자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는 생각 없는 여자,하씨 집안의 손주 며느리로 하경철이 점 찍었지만, 자기 손으로 그 기회를 날려버린 멍청한 여자로만 알고 있었다.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윤수정의 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누르며 비서에게 손을 흔들었다.비서는 바로 물러났다.문이 닫히고, 윤수정의 전화도 연결되었다.“수정 씨, 역시 예상한 대로였어. 윤이서가 날 찾아왔지 뭐야?”윤수정은 네일을 하고 있었다. 조용환의 얘기를 듣고는 득의양양하게 입을 열었다.[어, 윤이서가 뭐라고 하던가요?]“반년 내에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우리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했네.”윤수정이 피식 웃었다.함께 간 친구들이 고개를 들어 그녀에게 물었다.“왜, 뭔 좋은 일 있어?”윤수정은 웃었다.“아니, 아주 웃긴 농담을 들어서.”마침 네일도 다 말라서 그녀는 네입 샵 밖으로 나왔다.[왜요? 마음이 흔들리던가요?]그녀가 조용환에게 물었다.조용환은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확실히 흔들리긴 하더라. 다만 좀 아쉬웠어…….”[뭐가 아쉬워요?]“그럴 능력이 안 되는 게 안타까운 거지. 그림의 떡은 큰데, 자기 주제를 파악 못하고 분수를 알지 못하니…….”윤수정의 웃음이 온 얼굴에 퍼졌다.[아셔서 다행이네요. 조진명 사장이 내 편에 서준다면, 앞으로 하원철 대표에게 조씨 그룹의 좀 많이 도와주라고 얘기해 둘게요. 그때는 몇 백억의 수익이 아닐 겁니다.]“응, 응, 그러지.” 조용환이 승낙하였다. “그런데 수정 양이 날 도와줄 일이 하나 있네.”[말씀하세요.]“그게 말이야. 윤이서가 좀 전에 나한테 문자를 하나 보냈는데, 아들을 잘 단속하라고 하더라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말하는 사이에 조용환은 이미 이서의 문자를 윤수정에게 전송했다.윤수정은 대충 한 번
김청용은 놀란 나머지 멍해졌다.“네? 장지완 씨를 추천하겠다고요?”“꼭 그런 건 아니에요.”이서는 또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디자인 업무 면에서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다만 질투심이 너무 강한 게 단점입니다. 만약 당장 적당한 인물을 찾지 못한다면, 먼저 임시로 부장직을 대행해도 될 듯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중요한 자리인 만큼 되도록 빨리 적합한 사람을 찾는 게 좋을 것 같기는 합니다.”김청용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서 씨가 CEO 직위를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는데, 오늘 얘기 들으니, 기우였어요. 앞으로 이서 씨 앞날이 창창할 거 같네요. 잘 할 거라고 믿습니다.”이서는 공과 사가 분명하며, 자신의 기준으로 호불호를 판단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여러 차례 시비를 걸고 말썽을 피운 장지완에 대해서도 이렇게 공정한 평가를 내리기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사장님 과찬이십니다. 그럼 먼저 돌아가보겠습니다.”“네, 그래요.”사무실로 돌아온 이서는 눈시울이 빨개진 심소희를 보았다.“왜, 또 누구한테 괴롭힘 당했어?” 이서가 친절하게 물었다.심소희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이서를 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이서는 눈썹을 비틀었다.“대체 왜 그래?”“언니, 언니 정말 이직할 거예요?” 심소희는 목이 메어 흐느꼈다.오늘 아침부터 이서가 이직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그녀는 줄곧 믿지 않았다. 오후에 인사팀에서 낸 초빙 공지를 보고서야 소문이 사실인 걸 알았다.이서는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응.”심소희는 더욱 괴로웠다. 그녀는 자신이 정말 실패한 비서라고 생각했다. 직속상사가 사직한다는 걸 지금까지도 모르고 있었으니.“언니, 나처럼 멍청한 비서가 들어와서, 나 때문에 그만두는 거 아니에요?”“…….”‘아이고, 대체 이 머리 속에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아니야, 개인적인 사정이 좀 있어.” 이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일이라 대충 얼버무렸다.심소희는 한편으로 틀림없이 장지완 때문에 이서가 그만두는
요 며칠 윤씨 그룹 쪽 일을 거의 다 끝낸 이서는 간만에 한가해졌다.마침 할 일 없어 심심하던 차에 임하나의 전화를 받았다.[자기, 나 내일 월차 쓸 건데 같이 웨딩드레스 고르러 갈래?]웨딩드레스를 사는 일에 관하여 임하나는 그녀보다 더 적극적이었다.이서는 웃으며 답했다.“그래.”[니들 ML국에 가서 웨딩 사진을 찍을 거잖아, 거긴 일년 내내 눈이 온다고 들었는데, 혹시 스키용품도 같이 준비하는 건 어때?]이서는 뭐라고 얘기할 수 없었다.“그렇게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것 같은데.”임하나는 듣고 표정이 어두워졌다.[하긴……, 근데 나도 같이 가고 싶다.]이서는 농담처럼 물었다.“가고 싶어?”[음.]“그럼 빨리 상언 씨 수습기간 끝내줘.”임하나는 ‘칫’하며 뽀로통해서 말했다.[얘기 안 할 거야. 난 왜 요즘 네가 자꾸 상언 씨 편드는 거 같지? 설마 친구 배신하고 넘어간 거야?]이서는 빙그레 웃으며 전화를 끊고 퇴근했다.오늘 일찍 돌아온 지환이 저녁 준비를 다 했다.지환이 부엌에서 분주히 음식을 하는 모습을 보니, 이서는 온 몸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피로를 해소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있구나.’“문 앞에 서서 뭐 해?” 지환은 이서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내 잘생긴 모습에 반한 거야? 만찢남 보고 얼음 됐나?”“요즘 당신 갈수록 뻔뻔해지는 거 알아요……?”이서는 의자를 당기고 앉았다.지환은 그녀에게 젓가락을 주었다.“이게 내 본성인데.”이서는 고개를 들어 지환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상황이 떠올랐다.“그래요? 으흠, 그러고 보니 당신 처음 만났을 때의 이미지와 비슷한 거 같기는 하네요.”지환도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반달눈이 되었다.“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나 어땠어?”“시니컬하고, 딱 봐도 감정에 대해 진지하지 않을 거 같은 사람?”지환은 손가락으로 이서의 입술 끝에 붙은 밥알을 떼어내어 자연스럽게 자신의 입에
이튿날, 이서와 임하나는 만나서 곧장 메리 컬러로 달려갔다. 반면 이상언과 지환은 집에 버려졌다.이상언의 말을 빌리자면, ‘방치소년’이 되었다.이서와 임하나는 메리 컬러에 도착했다.이서를 본 새 점장은 곧장 친절하게 말했다.“이상언 씨 아내이시죠? 하은철 대표께서 마음에 드시는 드레스가 있다면 마음껏 가져가시라고 특별히 당부했습니다.”눈을 마주치자, 이서와 하나는 서로 쳐다보며 죽이 잘 맞게 웃었다.새 점장은 그들이 왜 웃었는지 몰라 같이 호호 웃으며 이서와 임하나에게 웨딩드레스를 보여주러 갔다.중도에 새 점장이 잠깐 자리를 비우자, 임하나는 이서 앞에 다가갔다.“하하, 하은철 말이야, 이상언 ‘아내’가 너인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무척 궁금하네.”이서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지만, 곧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하나야, 다음에는 상언 씨 내 남편인 척 못하게 해.”“왜?” 임하나는 이서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우리 사이 감정은 그렇게 취약하지 않다고. 게다가 난 널 100% 믿잖아. 내가 마음에 든 남자를 네가 마음에 두지 않을 거라는 걸.”임하나가 한 말은 사실이었다.찐친은 상대방의 짝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자기 친구가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이서는 웃으며 임하나의 손을 잡았다.“가끔은 말야, 난 내가 정말 행운아라고 생각해. 비록 가정에서는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를 주었잖아.”임하나도 미소를 지으며 이서를 보면서 말했다.“혹시, 연애 중인 여자들은…… 다 이렇게 느끼한가?”“사돈 남 얘기하네. 너도 열애 중이잖아. 넌 잘 모르겠지?”임하나는 웃으며 이서의 팔을 꼬집었다.두 사람의 장난치는 사이에 점장이 돌아왔다.하은철이 계산한다고 하니, 이서와 임하나는 굳이 남의 지갑사정을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쿡이 준 리스트에 적힌 드레스를 몽땅 골랐다.계산할 때 보니 총 30여 억원이었다.점장은 하은철의 비서에게
이서가 ‘응’ 하고 말했다.“맙소사, 정말 상상불가다. 이서야, 너 완전 멋있어.”하지만 이서는 걱정이 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솔직히 나도 자신 없어. 너무 띄워주지 마.”“아니야, 네가 회사를 인수할 용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네가 대단하다고 생각해. 대부분 사람들은, 사장직을 내어줘도 할 엄두를 못 내. 그 생생한 예가 바로 나야. 나는 못 해. 회사에 자질구레한 일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회사를 경영하려면 신경 써야 할 거도 많고 게다가 난 경험도 별로 없잖아. 그래서 걱정 안 된다면 거짓말이지……, 그래도 할아버지가 평생 일군 회사가 망해가는 걸 잠자코 볼 수가 없어.”비록 그녀는 할아버지에 대해 인상이 전혀 없지만, 어쨌던 그녀도 결국은 윤씨 집안 사람이니까.“그건 그래.” 예전의 윤씨 가문 얘기를 꺼내자, 임하나도 탄식했다.그때 그녀는 비록 어렸지만,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남아있다. 윤씨 가문은, 어른들에게 부러워하고 존경하고 두려워하는 존재였다. 그런데 지금은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그야말로 천양지차다.“에이, 이제 이 얘기는 그만하고, 우리 서점에 잠깐 들렸다 가자.”이서는 휴대전화를 꺼냈다.“나오기 전에 지환 씨에 회사 경영 관련 책 목록을 받았어.”임하나가 슬쩍 훑어보았더니 대부분 영어서적이었다.그녀는 알아보지 못했지만 부러웠다.“쯧쯧, 이 책 목록들을 정리한다고 지환 씨도 신경 많이 썼지? 부부가 같이 자기개발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긴 한데, 난 왜 괜히 찔리지……?”이서는 빙그레 웃었다. 두 사람이 보폭을 맞춰 같은 목표를 위해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하니 밝은 내일과 희망이 있다고 느꼈다.다만 애석하게도 아직 아이 방면의 문제에서는 두 사람이 다소 의견 차이가 있다.아이 생각이 마음속에서 스쳐 지나가자, 이서는 미간을 누르며 아이 생각하지 말라고 스스로 다독이며 임하나와 함께 서점에 들어갔다.서점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특히 경영 관리 쪽 분야는 더욱 한산했다.
머리가 부시시하고 다크서클이 심한 걸 보니,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잔 사람처럼 보였다.소지엽이 그를 슬쩍 끌어당겼다.그는 그제야 이서를 알아보고는,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근육이 경직되었는지 얼굴이 일그러졌다.“안되겠다, 나 피곤해 뒤지겠어, 나 먼저 자러 가야겠다. 이서 씨 다음에 봐요. 먼저 갈…….”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소지엽 옆에 축 처지면서 땅에 주저앉았다.구태우의 이런 모습을 본 임하나와 이상한 듯 물었다.“왜 그래? 무슨 일이야?”소지엽은 죽은 듯이 자는 구태우를 발로 툭 한 번 차고는 직원을 불러 3층 사무실로 옮기라고 했다.“최근 뭐 좀 찾아본다고 3일 밤낮을 잠을 안 잤어. 지금 잠을 보충해야 해. 니들은……?”소지엽은 이서의 쇼핑 바구니를 훑어보았다.“더 필요한 거 있어?”“『경영 관리학의 진수』 라는 책 한 권이 더 필요해.”임하나가 물어보기 바쁘게 대답했다.소지엽은 큰집 드나들 듯 바로 C구역에 가서 붉은색 표지의 책을 꺼내 이서에게 주었다.이서와 임하나가 눈여겨보니 바로 『경영 관리학의 진수』 였다.임하나는 충격을 받았다.“어떻게 보지도 않고, 책을 어디에 두었는지 다 알지?”소지엽은 살짝 웃었다.“여기 내 서점이니까. 당연히 무슨 책을 어디에 두었는지 알아야겠지? 그나저나, 이서는……?”그는 바구니에 담겨 있는 『경영 관리학의 진수』라는 책을 보며 물었다.“이 책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어떻게……?”“당연히 남편이 알려준 거지.”임하나는 저도 모르게 사위 자랑하는 장모의 태세를 취하며 ‘사위’를 칭찬하기 시작했다.“여기 이 책들, 다 이서남편이 추천한 거야.”소지엽은 눈썹을 숙이고 쇼핑 바구니에 담긴 책을 보고는 한참 지나서야 고개를 들었다.“오우, 전문가인데? 혹시 어느 회사 대표인지 물어봐도 되?”임하나와 이서가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여전히 임하나가 입을 열었다.“사장은 무슨, 평범한 직장인입니다.”소지엽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정말?”“
시간은 어느덧 CEO 선출일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서는 오히려 갈수록 침착해졌다.그리고 서우 쪽 업무도 조금도 지체하지 않았다.다만 인사처에서는 마땅한 새 부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김청용 또한 줄곧 이서의 사직서에 사인하지 않았다.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그동안 윤수정은 하은철을 따라 다양한 자리에 참석했다.눈치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하은철이 이서를 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사석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윤수정이 CEO로 선출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윤수정이 신임 사장이 되면 윤씨 그룹에 투자하겠다고 기다리는 사람도 꽤 있다는 걸 김청용도 알게 있었다.주주들도 이러한 소문을 들으면, 틀림없이 윤수정의 편에 서게 될 것이다.그래서 김청용은 이서가 윤씨 그룹의 CEO가 선출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했다.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하은철은 윤수정한테 마음이 있다.그의 직속 상사인 하 회장도 팔이 안으로 굽어 더 이상 이서를 챙기지 않을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이서의 사직서를 정말 수리했다가 나중에 CEO 안 되고 직장도 잃게 되면,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격이니.이서는 오히려 별 생각없이 퇴근하는 대로 마트에 가서 장을 잔뜩 봐왔다. 그녀는 오늘 저녁 맛있게 먹고 내일의 격전을 맞이할 생각이었다.그러나 문을 나서자마자 장지완을 만났다.장지완은 이서를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어머나, 이거 우리 윤 총괄 아니야? 직업 정신도 투철하셔라, 오늘이 마지막 출근한 건가?”그녀의 뒤에 있던 사람들도 같이 웃었다.이 몇 사람은 모두 장지완의 사람들이었다.개 버릇 남 못 준다고, 이 사람들 지난번에 강수지를 내보낸 후에는 좀 잠잠해지나 싶더니, 이서가 곧 회사를 그만둔다는 얘기를 듣고 고지병이 또 도진 것이었다.이서는 이 사람들을 쭉 훑어보았다.“사장님이 아직 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았는데, 그러니까 내 말은 엄밀한 의미에서 난 아직 서우의 총괄 디렉터입니다.”장지완은 시계를 꺼내 보았다.“아쉽게도
지금 한껏 들떠 있는 윤수정은 장지완을 나무라지 않았다.[괜찮아요, 내일 되면 좋은 구경할 수 있을 거예요.]눈치 빠른 장지완은 바로 이 얘기의 뜻을 포착하고 바로 아부성 멘트를 날렸다.“그럼, 윤 사장님 축하인사 먼저 받아야겠네. 축하해.”윤 사장이라는 말에, 윤수정의 기분은 더욱 업 되었다.[걱정마요, 그쪽 공로도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요.]“그리고…….” 장지완은 하던 말을 잠깐 멈추었다.“마침 상의드릴 얘기가 있는데…….”[말해봐요.]“회사 쪽에서 날 신임 디자인 팀장으로 확정했어.” 장지완은 윤수정 앞에서도 팀장 대행이라는 거에 대해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그래요? 그럼 원하는 게……?]똑똑한 사람과 일하면 이런 게 좋다. 굳이 구구절절 얘기 안 해도 척하면 척이니.장지완은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내 생각에는…… 윤씨 그룹에서 패션 사업도 같이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디자인 쪽은 내가 또…….”말을 절반만 했을 때 윤수정은 장지원이 원하는 바를 알았다. 그녀는 웃으면서 CEO 명패를 가지고 놀며 말했다.[네 알았어요.]‘장지완에게 일거리 몇 개 주는 것쯤이야…….’[이렇게 하죠, 내일 아침 주주총회가 끝나고 나면, 대략 오후 2, 3시쯤 될 거예요. 그 때 사무실로 오세요. 일거리 부탁할 게 있어요.]“네!”장지완은 바쁘게 계속 말했다.“윤 사장, 고마워.”윤수정은 손을 흔들었다.[나만 잘 따라오면, 앞으로 일거리는 많을 거예요. 서우에서 받는 월급보다 결코 적지 않을 거라는 걸 보장합니다.]장지완은 또 황급히 여러 번 고맙다는 말을 하고서야 전화를 끊었다.이때 집으러 향하던 이서는 갑자기 윤수정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녀의 괴상한 병도 떠올라 휴대전화를 꺼내 이상언에게 전화를 걸었다.“상언 씨, 전에 내가 윤수정 관련 조사 부탁했던 거, 혹시 지금 진전이 있나요?”이상언은 의자에 묶인 남자를 보았다.[윤수정의 병상에 대해 말하는 거죠?]남자는 이상언의 말을 듣고 벌벌 떨었다.[걱정 마요,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