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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이상언은 금테 안경을 밀었다.

“이씨입니다만?”

이하영은 머릿속으로 상류층 가문 중 이씨인 집안이 있는 지 생각해봤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4대 가문 중 4위인 민씨 집안이지만, 그들은 3대 가문을 제외하고는 별로 눈여겨보거나 신경 쓰는 집안도 가문도 없었다.

이하영은 더 이상 생각하기 귀찮은 듯 비웃으며 말했다.

“허허, 점잖게 생긴 걸 보니 글공부는 좀 한 거 같은데……, 공부 많이 하면 뭐하나? 결국은 우리 대가문들의 회사에서 월급쟁이로 살아갈 텐데…….”

이상언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도 명문세가의 자제였다.

대대로 의사 집안이라 교양과 품위가 넘쳤다.

그도 이하영 같은 사람은 처음 보았다.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상언 씨!”

임하나는 그의 말을 끊었다.

“민씨 집안처럼 근본 없는 졸부들과 무슨 얘길해요? 저 사람들 눈에는 돈밖에 안 보이는데.”

“그렇구나, 어쩐지 입만 열면 다 돈이더라니.”

맞장구를 치는 두 사람을 보고 이서는 입을 오므렸다.

비록 이상언이 뭘 하려는 지 모르지만, 두 사람은 호흡이 아주 척척 잘 맞았다. 그가 3개월 뒤 당당하게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건 따놓은 당상 같았다.

반면, 이하영은 화가 나서 펄쩍 뛰었다.

“너희들…….”

옆에 있던 이서정은 상황을 보고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사모님, 이런 거지들과 뭐 하러 화를 내요? 싸워 봤자 입만 아프지, 저 사람들 때문에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잖아요. 점장님……!”

이서정은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저 사람들 내보내 주세요.”

“잠깐!”

이상언은 눈썹을 비꼬았다.

“고객을 이런 식으로 내쫓는 건 처음이네요?”

“사러 왔어야 고객이지, 무슨…….”

이하영은 이상언의 말을 듣고 비웃었다.

“살 돈은 있고?”

그녀의 말에 이상언은 어이가 없어 피식 웃고 말았다. 그에게 돈이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이하영이 처음이었다.

그는 더 이상 이하영과 이서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이서에게 말했다.

“이서 씨, 쿡이 준 목록 꺼내 봐요.”

이서가 리스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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