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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생각외로 이서는 아주 쉽게 조진명과 약속을 잡았다. 하지만 그를 만나고는 심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유람선 안은 난장판이었다. 남녀가 부둥켜안고 거리낌 없이 찐한 스킨십을 하고 있었다. 백주대낮부터 이런 광경을 보고 있자니 기가 차서 할 말을 잃었다.

이서는 이런 눈꼴 사나운 광경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조진명을 만나러 갔다. 그는 여러 명의 여자 모델과 뒤섞여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기분이 한창 업 된 걸 보니 꽤 많이 취한 것 같았다.

직원이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조 사장님, 윤이서 씨 왔습니다.”

여러 번 말하고서야 조진명은 고개를 돌려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

이서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술을 많이 마신 것 같다기 보다는 오히려…….

그녀는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테이블 위에는 작은 봉지가 몇 개 있었고, 봉지 안에는 흰 분말이 묻어 있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는 철렁 했으나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조 사장님, 윤씨 그룹에 대해 이야기 좀 나누러 왔습니다.”

술냄새를 푹 풍기며 조진명이 다가와서는 손가락을 치켜들어 이서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 정말 예쁘게 생겼구나.”

이서는 눈썹을 찌푸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조 사장님 저희 나중에 다시 얘기하시죠. 현재 상태로는 일 이야기하기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직원에게 말했다.

“물 한 잔 주시겠어요?”

직원은 별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을 가지러 갔다.

이서는 몰래 휴대전화를 꺼내 조진명을 등지고 유람선의 상황을 녹화했다.

조진명은 바로 그녀의 곁에 서서, 초롱초롱한 큰 두 눈으로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정신이 말짱한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시뻘건 눈동자에 초점이 흐린 눈빛은 지나치게 흥분된 상태임을 설명한다.

그녀는 입을 열었다.

“조 사장님, 제가 무슨 말하는지 들려요?”

조진명은 바보같이 웃으며 손을 뻗어 이서의 볼을 만지려 했다.

“너무 예뻐.”

이서는 혐오스러운 표정을 하며 다시 뒤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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